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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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이디 맥베스]의 원작이다. 영화는 플로렌스 퓨 때문에 봤는데... 보기 전에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안방마님 버전으로 재해석한 영화인줄 알았다. 봐도 셰익스피어랑 뭔 상관인지 잘 몰랐지만, 왜 플로렌스 퓨가 이 영화로 확 떴는지는 쉽게 알수 있었다. 당돌하고 싸늘하면서도 맹목적인 사랑에 빠진 젊은 귀부인좀 많이 싸이코패스 같은 느낌이지만 사랑에는 열정적인, 그리고 사람 죽이는데 남녀노소 안가리는 저열한 면모까지... 이 영화의 플로렌스 퓨 연기에 꼿혀서 박찬욱은 [리틀 드러머 걸]에서 그녀와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


암튼 원작은 놀랍게도 러시아산인데러시아 문학은 다 두껍지 않나...? 근데 이 책은 가볍다. 장편소설이 아니라 가볍다는 것도, 영화 [레이디 맥베스]의 원작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쌈닭]이라는 두 편의 중편을 묶은 작품집이라는 것도… 100페이지 남짓의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을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장편이 아니라 아쉽지만, 진행이 빠르고 통속소설 같은 면이 있어서 - 특히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힌다. 다만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쌈닭]은 문체도 서사도 판이하게 달라서, 강렬한 여주인공, 빠르고 극적인 전개, 쌉사름한 결말 등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에 비해 [쌈닭]은 다소 곁가지 같은 느낌이 든다는 점은 아쉽다.


[레이디 맥베스]를 봤더라도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은 읽어볼만 하다. 특히 영화에서는 원작의 결말부가 똥째로 잘렸다(!!). 전체 스토리와 주제의식으로 보면 오히려 영화의 결말 이후가 진짜 이야기의 시작으로 볼 수 있고, 여주인공의 수난, 배신의 줄줄이사탕도 꿀잼이니 한가하면 읽어보자. ([쌈닭]은 제껴도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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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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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놀이터를 관리하며 아이들에게 체육을 가르치는 켄터 선생은 육체적으로 강인하고 책임감이 강해서 아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고 학부모들에게는 믿음을 주는 존재이다. 폴리오(소아마비)의 공포가 지배하는 한여름에도 놀이터에서 운동을 하고 뛰어놀 수 있게 아이들을 지도하던 켄터 선생은 놀이터에서 운동을 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폴리오에 감염돼 입원을 하고, 자신이 가장 아끼던 아이 앨런마저 폴리오에 걸려 목숨을 잃자 두려움과 혼란스러운 마음에 폴리오의 유행이 끝날 때까지 놀이터를 폐쇄해야하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급기야 폴리오에 걸린 한 아이의 부모에게서 자신의 아이가 폴리오에 걸린 건 놀이터를 폐쇄하지 않은 켄터 선생 때문이라는 비난을 듣자 켄터 선생의 죄책감은 더 커지고, 폴리오의 위험에서 벗어나 여름 캠프에서 함께 일하자는 약혼녀 마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만다. 놀이터를 등지고 폴리오의 공포에서 벗어난 켄터 선생은 캠프에서 새로운 아이들 그리고 사랑하는 약혼녀와 함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그럴 수록 자신이 놀이터의 아이들을 배신하고 폴리오로부터 도망쳤다는 죄책감과 수치심도 커져간다.


역시 필립 로스는 끝까지 읽어야 진가를 알 수 있다. 폴리오에 대한 공포와 책임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켄터 선생의 윤리적 고뇌와 갈등이 전반부라면, 컴플렉스 덩어리(엄마는 출산 중에 죽었고 아빠는 좀도둑에다 자신을 버렸다. 2차 대전 중이지만 작은 키와 시력문제로 염원하던 군대에 가지 못했고, 대학은 나왔지만 변변찮은 학교 놀이터 감독으로 아이들을 봐주는 일을 한다 등…) 켄터 선생이 아이들의 폴리오 감염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여기고 스스로를 벌하며 고립되어가는 후반부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어디서 들었더라…?)라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전반부는 솔직히 심심했으나, 후반부 몰아치는 감정적 파도와 쓸쓸함, 여운은 역시 거장의 작품이구나 싶다. 필립 로스의 작품을 아직 몇 권 읽지 못했지만, [네메시스]는 현재까지 읽은 작품들 ([에브리맨]. [울분], [포트노이의 변명], 그리고 [네메시스].) 중에서 가장 재밌었고 주제도 선명했던 작품이다. [네메시스]가 필립 로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지, 세간의 평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지고 분량도 짧으니 입문용으로 적절하다 생각한다.


