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ue Day Book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 개정2판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상당히 오래 전에, 귀여운 동물들의 사진이 인상적이었던 <The Blue Day Book>을 서점에서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그때 그 책을 구입했었지만, 누군가에게 주거나 처분해버렸는지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책이, 얼마 전에 양장본으로 새로 개정되어 나왔다. 혹시 내용이 바뀌었나 했지만, 내용에는 달라진 점이 없는 듯 하다. 양장본으로 나오면서 디자인이 더 세련되어진 느낌이다. 표지에는 뭔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한 포즈의 고릴라 사진이 있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미소짓게 한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꽤 사람과 닮은 표정이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동물들의 사진과 저자의 메시지를 통해, 우울한 마음을 달래 주고 있다. 페이지 수도 많지 않고 텍스트 양이 꽤 적어서, 다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동물들의 사진은 꽤 코믹한 느낌이 든다. 축 늘어져 있는 사자,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고양이, 친구들 앞에서 발라당 넘어진 펭귄, 머리를 싸매고 있는 곰, 선인장 위에 올라앉아 있는 원숭이, 꽤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한 포즈의 침팬지, 눈물을 닦는 듯한 모습의 백곰 등의 사진을 보며, 우울함과 비참한 마음에 빠져서 괴로워하는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건 정말 나랑 닮았다 싶은 사진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저 골목만 돌면 멋진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고, 세상에는 향기롭고 행복한 냄새들, 맛좋은 스낵, 신나는 게임, 그리고 로맨스도 있다고 말한다. 역시 곁들여진 동물들의 사진이 참 재미있다. 사이 좋게 뭔가를 먹는 쥐들, 당근 더미 위에 올라앉은 채 흐뭇해하는 듯한 토끼,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코끼리, 마치 노래하는 듯한 모습의 얼룩말들, 뛰어오르며 격렬히 춤을 추는(?) 토끼들, 서로 포옹하고 있는 백곰들 등 코믹하면서도 귀여운 모습들을 통해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산책도 좋고,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웃는 여유도 잃지 말라고, 그리고 큰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아무도 없는 길을 거닐고 있는 펭귄, 유쾌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돼지, 고양이 머리 위에 올라앉아 있는 쥐, 빙산에서 바다로 힘차게 뛰어내리는 펭귄, 그리고 흐뭇한 표정의 개구리까지, 어떻게 이런 절묘한 장면들을 포착해냈나 싶을 정도의 멋진 사진들이 많다.  

사실 나도 꽤 자주 우울함에 빠진다.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상태를 넘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고 몇날 몇일을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삶에 즐거운 일 따위는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 어떤 것도 내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책의 표지에 쓰여 있는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라는 말이, 지금 읽어보니 어느 정도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자신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le petit bonheur)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내가 존경하는 분이 내게 말해주신 적이 있다. 참으로 그러하다. 삶에 있어서 항상 즐거운 일만 넘치지는 않겠지만, 사진 속의 동물들처럼 때로는 향기로운 홍차 한 잔이, 화창한 날의 산책이, 내게 매일을 살아갈 힘을 줄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 섬을 품다 - 섬은 우리들 사랑의 약속
박상건 지음 / 이지북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바다 한가운데의 섬은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난, 일종의 휴식의 공간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기껏해야 내가 가 봤던 섬은 제주도 같은 큰 곳밖에 없지만, 진정한 섬의 묘미는 인구가 많지 않은 고즈넉한 섬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런 곳을 찾아가려면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어쩌면 많이 걸어야 해서 힘들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이끌어 주지 않으면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 나로써는, 여행 관련 책들을 읽으며 일종의 간접적 경험을 하는 것으로 어쩔 수 없이 만족하고 있다. 그러한 책들을 읽으며 나는 작은 상자와도 같은 방 안에서, 암청색의 바다와 한적한 섬을 생각하곤 한다. 살아 있는 한 언제고 가보고 싶은 바닷가가 참 많다. 얼마 전 읽게 된, 박상건의 <바다, 섬을 품다>는 국내의 항구와 섬들을 직접 탐방하고 소개한, 아름다운 풍광들이 꽤 마음을 설레게 하는 책이다.  

