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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달러로 먹고살기 - 당신은 무엇을, 왜 먹고 있는가?
크리스토퍼 그린슬레이트 & 케리 레너드 지음, 김난령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먹기 위해 살지는 않지만,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그만큼 먹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먹고 그것을 에너지로 바꾼다. 물론 먹는 것에는 이러한 기초적인 기능 외에, 심리적 만족감이나 사교적인 측면 등 여러 가지 기능들이 있다. 아직도 제3세계에는 식량이 부족한 국가들이 많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에는 식량이 넘치고 있다. 한쪽에서는 기아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비만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것일까? 이 책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원제 On a Dollar a Day)>의저자인 크리스토퍼와 케리는 고등학교 교사 부부로, 치솟는 물가와 엄청난 식료품 가격을 보고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 프로젝트에 한달간 도전한다. 그들이 정한 규칙은, 하루에 소비되는 총 음식의 가격이 1인당 1달러를 넘지 않도록 할 것, 공짜 음식이나 기부 음식(친척, 친구 등이 선물로 주는 것도 포함)은 지역 주민 모두에게 주는 것이 아닌 이상 피할 것,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면 그 사람의 몫을 따로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를 위한 식비에서 나눠서 사용할 것 등 지키기 수월치 않은 것들이다. 그들은 또한 블로그에 프로젝트를 연재해서 먹고사는 것에 대한 고민과 그 고민들이 낳은 결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
처음에 그들은 식비를 줄이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본래의 목표보다 훨씬 가치있는 결실을 얻게 된다. '식품에 대한 놀라운 진실'을 깨우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에 얼마나 많은 고과당 식품을 섭취해왔는지에 놀라고, 판매하는 대부분의 가공식품들이 화학물질 투성이라는 것에 역시 놀란다. 그들은 프로젝트 중 종종 다투기도 하고('쿠키 사건'은 정말이지 힘들었을 것이다.) 식사의 양이 부족해서 체중까지 꽤 줄었으며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확실히 1달러를 가지고는 배부르게 먹기는 커녕 간신히 허기만 면할 정도의 식사밖에 할 수 없다. 오랫동안 하면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아침에는 소량의 오트밀 죽을 먹었으며 점심이나 저녁 메뉴 역시 콩과 쌀로 만든 적은 양의 식사가 대부분이었다. 어쩌다가 기분전환으로 땅콩버터 약간을 맛보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이것도 하루 식비에서 몇센트라도 남을 때의 일이다). 그들은 이러한 '가난한 식사'를 통해서, 그간의 식생활의 문제를 성찰하게 된다.
그러나 이 '1달러로 먹고 살기' 프로젝트는 식비 절감 효과는 있었을지 몰라도, 영양학적으로 무리 없는 식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다음번 프로젝트로 '영양보충지원 프로그램(SNAP : 미국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책정한 지원금)'으로 한 달을 지내기로 한다. 그들이 실제로 저소득층이 사용하는 '푸드 스탬프'를 받을 수는 없었으므로, 그 SNAP 지급액을 가족 수에 맞춰 산출하고 저소득층 수입의 30%에 해당하는 돈을 식비에 포함시켜 하루에 1인당 약 4.31달러를 식비로 사용하기로 한다. 더불어 농무부에서 권장하는 '알뜰식단계획'에 가깝게 식단을 구성하는 것 역시 계획에 추가했다. 물론 하루에 1달러를 식비로 쓰는 것보다는 이 쪽이 영양학적으로도, 또 정신건강에도 좋았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알뜰식단계획 역시 어이없는 탁상공론적인 식단임을 그들은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저소득층의 사람들이 소박한 식사를 직접 해먹지 않고 건강에 좋지 않은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는 포만감이라도 주는데, 유기농 야채나 과일 같은 것은 몸에는 좋지만 아무리 먹어봤자 배부른 느낌은 없다. 그러므로 적은 돈으로 배부른 것을 찾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누가 이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오히려 저소득층에 속하는 아이들이 비만 비율이 높다는 통계가 나왔다. 저소득층 부모는 대부분 장시간의 노동에 종사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영양가 있는 식단을 챙겨줄 수가 없다. 결국 아이들은 패스트푸드 같은 것으로 끼니를 때우게 되고, 그래서 부잣집 아이들보다 살이 더 찌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식생활과 건강까지도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또한 저자들은 빈부 차에 따라 나뉜 지역에 형성된 상권이 다르기 때문에 '잘 먹는다'는 것에 대한 선택권 역시 달라진다는 사실에서 '식품 인종차별(food apartheid)'을 고민한다. 아무래도 유색인종이 주로 사는 빈곤한 지역에는 음식을 싼 값으로 살 수 있는 대형 할인점 같은 것이 입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역시 가까운 예를 들면, 한국에서도 먹거리를 싸게 살 수 있는 대형 마트는 가난한 동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예전에 뉴스에서 본 것처럼 정말로 빈곤한 사람들은 차를 가지고 있지 않고 주거지 역시 교통이 불편한 외진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멀리 대형마트까지 장을 보러 갈 수도 없고, 결국 집 근처 조그만 가게에서 더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이 오히려 돈을 더 내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먹는 방식에 도전한다. 물론 이전처럼 단 것을 먹고 싶은 만큼 먹고 그들이 좋아하는 타코벨에서 외식을 자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채소를 텃밭에서 재배하고 지역의 공동체에 가입하여 갓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한다. 계산해 본 결과 하루에 약 2.36달러면 경제적으로도 무리를 주지 않으며 영양 풍부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채식주의자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고기와 생선이 빠지고 콩으로 만든 고기 대용식을 사용하는데, 실제로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의 경우 굳이 대용식을 쓸 이유는 없으므로 고기와 생선이 적절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제적인 식생활을 하기 위하여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그들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통해 가장 건강하고 적절한 식단을 도출해냈고 덤으로 우리 모두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하루에 1달러로 먹고 살기' 프로젝트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건강이 악화될 것 같아서 그만둬 버렸다. 사실 나는 수도승적인 삶을 지향하기 때문에, 먹을 것에 욕심을 내거나 더 좋은 것을 찾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의 나의 식생활을 보면 청빈과는 좀 거리가 있다. 물론 커피 한잔 값이 가난한 사람의 한끼 밥값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테이크아웃 커피나 조각 치즈케익 같은것을 사먹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있지만, 충분한 양의 질 좋은 음식을 먹고 있으며 야채나 과일 같은 것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밤에 출출하면 언제든지 준비해 둔 과자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청빈의 관점에서, 또 건강을 위한 관점에서 나는 필요한 것보다 너무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보게 되었고 또 가난한 사람들의 식사와 삶에 대해서도 성찰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외에도 음식과 식생활, 빈곤층과 복지제도, 윤리적 소비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 탁상공론으로 쓰여진 것이 아닌, 실제로 겪어보며 쓴 책이라서인지 여러 가지로 공감이 많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