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읽을 것인가 - '모든 읽기'에 최고의 지침서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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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뇌과학과 행동경제학, 심리학 등을 바탕으로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뇌는 근육과 같이 훈련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물론, 단번에 뇌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독서하는 뇌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독서에 숙련되어야 하는데 첫 시작은 바로 '다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년에 한 권 읽기도 힘든데 다독이라고 불평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인간의 본능인 '자랑의 욕구'를 이용해서 독서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처음 책을 읽을 때 책을 들고 무작정 카페로 갔다. 여자들이 많은 카페로 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다음, 꾸역꾸역 책을 읽은 것이다. 즉, 인간의 본능과 상황 통제를 통하여 책을 읽을 수밖에 없도록 자신을 몰아붙인 것이다. 억지로라도 읽으면 뇌는 인지부조화로 인해 내가 독서를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저자는 이 방식으로 독서를 시작해 1년에 300권이라는 어마어마한 책을 읽게 된다. 그리고 지금도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년에 150권 이상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특히 저자는 다독을 넘어서 계독을 추천하는데 계독은 한 분야나 주제를 정해서 관련 책들을 계속해서 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내가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여러 분야를 계독하다 보면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분야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계독은 자칫 잘못하면 편협한 시각을 가지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남독, 즉 특정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읽을 것을 동시에 권한다. 남독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 겸손(세계의 확장)을 얻을 수 있다고 부언한다.

 

특히,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얼핏 생각하면, 책을 읽으면 지식이 점점 쌓이기 때문에 스스로 아는 것이 많다고 여길 것 같으나 실제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모르는 분야는 많고 내가 아는 지식이 얼마나 미미한지를 고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읽은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며서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어휘력이 풍부한 국내 소설을 읽을 것을 권한다.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자전거 도둑>, <몽실 언니> 등을 추천한다. 성인의 경우는 유시민 작가가 <토지>, <자유론>, <코스모스>를 열 번 정도 읽을 것을 권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재독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재독의 기본 전제는 좋은 책을 재독하는 것이다. 다독가의 경우 많은 책들을 읽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읽고 나서 힘이 빠지는 책도 많이 만나게 된다. 따라서, 다독가들은 이미 검증되고 안전한 전에 읽은 책을 재독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3대 1법칙을 적용해 세 권의 신작을 읽으면 한 권의 명저를 재독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재독과 관련해서 저자의 중요한 두 가지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는데 첫째는 재독을 통해 과거의 추억에 빠지게 되고 추억은 행복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둘째 재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기 때문에 내옹도 새롭게 다가오고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시간이 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를 '자아의 시간여행'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엄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엄독은 책을 덮는 것이다. 즉,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임과 동시에 읽는 행위에서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암송과 글쓰기, 시험, 발표, 토론 등을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책의 내용을 옮기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걷기'를 추천한다. 특히 도심이 아닌 공원이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걷는 것이 뇌에 훨씬 좋다. 뿐만 아니라 충분한 수면을 통해 책의 지식을 기존 지식과 통합하고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독서법에 관한 책은 많다. 중요한 것은 독서법에 관한 책을 많이 읽으며 가장 효율적인 독서법을 찾는 것이 아니다. 바로, 당장 책을 집어 들고 한 권이라도 읽는 것이다. 일단 책을 들고 다니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자투리 시간이 주어질 때 책을 읽어야 한다. 책 읽으려는 의지를 가지고 환경을 만들어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우선이다. 독서 방법은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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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라의 조건 - OECD 선정 '가장 행복한 13개국'에게 배운다
마이케 반 덴 붐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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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다만, 그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은 너무나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물질적 성공이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여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어떤 이들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내 집만 있으면 행복할 거라고 말한다. 이처럼, 행복은 다양한 방식으로 추구된다. 그러나 이 모든 방식의 끝에 행복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많은 이들이 행복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추구한 삶이 알고 보니 행복한 삶이 아니었다고 후회한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삶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금 50-60대 아버지들은 젊은 시절 거의 회사에 살다시피 했다. 자연적으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자녀와의 관계가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버지들은 열심히 일하고 회사에 충성해서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하는 것이 가정의 행복에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세월이 지나서야 회사가 아니라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야 한다고 후회한다.

