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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비가
쑤퉁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중에서 가장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뭐냐면 과거의 경험이 떠오른다는겁니다. 허구를 위주로 만들어진 픽션일지언정 역시 경험과 추억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가 중심이다보니 만인의 공감을 얻기위해서는 대중적 공감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은 경험을 많이 제시하는거겠죠.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잊어버리고 있었던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과거의 한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명확하게 사진을 찍듯이 파팍 떠오른거죠.. 시대나 시기도 화씨가 살았던 시대와 비슷합니다.물론 한국과 중국이라는 공간과 정치적 이념이란게 놓여있겠지만 역시나 사람 사는거야 어디든지 비슷하지 않던가요?..하여튼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시절의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는 도시락을 싸갔더랬습니다..보온도시락을 많이 이용했더랬죠.그런데 이 보온 도시락이 떨어뜨리면 안에 있던 유리보온재가 깨져버리는 아주 조심해서 다뤄야하는 그런 제품인 것이었습니다..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군요..뭐 쉽게 휙휙 돌리지도 못하고 목에 걸고 다녔으니까요..그러니까 이 도시락을 깨버린겁니다..가격도 그렇게 싸지는 않았던것 같네요..제꺼를 깨버렸으면 몇마디 꾸중만 듣고 넘어갔겠지만 하필이면 학교에서 가장 쌈잘하는 친구의 보온도시락을 깨부셔버린거죠...어떻게 된냐구요?..얻어 터졌냐구요?....맞진 않았습니다..싸우기 이전에 일단 도시락부터 깨버렸으니까요...원래는 거의 죽음에 가까워야 될 사건이지만 이 친구가 싸움은커녕 주저앉아 목놓아 울어버리는거죠...그러더니 자기집을 가자더군요..무서웠습니다..그래서 우리 부모님께 먼저 갔죠...같이 갑시다..나혼자갔다가 맞아 죽을지도 모릅니다요..부모님 제발 절 살려주십쇼..(?)..ㅋㅋ...그렇게 우리 부모님이랑 그 친구랑 나랑 단란하게(?) 그 친구의 집으로 갔죠... 음...산으로 올라가더군요...한참을 올라가니 천막처럼 지어놓은 쓰러져가는 집이 있더라구요...그리고 들어갔습니다.. 대강은 짐작하시겠지만 상당히 빈곤한 가정형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거기에다 그 친구의 동생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지 친구까지 포함해서 여섯명이더군요...친구의 아버님은 몸져 누워계셨고 어머님은 안계시더군요..이해 가시죠?..그 친구는 자신의 도시락을 깨버린 사실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해주길 원했던겁니다..무척이나 소중하고 아끼는 것이었을테니까요...그렇게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때에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이 책을 읽으면서 그대로 가슴속에서 되살아난것입니다... "친하게 지내라, 비록 우리 역시 가진게 없는 사람이지만 가난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무식한 짓은 하지말자."..멋진 아부지시죠?..ㅋ..근데 요즘 별로 안친합니다..
이야기가 자꾸 옆으로 새는데 하여튼 시작한 이야기는 마무리를 해야죠...그래서 그 친구랑 친하게 지냈습니다...다 아시겠지만 학교 짱이었으니까요..친하게 지내서 해될거는 없지 않았겠습니까?..그렇게 그 친구집에도 자주 놀러갔습니다. 그리고 중학교를 가게 되었죠..물론 흩어졌습니다. 그리고는 만나지를 못했죠.. 그러다가 고등학교때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딱히 좋은 장소는 아니었죠..돈을 벌고 있더군요.. 몇차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계속 왔다갔다 바쁩디다..그렇게 또 세상의 시간은 흘러갑니다..어느날 어릴적 친구를 만나 과거 이야기를 쏟아 놓는 와중에 그 친구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야기 들었냐?..뭐?..그 친구 지금 감옥에 있대..뭐?,,왜?..몇번 사고를 내서 문제가 되었는데 이번에 음주로 사고를 심하게 내서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힘들게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졌구요. 그리고 그 친구의 가족은 여전히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더군요....그렇게 그 일은 내 인생이 아닌이상 그 수다로 끝이 나버립니다..이 책을 읽기 전까지...
