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몰래 비상금 3억 모으기 - 아름다운 은퇴를 위한
문석근 지음 / 파지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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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꽤나 도발적인 책인다. 요즘 말로 어그로를 잘 끈다고 해야되나?

나는 보통 점심을 먹고 남는 시간에 읽을 책을 사무실에 항상 가져가는 편인데, 책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무슨 내용이냐고 물어봤던 거의 유일한 책이다. (참고로 저는 아내도 없고, 여친도 없...ㅠㅠ)

특히 유부녀 직원 분들이 유독 관심이 많았는데 아마 남편 분이 본인 몰래 비상금을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되서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웃음)



일단 이 책은 아내 몰래 비상금을 숨기는 비법이나 꼼수를 알려주는 책은 아니고 주된 내용은 은퇴 준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다소 실망하시는 유부남분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떳떳하고 당당하게 집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깍두기 교수님이라는 재미있는 별명을 가진 문석근작가님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인데, 농협에서 약 30년 가까이 근무하고 현재 농협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분이라서 재테크에 대해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신듯 했다. 이 책에는 그런 작가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유부남이 비상금으로 재태크를 할 수 있는 방법과 노하우가 잘 담겨 있엇는데 특히 주식 투자 쪽에 분량을 상당히 많이 할애하고 있는 책이다.


요즘은 파이어족이라고 해서 40대 조기 은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20~30대 젊은이들도 많이 있지만 물려받은 재산이 없거나, 가상화폐, 주식,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운이 따라주지 않는 이상 사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기은퇴라는 단어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조기은퇴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단지 힘들게 일을 하고 싶지 않거나, 조직(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 생활이 아니라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면 그런 경우에는 결코 조기은퇴를 하겠다고 하진 않을 것이다.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회사생활이든, 프리랜서든, 자영업이든 준비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고 그런 마음이 있어야만 어디서든 배움을 얻어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테니까...

(일을 하는 이유가 단지 먹고 살기위해, 돈을 벌어서 쓰기 위해서...라면 굉장히 허망하고 비참한 인생이 아닐까?)

또한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 100세로 늘어나고 있는데다 금융위기, 가상화폐 등 글로벌 경제환경의 변화를 생각하면 40대에 모아놓은 돈의 가치가 언제까지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해줄 수 있을지는 결코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즉 조기 은퇴를 생각하기 보다는 죽을때까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기 위해 내 커리어를 어떻게 쌓을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맞춰 지식과 경험을 계속해서 쌓아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내가 아는 대기업 임원, 대학 총장, 회사의 CEO 출신 분들은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은퇴 후에도 여전히 원기왕성하게 자신의 일을 계속 하고 있어서 많은 동기부여가 되곤 했다.




이 책에는 이런 나의 생각과 비슷한 작가님의 이야기가 닮겨 있어서 좋았다.

월급 외에 다른 수입원을 창출한 얘기도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강사료로 30만원씩 받았던 돈을 모아 주식을 사기 시작했던 것이 비상금 3억 모으기의 출발이었다고 한다.

초반에는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한 종자돈을 모으기 위해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 월급을 올리기 위해 회사 생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과 동시에 남는 시간을 활용해 부수입을 만들어 차곡차곡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소중한 종잣돈을 어디에 투자할 지 결정하기 위해 그 분야에 대해 깊게 파고 들어야하는데 이 책에는 주로 주식투자에 대한 내용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나도 예전에 직장을 다니면서 주식카페도 운영하면서 겸업했던 때가 있었는데 사회 초년생들이나 자금이 크지 않은 분들이라면 돈의 흐름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시작해보면 좋은 재테크 수단이다. 특히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고 소액으로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처럼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 책에 소개된 것처럼 은퇴 시점을 고려하여 아주 장기적으로 보고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변동성이 너무 큰 종목은 스트레스를 주고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업에서 수입을 많이 올릴 수 있는 직군에서 일을 한다면 나처럼 해외와 국내 ETF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것도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현재 글로벌 경제상황을 굉장히 위험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ETF펀드, 가상화폐, 토지와 금에 분산해놓은 상태고 현금 비중도 점점 높이고 있다)


'아내 몰래 비상금 3억 모으기'는 경제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은퇴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인데 모험수나 뜬구름 잡기식의 방법이 아닌, 꽤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상당히 안정적으로 종잣돈을 모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구체적으로 소개되어있기 때문에 조기은퇴가 아닌 60대 이후 은퇴(정확히는 나이로 인한 퇴직)를 계획하는 이들에게 딱 맞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랜 시간 공들여 비상금을 모으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미뤄왔던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은퇴후에 도전해보는 것도 참 좋은 일이 아닐까?


