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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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OF SCREEN, 1000 WISE SAYING

OF MASTERPIECE FILMS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이라는 한글 제목도 좋은데 영어로 쓰니까 더 있어 보인다.


표지 디자인이 왠지 영국이나 프랑스 고전 소설 같기도 하고 이름도 영어로 써 있어서 외국책인가 했는데 토종 한국인 인문학자 김태헌님이 쓰신 책이다. 인문학자라...항공기계공학자, 진화심리학자 등 갈수록 세분화되어 가는 다른 학문들에 비해 인문학은 하나로 퉁쳐버리는 건가, 굉장히 광범위한 학문일진데...(라는 쓸데없는 생각으로 서평을 시작해봅니다)

원래 이 책을 받아 보게 된 이유는... 만화에 써먹을만한 '있어보이는' 대사들을 찾을 때 사전처럼 써먹으면 편리하겠다... 라는 꽤나 이해타산적인 동기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그런 용도로도 매우 유용합디다)

두께도 사전처럼 상당히 두툼한 편이고요.

그리고 사용목적(?)에 따라 파트별로 구분도 잘되어 있어서

찾기도 편하고 좋다.

그렇게만 생각하다가 어떤 식으로 써있는 지 궁금해서 첫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단숨에 거의 마지막부분까지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을 보다보니까 그 동안 봤었던 영화들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죽을 때가 된건가...)

영화를 봤을 때의 감정이나 추억들이 되살아나더라고.

나는 심야식당의 이 대사를 참 좋아한다.


흐름이 안 좋을 땐 가만히 몸을 숨겨요. 삶의 형태만 유지하면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심야식당 뿐 아니라 명대사들을 추리고 추려낸 책이라 그런지, 인생을 관통하는 주옥같은 진리들이 한가득 담겨있다.

단지 명대사만 정리해놓은 것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고, 영화에 대한 작가(인문학자 김태헌님)의 짧은 리뷰가 같이 곁들여져 있어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배려를 한 모습이다.

명작이라고 불릴만한 영화들은 거의 포함되어 있고 대부분 내가 좋아했던 영화들이라서 반갑고 좋았다.

얼마 전에 다시 봤던 백만엔 걸 스즈코

제일 좋아하는 일본 배우 두 명, 아오이 유우와 모리야마 미라이가 출연하기도 했고 가난하고 힘들었던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영화를 보면서 뭉클했었는데

영화에서 좋았던 대사들을 다시 책으로 읽으니까, 또 느낌이 다르다.

마음 한 켠에 잘 갈무리된 파일들을 하나씩,

천천히 다시 꺼내보는 느낌...

지난 달에 극장에서 다시 봤던 러빙 빈센트도 있더라.

당시 아트가이드 분께서 고흐의 편지들을 나레이션처럼 직접 읽어주셔서 아직까지도 마음에 울림이 남아 있는데,

고흐가 쓴 편지들에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서 참 좋다.

이 책에도 영화에서 나온 고흐의 편지글들이 명대사로 실려 있는데, 외국 영화의 경우 외국어까지 함께 표기되어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번역자에 따라 번역이 천차만별인지라 원어를 참고하면 느낌이 더 정확히 전달되니까)

봐야지 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아직까지도 못 보고 있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해, 여름 손님 이라는 소설이 원작이었다는 건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그럼 원작도 역시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이려나...)

영화를 안 본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줄거리와 대충의 분위기가 파악되게끔 설명이 나와 있어서 대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에 있는 명대사들을 읽다가 그 중에 안본 영화가 있으면 엄청 보고 싶어진다.

Call me by your name and i'll call you by mine

by 군대 망치

내가 말하면 겁나 오글거릴 것 같은 대산데, 아미 해머가 말하면 존멋이겠지...ㅋ

ㅋㅋ

ㅋㅋㅋ

그리고 영화를 대충 봤다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나간 부분에 있던 대사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기도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 영화에 이렇게 좋은 대사가 있었나?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됐다.(외국영화 대사는 잘 기억에 안남는다...)

단순히 영화 명대사를 짜집기 해놓은 책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의미들과 명대사들을 통해 영화에서 어떤 식으로 인간과 삶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책이다.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이라는 설명이 정확하네...)

아 그리고 중간 챕터 사이에 심플한 라인 드로잉이 삽화처럼 들어가 있는데 이 부분이 있어서 책이 심심하지 않고 더욱 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이 부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몇 장 없다는 게 좀 아쉬웠다.

(특히 '쉐이프 오브 워터' 그림이 참 좋더라고...)

영화에 나온 명대사들이기 옛날 성인들이나 고전에 나오는 문장들보다 더 마음에 와닿고 내 상황에 적용해보기도 쉽다. 그래서 손 닿는 가까운 곳에 두고 마음이 아플때, 힘들때, 사랑에 빠졌을 때 등등 다양한 상황에 틈틈히 찾아보면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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