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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밤이 왜 이리 무덥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불면의 눈으로 바라봐서 그런가, 베란다 창문 밖 덩그맣게 뜬 달이
참으로 고독해 보입니다.
불면은 불면이고 허기는 또 허기인지라
라면을 끓여먹다가 손가락을 데었습니다.
따끔한 통증이 오늘은 그냥 넘기리라 생각했던
신간 추천 페이퍼를 다시금 잡게 하는군요.
때로는 이상한 인과관계로 일상은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무튼 11기의 첫 신간추천페이퍼를 쓰게 되었습니다.
얼른 신간을 검색해보니 4월달은 발간수가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그래도 반가운 작품들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돈 윈슬로의 '개의 힘'이 그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작품입니다.
2005년에 나온 이 작품은 돈 윈슬로가 완성하는데 취재와 집필까지 해서 모두 6년이나 걸렸습니다. 그 긴 시간이 투자된 만큼 재미도 재미이지만 지금도 잔혹함으로 종종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곤 하는 맥시코의 마약시장을 이 소설만큼 제대로 형상화낸 작품은 없다고 평가받을 만큼 압도적인 현실감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르미날'의 에밀졸라나 '레미제라블'의 빅토르 위고 처럼 때로는 소설이 그 어떤 역사서 보다도 당대의 사회를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곤 하는데 바로 이 '개의 힘'이 바로 그와 같은 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사회 고발 스릴러의 대표작으로 기꺼이 일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음에 들어온 것은 발라드의 '물에 잠긴 세계'입니다.
개인적으로 출간이 무척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영화 '크래시'의 원작자로 그리고 어린 시절 일본 포로수용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져 결국 스필버그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던 '태양의 제국' 원작자로 유명한 J. G 발라드의 소설이었으니까요. 원래 그는 SF 작가였습니다. '물에 잠긴 세계'는 1962년에 나온 그의 두번째 작품입니다. 당시에는 아직 지구 온난화에 대한 개념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발라드는 특유의 상상력으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 빙하가 녹게됨으로써 지상의 도시들이 서서히 잠겨 버리는 세계의 종말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후 이 월드 연작으로 64년에 BURNING WORLD를 66년에 CRYSTAL WORLD를 2년 간격으로 꾸준히 발표하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후에 이 세 작품을 묶어 지구 종말 3부작이라 부르고 많은 이들이 발라드의 대표작으로 꼽았습니다. 때문에 발라드를 좋아하는 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었는데 이 중 우리나라에는 유명한 그리폰북스로 '크리스탈 월드'가 한 차례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3부만 출간되어 그 시작을 볼 수 없어 더욱 애태우게 만들뿐이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출간되었네요. 앞으로 3부작의 남은 작품들도 모두 출간되길 기원해 봅니다.
J.G 발라드는 2009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죠.
뒤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조이스 캐롤 오츠는 초기의 대표작 '그들' 때 부터 실제 인물을 모델로 소설을 써왔습니다. 그렇게 오츠는 현실이 어떻게 문학으로 걸려지는가 혹은 과연 문학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가를 작품을 통해 탐구해왔었죠. 얼마전에 나온 마를린 몬로를 모델로 한 '블론드'도 이러한 오츠의 작가의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츠는 그것을 통해 오히려 문학의 한계를 발견하고('그들'은 단적으로 현실 앞에서 문학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그 한계를 인정하는 가운데 그대로 문학이 할 수 있는 영역을 타진하며 나아가는 작가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 '좀비' 역시도 그러한 오츠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역시나 실제 연쇄살인마 제프리 다머를 모델로 쓰여졌으며 그 사실이 의미하는 것 전부를 문학적으로 다양한 방면으로 살펴보는 작품입니다. 어둠을 그려내는데 더 탁월한 빛을 발하는 오츠의 매력이 유감없이 드러난 작품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가장 출간이 반가운 작품이로군요.
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시대 3부작을 이루지만 유일하게 출간되지 않았던 '끌림'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정말 얼마만에 '벨벳 애무하기', '핑거스미스'와 더불어 빅토리아 시대 3부작이 완성을 보게 되는 지 모르겠네요. 하필이면 딱 중간이 빠져있던지라 더욱 애태웠었는데 이제야 그 목마름을 해갈하게 되나 봅니다.
마지막은 존 어빙의 2009년도 작품인 '트위스티드리버에서의 마지막 밤' 입니다.
어빙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는 것이겠죠. 또한 그는 무엇보다도 '작가로서의 자신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늘 염두에 두고 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작가로서의 자의식은 데뷔작 '가프가 본 세상'에서 이미 투영되고 있는데 그 때문에 그의 작품에선 성장이 종종 주된 테마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사이더하우스'가 그 대표적인 경우겠죠. 이 '트위스트리버에서의 마지막 밤' 역시도 '사이더 하우스'와 비슷합니다. 자신의 작가로서의 자의식이 반영된 '성장'을 다루고 있으며 '사이드 하우스' 처럼 그 성장을 '부자관계'를 통해 다루고 있으니까요. 사실 알고보면 어빙이야 말로 작가는 무엇보다도 얼레에 매인 연 같은 존재임을 말해주는 작가가 아닌가 싶어요. 방식은 매번 다르지만 한결같이 천착하는 그 주제가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표현되어질 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