‘플랜비 디자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적은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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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 과학잡지 에피Epi 18호 과학잡지 에피 18
전치형 외 지음 / 이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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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진 것은 내 MBTI가 ENFP에서 INTJ로 바뀌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과학관련 정보를 많이 습득하면서 INTJ로 바뀐 것일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선후관계는 별로 상관없는 듯 하다.(사실 이건 RNA와 단백질, 단백질과 핵산의 선후 관계와 최초의 세포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것까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데 아직 이 분야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므로 함부로 단정짓기 힘들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단지 현재의 나는 과학에 관심이 많은 INTJ라는 것이 중요할 뿐...

이런 내가 요즘 읽고 있는 과학서적 중에 Epi라는 과학잡지가 있는데 최신 과학 소식들과 정보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분들의 글을 통해 접할 수 있어서 아주 매력적인 책이다.




Epi는 이음출판사에서 일년에 4번 발간하는 계간지 형태이고 크기는 성인 손 크기 정도로 작은 편이지만 두께가 꽤 두껍고 사진이나 그림이 거의 없는 텍스트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분량은 꽤 많다고 느껴졌다.


다른 것보다 무채색으로만 이루어진(대부분은 블랙&화이트) 미니멀한 INTJ 취향 잡지라고 할 수 있다.



폰트도 가장 기본적인 폰트들 몇가지만 사용했으나 세련되고 독특해보이는 이유는 폰트의 크기와 배치를 매우 효과적으로, 그리고 이질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넘나 내 취향인 부분 ㅠㅠ)





이번 호는 후유증이라는 키워드로 제작되었는데 역시 '팬데믹'이라는 현 시대의 가장 큰 과학적, 의학적, 정치적 논쟁거리를 메인으로 다루고 있었다. 물론 팬데믹에서 파생되는 주제들 뿐 아니라 후유증이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다른 과학적 이슈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팬데믹에 대한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충분히 흥미롭게 끝까지 읽을 수 있으리라 본다.





나는 이 중에서도 3번째 챕터 AN-SI-BLE 갓 에 실린 내용들을 가장 관심있게 읽었다.

참고로 어슐러 르 귄의 소설 '로캐넌의 세계'에서 처음 등장한 갓(Ansible)이라는 단어는 변해가는 것들의 첫 순간을 의미하는 말이다. 빛도 천년을 달려야 닿는 곳에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기후변화, 선언은 선명하나 대응은 답보 상태

요즘 기후와 환경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너무 많고, 특정 국가나 기업들의 이익에 따라 입맛에 맞게 다른 기준을 내세우거나 불리한 정보는 숨기고 이익이 되는 정보만을 내세우는 식으로 환경보호운동과 기후변화협약 자체도 변질된 지 오래되었다. 덕분에 일반인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인지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로 얼만큼 효과가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시대라고 할 수 있다.

Epi 18호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면서도 다소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지구온난화에 인류가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긴 하나, 만약 내 생각이 틀렸다고해도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해 만들어 진 탄소중립 시나리오, 탄소중립기본법으로 실제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선진국들과 관련 기업들의 이익만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Epi의 과학뉴스에서는 양측의 입장과 모순점들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실패는 실패다, 단 1퍼센트의 실패라도

대표기자로 뽑혀 얼마 전 실패로 끝났던 누리호 발사 현장취재까지 갔었으나 낙종(특종의 반대말)을 했던 기자분의 이야기다. 기사 제목이 누리호 실패만을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거기에 더해 기사를 쓴 기자분의 실패에 대한 일종의 에세이 같은 내용이었다. 기자분이 처음에 언급한대로 조금 두서없는 내용이어서 혼란스럽긴 했지만 누리호 현장의 취재분위기라든가 관련 기사들의 뒷얘기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부분이었다.





휴전선 앞에서 멈춘 과학적 지성

물리학과 북한과학기술정책사를 전공한 강호제 교수님이 쓸 글.