저자의 섬 탐방은 동해 최북단 대진항에서 해안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동해와 남해가 접해 있는 부산 영도등대, 가덕도 등대를 거쳐 서해의 강화도, 석모도, 용유도를 거쳐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섬 팔미도,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공해상을 돌아 충청권으로 내려와 영목항, 원산도, 웅도, 무창포 해변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남해로 발길을 돌려서, 철새 떼 비행이 인상적인 압해도를 시작으로 흑산도, 홍도, 완도, 소안도, 사량도, 욕지도를 거쳐 제주도로 건너가서 제주의 유일한 유인등대인 산지등대, 섬 속의 섬 우도,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까지 그의 여행은 이어진다.  

지형의 특성상 동해에는 섬보다도 포구가 많다. 사실 그 동안 동해 쪽에 가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태백산맥이 가로막고 있고 지리적으로도 꽤 멀기 때문인지, 크게 마음먹고 가야만 할 것 같다. 적막하기 그지없는 동해의 최북단 작은 포구 마을 대진항, 드라마의 촬영지였던 아름다운 해변 화진포, 동해 바다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속초항, 유치환의 시 <깃발>을 떠올리게 하는, 아우성 치는 파도가 인상적인 묵호항, 꽤 고요하고 적막한, 그래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곳 죽변항, 한반도 지도의 꼬리 부분으로 알려져 있는 호미곶, 신비의 섬 울릉도,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간절곶, 그 외에도 저마다 많은 이야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갖춘 바닷가 마을들이 많다.  

서해는 아무래도 동해보다 고즈넉하고 한적한 느낌은 덜하다. 하지만 서울과 가장 가까운 섬 강화도, 영종대교를 건너면 나오는 용유도, 바닷길이 하루에 두 번씩 열리는 제부도, 빨간 등대가 인상적인 팔미도, 긴 뱃길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최북단의 백령도, 서해안 최초로 해수욕장을 개장한 무창포, 그 외에도 작은 섬들이 많아서 서해 나름의 분위기가 있다. 내가 가끔씩 용기를 내어 멀리 갈 때 종종 찾는 월미도와 오이도는 이 책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나름 간단히 바다 구경을 할 수 있고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편리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몇 년 전인가 한여름에 오이도에 가서 한참동안 사진을 찍던 중 강한 햇빛으로 인해 팔에 화상을 입어서 따가웠던 추억이 떠오른다.   

또한 남해에는 목포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압해도, 홍어가 유명한 흑산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홍도, 작은 섬들이 모여 있는 완도, 일몰이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있는 삼천포, 한려수도 끝자락의 욕지도 등, 풍광이 아름다운 섬들이 가장 많다. 남쪽에는 봄이 빨리 오기 때문에 사계절 모두 여행하기에 좋다고 한다. 제주도는 굳이 말할 것도 없이 그 자체로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섬 안의 섬 우도와 한반도 최남단의 마라도처럼 아름다운 작은 섬들 역시 속해 있다. 사진들 중 마라도의 풍광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마치 이국의 외딴 섬과도 같은 느낌이다. 푸른 초원이 있는 작은 섬과 드넓은 바다, 그리고 푸르른 하늘과 작고 아늑한 성당 건물이 아름답다. 이 곳에서 단 며칠이라도 머무를 수 있다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할까. 

