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ue Day Book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 개정2판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상당히 오래 전에, 귀여운 동물들의 사진이 인상적이었던 <The Blue Day Book>을 서점에서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그때 그 책을 구입했었지만, 누군가에게 주거나 처분해버렸는지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책이, 얼마 전에 양장본으로 새로 개정되어 나왔다. 혹시 내용이 바뀌었나 했지만, 내용에는 달라진 점이 없는 듯 하다. 양장본으로 나오면서 디자인이 더 세련되어진 느낌이다. 표지에는 뭔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한 포즈의 고릴라 사진이 있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미소짓게 한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꽤 사람과 닮은 표정이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동물들의 사진과 저자의 메시지를 통해, 우울한 마음을 달래 주고 있다. 페이지 수도 많지 않고 텍스트 양이 꽤 적어서, 다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동물들의 사진은 꽤 코믹한 느낌이 든다. 축 늘어져 있는 사자,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고양이, 친구들 앞에서 발라당 넘어진 펭귄, 머리를 싸매고 있는 곰, 선인장 위에 올라앉아 있는 원숭이, 꽤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한 포즈의 침팬지, 눈물을 닦는 듯한 모습의 백곰 등의 사진을 보며, 우울함과 비참한 마음에 빠져서 괴로워하는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건 정말 나랑 닮았다 싶은 사진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저 골목만 돌면 멋진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고, 세상에는 향기롭고 행복한 냄새들, 맛좋은 스낵, 신나는 게임, 그리고 로맨스도 있다고 말한다. 역시 곁들여진 동물들의 사진이 참 재미있다. 사이 좋게 뭔가를 먹는 쥐들, 당근 더미 위에 올라앉은 채 흐뭇해하는 듯한 토끼,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코끼리, 마치 노래하는 듯한 모습의 얼룩말들, 뛰어오르며 격렬히 춤을 추는(?) 토끼들, 서로 포옹하고 있는 백곰들 등 코믹하면서도 귀여운 모습들을 통해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산책도 좋고,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웃는 여유도 잃지 말라고, 그리고 큰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아무도 없는 길을 거닐고 있는 펭귄, 유쾌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돼지, 고양이 머리 위에 올라앉아 있는 쥐, 빙산에서 바다로 힘차게 뛰어내리는 펭귄, 그리고 흐뭇한 표정의 개구리까지, 어떻게 이런 절묘한 장면들을 포착해냈나 싶을 정도의 멋진 사진들이 많다.  

사실 나도 꽤 자주 우울함에 빠진다.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상태를 넘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고 몇날 몇일을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삶에 즐거운 일 따위는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 어떤 것도 내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책의 표지에 쓰여 있는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라는 말이, 지금 읽어보니 어느 정도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자신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le petit bonheur)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내가 존경하는 분이 내게 말해주신 적이 있다. 참으로 그러하다. 삶에 있어서 항상 즐거운 일만 넘치지는 않겠지만, 사진 속의 동물들처럼 때로는 향기로운 홍차 한 잔이, 화창한 날의 산책이, 내게 매일을 살아갈 힘을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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