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자, 드디어 2012년의 첫 신간 추천의 시간이 다가왔군요.
이 첫 시작을 함께 할 작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계속 모으고 있는 대산세계문학총서...
저번달엔 카늑의 '이스탄불을 듣는다'로 절 놀래키더니
이번에는 정말 놀랍게도 맬컴 라우리의 초 걸작
'화산 아래서'가 나왔습니다.
커헉!
신간 검색을 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제게서 바로
터져 나온 비명입니다. 세상에 이 책이 나올 줄이야...
오매불망 기다렸던 작품 중의 하나를 드디어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요.
새해 첫 신간 추천의 그 가장 처음 시작에
마땅히 자리잡을만 합니다.
맬컴 라우리는 이 작품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별 볼일 없는 작가였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져 있었다.'라는 바이런 처럼 맬컴 라우리 역시도 이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단번에 얻게되었습니다. 멕시코에 있는 영국 영사이자 알코올 중독자인 주인공 제프리 피먼의 마지막 날, 단 하루만(하필 그 날을 '죽은자들의 날'로 설정함으로써 그 비극성을 더 강조하고 있죠.)을 소설은 그리고 있는데, 특히나 전쟁 중에 씌여졌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문체와 환상과 현실의 오가는 초현실주의적 분위기가 주목을 끄는 작품입니다. 거대한 문명의 파국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고 마는 개인을 담아내는 이 작품은 그래서 전쟁 중에 겪었던 작가의 고통 그리고 전쟁을 바라보는 작가의 자의식이 그대로 투영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자전적입니다. 라우리 자신 또한 이 작품은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 해당한다고 말한 바 있죠.
여기에서 보듯 그는 애초에 이 작품을 신곡 처럼 3부작중 1부로 구상했었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그만 사망하는 바람에 뒷 편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말하자면 이 소설은 라우리의 백조의 노래 입니다. 백조는 죽을 때 단 한 번 우는데 그 노래소리가 더없이 아름답다고 하죠. 정말 그대로입니다. 더구나 이제는 말도 안되는 재판으로 양심수라는 지위까지 가지게 된 정봉주님이나 SNS 사용자들에 대한 검찰의 무자비한 고소 남발에서 보듯이 거대 시스템 아래에서 억압받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개인들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이러한 피먼의 거대 문명에 맞선 개인의 (비록 초현실주의적이지만) 투쟁은 분명 동시대성 또한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긴 겨울밤을 숙독의 뿌듯함으로 채워줄 이 소설을 정말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이 소설은 1984년 존 휴스턴에 의해 영화화 된 바도 있습니다. 영화도 원작의 주제를 잘 살린 훌륭한 작품인데 우리나라에도 비디오로는 들어왔지만 DVD로는 발매되지 않았습니다. 오른쪽 표지는
크라이테리온 컬렉션으로 나온 DVD의 표지입니다. (영화를 혹시 보실 분들에게는 가장 추천드리는 판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놀라움은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더군요.
또 하나의 놀라운 책의 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스터리의 진정한 대명사, 엘러리 퀸이 돌아온 것이죠.
그것도 빈티지 스타일에 제대로 된 번역으로 말이죠.
이제 더이상 그 옛날 시그마 북스를 찾으러 다닐 필요는 없어진 것 같습니다. 저는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를 읽어보지 못해서 일단 거기부터 시작했는데 다시 읽어보는 엘러리 퀸 정말 좋더군요. 벌써 세 권까지 나왔습니다. 발간에 정말 속도를 내고 있는 듯 해요. 이 상태로라면 개인적으로 퀸의 최고 걸작으로 꼽는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도 금방 나올 수 있을 것 같군요. 아무튼 아직 퀸을 접해보지 못한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해드립니다. 무엇보다 퀸의 시작은 그의 '국명 시리즈로 부터'라는 말도 있으니, 읽어보시면 왜 퀸, 퀸 하는가 이해할 수 있으실 듯 해요.
거기에 제가 또 좋아하는 작가인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과 '산마처럼 비웃는 것'의 미쓰다 신조의 정말 읽어보고 싶었던 '도조 겐야' 이전의 데뷔작 역시 나왔습니다. 저는 몰랐는데 미쓰다 신조도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학생 아리스 시리즈와 작가 아리스 시리즈가 있듯이 '도조 겐야' 시리즈와 '작가' 시리즈가 있는 모양입니다.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은 바로 그 작가 시리즈의 첫 작품이고 그의 가장 처음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그는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작가 아리스 시리즈에서 실명으로 등장했듯 그 역시 여기에서 미쓰다 신조로 등장하며 그것도 도조 겐야를 집필중인 모습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이런 소개글을 보니 도조 겐야 시리즈의 매력에 푹 빠진 저로서는 정말 읽고 싶지 않을 수가 없는데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으니 정말 걱정이로군요. 아무튼 조만간 꼭 벗해볼 생각입니다. 아예 신간평가단 작품으로 선정되면 더 좋겠구요.
발간만 되면 늘 추천하는 해리 보슈 시리즈. 이번에 그 일곱번째 작품이 나왔습니다. 특히나 이 작품이 주목을 끄는 것은 여기엔 해리 보슈만 나오는 것이 아니고 왜 예전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블러드 워크'란 영화에서 연기하기도 했었던 테리 매케일럽도 나오고 또 '시인'의 주인공 잭 매커보이까지 다 나온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마이클 코넬리의 올스타전 같은 작품이라 하겠네요. 좋아하는 캐릭터를 한 작품에서 모두 만난다는 것은 팬으로썬 지극히 반가운 일이죠. 이들이 어떤 앙상블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마이클 코넬리의 책은 한 번도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적이 없으니... 결국은 또 시간이 허락할 때 벗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늘 레이먼드 챈들러와 로스 맥도널드 사이에서 부유하는 저로서는 하드보일드 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팬인데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 같습니다. 연구서인데 어째서 소설 파트에 들어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검색이 되길래 과감하게 추천 신간으로 꼽아 보았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 로버트 크레이스의 '데몰리션 엔젤' 리뷰할때 미국의 하드보일드 역사를 얘기할 때 그 중심에 '가족'이 있고 그것이 어떻게 각 대표작가마다 다르게 나타나는가 썼습니다만 그에 대해 아주 전문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을 이제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하드보일드에 대한 제 개인적인 느낌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정리해보는 것도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군요.
그리고 또 한명의 새로운 하드보일드 탐정을 만납니다.
스스키노 탐정이라고 처음 들어보는데 벌써 12편이나 되는
작품이 나왔다고 하는군요. '탐정은 바에 있다'는 그 중
두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배경이 삿포로인데다
그것도 함박눈이 펄펄 내리고 있는 밤의 '바'라니...
분위기만으로도 정말 매혹적입니다.
뜨근한 전골 국물에 정종을 기울여 가며
호젓하게 벗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