앞의 기사에 나온 누리호와 연결되는 내용이 많이 있었는데 앞의 기자분의 글은 문과감성이라면 강교수님의 글은 완전히 이과감성, 과학잡지에 기고되는 글이라면 이래야 된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글이었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단한 물리학 이론을 통한 인공위성의 원리 설명, 누리호의 실패와 성공, 시험과 실험에 대한 단어의 정의와 논리적인 설명들이 정말 마음에 들었고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은 '북한'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어떤 것이 합리적이고, 어떤 것이 비과학적인가에 대해 명확히 짚어 주는 글이라서 읽는 내내 머리 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드는 좋은 글이었다.





당신은 당신의 뇌가 아니다

과학을 전공한 출판 담당 기자의 눈에 띈 신간을 소개하는 코너.

이번 호에는 앨런 재서노프의 <생물학적 마음>을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서 여러 번 읽었던 부분이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요즘 내가 뇌과학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고 뇌 과학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정확히는 연구 결과의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뜻)

<생물학적 마음>은 인류가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뇌를 얼마나 이상화하고 이원론적 관점에서 다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뇌를 이해불가능한 영역으로 복잡화하고 추상화하여 몸과 단절된 부분으로 인지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일부는 동의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신체에 비해 뇌에 대한 연구가 굉장히 미미하며 기술이 발전하고 연구가 거듭될수록 과거의 결과들이 뒤집어지는 경우가 수두룩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들불 번지듯이 번지고 있는 트랜스 휴머니즘 문화에 대한 <당신은 당신의 뇌만이 아니다>라는 저자의 우려의 메세지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는 편이다.

'기자분의 책 소개가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전문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잡지 Epi는

단지 과학적 이론이나 사실만을 제시하거나, 특정 성향의 주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현시대의 이슈들을 전달해주어서 참 좋다.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확증편향에 빠져버린 대중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급류에 휘말린 이들이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붙잡아주는 뗏목같은 역할을 해주는 잡지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매우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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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
링 마 지음, 양미래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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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포스트아포칼립스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무척 읽고 싶었던 책이다. (나는 종말론자이자 포스트아포칼립스 애호가로 그런 상황을 대비해 꽤 많은 준비를 한 상태다)

선(shen) 열병의 확산으로 전세계는 마비가 된 상황.

뉴욕에 살던 주인공 캔디스는 다행히 열병에 걸리지 않았지만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던 중 다른 생존자 무리를 만나 합류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열병에 걸렸다고 모두 죽는 것은 아니고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상실된 상태로 일상적으로 했던 일들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상태가 된다. 책에서는 좀비가 아니라고 하지만 공격성과 인육을 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좀비와 흡사한 행동패턴을 보이며 생존자 무리가 이들을 쉽게 죽이고 물자를 빼앗는 것도 매우 흡사하다.

그리고 캔디스가 합류하게 된 (열병에 걸리지 않은)생존자 무리는 그 안에서 작은 사회처럼 권력관계가 형성되고 그룹이 나뉘며 협동과 투쟁이 진행된다.

이런 부분 또한 '워킹데드' 같은 좀비물과 흡사한데, 이런 류의 컨텐츠는 결국 후반으로 갈 수록 생존자들끼리의 투쟁이 메인 컨텐츠가 될 수 밖에 없다.





다만, 단절은 종말에 대한 소설이면서도 인간성이 상실되어 가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

인간이 소모품으로 쓰이며 단지 1이라는 숫자에 불과한 세계자본주의 사회하에서 사라져가는 인간다움, 윤리, 가족,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학교나 직장에 매여 매일 같은 루틴으로 살아가며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의지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은 '선 열병'에 걸리지 않았어도 이미 좀비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종말은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인식하기도 전에 시작된다.

단절은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총 2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포스트아포칼립스 상황에서의 캔디스와 생존자 무리들의 상황과, 과거로 돌아가 캔디스의 주변(주로 직장)인물들과 상황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이런 구성은 (생각없이 루틴대로 사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선 열병 이전과 이후의 인류의 상태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풍자적인 역할을 하는 한 편, 독자의 의식을 환기시켜 소설이 지루하지 않게끔 하는 역할도 한다.

이 책은 재미있는 점이 몇가지 있었는데 이 책이 처음 출간된 시기가 바로 2018년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전 세계 인류를 괴멸로 몰아간 원인인 선 열병은 현재의 '그 바이러스'와 매우 흡사하다.

