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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PEOPLE LEARN 하우 피플 런 : 러닝 이노베이션, 학습혁신전략
닉 섀클턴 존스 지음, 오승민 옮김 / 플랜비디자인 / 2021년 11월
평점 :
나는 원래 책을 굉장히 빨리 읽는 편이다. 책을 워낙 많이 읽기도 하고 시간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몇가지 속독법도 익히고 숙련해왔다. 물론 단순히 활자를 빨리 읽는 것이 아닌, 책의 내용과 자신의 지식 수준에 맞춰 다른 속도로 읽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비효율을 줄여주는 팀페리스의 속독법이나 눈을 카메라처럼 사용하는 방법 등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그래서 관심이 있어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많은 분야의 책을 읽을 경우 정말 빨리 읽어, 해치우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정말 놀라운 책이었다. 이 책은 2021~2022년을 통털어 내가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책이었는데, 내가 요즘 특히 관심있는 분야가 강의법과 교육이며 심지어 10년 가까이 인사부서에서 일하며 어느 정도 HR관련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빨리 읽어버릴 수 있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만큼 이 책은 나에게 정말 많은 영감과 동기부여를 해 준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인 하우피플런 (HOW PEOPLE LEARN), 책을 읽기 전에 들었던 궁금증 중 하나는 (영어로 쓰여 있어서)조금 난해해보이고 직관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타이틀을 왜 그대로 가져다 썼을까 였다.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가 되었는데, 추측컨데 원제를 그대로 가져온 이유는 이 책의 내용이 단순히 조직에서의 교육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훨씬 광범위한 '학습'을 주제로 인생 전반을 관통하는 메세지를 담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내용을 우리 말로 표현하다보면 왜곡되거나 일부분만을 연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방금 '학습'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학습이나 교육, 배움 같은 단어들보다 훨씬 더 궁극적(?)인 표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 책은 일단 20P에 달하는 상당히 긴 서문부터 인상적이다.
'우리는 왜 HR을 싫어하는가' 라는 도발적이면서도 주의를 끄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첫 문장에서 느꼈던 이런 감정이 이 책 전체에 흐르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책을 다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이 때 느꼈던 감정 : 기존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 관심과 궁금증, 더 나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변화에 대한 기대감 등등)
신선하게 시작한 서문은 논리적이고 반박하기 어려운 설명으로 기존 HR, 교육시스템, 교육 방식들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지적해준다. 게다가 훨씬 나은 대안과 구체적인 실행방법들까지 제시하며...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대해 구체적인 확인없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나 같은 어중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실험에 사용한 정보들은 사실 의미없는 문자 조합에 불과했으며 그 대신 관심있는 내용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망각곡선처럼 가파른 각도로 기억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실제로 이 부분을 읽은 후 관심도가 올라서 훨씬 더 집중해서 읽게 됨)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대한 이야기와 저자의 반박은 도입부(우리가 학습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은 잘못되었다) 에 자세히 나와있는데 논리적인 입증과 정서적인 전달방법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있는 이 책의 도입부는 정말 끝내주기 때문에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상당히 포괄적인 학습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 다소 두루뭉실하게 들렸을텐데,
사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 개발이다.
그 예로 정서 맥락 모델이나 풀&푸시 방법, 새로운 학습설계 모형(5Di) 같은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교육 혁신을 통해 교육 자체의 필요성을 줄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처럼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 이 책의 이론들과 교육과정 개발 방법에 대해서 요약해서 설명하는 것은 왜곡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니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각장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핵심 요약 중 하나를 예시로 올리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교육관련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예습처럼 핵심요약을 먼저 읽고 본문 내용을 읽은 후 복습형태로 핵심요약 부분을 다시 읽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이 책에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원하는 교육이나 학습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학습자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책의 교육(또는 스스로 학습하는) 대상은 어린아기부터 노인까지 모든 인간이며
학습자의 관심사나, 인생의 행복을 이루기 위해 학습하는 습관을 가지고 배운 것들을 정교화시켜 돈을 벌고 다시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과정을 거치면서 또 다른 관심사에 대해 배우고...다시 정교화시켜 나가는 과정들을 반복해 학습자 스스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이렇게 살면서부터 훨씬 행복해지고 커리어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음)
조직 내에서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것은 조직 내에서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각 개인이 일을 통해서 자신의 관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여가 활동을 통해 충족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결국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 아니라 일과 삶이 통합되어야 진정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런 부분들은 특히 워라밸의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고 눈 앞의 열매만 쫒는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교육업계종사자, 교육전문가 뿐 아니라 기업의 대표나 관리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교육에 관심이 있거나 '진짜' 학습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좋은 책이 될 것 이다.
전자의 경우 학습자를 진정으로 이해하여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방법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후자의 경우 이 책의 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거나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인생에 접목해본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원하던 인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