이 책을 읽으며, 섬과 등대, 바닷가 마을의 이야기와 멋진 풍광의 사진들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일종의 관념 속 바다와 달리, 이 책에 등장하는 섬과 바다는 고독하고 적막하다기보다는 사람 냄새가 나고 일종의 활기와 생동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역시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또한 실제로 갈 때 도움이 되도록 교통수단의 정보와 편의시설 유무, 간단한 지도 등이 제시되어 있어서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제시된 트래킹, 걷기 코스는 10km가 넘는 먼 거리가 대부분이라 평소에 많이 걷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겐 역시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녕 강인한 체력을 갖추지 못하면 훌쩍 떠나기 어려운 것일까.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의 시 <섬> 전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짓말을 읽는 완벽한 기술 - 이제 아무도 당신을 속일 수 없다
잭 내셔 지음, 송경은 옮김 / 타임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적어도 15년 이상 전의 이야기다. 어렸을 때 영어 학원에 다녔었는데, 외국인 강사가 누군가에게 "You lied to me!!!" 하면서 엄청나게 화를 내는 것을 보았다. 누가 어떤 거짓말을 그에게 했는지 등의 확실한 정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의 정서로는 그다지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고 기억된다. 그 때 나는 '왜 저 사람이 저렇게 화를 낼까? 아무래도 서양인들은 '거짓말'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모양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거짓말에 특별히 관대한 편은 아니다. 내가 100% 정직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 정도는 나도 한다) 고의로 타인을 속여서 이득을 얻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보기 좋게 속아넘어가서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당하는 일은 겪고 싶지 않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타인의 거짓말을 간파하고 속아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잭 내셔의 <거짓말을 읽는 완벽한 기술>은 관찰과 대화를 통해 타인의 거짓말을 간파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실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상황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희대의 사기꾼들의 사기 행각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예로 들며, 거짓말을 간파하기 위한 다섯 가지 스킬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행동의 변화를 관찰하라'는, 상대의 평소 행동을 먼저 살피고 평상시와 달라지는 점을 찾는 것이다. 꽤 흥미있는 것이, 이 책에 제시된 '유죄지식검사'인데 용의자에게 사건과 관련된 단어들과 관련 없는 평범한 단어들을 섞어서 보여주고 그 반응 속도를 측정하여 사건에 그가 연루되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 <심리시험>에도 이 검사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꽤 머리가 좋은 범인은 심리시험에 대비하여 반응 속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연습을 하지만, 오히려 실제의 검사 때 사건과 관련된 단어들에 대한 반응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의 범행은 발각된다.  

그 다음으로 '진실한 감정을 포착하라'는 상대의 두려움, 죄책감, 그리고 속임수가 성공했을 때의 희열 등의 감정을 포착하는 것이다. 이와 연관되는 것이 뒤이어 등장하는 '표정의 부조화를 찾아라' 인데, 인위적인 표정, 급격한 감정 변화, 그리고 표정에 드러나는 마이크로 익스프레션(micro expression : 미세한 표현) 등을 통해 상대가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경우는 확실한 거짓말의 증거라는 저자의 말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우울증이나 신경쇠약 등으로 감정의 조절이 잘 안되는 사람들이 전부 거짓말쟁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또한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을 만들어라'는 것은, 일상생활보다는 경찰서의 어두컴컴한 취조실 등에서 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상대의 거짓말로 인해 중대한 피해를 당하는 상황이나 용의자를 심문하는 상황도 아닌, 작은 거짓말 따위를 판별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고의로 압력을 넣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한술 더 뜨는 것이, 범죄자를 심문할 때 쓰는 미끼 질문을 하거나 상대방 앞에서 고의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심한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일종의 '심문 전략'까지 이 책에서는 제시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내가 당신이라도 그랬을 거라는 등의 일종의 '도덕적 사면'을 줘서 자백하도록 하는 기술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참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디테일을 읽어라'라는 부분에서는, 이야기의 디테일한 부분에 주목해서 의미 없이 말한 부분이나 심리 변화, 복잡한 상황 등의 변수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차라리 이 책을 범죄수사 관련해서 냈더라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심리학 혹은 인간관계에 관한 책으로서는 어떤 부분들은 꽤 불편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인간에 대한 환멸이 몰려오기도 한다. 