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 아르간 100% 퓨어 아르간 오일 50ml
레아 네이쳐
평점 :
단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건조함을 모르고 살아왔는데, 어느새 겨울만 되면 건조함을 느끼고 크림을 듬뿍 바르고 자게 되었다. 그나마 얼굴은 심하지 않은 편인데, 팔다리 같은 곳이 너무 건조해서 가려워서 긁다 못해 피부과에 다녀온 적도 있고 한여름에도 바디용 보습제를 꼭 발라야 된다. 가을 겨울에는 당연히 아토피용 혹은 건성용 보습제를 꼭 바르고 있다. 그래도 종종 온몸이 간지럽다. 그래서 항상 촉촉한 제품에 관심이 많았는데, 리프트아르간의 100% 아르간 오일은 참 반가운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리프트아르간은 프랑스의 유기농 브랜드로, 재료의 95% 이상이 유기농 식품이어야 받을 수 있는 BIO 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유기농이라고 해서 모두 BIO 인증을 받은 제품은 아닌데(그만큼 BIO 인증을 받기가 까다롭다) 그래서인지 BIO 표시가 있으면 꽤 신뢰가 간다. 

선물 상자에 아르간 오일과 펌프식 공병, 그리고 데이크림과 나이트크림 샘플이 함께 깔끔하게 포장되어 와서 마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펌프식 공병이 함께 들어 있는 이유가, 원래의 아르간 오일 병이 입구가 넓게 뚫려 있어서 사용하기가 불편해서(잘못하면 확 쏟아질 것 같다) 공병에 덜어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에이솝의 세럼 용기처럼 처음부터 스포이드 형태로 디자인했다면, 굳이 덜거나 하지 않아도 되고 더 좋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색상은 사진에서처럼 노란 색을 띄고 있고, 타 브랜드의 아르간 오일 함유 제품을 샘플로 사용해 본 적이 있는데, 특유의 향이 너무 강해서 이 제품도 그럴 줄 알았는데 향기는 생각보다 거슬리지 않는 거의 무향에 가까운 느낌이다. 용량은 50ml인데 워낙 소량씩 사용하는 제품이라, 꽤 오래 쓸 것 같다. 

함께 들어 있는 팜플렛에 여러 가지 용도들이 나와 있는데 손톱 관리나 머릿결 관리는 특별히 하고 있지 않아서 주로 바디로션을 바를 때 로션에 두 방울쯤 섞어서 바르고 있다. 그러면 굉장히 보습력이 강화되어서, 꽤 오랫동안 촉촉한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간지러운 증상도 많이 줄어들었다. 자기 전에 얼굴에도 톡톡 두드려 발라 보았는데 확실히 촉촉하고 느낌이 좋다. 그런데 아무래도 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바르면 너무 과한듯 하고, 스킨 바르고 그 위에 소량만 바르는 것이 나을 듯 하다. 그리고 또 하나, 역시 자기 전에 핸드크림을 바를 때 한두 방울 정도 섞어서 바르면 마치 핸드 팩을 한 것처럼 꽤 오랫동안 손에 남아 있게 된다. 약간 보습이 부족하다 싶은 핸드크림도, 이런 식으로 섞으면 잘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다용도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꽤 실용적인 아이템인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덕, 정치를 말하다 - 보수와 진보의 뿌리는 무엇인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손대오 옮김 / 김영사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감한 정치적, 사회적 사안마다 보수와 진보는 첨예하게 대립한다. 보수주의자들은 세금, 사회복지 프로그램 등을 비도덕적인 것으로 생각하며 부자 감세 정책에 찬성하고, 진보주의자들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보수주의자들은 범죄의 사회적 원인을 인정하지 않고 범죄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계급과 사회적인 원인을 강조한다. 왜 같은 사안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일까. 그들은 왜 진보, 혹은 보수를 선택하였으며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일까.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이 책 <도덕, 정치를 말하다(원제 Moral Politics : How Liberals and Conservatives Think)>에서 더이상 색깔논쟁이나 이념이 아닌, '도덕의 프레임'으로 정치를 바라봄으로써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핵심을 분석하고 갈등의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 

사람들의 정치적 사고를 읽어내는 데 인지언어학을 적용해 온 저자는,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중간 선거 유세과정을 지켜보며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정치적인 담론들이 판이한 도덕 시스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 개인이 무의식적으로 정교하게 쌓아놓은 개념적 구조와 상식의 논리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올바른 행동과 잘못된 행동은 무엇인지,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등에 대한 출발점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국가는 곧 가정'이라고 판단할 때에 보수주의자는 '엄한 아버지 모델'을 추구하는 반면 진보주의자는 '자애로운 부모 모델'을 따른다.  

