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영혼을 갉아먹는 병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는 행위 자체는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자 중요한 임무일지도모른다. - P27

지금의 나란 어차피 과거의 나, 과거에 내가 했던 수많은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므로, 그 시절을 돌아보지 않으면 지금의 나를 설명할 길이 없다. - P27

과거의 나 역시 지금의 나와 다르지 않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선택하기 전에 엄청나게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 P29

그리고 이 길로 가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려움에 떨면서도 때론 발을 내디뎠고, 이대로 포기하긴 부끄럽다 생각하면서도 때론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그러했던 나의 선택을 믿는수밖에. - P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태 파악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일은 ‘좋은‘ 표현의 자유와 ‘나쁜‘ 소문을 구분할 쉬운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 P27

희한하게도 실체적 진실의 유보는 그 상징적 효과를 없애지 못한다. - P28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기에, 우리는 시장 메커니즘이 혼란과 기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 P28

우리 대다수에게 ‘공산주의적‘으로 보이는 조치들이 전 지구적으로 고려될 것이다. 생산과 분배의 조정이 시장의 조절력 바깥에서 진행될 것이다. - P28

전 지구화, 자본주의 시장, 부유한 자들의 잦은 이동.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 유행하는 감염병이 무언가 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 P30

우리가 정말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지금 유행하는 감염병이 자연의 우연성이 가장 순수하게 발현한 결과요, 그냥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아무 숨겨진 의미도 없다는 사실이다. - P31

더 거대한 사물의 질서 한가운데 인간은 특별히 아무런 중요성도 없는 한갓 종에 불과하다. - P31

코로나바이러스 집단감염이 가하는 위협에 대처하는 과정에서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당국에 긴급 원조를하며 협조를 구했다. 선의와 인간적 도리 때문이 아니라 거기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단순한 사실때문이었다. - P31

한 집단이 감염된다면 다른 집단도 불가피하게 고통받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치학으로 번역해야 할 현실이 여기있다. - P31

지금이야말로 "미국 (또는 다른 누구든) 먼저!" 라는 모토를 버려야 할 때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반세기도 전에 설파했듯 "모두 다른 배를 타고 왔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같은 배에 타고 있다." - P31

감염병의 결과들을 처리하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는 힘들고 소모적인 노동이 엄연히 존재한다. - P43

그렇지만 이 일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의미 있는 노동이고,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애쓰는 어리석은 노력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만족을 가져오는 노동이다. - P43

한 의료노동자가 초과근무 때문에 완전히 기진맥진할 때, 한 요양보호사가 벅찬 임무에 지쳐버릴 때, 그들은 강박적으로 경력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피로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치는 것이다. 그들의 피로는 보람 있고 값지다. - P44

우리는 그저 바이러스의 위협에만 대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 P59

다른 파국들이 우리 눈앞에서 어른거리거나 이미 벌어지고 있다. - P59

가뭄, 폭염, 태풍 등 그 목록은 길게 이어진다. 이 모든 경우에 해답은 공포가 아니라 효율적인 전 지구적 협력을 어떤 형태로든 구축하는 굳세고 간절한 노력이다. - P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 - 코로나 시대 성경이 펼치는 예언자적 상상력
월터 브루그만 지음, 신지철 옮김 / IVP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탁월한 구약학자인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 1933~)은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과 염려로 가득한 세상 한가운데서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한다. 성경을 대하는 그의 겸손한 태도와  통찰력 있는 해석이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짧지만 묵직한 울림과 조심스럽지만 정곡을 찌르는 그의 메시지는 혼란 가운데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매우 적실하다.


저자는 구약 성경의 내러티브 가운데서 전염병으로 인한 재앙이 나타나는 복합적인 성경 본문을 다룬다. 그리하여 세 가지의 해석안을 도출한다. 먼저는 언약에 근거한 '동등 보응의 방식'으로, 선을 행한 자에게 복을, 악을 행한 자에게 벌을 내리는 방식이다. 이러한 명백한 질서는 성경 곳곳에서 보인다. 흔히 신명기 전승에 기초하고 형성되었다고 하는 이러한 관점은 특히 예레미야와 에스겔에서 자주 드러난다. 저자는 '칼'과 '전염병'과 '기근'이 함께 묶여 나오는 고난의 삼중 구조를 분석한다. 예레미야와 에스겔을 쭉 통독하다보면 이 용어들이 함께 묶여 자주 반복된다.