주변에 정말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해서 피해를 주는 사람이 있다면, (멀리할 수 있다면) 멀리하면 그만이다. 사랑하니 안하니, 바람을 피웠니 안 피웠니 싸울 관계라면, 차라리 연애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범죄자 취조하듯 사사건건 의심하며 서로를 대해야 하는 것인가? 중대한 것이 아니면 적당히 넘기고 서로 이해해 주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내가 인복이 많아서 아직까지 큰코다친 적이 없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소가 맛있다
김은경 지음 / 나무수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예전에는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신선하고 아삭한 샐러드,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냉이무침 같은 채소로 만든 요리가 참 좋아졌다. 어쩌면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실컷 먹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채소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의외로 적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샐러드, 무침 등을 제외하면 딱히 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읽게 된 김은경의 <채소가 맛있다>는, 꽤 다양한 종류의 야채를 활용한 요리들과 그 레시피들을 선보이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 요리학교 Le cordon bleu를 수료하고 일본 vegetable & fruits 협회의 채소 소믈리에 과정을 이수한, 국내 1호 채소 소믈리에이다. 그런 만큼, 채소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디저트의 다섯 개의 파트로 나눌 수 있다. 봄에는 냉이, 돌나물, 참나물, 두릅, 달래, 봄동 등의 봄의 향기가 느껴지는 재료들을, 여름에는 부추, 파프리카, 애호박, 고추, 오이, 콩 등의 여름에 주로 나는 재료들을, 가을에는 단호박,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마, 우엉, 연근, 감자 등의 재료들을, 겨울에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당근, 아보카도, 배추, 시금치 등의 재료들을 활용한 요리들이 소개되어 있다. 물론 요즘에는 재배 기술의 발달로 굳이 계절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채소들을 구할 수 있지만, 굳이 제철 채소를 선호하는 이유는 제철 채소야말로 그때 그때 필요한 영양소를 알맞게 챙겨주고, 사계절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에 실린 요리들의 난이도를 보면 꽤 손이 많이 가거나 흔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있는 반면, 적당한 크기로 썰기, 굽기 정도로 끝나는 간단한 것도 있다. 또한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샐러드나 무침 정도일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꽤 다양한 종류의 요리들이 있었다. 아스파라거스가 들어간 현미 리조토, 굴 양파 보리쌀 스튜, 소시지가 들어간 토마토 볶음밥(매콤한 맛이 나는 초리조 소시지가 들어간다. 수입식품 코너에 있을 것 같다), 구운 고구마 카나페, 우엉 고추잡채(우엉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묘하게도 이건 괜찮아 보인다. 꽃빵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매시드 포테이토를 올린 버섯 그라탱, 아보카도 마 비빔밥, 무꽃 절임을 곁들인 매실 주먹밥(이것을 보고 나는 일본의 우메보시가 들어간 오니기리를 생각했다), 브로콜리 두유 라자냐, 중화풍 배추탕 등 재료도 국적(?)도 다양하다. 또한 나는 당근이나 우엉 같은 것은 특유의 향이 싫어서 잘 먹지 않는데, 묘하게도 이 책에 나온 요리들은 사진의 영향인지 당근이나 우엉이 들어간 것이라고 해도 꽤 맛있어 보이고 먹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너무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요리 사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먹어보고 싶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꽤 좋은 점이, 요리에 쓰이는 소스와 각종 드레싱, 자투리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수프, 신선하고 좋은 채소를 만날 수 있는 시장 같은 것을 알려주는 코너가 각 장의 끝부분에 있다는 것이다. 소스와 부재료 중에는 포도씨 오일이나 맛술, 가쓰오부시처럼 비교적 익숙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디종 머스타드, 안초비, 블루치즈, 페페론치니 등 수입식품 코너에 있을 것 같은, 꽤 이국적인 것들도 있다. 그리고 책에 등장한 요리들이 대부분 퓨전의 느낌이고 연어나 닭가슴살 같은 내가 꽤 좋아하는 재료들이 들어간 요리들도 있어서, 꽤 취향에 맞을만한 것들이 많다. 나는 요리를 거의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간단한 것부터 하나씩 도전해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 - 모르면 당하는 확률과 통계의 놀라운 실체