엄한 아버지 모델은 순종에는 보상해주고 불순종에는 징벌하는, 일종의 보상과 징벌의 도덕으로 간주할 수 있다. 경쟁에서 성공하려면 자제력을 배우고 품성을 쌓아야 하고, 역경을 통하여 도덕적 힘이 쌓여가기 때문에  어떤 행동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징벌한다. 도덕적으로 약한 사람은 결국 악에 굴복하게 되고, 그러므로 도덕적 약함은 비도덕의 한 형태이다. 그러한 도덕적 약함을 조장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비도덕적이다. 만약 복지가 노동에 따르는 인센티브를 빼앗아 간다면 도덕적 힘 비유에 따라 복지는 비도덕적이다. 보수주의자들이 사회적 약자에게 주어지는 복지혜택을 비난하고 나서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낙오자들에게 자신들이 힘써 일해서 낸 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또한 지배와 도덕적 권위의 측면에서 우월함과 열등함의 선을 긋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성인이 어린이를 지배하고,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것을 은연중에 정당화한다. 그러므로 자연에서 될 수 있으면 많은 이익을 얻어내야 하고,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땐 때려서 가르쳐야 하고, 여자들이 있을 곳은 가정이므로 직업을 갖고 일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그들은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자애로운 부모 모델은 존중과 사랑의 양육, 원만한 의사소통을 중요시한다. 보상과 징벌을 통해서 배우지 않고,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애착으로부터 배운다고 가정한다. 이 모델에서는 도덕으로서의 감정이입, 도덕으로서의 양육 등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도덕적 행동을 완전한 감정이입 행동으로 개념화하는 것은 아무런 선입견 없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한다. 약자에 대한 연민도 이에 포함된다. 또한 공정한 분배가 중시되어서 양육이 한 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분배의 공정함을 요구함과 같이 도덕적 양육도 이 비유를 요구한다. 이러한 관점들에서 보면, 일을 자기훈련의 일환으로 보는 엄한 아버지 모델에서와 달리 일은 가능한 한 안전하고 건강해야 하며, 근로자의 안전에는 높은 우선권이 주어져야 한다. 또한 가정생활에 최대한 배려를 해 줘서 직장에 유아 센터를 갖추거나 근무시간을 조정해 주는 등 안정적인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며, 사람들은 그들의 일에 비례하여 공정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임신한 여직원 퇴사 종용 금지, 비정규직 차별철폐,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보수주의의 도덕적 행동 카테고리에는 보상과 징벌의 도덕으로써 자제력 있고 자립적인 사람에 대한 자기이익 추구를 간섭하지 못하게 하고 자제력의 결여에 대한 징벌을 보장하는 등의 원칙이 내재되어 있다. 그들은 범죄자에게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10대 미혼모의 임신에 대해서는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은 본인의 자제력 부족이므로 마땅한 벌(원치 않는 출산)을 받아야 하고, 낙태 등으로 그 벌을 피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자가 돈을 많이 번 것은 자신의 자제력과 자립심 덕분이므로 그에게 많은 세금을 물려서 이익 추구를 방해하는 것은 옳지 못하고 따라서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줘야 한다고,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공공의 도움에 의지함으로써 약하고 의지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양산해 내므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그들은 역시 주장한다.  

