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의 재발견 - 영어 해석으로 보는 팝송이야기 100
이무영 지음 / 태림스코어(스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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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음악을 사랑한다. 언젠간 음악이 없으면 죽을 것 같은 날들도 있었는데 단순히 사춘기 시절의 특징이란걸 깨달았다. 하루라도 음악을 듣지 않으면 가시가 돋을 것 같은 날들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사춘기를 겪지 않았다는 증거로 봐도 되지 않을까? 혹은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는 증거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50년대부터 현대까지의 다양한 음악 이야기가 실려있다. 팝송을 즐겨듣는 나로서도 그 옛날 팝송은 들은 적이 많지 않아서 절반 이상이 모르는 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노래들이 다 마음에 들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그저 좋으면 좋은대로 다 들어버리는 막귀를 가진 탓에 웬만한 음악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운이 좋다.

목차에는, 내가 사랑하는 가수들도 있었고 내가 사랑하는 가수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들은 바 있는 전설적인 존재들도 있었는데 그런 다양한 시대의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이 마음에 든 첫번째 이유이다.
두번째 이유는, 음악 속 뒷 이야기를 알 수가 있다는 점이다. 내가 모르는 직업군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그들의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떤 갈등이 있고 어떤 메세지를 담아 노래를 하며 계약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떤 의미를 담아 소수의 의견을 대변하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가 책에 담겨있다.
세번째로는 가사가 적혀있다는 점이 좋았다. 친절하게 영어가사와 그 해석은 물론이고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적혀있는데 해석하는 과정에서 영어가사의 본질이 흐려진 경우도 있는 것 같지만 어쨌거나 내가 필요한 부분만 취하면 되니 있는 것이 낫다고 볼 수 있다.

서점에서 한국 음악에 대한 책을 몇 권 훑어읽었는데 제대로 된 책이 단 한 권도 없었다. 내가 운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정말로 책이 다 별로인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나라에 있는 훌륭하고 아름다운 음악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 음악을 소개하는 책이 한 권도 없는지 황망할 뿐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책이 판매되면 좋겠다.
아니면 나라도 그 책을 써서 팔아야겠다. 몇년이 걸릴 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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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연애 - 연애만 하기엔 너무 늦고 결혼을 하기엔 너무 이른
좋은비 지음 / 책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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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브런치에서 한두개 읽었던 기억이 나서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읽었다. 감수성이 풍부한 내 나이대의 남자가 애틋하고 짠한 느낌의 글을 쓰는 것에 동정심이 일었던 기억도 난다.

한편으로는 상처받았던 과거의 기억들에 동정심이 일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나 자신을 생각하면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싶은 기분이 든다.

공감하는 글이 많았다. 하지만 조금의 보여주기 식의 글도 종종 보인다. 그런 글들을 나 또한 많이 써봤던 탓에 글 속의 포장지를 무의식적으로 알아차리고 만다.

언젠가 시를 써서 고백을 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고백을 거절하고도 그 시만큼은 몇번을 읽어본 기억이 난다. 글이라는 게 얼마나 미화되기 쉬운 것인지, 그때는 몰랐다. 글 속에 표현된 착하고 예쁜 내가 진짜 내 모습이라고 착각한 어린 날이었다.

지금은 글 쓰는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자신의 과거를 글로 남기는 사람은 비겁하다는 생각도 한다. 부치지 못할 편지를 제3자에게 들려주며 나 자신의 슬픔을 과장하는 것. 나 또한 많이 했던 일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그땐 과장 조차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름을 부르는 편지를 쓰기는커녕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그저 괜찮다는 말밖엔 그 사람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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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 교양인을 위한 구조주의 강의
우치다 타츠루 지음, 이경덕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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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구조주의에 대한 입문서로 좋은 책.
철학 분야 책이 읽고 싶어서 고민하다 골랐는데
이해하기 쉬워서 좋았다 :)
다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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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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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저임금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 호기심으로 작가는 그들의 일상에 들어가 직접 체험한다. 고작 몇주를 버티고 실패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현실이 얼마나 박한지 간접적으로나마 깨닫고 만다.

왜 그들은 부당한 현실에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가?

작가는 일순간 그들의 감정에 이입하여 파업을 선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 그런 작가의 모습은 꽤나 실망스러운 일이었는데, 그런 부당함을 고발하고 싶은 마음 조차도 교육과 환경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그런 부당함은 어렸을 때부터 익숙했던 일이다. 누구든 익숙한 것의 부당함을 깨닫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작가는 그 순간 마저도 돌아갈 수 있는 안락한 자신의 집과 공간을 염두해두지 않았을까? 타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정의로움 그 자체를 위해 정의로운 행동을 한다는 말은 비교적 현실주의자인 내게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쓰레기나 다름없다. 진정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우리에겐 그런 고민이 필요하다.

작가가 오랜 시간을 저임금 노동자로서 체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작가의 모습이 노동자 코스프레같은 느낌이 들고, 그리하여 그가 겪은 노동자들의 현실이 조금 미화된 감은 있을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불공정하다고 느꼈던 몇몇 일들과 노동자들의 몇몇 말들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특히나 그들이 그런 환경에서도 묵묵히 일을 함으로써 다른 이들이 안락한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그들을 박애주의자라고 말한 것이, 뼈아프게 들렸다. 그들이 들으면 분노할 일이다. 박애주의자라니....

더군다나 그들에게만 행해지는 비인간적인 구직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저임금노동자가 불법을 저지르라는 것은 정말이지 편견이다. 우리는 우리를 개돼지라 부르며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 더 못되고 사악한 윗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견의 몫은 항상 경제적 최하위층에 놓인 그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들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아니, 실제로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이 편견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 사실처럼 보이는 것들은 어떻게 없애나갈 수 있을까?

