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사고를 쳤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텐 큰 타격이다.
얼마 전 중고책 사이트에서 <식객> 스물일곱권을 9만2천원에 사버린 것.

몇 년 전 알라딘의 어느 분이 내게 <식객> 중 한권을 선물한 적이 있다.
그때 그 책을 읽고 “매우 위험한 책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잘못하다간 이 책에 중독되서 신간이 나오기만을 바라보며 살겠구나 싶었다.
그땐 다행히 그 유혹을 떨쳐냈지만,
이제 내 눈앞에 그 책들이 쌓여 있으니 대체 어쩌란 말인가?
빽빽해진 스케줄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 내내 수업준비만 해야 하고,
그러느라 마음 편히 자본 적이 없는 이때, 어쩌자고 그 책을 사버린 걸까?
사정이 사정인지라 책을 외면한 채 2주를 버텼지만,
중간고사 기간이라 조금 여유가 생긴 오늘, 1권을 순식간에 읽어버렸고,
지금은 2권에 빠져 있다.
주말은 점점 가고 있지만, <식객>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늘 내가 고마워하는 아내가 조금은 원망스럽다.
오늘은 딱 3권까지만 읽자.
그래, 그 정도면 그리 나쁜 것도 아니야.

* 지난번 tvN에 나온 적이 있다.
시청률이 낮은 케이블 프로여서 별 생각 없이 녹화를 했는데,
의외로 본 사람이 많았단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수술방에서 봤다”는 선생님도 계셔서 좀 당황스러웠다.
케이블이라 재방을 여러 번 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앞으로는 조용히 살자,고 생각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또 나가게 됐다.
엊그제 녹화를 했고, 그게 이번 일요일 밤 12시에 나온다.
김태훈, 탁현민, 호란 등 말빨 좋은 패널들에게 눌려 거의 말은 못했지만,
내 머리 스타일은 참 마음에 든다.
그러니 일요일 밤임에도 굳이 그 방송을 보시겠다면
내 입담보단 머리 스타일에 집중을 해주시면 좋겠다.
내가 미리 자백을 하는 것은
방송 나가고 난 뒤 “뭐야, 너! 한 마디도 못했잖아!”라는 비난을 받을까봐 두려워서다.
변명 한마디.
전에도 말했지만 그 방송은-랭크쇼 열광-정글 그 자체다.
대개의 토크 프로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이가 말을 하지만,
그 프로의 출연자들은 남이 말하는 걸 끊고 말을 한다.
나도 몇 번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체질에 맞지 않아서 관뒀다.
바보같이 웃고만 있다 해도 그렇게 이해해 주시길.
호란은 미모도 미모지만,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탁월하다.
물론 김태훈이 가장 위대한 패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