하지만 진보주의의 도덕적 행동 카테고리에는 감정이입 행동과 공정성에 의거하여, 스스로를 도울 수 없는 사람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돕고 보호해야 하며 인생에서의 충만함을 장려하는 등의 원칙이 내재되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이 '가장 나쁜 제비를 뽑았을 때'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안정적인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빈민가의 알콜중독자 미혼모에게서 태어났더라면, 혹은 거동조차 불편한 장애인으로 태어났더라면 그때도 과연 위의 보수주의적인 원칙들을 지지할 수 있을까? 항상 자신이 그 입장이 되었을 경우를 가정하여 약한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진보주의자들의 생각이다.  

또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보는 '지옥에서 나온 시민', 즉 자신들의 도덕 카테고리를 위반하는 사람들의 범주 역시 크게 다르다.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엄한 아버지 도덕을 위반하는 사람, 곧 여권주의자, 동성애자, 다문화 지지자, 평등주의자들과 자기통제 결여로 인해 복지혜택에 의존하는 미혼모, 마약중독자들, 그리고 환경보호 운동가, 소비자보호 운동가, 차별금지조치 지지자와 같은 정부가 자기이익의 추구를 방해하도록 이끌어 기업활동을 제한하고자 하는 사람들, 반전운동가, 인권운동가처럼 국방과 사법 시스템의 작동에 반대하는 사람들 등을 들 수 있다. 진보주의자들에게는 사회적 책임감도 보여주지 못하고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대기업과 기업가, 노동조합을 기피하는 기업, 불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들을 이용해먹는 사람들, 교육, 예술, 학문을 위한 공공지원에 반대하는 사람, 일반 시민을 위한 의료혜택 확장에 반대하는 사람 등이 악인으로 간주된다. 참 재미있는 것은 진보주의자의 모델 시민이 보수주의자에게는 악마가 된다는 점,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가까운 예로 대기업 회장의 족벌 경영도 보수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이익을 추구하는 바람직한 일인데, 진보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도덕성이 결여된 행동으로 보이는 것을 들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시민들이 한 가지 모델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정에서는 자애로운 부모인 사람이 정치적으로는 보수주의적일수 있고, 정치적으로 진보주의적인 사람이 집에서는 엄한 아버지일 수 있다. 부자 감세를 반대하지만 환경보호주의자일 수도 있고, 노동자의 복지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낙태는 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구분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이는 마치 스펙트럼과도 같아서, 어떤 쪽에 가깝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보수와 진보로 갈라 구분할 수는 없다. 필자 역시 기본적으로는 진보적 성향이 강하지만, 어떤 면으로는 보수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 선거 때마다 서민들이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그래서 결국 자신들에게 불리할지도 모르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것일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의문이 풀린 듯 하다.  

이 책은 보수와 진보 어떤 쪽에도 치우치지 않게 중립적으로 쓰여진 편이지만(그래서 어떤 쪽이 나쁘다고 단정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저자 자신은 진보 쪽에 가까워서, '보수주의자들은 대체로 정치적인 성공을 차지했고 그들을 이해할수록 더 두려워진다.'라고 고백한다. 또한 부의 편중과 불균형이 진정한 사회 번영을 위협할 수 있다며 진보의 선전을 독려한다.  지극히 공감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한국만 해도 선거 때마다 보수주의적 정당과 후보가 거의 대부분 승리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국민들 중 대다수가 보수주의에 가깝다는 말이다. 필자 역시 예전에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실히 알지 못했는데, 이제는 좌파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 반도체 회사에서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백혈병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분노했고, 밤낮으로 열심히 일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근로빈곤층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몇몇 극보수주의자들의 완고함과 이기적인 면을 보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므로 저자의 말처럼, 진보가 더욱 발전해야 할 때다. 새도 양 날개로 나는데, 균형이 너무 안 맞으면 결국은 어떻게든 무너지니까 말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 1달러로 먹고살기 - 당신은 무엇을, 왜 먹고 있는가?