책 이야기를 해야되는데 말이죠. 책 이야기가 하기 싫은겁니다. 이유요?.. 읽는 동안 너무 짜증이 심하게 나서요.. 책이 재미없었냐구요?..아닙니다..책은 읽는 재미가 많습니다..작가의 입담이 독서에 재미를 붙여주거덩요. 그런데 내용과 작가의 의도가 아주 짜증지대로더라구요...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내용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작가가 어떤 의도에서 처절하고 비루한 현실의 아픔을 그대로 표현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배경을 받아들이기가 무척이나 신경질이 납니다..그렇지만 현실이니까요..그리고 우리의 역사이고 그들의 아픔이니까요..그래서 더욱 분노가 치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걸 작가가 원했을수도 있을 겁니다. 독자가 받아들이는 시대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극단적 비참함으로 보여주려는 의도.. 세상은 이렇게 비루할때도 있었습니다..그리고 세상은 여전히 아직도 이런 비루하고 비참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압니다...자주 보니까요...모 방송의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그 방송을 보면 이런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정말 보는내내 짜증과 분노와 흥분을 미치듯이 표출할때가 있습니다..하지만 자꾸 보게 되요...그네들의 인생과 아픔과 현실에 동감하기때문에 더욱 제가 분노하는지도 모르겠더라구요...안보고 모르면 될텐데 말이죠...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화진더우라는 없는 살림에 아둥바둥 살아가는 소시민이 있습니다..중국에서 비천한 노동자입죠...그런 그에게 불행이 닥칩니다. 아내가 자살을 해 버리는거죠..이유를 모릅니다..그래서 홧김에 아내가 자살한 공장의 창고에 불을 질러 버립니다. 아내의 죽음에 연관이 있다고 지레 짐작한거죠..그래서 붙잡혀서 심각한 징역을 살 지경이 되어버리자 역시 자살을 해버립니다.. 남겨진 아이들은 아이들의 고모가 돌보게 되는거죠..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됩니다..죽은 화진더우가 하늘에서 그리고 참죽나무길의 자기 집에서 죽은자의 모습으로 그들을 관찰하면서 비통해하고 안타까워하고 눈물지면서 넋두리를 계속 쏟아놓는거죠..비루한 인생.. 비참하고 답답하고 처참한 인생살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야기의 주 중점은 남겨진 아이들과 고모의 생활입니다.. 네명의 딸아이와 늦둥이 아들의 생활이 현실의 비참함속에서 어떻게 변질되고 악순환으로 이어져가는지를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주는거죠...20년이 넘는 시간을 따라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달라져도 비루하고 빈곤한 인생은 크게 변한것이 없다는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고자 합니다..그래서 전 화가 많이 났습니다...역시 우리 인생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요..
쑤퉁이라는 작가는 처음 접해보는데요. 상당히 현실적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글빨(?)을 보여주시는 작가시군요.뭐랄까요?.비참하고 처참하기까지 보이는 일상의 아픔들을 유쾌스럽고 우스갯스러운 말들로 더욱 극단적으로 보이게끔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나 할까요?.. 재미있으면서도 슬픕니다..그리고 화나죠..짧은 분량이 아닌데도 그리고 단순하게 화씨라는 일가의 비가를 보여주는 단순한 구조임에도 읽는 재미가 있다는것은 그만큼 작가의 내공이 대단하다는거겠죠.. 똑같은 일상이자 내용들입니다...하지만 그 속에 비참함과 처철함이 깔려 있죠..그렇게 이들의 시간은 흘러갑니다..어떻게 보면 참 재미없고 심심한 내용임이 뻔한데 쑤퉁작가는 그속에 죽은자의 관점과 저승쪽의 세상도 살짝 엿보여주면서 읽는 맛에 대한 김미료를 뿌려주기도 합니다..오늘은 별로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군요..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나쁘지는 않은것 같기도 합니다..근데 내가 뭘 적었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