나는 교육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교육을 통해 그들을 높은 자리에 올려놓는 것이야말로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애초에 그들을 교육할 것은 국가가 좀 더 나서줘야 할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 국가는, 우리들의 손으로 세워진다. 그러니 결국 그들을 바꿀 수 있는건 우리인 셈이다.
어떤 문제들은 때론 공감의 결핍에서 일어나곤 한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갑과 을의 싸움에서 너무나 명료하게 갑의 승리가 보인다면 세상의 어느 누가 그 싸움을 시도하겠는가. 을을 대변할 수 있는 리더, 그리고 정부의 노력, 시민들의 노력- 그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역시나 이런 책은 마음만 아프고 답은 너무나 멀다..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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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 - 청춘을 매혹시킨 열 명의 여성 작가들
이화경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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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그리고 ‘청춘을 매혹시킨 열 명의 여성 작가들’이라는 문구에 끌려서, 그리고 거기에 수전 손택과 제인오스틴, 버지니아 울프의 이름이 적혀 있기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취향저격인 책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10명의 작가(수전 손택, 한나 아렌트, 로자 룩셈부르크, 시몬 드 보부아르, 잉게보르크 바흐만, 버지니아 울프, 조르주 상드, 프랑수아즈 사강, 실비아 플라스, 제인 오스틴)의 삶과 그와 관련된 작품 구절들이 등장하는데 치고 싶은 밑줄이 너무나 많아서 다 적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읽고 싶은 책들이 또 늘어났다. 좋은 책은 읽고 싶은 책들을 수없이 양산한다. 너무 치명적이다.

책을 다시 펼치지 않고 읽은 내용들을 되짚어 본다. 책을 읽는동안 수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책을 덮음과 동시에 그 생각들이 생각의 무덤에 매장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철학자와 철학자들의 만남, 작가와 철학자의 만남, 예술가와 작가의 만남 등 감성 많은 그들의 연애 이야기가 꽤 솔깃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의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부러움을 느꼈다가 그 감수성으로 인해 서로 다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애써 상기시켰던 듯 하다.
인생을 하나의 시작과 끝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좋을지 혹은 수없이 열린 결말로 언제고 변화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끊임없이 사랑한 프랑수아즈 사강의 인생을 보면 그런 열릴 결말들은 오히려 자유를 속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너무나 많은 시작과 끝이 각각의 시작을 가벼이 여기게 만들지는 않을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 번의 인생 안에서 자신의 소울메이트를 찾아 수없이 방황하고 부딪치는 일이 더 현명하게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은 결국엔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고독하게 죽어갈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건지도 모르겠다.

수전 손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인간은 결국 사랑 안에서는 고독할 수밖에 없기에 공동체적 사랑에 기대는 것이 현명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의 우물 안에 들어갈 여유조차 없는 이들에게 생각을 할 생계적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이의 고통에 잠시 침입하여 그들의 감정에 이입하고 함께 고통 받는 것. 어쩌면 그런 고통의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연인에 대한 사랑에서 오는 고독함을 회복할 방도인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책이었다. 책을 덮으며 생각이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기 전에 가졌던 고민들이 오히려 회오리치게 된 것 같다. 이북으로 읽었는데, 책을 구매해야 겠다.



********좋았던 구절.....쓰다가 지쳐서 중간에 그만 둠

* 감정의 엄살과 어리광과 광기가 없는 연애편지를, 나는 이제껏 본 적이 없다. 나의 온갖 리비도와 나르시시즘을 닿을 수 없는(닿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은) 대상에게 융단 폭격하는 게 연애편지의 기본이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너’때문에 살고 죽는다는 걸 알아주길 바라는 절절한 심정을 토해내지 않으면, 연애편지가 아니다. 그리하여 연애편지에 적힌 언어는 한낱 문자가 아니라, 롤랑 바르트식으로 말하면 ‘살갗’이다.

* 그녀가 원하는 것은 자유였다. 잘못된 자유, 망가질 자유, 고생할 자유, 첫 번째 사랑이 잘못되면 두 번째 사랑을 하고, 두 번째도 아니다 싶으면 끝장내고 세 번째 사람을 선택해서 행복할 자유. 실패하면 툴툴 털고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가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달려갈 자유.

* 오렐리앙, 난 당신 없이 살아갈, 좀 더 정확히 말해서 당신과 결별할 용기를 냈지만, 당신을 슬픔에 빠뜨리고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 용기는 나지 않았어요.

* 사랑이 위대한 이유는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너만을 택하는 데 있다. 이유나 까닭이나 조건을 무시하는 것, ‘그래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사랑하는 것이 진짜이다.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의 사랑은 낭만주의자들이 믿는 사랑이다. 침 발라 돈을 세는 일이 전부인 세속적인 우리가 사랑할 때 말고 언제 생판 모르는 남의 입술에 침을 발라보는 낭만주의자가 되겠는가. 무한 생존경쟁 속에서 사랑할 때 빼고 언제 남의 형편을 먼저 고려해주는 소설 속 로맨틱한 주인공이 되겠는가. 사랑에 눈멀 때 말고 언제 화합 망상에 흠뻑 빠져들 수 있겠는가. 쿨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이 세상에서 사랑에 미칠 때가 아니면 언제 뜨거운 인간이 될 수 있겠는가.

* “문학은 언어와 서사를 통해서 기준을 제시하고 깊은 인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자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고 발휘하도록 해줄 수‘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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