크리스토퍼 그린슬레이트 & 케리 레너드 지음, 김난령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먹기 위해 살지는 않지만,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그만큼 먹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먹고 그것을 에너지로 바꾼다. 물론 먹는 것에는 이러한 기초적인 기능 외에, 심리적 만족감이나 사교적인 측면 등 여러 가지 기능들이 있다. 아직도 제3세계에는 식량이 부족한 국가들이 많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에는 식량이 넘치고 있다. 한쪽에서는 기아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비만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것일까?  이 책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원제 On a Dollar a Day)>의저자인 크리스토퍼와 케리는 고등학교 교사 부부로, 치솟는 물가와 엄청난 식료품 가격을 보고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 프로젝트에 한달간 도전한다. 그들이 정한 규칙은, 하루에 소비되는 총 음식의 가격이 1인당 1달러를 넘지 않도록 할 것, 공짜 음식이나 기부 음식(친척, 친구 등이 선물로 주는 것도 포함)은 지역 주민 모두에게 주는 것이 아닌 이상 피할 것,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면 그 사람의 몫을 따로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를 위한 식비에서 나눠서 사용할 것 등 지키기 수월치 않은 것들이다. 그들은 또한 블로그에 프로젝트를 연재해서 먹고사는 것에 대한 고민과 그 고민들이 낳은 결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 

처음에 그들은 식비를 줄이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본래의 목표보다 훨씬 가치있는 결실을 얻게 된다. '식품에 대한 놀라운 진실'을 깨우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에 얼마나 많은 고과당 식품을 섭취해왔는지에 놀라고, 판매하는 대부분의 가공식품들이 화학물질 투성이라는 것에 역시 놀란다. 그들은 프로젝트 중 종종 다투기도 하고('쿠키 사건'은 정말이지 힘들었을 것이다.) 식사의 양이 부족해서 체중까지 꽤 줄었으며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확실히 1달러를 가지고는 배부르게 먹기는 커녕 간신히 허기만 면할 정도의 식사밖에 할 수 없다. 오랫동안 하면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아침에는 소량의 오트밀 죽을 먹었으며 점심이나 저녁 메뉴 역시 콩과 쌀로 만든 적은 양의 식사가 대부분이었다. 어쩌다가 기분전환으로 땅콩버터 약간을 맛보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이것도 하루 식비에서 몇센트라도 남을 때의 일이다). 그들은 이러한 '가난한 식사'를 통해서, 그간의 식생활의 문제를 성찰하게 된다. 

그러나 이 '1달러로 먹고 살기' 프로젝트는 식비 절감 효과는 있었을지 몰라도, 영양학적으로 무리 없는 식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다음번 프로젝트로 '영양보충지원 프로그램(SNAP : 미국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책정한 지원금)'으로 한 달을 지내기로 한다. 그들이 실제로 저소득층이 사용하는 '푸드 스탬프'를 받을 수는 없었으므로, 그 SNAP 지급액을 가족 수에 맞춰 산출하고 저소득층 수입의 30%에 해당하는 돈을 식비에 포함시켜 하루에 1인당 약 4.31달러를 식비로 사용하기로 한다. 더불어 농무부에서 권장하는 '알뜰식단계획'에 가깝게 식단을 구성하는 것 역시 계획에 추가했다. 물론 하루에 1달러를 식비로 쓰는 것보다는 이 쪽이 영양학적으로도, 또 정신건강에도 좋았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알뜰식단계획 역시 어이없는 탁상공론적인 식단임을 그들은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저소득층의 사람들이 소박한 식사를 직접 해먹지 않고 건강에 좋지 않은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는 포만감이라도 주는데, 유기농 야채나 과일 같은 것은 몸에는 좋지만 아무리 먹어봤자 배부른 느낌은 없다. 그러므로 적은 돈으로 배부른 것을 찾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누가 이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오히려 저소득층에 속하는 아이들이 비만 비율이 높다는 통계가 나왔다. 저소득층 부모는 대부분 장시간의 노동에 종사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영양가 있는 식단을 챙겨줄 수가 없다. 결국 아이들은 패스트푸드 같은 것으로 끼니를 때우게 되고, 그래서 부잣집 아이들보다 살이 더 찌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식생활과 건강까지도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또한 저자들은 빈부 차에 따라 나뉜 지역에 형성된 상권이 다르기 때문에 '잘 먹는다'는 것에 대한 선택권 역시 달라진다는 사실에서 '식품 인종차별(food apartheid)'을 고민한다. 