 

저자는 독일 사람으로 행복한 삶의 비결을 찾기 위해 전 세계 가장 행복한 나라 13개국(덴마크, 핀란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9개월 동안 돌아다니며 그 나라 국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들과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요소들을 정리하여 <행복한 나라의 조건>이라는 책을 낸 것이다. 그 요소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오스트레일리아,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 캐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예요. 내가 행복해야 주변 사람들도 행복하답니다." (멕시코,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 콜롬비아,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 파나마), "인생은 한 번 뿐이에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세요." (오스트레일리아, 코스타리카, 멕시코, 캐나다,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입니다." (13개국 모두)

 

행복해지려면 과연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저자는 시드니의 저명한 행복학자 로버트 커밍스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행복은 찰나의 행복감, 우연히 찾아든 일시적이고 강렬한 감정과는 전혀 다릅니다. 행복은 기본 정서예요.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는 좋은 기분이 인격의 일부가 되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기본 정서이지요."

 

그렇다. 행복이라는 것은 반짝 이벤트로 인해 기뻐하는 것이 아닌 기본 정서이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기본적으로 '나는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행복을 어떻게 쟁취할 것인가?

 

행복한 나라들의 특징 중 하나는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행복해지고 싶으면 내가 먼저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즉, 행복하고 싶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 특별히 절제할 줄 알고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삶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노력뿐 아니라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행복한 삶을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신뢰가 없으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수많은 규정과 계약서 등으로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즉, 자율성에 제약이 가해지는 것이다. 자율성이 침해를 당하면 그만큼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저자는 신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뢰는 행복한 나라들에 널려 있는 다른 수많은 행복 요인의 토대이다. 관용과 평등, 개인의 자유, 사회적 책임, 공동체 의식, 이 모든 것이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행하는 내내 이런 행복의 비결을 만났다. 신뢰를 배우지 못하면, 행복으로 가는 길도 닦지 못할 것이다."

 

행복에 있어서 중요한 다음 요소는 바로 인간관계이다. 특히,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는 행복에 있어서 빠질 수 없다. 맨 처음 저자가 언급했듯이 13개국 모두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관계를 지속하고 깊이를 더해가기 위해서는 함께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수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업무와 야근으로 시달리는 사회는 이런 시간을 낼 수 없고 결국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게 만든다. 행복한 삶은 단순히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한 나라 안에서 국민들이 누리는 권리와 대우가 동등한 것도 중요하다.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일수록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고 이 또한 행복한 삶을 방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유럽과 같이 많이 가진 자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복지시스템을 갖추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정리하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도 필요하지만 '행복해야지! 행복해야지!'라고 스스로에게 압박을 준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 이웃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도 있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된 사회복지망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신뢰하는 사회가 될 때 비로소 '행복해야지!' 가 아닌 '아!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고백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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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수학무기 -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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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를 찬양하는 시대이다. 앞으로 우리 시대를 선도할 기술 중에 빅데이터를 꼽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빅데이터를 위한 충분한 양의 정보와 소트프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이 뒷받침되어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게 되었다. 이제 이 빅데이터를 적재적소로 활용하기 위하여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대량살상 수학무기>의 저자 캐시 오닐이다. 

 

저자는 수학자이며 퀀트, 데이터 과학자이다. 그녀는 서문에서 밝히듯, 자신이 내부 고발자이며 전문가로서의 제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며 이 책의 목적을 밝힌다. 

 

"수학, 데이터, IT 기술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알고리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편견과 무지, 오만을 코드화한 프로그램들은 차별을 정당화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합니다. 저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줄여서 WMD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대량살상수학무기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WMD가 벌어지고 있는 영역이 어디 있는지를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에 앞서 WMD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WMD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불투명성, 확장성, 피해이다. 먼저 WMD 중 상당수가 적절한 피드백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구글의 검색 기능이라든지 아마존의 고객 추천 기능 등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좋은 사례인데, 이들은 적절한 피드백을 통해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러나 WMD는 개선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조차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 

 

빅데이터를 통한 분석이 왜 문제가 되는가? 이에 대해 저자는 먼저 데이터 과학자들이 거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교사를 평가하는 매스매티카의 평가 시스템은 평가 점수가 나쁜 교사들을 해고하는데 사용된다.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아이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해결해주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주더라도 이것은 평가에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성적 향상만이 주요 변수로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알고리즘을 만든 데이터과학자들로 인해 교사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WMD를 운영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실수와 잘못에 무감각하다. 

 

WMD의 또 다른 문제점은 우발적인 실수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모형이라는 것 자체가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 시킨 것이다. 즉, 일부 중요한 정보가 누락된 알고리즘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모든 현상을 완벽하게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공정한 것처럼 보이나 개발자의 목표와 이념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를 "모형들은 수학에 깊이 뿌리내린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언급한다. 따라서, 앞으로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대하게 될 때 반드시 누가 만들었는지와 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분명히 알아야 한다.

