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회자정리라고 하더니 결국 10기도 마지막 신간 추천 시간이 도래하고야 말았습니다.
요번엔 이사도 있고 해서 몇 작품은 채 소화도 못 한 채 서둘러 리뷰를 해야 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 아쉬움도 곧 추억이 되겠군요.
10기 여러분 다들 수고 많으셨구요.
여러분들이 추천한 신간과 리뷰를 보면서 느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 신간 추천 제가 선택한 작품들입니다.
파스칼 키냐르는 제가 가장 닮고 싶은 문장을 쓰는 작가입니다. 카나르의 문장들은 마치 라이프니츠의 모나드 같습니다. 그 짧은 문장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유의 되먹임을 거친 끝에 나왔는지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응축. 그 절대 영도의 문장들을 정말 배우고 싶은데 천성이 수다꾼인지라 여간해선 잘 안되는군요.
이번에 나온 빌라 아말리아는 장편소설 입니다. 명성은 2008년에 영화도 나왔고 해서 익히 듣고 있었는데 키냐르의 작품 치고는 좀 시간이 걸려 이제야 나오게 되었네요. 소설의 내용은 제가 '옛날에 관하여'에서 읽었는지 '심연들'에서 읽었는지 지금은 얼른 모호합니다만 아무튼 분명 그 둘 중 하나에 나왔던 김포공항에서 키냐르 자신이 한 외교관 아내에게 느꼈던 사랑의 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 식당에서 마주앉아 키냐르는 그녀의 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다리를 보며 솔직한 욕망에 따라 무모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냐 아니면 이대로 포기하고 비겁한 일상을 지속할 것이냐 고민합니다. 그 변화에 대한 갈급함과 그 못지 않은 현실의 중력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 저는 빌라 아말리아가 그것을 장편으로 버전 업 한것으로만 느껴지는군요. 아무튼 키냐르 입니다. 이외에 다른 말이 뭐가 필요할까요? ...
SF의 팬으로서 문학수첩은 지금 가장 응원하고 싶은 출판사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발라드의 하이라이즈, 저번 신간서평단 선정작이었던 로보포칼립스 그리고 이렇게 폴 앤더슨의 브레인 웨이브 까지 꾸준하게 SF를 발간하여 목마름을 해갈시켜 주고 있으니까요.
걸작 시간여행 시리즈인 '타임패트롤'로 유명한 폴 앤더슨은 시간 여행외에도 압도적일만큼 어마어마한 시간을 우주여행하는 자들의 존재론적 불안과 진화를 다룬 '타우제로' 같은 작품도 썼는데요 이 '브레인 웨이브' 또한 다른 식의 테마를 추구한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갑자기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의 지능이 수직 상승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을 다룬 작품입니다. 다니엘 키스의 소설 '앨저넌에게 꽃을'에도 나오는 것입니다만 우리는 흔히 지능이 갑자기 확 올라가면 그 존재의 생활마저도 얼마든지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IQ에 대한 집착도 아마 그 믿음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만 과연 그렇게 지능의 진화가 삶에다 순기능만 가져오는 것일까요? 행여 역기능도 분명 가져다 주지 않을까요? '브레인 웨이브'는 그렇게 지능의 갑작스런 증가가 가져올 다면적인 변화를 흥미롭게 풀어간 작품입니다.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들이 열린책들에서 나란히 출간된다고 들었을 때 저는 저도 모르게 열린책들의 '서드 임펙트'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도 '메그레'와 '하자르 사전'의 재발간으로 놀래키더니 올해는 또 이렇게 찰스 부코스키로 놀래키는 군요. 사실 가장 반가운 출간소식이기도 합니다. '팩토텀' 밖에는 볼 수 없었기에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그것도 두 작품이나 연이어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군요. 그저 닥치고 추천입니다.
미미 여사가 가장 존경한다는 일본의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마츠모토 세이초. 그의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나온다는 사실은 세이초의 작품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가슴 뛰는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미미 여사가 화차에서 그려낸 혼고의 연민과 고뇌의 시선이 바로 세이초의 시선이 아닐까 하는데요, 아무튼 '모래그릇'이나 '점과 선'을 읽어보면 그 시선으로 그려내는 당시 일본 사회의 그늘이 지금 우리가 가진 그늘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도 바로 그 이유로 이렇게 세이초의 작품들이 오늘날 부활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역사비평사의 임프린트 모비딕과 북스피어가 함께 힘을 합쳐 의욕적으로 펴내는 시리즈입니다. 국내출판계에서는 획기적인 시도이기도 하니 부디 잘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