아무래도 유색인종이 주로 사는 빈곤한 지역에는 음식을 싼 값으로 살 수 있는 대형 할인점 같은 것이 입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역시 가까운 예를 들면, 한국에서도 먹거리를 싸게 살 수 있는 대형 마트는 가난한 동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예전에 뉴스에서 본 것처럼 정말로 빈곤한 사람들은 차를 가지고 있지 않고 주거지 역시 교통이 불편한 외진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멀리 대형마트까지 장을 보러 갈 수도 없고, 결국 집 근처 조그만 가게에서 더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이 오히려 돈을 더 내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먹는 방식에 도전한다. 물론 이전처럼 단 것을 먹고 싶은 만큼 먹고 그들이 좋아하는 타코벨에서 외식을 자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채소를 텃밭에서 재배하고 지역의 공동체에 가입하여 갓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한다. 계산해 본 결과 하루에 약 2.36달러면 경제적으로도 무리를 주지 않으며 영양 풍부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채식주의자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고기와 생선이 빠지고 콩으로 만든 고기 대용식을 사용하는데, 실제로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의 경우 굳이 대용식을 쓸 이유는 없으므로 고기와 생선이 적절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제적인 식생활을 하기 위하여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그들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통해 가장 건강하고 적절한 식단을 도출해냈고 덤으로 우리 모두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하루에 1달러로 먹고 살기' 프로젝트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건강이 악화될 것 같아서 그만둬 버렸다. 사실 나는 수도승적인 삶을 지향하기 때문에, 먹을 것에 욕심을 내거나 더 좋은 것을 찾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의 나의 식생활을 보면 청빈과는 좀 거리가 있다. 물론 커피 한잔 값이 가난한 사람의 한끼 밥값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테이크아웃 커피나 조각 치즈케익 같은것을 사먹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있지만, 충분한 양의 질 좋은 음식을 먹고 있으며 야채나 과일 같은 것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밤에 출출하면 언제든지 준비해 둔 과자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청빈의 관점에서, 또 건강을 위한 관점에서 나는 필요한 것보다 너무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보게 되었고 또 가난한 사람들의 식사와 삶에 대해서도 성찰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외에도 음식과 식생활, 빈곤층과 복지제도, 윤리적 소비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 탁상공론으로 쓰여진 것이 아닌, 실제로 겪어보며 쓴 책이라서인지 여러 가지로 공감이 많이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용 영문법 백과사전 - 영어 학습자가 알아야 할 영문법의 모든 것, 2nd Edition
최인철 지음 / 사람in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말하자면 고등학교 이후로 영어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때는 토플을 봐야 했기 때문에 나름 재미있게 한 것 같은데, 막상 대학 이후로는 별로 의욕이 없었다. 일본어를 영어보다 훨씬 좋아했기도 하고 영어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일종의 언어 제국주의적 상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아주 오랫만에 토익 시험을 보게 되고 처음 본 시험 점수는 875점, 첫타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좀 아쉬운 점수라 900점을 맞기 위해 몇 번 더 시험을 봤고, 지난달에 응시한 토익에서 900점을 넘겼다. 그런데 내가 주로 점수가 깎이는 부분은 청해보다도 독해인데, 그 이유가 아마 영어공부를 차근차근 하지 않고 야매(?)로 해서가 아닐까 추측된다. 그렇다고 해커스 토익같은 기본서를 보기도 귀찮고, 뭔가 문법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우연히 읽게 된 이 책 <실용 영문법 백과사전 2nd edition>은 그동안 간과하고 지나갔던 영문법을 확실하게 챙겨주는 느낌이 든다. 