 

책에서 언급하는 여러 WMD 사례 중에서 범죄자를 예측하는 재범위험성모형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 모형으로 판사들이 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측정할 때 편견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사실은 인간의 편견을 기술로 감춘 것은 아닐까라고 저자는 반문한다. 왜냐하면 이 평가모형은 범죄자의 가족, 이웃, 친구들을 포함한 범죄자의 출생 환경과 성장 배경을 모두 세세히 다루는데, 이런 세부사항이 형량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즉, 범죄율이 높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결국, 이 모형에 의해 실제로 과한 형량을 받고 수감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사회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더 오랫동안 감옥에서 격리된 채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시간은 어쩔 수 없이 그로 하여금 재범 위험성을 증가시키게 된다. 즉, 재범모형이 제대로 예측을 한 것이 아니라 재범모형 때문에 재범의 확률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재범위험성모형 자체가 그런 악순환이 발생하는 하나의 원인이며, 그런 악순환이 지속되는 데 일조한다. 이것이 바로 WMD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또한 WMD는 많은 이들의 기회의 문을 닫아버린다. 또한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은행들이 사용하는 신용평가 모형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평가모형 점수가 낮은 이들에 대해 대출의 기회조차 닫아버린다. 

범죄퇴치모형은 가난한 지역의 경범죄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이로 인해 부자들이 저지르는 금융 범죄 등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이 모형은 가난한 사람들만 더 많이 불심검문하며 일부를 체포하여 교도소로 보내는 데만 혈안이 되어 버린다. 단지 가난한 이유만으로 범죄율이 높고 재범의 위험이 높다고 이 모형은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가난한 동네에 거주하다가 범죄를 일으켜 수감 생활 후 출소하여 많은 경찰이 배치되어 있는 가난한 동네에 있다가 다시 경찰과 마찰을 일으킬 확률이 세금 사기로 형을 살고 부촌으로 돌아간 화이트칼라 범죄자가 경찰과 마찰을 일으킬 확률보다 당연히 높다. 

 

저자는 단순히 비판만 하지 않고 재범위험성모형을 설계할 때 독방, 교도소 내 강간 같은 부정적 요소와 햇빛, 운동, 음식, 문맹퇴치 교육 등의 긍정적 요소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이렇게 건설적인 데이터 분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교도소는 굳이 나서서 이런 방향의 모형을 설계하려고 하지 않는다.  

 

저자는 위에서 말한 재범위험성 모형, 교사평가 모형 등의 WMD 사례 외에도 대학의 순위 매기기 모형, 일정관리 소프트웨어, 신용평가모형, 보험료산정관련 모형 등에 대해서 WMD의 세 가지 특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정리하면 빅데이터는 선택에 따라 긍정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고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이런 수학 모형들이 다른 이들을 조종하기 위해서가 아닌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고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고 무수히 많은 수학 모형들이 가진 자는 더 가지게 만들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하게 만들며 약한 자들이 더 피해를 보게 되는 악순환을 발생시킨다. 마지막으로 좀 길지만 저자의 말을 인용한다.

 

"WMD는 앞에서 하는 약속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철저히 다르다. 앞에서는 효율성과 공정성을 약속하지만 뒤에서는 고등교육을 왜곡하거나 부채를 증가하거나 대량 투옥을 촉발한다. 또한 인생의 모든 중요한 분기점에 가난한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리며, 민주주의를 손상시킨다. 따라서 WMD를 하나씩 무장해제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해결책이다.
그런데 WMD들은 서로 물리고 물리는 관계라서 무장해제가 쉽지 않다. 예컨대, 가난한 사람들은 신용 상태가 나쁘고, 범죄 발생률이 높은 동네에 거주하며, 자신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WMD로 무장한 어두운 세상은 이런 데이터를 입수해, 이들에게 비우량 담보대출이나 영리 학교의 약탈적 광고로 융단폭격을 퍼붓는다. 또한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더 많은 경찰을 배치하고, 더 무겁고 더 긴 형량을 선고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들의 사법적 데이터는 다른 WMD 들에 반영되고, 그런 WMD는 이들을 고위험군 혹은 쉬운 표적으로 분류해 일자리를 얻을 기회마저 차단한다. 주택이다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받을 때 높은 금리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보험에 가입할 때도 불리한 보험요율을 적용시킨다. 이는 다시 이들의 신용평가등급을 떨어뜨려 죽음의 나선형 모형을 완성한다. 요컨대, WMD의 세상에서 가난은 갈수록 위험해지고 더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꼬리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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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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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태국-미얀마 간 철도건설에서 전쟁 포로로 있었던 외과의사 도리고 에번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야기의 축은 크게 두 가지인데 전쟁 포로들의 고통과 도리고 에번스의 사랑 이야기이다. 특히 전쟁 포로들의 처절한 상황과 여러 포로들의 이야기는 몰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당시 포로들은 철도 건설에 투입되었는데 일본 군인의 무자비한 통제 아래 어떻게든 철도를 완성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식사도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콜레라 등의 각종 질병으로 인해 포로들의 수는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더해, 일본 군인들의 구타와 폭행으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과 행동, 생각을 그려나가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 포로들 중 한 명인 다키 가디너는 특별히 언급할 만한 인물이다. 그는 누구보다 건강하고 일을 잘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열심은 오히려 동료 포로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왜냐하면 매일 일본 군인이 포로들에게 할당량을 주는데 시간이 다 되지도 않았는데 다키 가디너가 임무를 완수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 군인들은 할당량이 적었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일을 지시하게 된다. 결국 다른 이들은 지금 일도 하루에 다 마치기 버거운데 더 많은 일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은 다키 가디너의 뛰어남은 결국 질병으로 인해 무너지게 된다. 