카이저 펑 지음, 황덕창 옮김 / 타임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삶을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은 숫자, 그리고 통계와 연관되어 있다. 기업들은 소비 패턴을 통하여 어떤 부류의 소비자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밝혀내고, 각종 단체에서는 여론조사나 설문 등을 통하여 정치적 성향이나 생활수준 따위를 통계화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가 하루에 평균 몇 시간을 일하거나 공부하는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한 달에 문화생활로 소비하는 금액은 얼마인지, 인터넷을 하루에 몇 시간이나 사용하는지 등의, 상당히 많은 것들이 수치화, 통계화되어 많은 부분에 이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주변의 데이터와 정보를 정확하게 보고 이해해야 한다. 신세대 통계학자 카이저 펑의 <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원제 : Numbers Rule Your World)>는 이러한 숫자와 통계에 대한 이야기를 생활 속 주제로 읽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의 첫번째 파트에서는 생활 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통해 확률과 통계의 헛점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기 위한 다섯 가지의 통계적 사고로 평균의 함정, 오류의 미덕, 평등의 모순, 결과의 비대칭, 확률의 미신을 들고 있다. 그러한 예로써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 대기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고속도로의 정체를 줄이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전염병학자들이 우리를 식중독 위험이 있는 음식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하는지, 신용등급은 어떻게 산출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또한 SAT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출제위원들은 어떻게 하는지, 대규모의 자연재해에 보험사들은 어떻게 위험을 계산하고 대비하는지, 약물 부정 운동선수를 도핑 테스트에서 어떻게 적발하는지 등 비교적 친근한 소재들을 통해(비록 저자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예가 미국에 국한되어 있는 점이 아쉽지만) 우리가 범하기 쉬운 해석의 오류들과 통계학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다섯 가지의 통계적 사고들을 활용하여 앞에서 다뤘던 사례들을 다시 살펴보고, 하나의 사례에 또 다른 이야기를 연결하여 다루고 있다. 통계의 주요한 원리들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부분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검은 백조(Black Swan, 나심 탈레브에 의해 정립된 개념으로 예기치 못한 극단적, 예외적 상황을 의미한다)'와 같은 변이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질 것, 오류 속에서 쓸모 있는 것들을 골라낼 것, 비교할 때는 언제나 비슷한 것끼리 놓고 할 것, 두 가지 오류의 타협에 주의할 것, 그리고 너무 희박한 가능성은 믿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확실히 그런 것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 역시 변이성이 극에 달한, 지극히 드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테러범을 색출하기 위한 데이터 마이닝 기술 역시 테러리스트도 스파이도 아닌 수백 수천 명의 무고한 시민들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한다. 식중독 집단 발병과 같은 경우에도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양쪽을 모두 고려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리콜했다가는 해당 업계에 크나큰 손실을 끼치게 된다. 이래저래 한끗 차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이 통계학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숫자나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꽤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숫자와 통계는 중립적인 것이지만 어떻게 해석 혹은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사람들이 속아넘어가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흔한 예로 주로 정치 쪽에서 보이는 일종의 여론조작 같은 것이 있다. 정해진 숫자와 통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보이도록 포장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니까 말이다. 그러한 속임수들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통계학자가 될 수는 없지만 어떤 정보를 분석할 때 통계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평소에도 로또나 복권 같은 것은 거의 구입하지 않지만, 당첨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한 로또를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돈으로 커피라도 마시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너무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따지는 것은 나의 성향에 맞지 않지만(그리고 나는 숫자에 약한 편이지만), 이 책의 내용 정도라면 비교적 무리 없이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