자네는 양심이 있는 사람이고 양심은 귀한 것이지만, 그것이 자네가 자네의 책임 영역을 넘어선 것에까지 책이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시작한다면 그건 귀한 게 이니게 되네. – P109


두려움이 덜할수록 좋아. 두려움은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어. 두려움은 우리를 타락시켜. 두려움을 줄이는 것, 그게 자네의 일이고 내 일이야. – P110


그러니까 그가 뉴어크에 며칠 더 있었더라면 그만둘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만두지 않아도 의무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어디든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대로만 있었으면 오개라한테 전화를 해서 그때 들었던 이야기를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대로만 있었으면 아이들을 두고 떠나와 그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을 평생 되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 P196


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거기 있는 게 중요한 거야! 지금도 거기 있어야 돼, 마샤! 그런데 나는 산꼭대기에 올라와 호수 가운데 있어!” – P199


사람의 운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누구의 인생이든 우연이며, 수태부터 시작하여 우연예기치 않은 것의 압제이 전부다. 나는 켄터 선생님이 자신이 하느님이라 부르던 존재를 비난했을 때 그가 정말로 비난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 P243


너는 기형이 된 게 네 몸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기형이 된 건 네 마음이야!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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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 보르코시건 : 전장의 형제들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8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배지훈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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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지구 등장! 하지만 지구는 그냥 지구(?)일 뿐, 바라야나 세타간다, 아토스 같은 독특한 문화나 인종, 지배 구조에 대한 묘사가 없다. 그저 유구한 역사에 기반한 다양한 문화와 과학이 발달한 흔한 미래 도시 중 하나로 그려져서 보로코시건 시리즈의 무대로는 평범하다 못해 진부한 느낌이다.


지구라는 배경과 마일즈의 복제인간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비하자면 전체적으로 고만고만, 무난무난.


사족 1 - 설마 도망친 복제인간은 이렇게 시리즈에서 리타이어 되는건 아니겠지?


사족 2 - 마일즈와 엘리 퀸이 이렇게 엮이는 군. 물론 엘리 퀸이 매력적인 캐릭터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벨 소온이나 타우라랑 맺어지는게 더 흥미로울 것 같아서 기대했는데그러고 보니 [미궁]에서 만난 타우라는 아예 언급조차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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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계승자 별의 계승자 1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 / 아작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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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물의 길 Avatar: The Way Of Water]를 봤습니다. 평가가 안 좋아서 걱정했던 거 보다는 괜찮았습니다. 근데 이상하게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의 자손들 일부는 외형은 완벽한 스머프 컬러 나비족인데 손가락만 5개인 돌연변이로 나오네요. 제이크의 유전자가 강한 자식은 손가락이 5, 네이티리의 유전자가 강한 자식은 손가락 4개 이런 설정인거 같은데... 비록 제이크가 인간이었다가 나비족으로 환생(정신이동)한 거긴 하지만 인간과 나비족 사이의 혼혈이 아니라 엄연히 나비족들 간의 자손인데도, 몇몇은 손가락이 5개라는 설정이 좀 거슬립니다.


혹시 나비족들의 손가락도 원래 5개 였는데 진화하면서 4번째 손가락과 5번째 손가락이 붙어서 하나가 되버린 건 아닐까요? 인간의 꼬리는 퇴화했지만 나비족의 꼬리는 그대로 있듯이손가락도 판도라 환경에 따라 원래 5개에서 4개로 진화한거죠. 생존에는 5개 손가락이 유리할텐데 왜 4개가 돼버렸는지는 의문이지만... 판도라에서는 그게 생존에 유리했을 수도 있겠죠. 생각해보니 스타크래프트의 프로토스도 손가락이 3~4개 뿐이었던거 같습니다.


다섯 손가락 돌여변이 딸래미 키리가 에이를 느낄 수 있고 다른 나비족을 능가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됩니다. 돌연변이 자체가 확률이 적지만, 발현되도 일반적으로 나쁜쪽으로 발현이 되지 좋은 쪽으로 발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그래서 엑스맨 시리즈의 돌연변이들은 사실 돌연변이가 아니라 초능력자에 가깝잖아요. 스파이더맨이 거미에 물려 돌연변이가 됐는데 하필 거미의 장점만 취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래서 돌연변이 다섯 손가락 딸래미가 오리지널 나비족보다 정신적, 영적으로 훨씬 뛰어나다는 설정 역시 좀 무리수 같습니다만이런 의문들은 이 후 시리즈에서 떡밥이 하나씩 풀리겠지요.


