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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 경성 모던라이프 - 경성 사계절의 일상
오숙진 지음 / 이야기나무 / 2021년 9월
평점 :
저는 1920년대 대호황기의 미국이나 일본의 버블 시대의 감성도 좋아하지만
역시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영화 모던보이의 배경이기도 했던 1930년대 우리나라의 감성입니다.
(개화기 감성...이라고 해야될까요)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고 자유로워보이지만
결코 진정한 자유도, 완전한 풍요로움도 가질 수 없고
시대정신과 개인의 영달 사이에서 고민하며
언제든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 시대였죠.
반면에 두려움을 넘어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었던 낭만적인 시대였기도 했는데요.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당시의 분위기를 잘어울리는 일러스트와 함께
표현한 책이 있어서 읽어봤습니다.
오숙진 님이 그리고 쓰신 1930 경성 모던라이프 라는 책인데요.
글보다 훨씬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일러스트들이 참 인상적입니다.
얼굴도, 표정도 없는 인물들은 혼란스럽고 모순된 시대를 살아간 당시 이름없는 사람들을 나타낸 것일까요.
사진도, 자세히 묘사한 그림도 아닌
타이포그래피처럼 반복되고 절제된 컬러의 일러스트임에도
그 시대를 직접 들여다본 것처럼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왜 일까요.
힘이 있는 그림입니다.
개화기의 모습들이 보고 싶었고, 단지 작업할 때 참고하려고 했던 책이었는데
읽고 나니 오히려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림이 많아서 금방 읽겠거니 했던 것도 오산...
몇장 넘기다 눈시울이 붉어져 책장을 덮고,
눈이 맑아지면 한동안 생각에 잠기는 일이 잦아 다 읽는 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요.
과연 저들이 살았던 1930년대의 경성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