다음으로는 하나님의 강한 능력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의도를 실행하신다. 가장 강력한 예는 출애굽기의 장면일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능력을 통하여 애굽에 징벌을 내리신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며, 이스라엘 백성은 해방과 구원을 경험한다. 


엄밀한 동등 보응이나, 목적 실현을 위한 강력한 권능의 드러내심과 다르게 징벌에 관한 마지막의 해석은 하나님의 완전한 거룩하심을 드러내시는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설명들을 거부하며, 하나님의 권능을 드러내심으로 그의 거룩함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는 욥의 고난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세 가지의 해석이 현재의 상황에 적실하며 유용한가 하는 문제다. 브루그만은 과학의 영역을 인정하면서도 더욱 깊은 하나님의 숨기심을 인정하기를 촉구한다. 그리하여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고 더욱 깊은 창조 세계의 신비를 끌어안기를 원한다. 그는 당면한 상황을 뛰어넘어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놀라운 해석적 원천들을 가지고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하나님의 긍휼 하심과 자비,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기대어 하나님의 자유로운 행위를 의지해야 함을 강조한다. 과거의 여러 방법들이나 대안들이 적합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것이다. 하나님께서 교회에 주신 놀라운 선물은 바로 과거에 매이지 않고 새롭게 하나님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소유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노래'와 '비유', 더불어 '기도'다.


우리는 하나님께 현재의 상황을 아뢰고 회복을 간구해야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을 재해석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많은 선지자들이 재앙 가운데 하나님께 구할 때, 그들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스라엘의 합당한 반응은 언약에 기초한 삶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핵심은 재앙이라는 환경에 우리가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환난을 궁극적으로 다스리실 수 있는 하나님께로 우리의 주의를 되돌리는 것이다.


​브루그만의 이 책은 각 챕터 마지막에 저자가 직접 작성한 기도문이 실려있다. 이 기도문은 각 챕터의 내용과 연결되며 축약된다. 이 기도문을 통해 우리는 지적 만족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의 상황과 갈망을 하나님께 아뢸 수 있다. 성경 내러티브에서 배우게 되는 성경적이고 신학적 해석,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어우러져 우리는 하나님을 노래하며, 진심으로 기도하게 된다.


이 책에서 얻게 되는 또 하나의 선물은 목회자들에게 건네는 저자의 따뜻한 조언이다. 저자는 줄곧 목회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목회자들은 큰 방향성을 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어떤 자세로 사역을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설교자에게는 이러한 당혹스러움(wonderment)의 시기에도 활용할 수 있는 놀라운 해석적 원천들이 있다 - P54

목회 사역의 역할은 이 바이러스가 최종 권세가 아님을 보여 주는 것이며, 하나님의 선하심이 그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힘마저 꺾을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 P82

목회자의 임무는 바로, 막대한 상상력을 요구하는 그와 같은 두려움의 순간에 함께 하는 것이다 - P1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님의 편에서 보면, 새 창조는 하나님이 선택하시는 대로 올 것이다. - P139

그러나 새 창조의 도래에는, 새로움의 탄식을 인간의 편에서 숙고해 보라고 요구하는 윤리적 열정이 있다. - P139

인간의 편에서 새로움에 대한 진실은 하나님의 선물이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온다는 것, 그리고 그 대가는 곧 옛 창조가 실패했으며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인정과 새 창조를 올바르게 의도적으로 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라는 것이다. - P139

결과적으로, 옛것에서 새것으로의 이동은 통제의 상실이라는 당혹스러움을 수반하는데 이는 포기와 양도에따른 것이다. - P1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언자적 상상력은 선지자들이 보여 주는 하나님의 의도로부터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을 기대한다. - P127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이 바라시는 이웃 사랑에 걸맞은 역사적 가능성을 표현할 도덕적 상상력이다. - P127

이 도덕적 상상력은 하나님의 약속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동시에 돈, 법률, 천연자원, 사회적 상황 등 다양한 실재들에 근거한다. - P1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