발병 후 증상은 조금 다르지만, 전파 속도라든가 전파가 확산된 후의 상황이나 인류의 대응 방법은 꽤나 비슷해서 '그 바이러스'를 연상시킨다. 게다가 발원지가 중국인 것도!



하지만 이 책을 썼을 당시에는 그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 책은 영라이언스 픽션 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지만 언론의 평가는 직장 문화에 대한 풍자, 성장과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좀비 소설 정도로 평가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얘기하려면 저자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중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후 기자와 편집자로 일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에는 이민자들이 바라본 미국의 모습이 잘 녹아있고 자신을 투영한 것 같은 주인공을 통해 엄마와 딸(주인공), 그리고 자신(주인공)과 딸의 관계를 따듯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의 거의 모든 내용은 꿈도 희망도 없어보이는 세계에서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상황에서도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것은 이런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따듯한 인간의 마음이라고 작가는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책 표지는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잘 안갔었는데 책을 다 읽고 띠지를 벗겨 내고 보니 이해가 갔다.

모두 전체에 흡수되어 있는 듯한 똑같은 컬러의 창문이지만 단 하나의 문만 색깔이 달랐는데 아마 고립 속에서 자유를 찾으려 애썼던 주인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오랫동안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퇴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는 루팅한 삶을 살아왔었다. 지금은 그런 삶에 염증을 느끼고 나름의 자유를 찾아 살고 있지만, 안정적이고 많은 댓가가 주어진다면 자유를 희생하고 다시 그런 생활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 종종 고민을 해보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생각하게 된, '인간이 성장했다'는 가장 큰 증거는 삶을 남이 정해준대로 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것은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회안에서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모든 선택을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어야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물론 나도 다시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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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이 세계의 작은 경이
전탁수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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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해도 왜 표지를 왜 이렇게 달달하고 감성적으로 만들었지 싶었는데

읽어 보니 내용과 찰떡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현실에 바로 적용해볼 수도 있고 사고의 확장을 도와주는 감성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책이었어요. (은하의 한구석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다라고 바꿔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


이성적인 과학서와 감성적인 에세이의 경계에 있는 듯한 책의 내용도 그렇고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했던 전탁수 작가님의(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알 수 없지만)

이력 또한 묘하게 코스모폴리탄을 떠올리게 합니다.





읽다보니 작가님도 저 같은 INTJ가 아닐까 싶었는데  

과학을 좋아하고(특히 우주쪽) 한 번 꽂히면 한 분야를 딥하게 파면서도 감수성이 풍부한 것이 꼭 인티제가 쓴 것 같은 책입니다.

특별히 분류할 방법이 없어서 과학 에세이라고 불러야겠지만

제가 읽었던 과학서적들 중에 가장 이해하기 쉬우며 따듯하고 인문학 서적에 가까운 책이었어요. 




매장마다 처음에 나오는 '요시다 잇스이'의 시들, 

그리고 세밀한 펜 선의 느낌이 좋은 삽화들과 흑백 사진들은 오래된 서양 동화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설명을 위해 사용한 표들도 그래프보다는 그림같은 느낌의 도형을 주로 사용했더군요.

(그럼에도 낭비가 전혀 없는 배치는 과학서적 다웠던...)





책은 총 5부, 22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양자역학과 관련된 내용이 '에버렛 박사의 무한 분기 우주'에 쉽게 설명되어 있었구요.

물론 작은 책에 모든 이론을 담을 수 없는 만큼 중첩현상(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한 부분도 

대형마트 시식코너정도로 훑고 넘어갑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개념을 전달하고 양자역학에 관심을 갖게 하기엔 충분한 것 같아요.


양자역학이나 천체물리학 같은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고 사회물리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회 윤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좋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았던 이야기는 열세 번째 '다수결에 숨은 힘' 이었어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서 민주주의의 부작용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과학이론을 통해 깔끔하게 궁금증이 해소됐습니다. 

각 장이 10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서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머리아프게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과학서적에 입문해보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예술과 창작활동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세계관이 확장되고 좋은 소재를 떠올릴 수 있게 해줄 수 있어서 추천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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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월간 샘터 2021년 11월호 - '덕질'의 즐거움 월간 샘터 62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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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도 즐겁게 읽었던 월간 샘터(SAMTOH)

11월호의 제목을 보자마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덕질'이란 과연 무엇일까?

