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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평점 :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많은 우려를 한다.
책을 왜 읽어야하는지, 어떤 책을 읽어야하는지 저마다 많은 말을 한다.
책은 읽어야하기에 읽기도하고,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기에 읽기도 하지만.
결국. 재밌기에 읽는 것이다.
재밌어야 읽고, 재밌게 읽어야 한다.
문유석은 책 좀 읽으라고, 이러저러한 책이 너무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가 겪었던 상황 가운데서, 그 당시에 좋았던 책을 이야기한다.
유쾌하게 읽었던 독서의 경험.
그것이 가장 큰 자산이 아닐까?
결국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세상 모든 것에는 배울 점이 있다. ‘성공‘ ‘입시‘ ‘지적으로 보이기‘ 등등 온갖 실용적 목적을 내세우며 ‘엄선한 양서‘ 읽기를 강요하는 건 ‘읽기‘ 자체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자꾸만 책을 신비화하며 공포 마케팅에 몰두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 그거 안 읽는다고 큰일나지 않는다. 그거 읽는다고 안 될 게 되지도 않는다 - P14
결국 명작이든 고전이든 책은 대체 가능한 매개체에 불과한 것 아닐까. 부모들의 조바심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그 나름대로 즐길 것을 즐기고 흡수할 것을 흡수한다. 뭔가 즐겁게 읽고만 있다면 말이다 - P25
내게 정말 필요하고 소중한 사람이 나를 오해하고 있다면 그건 반박하든 해명하는 싸우든 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내 취향의 사람들도 아니고 내 인생에 아무 상관 없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내게 관심이 있으니 험담이든 뭐든 하겠지만 솔직히 나는 그들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 나를 에워싸고 그들의 언어로 떠들어대는 릴리퍼트 소인들일 뿐인 것이다. - P32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누리는 타인의 존재를 편하게 받아들일 만큼 수양이 된 사람은 많지 않다. 꼭 누구를 착취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부를 만끽하는 모습만 꼴 보기 싫은 게 아니다. 정당하게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가 자신의 성취를 누리는 당연한 자유가 누군가에게는 의도적인 과시로 비쳐 증오를 낳을 수도 있다. - P127
나는 ‘인문학 원전 읽기‘를 강조하는 이야기들에 회의적이다. 지금의 세계를 이루는 사상적 기틀인 『국부론』 『자유론』 『법의 정신』 『통치론』 같은 명저들도 결국 그 책들이 쓰인 시대의 과제를 그 시대의 언어와 감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의 독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명저라도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고 그 시대에만 의미 있었던 부분도 많다. 우리가 취할 것은 그중에서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가진 몇몇 부분들인데, 그런 부분들은 실상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우리가 수업시간에 졸아서 그렇지 이미 다 배운 ‘상식‘인 것이다. 그보다는 더 깊이 있게 알고 싶다면 현대의 연구자들이 고전의 핵심들을 알기 쉽게 현대의 언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해설서들도 얼마든지 많다 - P168
책은 수용하는 속도를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할수 있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자극받는다. - P174
우선 책은 단편적인 영상이나 인터넷 게시물보다 가볍게 시작하기 어려운 대신, 별 내용도 없고 재미도 없는데 단지 습관적으로, 중독적으로 계속 보게 되지는 않는다. 종이책은 두께와 무게라는 물리적 실체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무한정 넋 놓고 보게 되지는 않는다. 무한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적절한 순간에 멈추게 만드는 피로감도 필요한 것이다. - P174
그렇다고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삶은 글보다 훨씬 크다. 열심히 살든 되는대로 살든 인간은 어떻게든 각자 살아야 한다. 되는대로 살 때 더 좋은 글이 나오기도 한다. 그저 솔직히 자기 얘기를 계속 쓰는 것 정도가 글쓰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그중 어떤 얘기는 좋은 글이 될 것이고 어떤 얘기는 시시한 글이 될 것이다. 그건 쓰는 이가 의도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좋은 이야기를 우연히 만났을 때 그걸 더 잘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다. 물론 그건 대단한 차이를 낳지만 그렇다고 돌멩이를 금덩어리로 바꾸는 연금술은 아닌 것이다. - P184
나 자신을 위해서도 타인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 무지는 공포와 혐오를 낳는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의 모든 언어가 소음으로만 들리고 그들의 존재 자체가 위협으로 느껴진다. 소음과 위협, 공포에 둘러싸여서 사는 것은 불행하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나면 의외로 타협하고 수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나에게도 평화를 준다. 동시에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준다. 미디어의 발달로 그 어느 시대보다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오는 지금은 더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귀를 닫아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당장 크게 아쉬울 것이 없는 처지의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세상에 나 빼고는 다 정신 나간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 P193
정치, 젠더, 환경, 교육…… 거의 모든 이슈마다 양쪽 극단에서 가장 큰 소리들이 쏟아져나온다.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인 이들이다. 중간에 있는 이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공격적이고, 유연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이고, 시끄럽지? 하지만 그 소음 속에는 귀기울여 들어야 할 진짜 신호들이 있다. 그건 대부분 ‘힘들어 죽겠어・・・・・・’ ‘아파・・・・・・’ ‘억울해・・・・・・’라는 비명이다. " - P193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면, 그건 나의 현명함 때문이아니라 나의 안온한 기득권 때문임을."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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