 

보녹스 베이커라는 인물은 콜레라 막사를 돌보는 병사이다. 즉 콜레라 환자와의 접촉으로 인해 전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책의 표현에 따르면 병동 일꾼으로 자원하는 것은 일종의 사망선고였다. 도리고 에반스가 이제 그만 이 병동에서 일해도 된다고 했지만 보녹스 베이커는 계속 남아 있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입니다."

 

토끼 헨드릭스는 기록을 남기려고 노력했다. 자신들의 부당한 대우와 일본군의 잔인함을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겨서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장면을 그림으로 남겼다. 비록 본인은 포로 생활 중 죽음을 맞이하게 되나 그 기록은 결국에는 그를 대신해 생존하게 된다.

 

나카무라는 포로들을 관리하는 일본 간부였다. 그는 무자비하게 부하들을 다루고 포로를 다루는데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군대에서 항상 구타를 당했었고 그 역시 의무적으로 다른 병사들을 때려야 했다. 그리고 그는 전쟁이 끝나고 전범재판을 받아야 하지만 열심히 도망 다녀 재판을 피하고 가정을 꾸리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나카무라의 생각이다.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자신은 구타했다는 이유로 일본인 병사가 교수형을 당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도 자신은 나름 좋은 장교였다고 회상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몽둥이질을 하지 않고 따귀로 끝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일본군 병사로 나오는 고아나는 사실 조선인이었다. 그 또한 어떻게 보면 전쟁의 피해자인 셈이다. 그저, 일본 장교가 시키는 대로 구타하라면 구타하고 전쟁 포로들을 관리했을 뿐인데, 결국 그는 전범재판에 회부되어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도리고 에반스는 외과의사로 장교로 전쟁에 참여했다가 포로를 관리하는 포로 측 대변인이자 환자들을 치료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그는 철도를 건설할 수 있는 인원을 일본 장교와 매일 협상하는 역할을 해야만 했다. 일본 장교가 500명을 요구하면 도리고 에반스는 실제 투입 가능한 인원이 300명 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인원 조절을 매일 해야 했다. 도리고 에반스의 로맨스 이야기도 포로 이야기 중간에 계속해서 나오는데 흥미진진한 로맨스지만 여기서는 따로 언급을 안 하도록 하겠다.

 

이토록,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전쟁을 둘러싸고 여러 이해관계를 가진 인물들, 즉 포로뿐만 아니라 가해자인 일본군과 자의든 타의든 가해자에 합류한 조선인까지 다양한 인물을 다루며 전쟁 당시의 그들의 모습뿐 아니라 전쟁이 끝나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여전히 전쟁 때의 경험이 어떻게 그들의 생각과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는 걸작이다. 기회를 만들어 다시 한 번 몰입해서 읽을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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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의 종말 - 젊고 건강한 뇌를 만드는 36가지 솔루션
데일 브레드슨 지음, 박준형 옮김, 서유헌 감수 / 토네이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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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신 분들의 소망 중 하나는 건강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주변에 보면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라고 스스로 일컬으실 정도로 온몸이 쑤시고 약에 의존해서 하루하루 버티는 어르신들이 많다. 그래도 그들은 아직까지 맨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에 위로를 느끼신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 중 하나가 바로 치매, 즉 알츠하이머이기 때문이다. 치매나 알츠하이머를 이야기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도 못 알아보고 흔히 벽에 똥칠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즉, 한마디로 너무나 비참한 상황을 만들어버리는 질병이 바로 알츠하이머인 것이다.