취미의 영역을 넘어, 그 이상 전문적인 무언가.

하지만 '전문직' 종사자의 일과 달리 압박과 스트레스보다는 쾌감과 힐링과 같은 기쁨을 주는 무언가.

라고 애매한 정의를 내리기엔 아쉬움과 지적 호기심이 컸다.

원래 덕후가 일본말인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하여 오덕후가 된 후 '오덕'과 '덕후'로 나뉘어져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덕의 경우 방구석 폐인 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덕후의 경우 전문성이 강조된 다소 긍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두 단어에 모두 들어가는 '덕'을 사용해 덕력, 덕질 등 여러가지 파생어들이 만들어졌다. (나는 왜 이런 것을 알고 있는 것이냐...)




그래서 책을 뒤적거려봤지만 정확히 '덕질'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 부분은 없었고

덕질을 하고 있는 사람(덕후), 덕질을 하면서 쌓인 내공이나 지식(덕력)에 대한 설명이라든가

좋은 쪽으로 발전한 덕후들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다.

(덕력이 나쁜 쪽으로 발전했다면 책에 실릴 수 없었겠죠)

* 덕후 :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 지식을 가진 사람.



나 같은 경우 최근 MBTI 덕질에 푹 빠져 있는데 INTJ의 특성상 MBTI를 무슨 과학공부 하듯이 연구하면서 주변인들을 대입해보고 그 사람들과 얼마나 맞고 틀리는지 데이터화(?) 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INTJ 관련 유튜브 영상 링크 보내준 사람... 책임지세요...)

* 참고로 저는 (구)ENFP (현)INTJ-A 입니다.



이번 월간 샘터 11월호에는 일반적인 취미의 영역으로 보면 다소 마이너해보이지만

덕질의 영역에서 보면 취미에 가까운 덕질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사실 이 책에 실려 있는 쓰레기 덕후 허지현님(뭔가 단어의 연결이 이상한데...지현님이 쓰레기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은 쓰레기를 활용해서 다시 쓸모를 만드는 리사이클링 뿐 아니라 다른 용도, 보다 나은 용도로 쓰일 수 있는 업사이클링을 생활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아주 좋은 분이셨다.

나도 부천문화재단에서 리사이클링 관련 대화모임을 주최한 적도 있었고, 얼마 전 제주에 갔을 때도 바닷가의 쓰레기들을 치우면서 수집한 '작은 것들'을 가지고 비치코밍아트를 만들기도 했기 때문에 쓰레기 덕후가 얼마나 사회에 필요하고 유용한 덕질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내가 월간 샘터11월호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덕후들이 추천하는 가을 아이템(가을이 빨리 가버려서 너무나 슬픈 1인입니다...) 과 덕질하기 좋은 장소들을 소개한 '덕후의 덕후에 의한 덕후를 위한 공간' 코너였다.

가을 아이템 소개 코너에는 의외로 실용적인 것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었으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빈티지 연필가게나 1950년대 빈티지 제품들로 꾸며진 디자인 하우스 등이 소개되어 있어서 너무 반갑고 기뻤다.(게다가 둘 다 서울이야!!)




마지막으로 가장 부러웠던 덕후는 만화가 한현동님이었는데, 20년 넘게 만화가로 살아가면서도 만화를 그리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고, 여전히 만화를 그릴때 가슴이 뛴다는 말이 정말 부러웠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정말 기쁘고 몰입하게 되지만, 만약 내 생계가 온전히 그림에만 달려 있다면 과연 나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지금처럼 즐길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항상 하고 있다.

오랫동안 프로만화가로 활동하면서도 여전히 즐겁게 자신의 덕질을 하고 있는 한현동 만화가님을 보게 되니 참 좋은 롤모델을 발견한 것 같았다.

사진에서처럼 사랑하는 아들이 자신의 작품을 좋아해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은 얼마나 클까...




이번 11월호에는 이렇게 덕질에 대한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고 뒷부분에는 푸릇한 차향기와 시골의 모습들도 볼 수 있고 애틋하고 따듯한 사연들도 많이 실려 있어서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살짝 아쉬웠던 것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무지툰이 없...)



월간 샘터 12월호는 '그래도 다시 한번!' 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던데 뭔가 다의적인 표현이라서 벌써부터 솔찮이 궁금증이 든다. (아직 안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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