대부분의 영어 문법 책들은 일본 책을 번역한 것이 많아서(성문 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다. 요즘에도 이 책 많이들 보나?) 용어도 일본식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고 또 정작 네이티브들은 잘 모르는 1~5형식 같은, 실전 회화에 별로 쓸모도 없는 어색한 문장들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기계적인 학습을 지양하고 살아있는 표현들을 통하여 그 문장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문법을 공부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구문편(Sentential Structure), 품사편(Part of Speech), EFL 이중언어 모델(Dual Language Model), 어휘편(Vocabulary), 발음편(Pronunciation)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적인 구성은 다양한 예문과 함께 설명이 나와 있고 한 챕터가 끝나면 연습문제가 들어 있어서 공부한 내용을 확인해 보기에 좋다. 연습문제의 수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것이 약간은 아쉽지만, 문제집으로 나온 책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또한 회화체, 구어 표현들은 대부분의 진지한(!) 문법책들에는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알아서 부딪치며 익힐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관용적인 표현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고 있고 미국의 고유한 문화를 소개함으로써 문화의 차이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겪지 않도록 친절히 알려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또한 영국식 영어를 선호하는 입장으로서, 발음이나 표현 등이 미국식과 영국식이 서로 다를 때 나란히 병기해주는 서비스 역시 훌륭하다. 또한 이중언어 모델을 다룬 챕터에서 제시된 구문, 표현들을 익혀서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코퍼스(Corpus, 이 단어를 나는 국어정보학 시간에 처음 접했다)는 꽤 도움이 될 것 같고 어휘편 역시 체계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지겹지 않게 볼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언어학이나 영어학에서 주로 쓰이는 학술적인 용어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생뚱맞게 느껴지지 않고 본문 속에 잘 녹아들어간 느낌이 든다. 이 책의 독자를 학생들로 한정한 것이 아닌, 영문학 전공자나 영어과 교사들도 함께 볼 수 있도록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아무래도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으니 거의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라서 짧은 시간 안에 후다닥 보기는 어려울 듯 하지만, 약간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앞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공부해 나가면 괜찮을 것 같다. 중급자 이상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난이도로, 토익 등의 시험 대비는 물론 영어의 탄탄한 기본기를 잡는데에 꽤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토익 900 넘긴걸로 끝내지 않고 930점 이상으로 도약하기 위해, 또 텝스 등의 다른 영어 시험에도 도전하기 위해 이 책으로 차근차근 공부해봐야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11-25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5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9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30 0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 읽을 자유>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동안 수많은 책을 구입하고, 빌리고, 읽고, 혹은 읽지 못하고 쌓아 두었다. 그 중 한 권인 <로쟈의 인문학 서재>는 끌려서 구입했지만 다른 책들에 치여서 아직까지도 읽지 못하고 저쪽 서재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다. 그런데 로쟈의 두번째 책인 <책을 읽을 자유>가 나왔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양으로, 그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동안 책을 읽고 쓴 서평과 이야기들이다. 사실 나의 위치는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의 중간 어딘가에 있다. 