혹시 인간과 나비족은 같은 조상... 같은 행성에서 갈라진 하나의 인류였던 건 아닐까요? 그러면 손가락 개수의 차이도, 키리가 보통 나비족들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지는 것도 조금은 설명이 되죠. 판도라는 중력도, 공기질도 지구와 다른데... 나비족들의 외형이 인간형인건 물론 말로 의사소통하고 번식도 포유류처럼 하고... 물론 머리끄댕이로 다른 생명체와 싱크로나이즈 한다는 유니크함이 있지만그 외에는 아무리 인간형 외계인이라고 해도 너무 비슷하죠. 혹시 먼 옜날수 천만, 수 억 년 전에 인간과 나비족은 같은 행성에서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그 행성에서 전쟁이 발생했거나... 아니면 소행성 충돌같은 사건으로 행성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결정하고 지구와 판도라에 우주선을 보내 정착하게 한 거죠. 그래서 같은 조상이지만 지구에서는 인간으로 진화하고, 판도라에서는 나비족으로 진화를 하게 되고... 이주할 때 인류의 배아 뿐 아니라 원시 동식물 표본도 함께 노아의 방주 우주선에 실어서 새로운 행성에서 인류와 함께 퍼지게 한 거라면, 지구의 동식물과 판도라의 동식물 체계가 유사한 것도 이해가 갑니다. 그렇지 않고서 판도라에 지구의 말과 독수리, 악어, 고래와 흡사한 생물들이 산다는건 선뜻 말이 안 되잖아요. 인간이 외계인에 싱크로나이즈 돼서 조종을 한다는 아바타 설정도... 두 종족이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됩니다.


인간족=나비족=같은 조상이라는 설정은 아마 아바타 9~10편쯤 가면 등장하지 않을까.... ㅋㅋㅋㅋ 그래서 인간과 나비족 사이의 전쟁을 멸망한 줄 알았던 선조들이 판도라에 나타나 중재를 한다거나... 아니면 멸명 전에 이주한 선조들이 지구와 판도라 외 더 많은 행성에 노아의 방주 우주선을 보내 수많은 문명을 일으켰고, 그 여러 행성의 인류들이 판도라에 모여 인간과 나비족과 조우를 하고 우주 대통합을 이룬다거나.... ㅎㅎ 근데 카메론이 아바타를 6편까지 만든다고 했나요? 7편까지 한다고 했나요? 우주 대통합 보려면 10편까지는 나와야 하는데... ㅎ 감독도 제임스 카메론에서 리들리 스콧으로 교체해야 할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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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것이 온다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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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 뭔가 사악한 것이 이리로 온다... 번역본 제목으로는 너무 길어서 긍가 그냥사악한 것이 온다로 해놨네요. 제목이 짧아지니 원제목의 아우리가 좀 죽은 느낌?


“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는 원래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인가...?에 나오는 대사라고 합니다. 브래드버리가 셰익스피어의 요 대사를 제목으로하는 판타지/공포 소설을 썼고, 미국 등지에서는 인기가 많아서 영화도 나오고...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들었어요. 물론 남조선 일개 시민으로서 알바 아니고그저 브래드버리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라 관심을 갖고는 있었는데, 작년에 출간이 됐습니다.


But, 본 작은 오랜 기대에 비하자면 꽤 볼품이 없었던 작품입니다. 물론 브래드버리의 작품을 읽으면서 기똥찬 컨셉이나 짜임새 있는 구성을 기대했던건 아닙니다만, 기대보다 훨씬 심플하고 단촐한 작품이어서 솔직히 꽤 실망했네요. 비슷한 컨셉으로 스티븐 킹의 [그것 It]이 떠오르는데, [그것]에 비하면 독자 연령대가 훨씬 낮은 작품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영어덜트 소설, 청소년 판타지 정도로 볼 수 있겠는데, 다시 말하면 중년의 감수성으로 공포를 느끼고 몰입하게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도 되겠습니다.


망작은 아닙니다. 걸작이라 부르기도 함들겠지만, 브래드버리 작품의 특징인 노스텔지아와 동화적인 감수성, 클래식한 느낌은 여전하니, 브래드버리를 좋아한다면 읽어볼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단 공포는 기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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