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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삽니다
장양숙 지음 / 파지트 / 2022년 3월
평점 :
최근에 무장애 예술활동 사례 공유 및 지역 내 실천 방안 논의라는 주제로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때를 계기로 장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었는데 한 번 더 생각을 업그레이드해 준 책이 바로 마음을 삽니다 라는 책이다.
저자인 장양숙님은 어릴 때 외삼촌을 배웅하러 나갔다가 사고를 당해서 다리 한 쪽을 잃었는데 다리를 잃은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 외삼촌마저 자살하여 굉장히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저자는 1963년 생인데 당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지금보다 훨씬 차별과 냉대가 심했고 사회 인프라나 지원정책 또한 보잘 것 없었기 때문에 많은 고초를 겪으며 성장했다.
이 책의 초반부에는 그런 고통스런 성장과정이 그대로 담겨 있으며 화려하고 멋진 문장들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고 순수한 저자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글이라 읽으면서 계속 마음이 뭉클해졌다.
어린 시절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도둑으로 몰려 누명까지 썼으니 어린 나이에 마음의 상처가 오죽 컸을까 싶다.
게다가 저자가 성장했던 1960~80년대에는 여성인권도 지금과 달리 형편없었기 때문에 이중고를 겪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그렇게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고 저자는 마찬가지로 다리가 불편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게 된다. 처음에는 시어머니가 모아놓은 재산이 어느 정도 있었고 덕분에 남편이 사업을 해서 나름 괜찮은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시절이 저자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닐까 싶다.
좋았던 시절도 잠깐, 이 후 남편이 새로 시작한 사업이 망하면서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한 쪽 다리가 없는 저자가 보따리 행상과 영업 사원으로 일을 하게 되는데 다리도 불편한 여자의 몸으로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열심히 살아온 저자의 삶이 참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후 저자의 엄청난 노력과 의지로 영업쪽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팀장을 거쳐 지부장까지 승진하는 대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사회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들을 읽을 때는 마음 속으로 응원을 하기도 하고 저자가 들려주는 인생의 교훈들을 곱씹으며 나의 사회생활에 대입해 볼 수도 있었다.
게다가 거기서 멈춘 것이 아니라 이 후에는 대학원을 다니고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 까지 활동하며 몸이 온전한 이들도 하기 힘든 커리어를 쌓은 저자. 이렇게 책을 낸 것도 대단하고 장애인 복지 학교를 세우겠다는 꿈을 가지고 적지 않은 나이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장애, 성별, 나이, 경제적 상황 모든 조건을 따져봐도 나보다 좋은 것이 없는 분인데 넘어져도 계속 일어서며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을 생각하니 힘들어했던 내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됐다.
대단한 성공을 이룬 사업가들이 쓴 화려한 자기계발서나 성공스토리에 비하면 이 책은 그냥 별 것 아닌 작은 성공, 평범하지도 못한 어느 장애인 여성의 살아온 이야기에 불과하겠지만 오히려 그만큼 불리한 출발선에서 출발해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남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그 과정에서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저자가 가족들에게 쓴 편지들을 읽을 때는 저자가 살아온 그간의 힘든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녀의 삶을 지탱해준 가족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도 함께 느껴져셔 눈시울이 붉어졌다.
과연 내가 이런 상황이 된다면 그녀처럼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