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by 비프케 로렌츠 -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나요? *

* 평점 : ★★★ → ★★★★


「당신의 완벽한 1년」이란 책을 무척 재미있게 본 다음 그의 책을 찾아보았지만, 그때 당시 나는 찾을수가 없었다.

저자의 프로필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탓인가?

소장하려던 마음을 비우고 친한 지인분께 선물해드린 후 '샤를로테 루카스'는 필명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솔직한 표현으로는 다소 실망했다고 말하고 싶다.
나의 생각과는 좀 다른, 주인공의 인생을 보면서 소설속에서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찾아내려고 하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당신의 완벽한 1년'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인가보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이다.

살아왔던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과거가 많은 주인공, 그를 보며 당황도 하고, 화도 나고, 실망도 했다.

주인공이 대단한 뭐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 그 모습이 타인에게까지도 마찬가지라는 것.

인생을 즐기면서 자기 감정에 솔직하게 사는 것이 저런 모습일지 의아했다.

솔직하다는 표현과는 의미가 다르다.

그저 본능에 이끌려 하루하루를 야금야금 살아내는 모습밖으로 보이지 않았다.

노력하며 살아내는 모습을 그의 모습에서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가까이 두고서 그 소중함을 알아내지 못하는 의둔함이 비단 주인공의 모습만은 아닐진대 그럼에도 나는 찰리를 향해 화를 내고 있다. 과거를 지운 모습도 과거를 간직한 모습도 다 가식같아서.

아마도 찰리에게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학창시절의 내 모습 역시 썩 좋았던 모습은 아니어서 그럴지 모른다.

정말 지우고 싶은 시절들의 모습이지만, 그때는 그게 멋있었고, 최선이었다고 생각했다. 다른 방법도 있었지만, 나는 망가지는 모습을 택했었던 거였다.

오로지 나의 선택이었고, 그때는 그 선택을 신뢰했고, 돌아보니 그 선택들은 독이었음을,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의 헛됨과 부질없음이 가득한 시절이었음을.

내가 대했던 나의 하루들과 찰리가 대했던 그의 하루들, 아마 특별히 다름은 없을거다.

그도 나도 나를 사랑하지 못했었던 거다.

모든 것에 나는 없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나의 행동에 나의 말에 남들이 신경쓰였던..

안타깝지만 나는 나를 신뢰하지 못했고 사랑하지 못했던 과거였듯 찰리역시 그랬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는 한없이 짜증나는 주인공이었는데, 책을 덮고 글을 쓰면서보니 나의 지우고 싶던 과거들이 떠올라서였나 보다.

주인공이 나에게만 못되고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비우면 조금 더 사랑스럽고 자유분방한 그녀를 발견할 수 있을까?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혹 하는 제안이다.

누구든 지우고 싶은 과거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나역시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으나 만약 그런 제안이 들어온다면 정말 지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아닐까.

살아가는 모든 과정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우리들은 어느 순간이나 후회하는 순간들이 생기기 때문에.

그 반대되는 상황에 대해 지운 과거보다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걸까.

과연 우리는 바뀐 다른 과거에 만족할 수 있을까.

만족한다는 의미는 행복해진다는 의미와 동격인걸까.

혹시라도 길거리를 지나가다 '도를 믿으십니까?'하듯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하시겠습니까?'라고 말을 걸어오더라도 우리는 지나온 과거에 조금 더 당당해지자.

실패한 과거든 성공한 과거든 나의 과거가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으니 조금 더 자신있게 살자.

지금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더라도 지금부터 만족할 수 있는 삶을, 행복해지는 삶을 살아가도록 마음 다잡아보자.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지우고 싶은 과거보다 간직하고 싶은 과거가 많아지지 않을까.



(p.35) 출발선에 서서 제대로 된 인생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이래로 나는 줄곧 인생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가사들처럼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 인생이 완벽하게 제대로 돌아가며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를. 그리고 지금과 같은 순간에는 내가 언젠가 깨어나서 '그런 순간은 절대로 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까 봐 두렵다. 나는 헛되이 기다렸고 그사이 인생은 나를 스쳐 지나갔다는 것을 깨달을까 봐.

(p.67) "내 생각에 행복은 늘 오늘에 달린 거 같아. 어제나 내일이 아니라 오직 오늘이 가장 중요해."

(p.377) "어떤 일들은 바로 우리 코앞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우리가 걸려 넘어져도 못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어."

(p.367) "너는 네 인생을 알아서 꾸릴 수 있는 충분한 나이야. 네 인생이라고. 너 말고 네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p.386)" 이제 그만 너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어. 네가 사랑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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