 

2020년이 되면 10명 중 1명은 잠재적 치매환자라고 하는데, 문제는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일 브레드슨은 30년 연구 끝에 2017년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프로그램 '리코드(ReCODE)'를 개발하였고 이 리코드 프로그램으로 이미 수백 명의 사람들이 증상이 호전되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제시하는 리코드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설명뿐 아니라 이러한 치료법이 알츠하이머의 증상을 예방할 수 있는 이유, 즉 알츠하이머의 원인에 대해서 함게 다루고 있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을 다루는 챕터는 전문적인 영역이라 단어가 어렵고 이해하기 쉽지 않으나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내용이다. 원인을 인지해야 리코드 프로그램이 왜 중요한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저자는 ApoE4라는 유전자 변이(형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50%-90%까지 높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검사를 통해 ApoE4가 있는 사람들은 특히 리코드 프로그램을 통해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에는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아밀로이드라고 생각해서 이를 제거하려고 했었다.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 분자가 뇌에 있는 뉴런 사이의 공간을 메워서 발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밀로이드라는 것은 제거해야 될 대상이 아니라 뇌가 스스로 방어하기 위한 활동의 일부였던 것이다. 뇌에 필요한 과정인 축소 작업으로 인해 인지 기능이 퇴행되고 기억에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을 할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즉, 원인 분석을 잘못하여 잘못된 치료 방법과 연구가 지속되었던 것이다. 

 

아밀로이드로 인해 알츠하이머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아밀로이드가 왜 생기는지에 대해, 그리고 왜 분해되지 않는지에 대한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알츠하이머의 원인은 바로 3가지 인데 염증, 영양 상태나 시냅스 관련 화합물의 불균형, 독성물질에 대한 방어적인 대응이다. 따라서 이 3가지에 대한 예방과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먹는 것을 비롯한 전반적인 생활 습관이 바뀌어야 하고 이에 대한 코칭이 바로 리코드 프로그램이다.

 

염증은 감염이 없어도 생기는데 트랜스 지방을 먹으면 염증이 생긴다. 패스트푸드, 설탕을 멀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우리의 장은 글루텐이나 유제품, 곡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기 쉽다. 그리고 그 상처로 박테리아가 혈관으로 침투하여 염증이 발생한다. 글루텐이 들어간 음식은 잘 알듯이, 밀, 보리, 가공치즈, 마요네즈, 케첩, 베이컨, 소시지, 아이스크림 등 엄청 많다. 따라서 이렇게 감염과 염증을 일으키는 음식의 섭취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설탕의 독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포도당은 단백질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막고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하게 만든다. 그리고 인슐린을 분해하기 위해 인슐린분해효소(IDE)가 분비되는데 IDE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분리하는 역할도 맡고 있는데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슐린을 분해할 때 아밀로이드를 분해할 수 없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설탕은 알츠하이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독성물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독성물질이 어떤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제거하며 해독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채소를 섭취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이 독성을 해독하는 방법들이다. 

 

이와 같이 저자가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는 단순히 한 가지 약으로는 절대 치료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이 딱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알츠하이머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제일 처음 말한 것처럼 식단, 운동, 잠, 스트레스 등 생활 전반을 변화시키는 포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책에서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는데 저녁 이후부터 아침까지 공복시간을 12시간 이상 유지할 것을 이야기한다.

 

"공복 시간을 최소 열두 시간 이상으로 유지하면 뇌세포를 포함한 모든 세포가 다양한 요소를 재활용하고, 망가진 단백질과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하는 '자기 소모'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다양한 색깔의 저탄수화물 식단과 채식 위주의 식단을 추천하며, 과일 주스가 아닌 과일 자체를 먹을 것을 이야기한다. 특히, 망고와 파파야 같은 열대 과일은 당지수가 높으므로 피해야 하고 베리류를 섭취할 것을 조언한다. 또한 브로콜리, 양배추, 무, 아보카도, 마늘, 생각, 다시마, 김 등의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음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방 중에서는 좋은 지방에 해당하는 아보카도, 견과류, 올리브오일을 언급한다. 이처럼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과 어떤 재료를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좋은 가이드라인을 얻을 수 있다. 유산균이라든지 발효식품, 육수 등에 대한 언급도 하고 있다.

 

수면과 관련해서는 밤에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8시간 가까이 자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그러나 정작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알츠하이머의 종말>은 저자가 30년 동안 연구 끝에 발견한 예방 및 처방법을 소개하는 귀한 책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단순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삶의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두가 일독을 해야 할 책 중에 한 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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