비교적 정기적으로(한달에 약 10권 정도는 의무적으로 서평을 쓰게 되는듯 하다), 또 자기 필명을 내걸고 글을 쓰고 있으니 프로일 것 같지만, 글 쓰는 수준을 보면 프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러한 나에게, 이 책은 '프로 서평자'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수많은 책들의 서평이 30개의 챕터 아래 모여서 완성된 것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굳이 요약하려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듯 하고, 꽤나 두꺼운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들을 주로 이야기하고 싶다. 먼저 이 책에 실린 로쟈의 리뷰는 모두 147편이며, 언급되는 책의 권수는 총 321권이다. 물론 길게 언급한 책들이 있고 지나가는 식으로 짧게 언급한 책들이 있지만, 제목만 보기에도 결코 쉽지 않을 책들을 깊게 읽고 이런 멋진 서평을 써낸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다. 또한 저자의 독서와 사유는 꽤 넓은 범위에 걸쳐 있다. 그의 전공분야인 러시아문학은 물론이고, 책과 글쓰기에 관련된 책, 동서양의 고전, 사회과학, 경제학, 자연과학, 번역론, 문학, 예술, 철학 등 참으로 넓은 스펙트럼이 형성되어 있다. 저자는 그가 꽤 좋아하는 슬라보예 지젝에 대한 책들은 물론이고 가라타니 고진, 데리다, 라캉, 발터 벤야민, 도스토예프스키, 레닌, 앤디 워홀, 강상중, 밀란 쿤데라, 장정일 등 시대를 풍미하는 작가와 학자, 사상가들, 그리고 그들의 저서에 대해 꽤 깊이 있게 접근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계속 내 머릿속을 지배한 생각은, 10년 동안 저자는 이렇게 많은 책을 읽고 또 이렇게 많은 글을 썼는데 나는 과연 그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하는 일종의 자책이었다. 또한 그가 읽은 책들은(적어도 이 책에 등장한 책들은) 상당히 깊이가 있고 분량도 많다. 책을 꽤나 좋아하고 많이 읽는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도 차마 도전하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책들이 많은데, 그는 이러한 책들을 읽고 번역이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원문 대조까지 한다! 영어는 물론이고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에 정통한 듯 하다. 일본어로 쓰여진 텍스트도 한국어같이 편하게는 못 읽는 나로서는 그저 부럽고 또 공부해야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게 된다. 이러한 저자의 날카로운 오역 지적은 번역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 뜨끔할 것이다. 그에게 굉장히 동질감을 느낀 부분인 것이, 고등학교 때 어떤 일본 만화의 원본과 번역본을 보고 나서 번역 틀린 부분을 지적해서 출판사에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틀린 것은 바로잡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성격이 닮은 듯 하여 내심 반가웠다. 또한 글 마감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모습이, '글 쓰는 이'가 짊어져야 하는 어떤 숙명을 이야기하는듯 하여 그 역시 참 인간적이고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모든 글에는 마감기한이 있고, 나 역시 어떤 글을 쓰든 항상 마감기한을 생각하고 때로는 괴로워한다. 

또한 로쟈가 읽은 책들을 단순히 이 책에서만 약간 접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그 중에 끌리는 책들을 위시리스트로 만들어서 하나씩 정복해 보는 것도 재미가 아닐까. 물론 저자가 꽤 깊이있는 독서를 하고 또 멋진 글로 그것들을 풀어냈지만, 이 책 한 권만 읽는다고 등장한 수백권의 책의 내용을 모두 다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책들은 그냥 과감히 빼버리고,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할 책'을 추려서 리스트를 만들고 싶다. 항상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할 책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로서는, 고민거리를 늘리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특히 지젝과 데리다의 책들을 읽고 이해하고 머릿속에 쌓고 싶다는, 지적 승부욕을 불태우게 된 것 역시 이 책을 읽고 얻은 수확이다. 자유로이, 그리고 제대로 책을 읽는 로쟈를 반의 반이라도 닮고 싶다. 나와 그의 지적 격차가 꽤 크지만, 아무래도 그가 나보다 살아온 세월이 좀더 길다는 것(초등학교 4학년 딸이 있다는 것을 토대로 그의 나이를 유추해볼 뿐이다)으로서 약간의 변명거리를 찾아 본다. 또한 이것은 사족일지도 모르겠지만, 책의 종이 재질이 참 부들부들 좋다. 정확히 어떤 종류의 종이를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책들의 촉감과 다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