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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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면서도 단단한 글을 좋아합니다. 그런 문장을 만날 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아니, 살아야겠다 다짐합니다. 사소한 것으로 마음 상하고, 작은 것으로 무너지더군요. 한 마디 말로 인해 오랫동안 쌓아두었던 아쉬움과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삶에서 길어올린 에너지 가득한 문장을 찾아헤맵니다. 실은 그런 문장이 다가오지요. 그렇습니다. 꿈틀대는 문장은 그렇게 찾아옵니다. 작가가 겪었던 삶의 무게만큼 그 글은 견고합니다. 그 안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을 때, 독자는 그 문장을 가슴 깊숙이 저장합니다.



한지혜의 글이 그러합니다. 아픔과 슬픔, 실패에서 끝나지 않고, 그 안에서 빛을 엿봅니다. 자신의 고통을 부풀리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솔직 담백한 글은 오히려 감정을 더 요동치게 합니다. 우리 또한 그 삶의 어느 지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겠죠.



작가는 한계에 머물지 않습니다. 실패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채찍질이나 치열함과는 다른 무엇이 그 삶을 이끕니다. 존재를 향한 사랑일까요? 자신에 대한 신뢰일까요? 따스함은 자신에게만 머물지 않습니다. 따뜻함은 흘러갑니다. 타인을 향해 베풀 수 있는 최선의 배려를 다합니다.



추억 속의 골목은 아픔과 회한이 담겨 있습니다. 저마다의 기억과 공명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끝에는 희망이 깃들어 있습니다. 내면에 움트고 있는 생명력은 꺼져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로 허락합니다. 그러기에 견딥니다. 포기하지 않고 한 발자국 나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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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 시나리오에서 소설까지 생계형 작가의 글쓰기
김호연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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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는 것도 힘들지만, 매일 쓰는 것은 더 많은 에너지가 듭니다. 짧은 분량의 글이지만, 시작과 끝이 있는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창작의 고통이 뒤따릅니다. 뚜렷한 콘텐츠가 있는 리뷰도 그러할진대, 이야기를 만드는 어려움은 상상할 초월할 것입니다.




『망원동 브라더스』와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는 소설가인 그가 쓴 첫 산문집입니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유쾌함과 따스함, 사람을 향한 애정과 공감이 그의 에세이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2020년 출간이라 '불편한 편의점 이야기'는 없어서 아쉽습니다^^).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는 글을 잘 쓸 수 있는 비결을 건네주는 책인 줄만 알았습니다. 글쓰기의 비법이 비밀스럽게 숨겨져 있긴 하지만, 이 책은 김호연 작가가 계속 끝까지 쓸 수밖에 없었던 삶의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결과물과 열매라는 것이 그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글을 써 온 자신의 삶을 회고합니다. 시나리오 작가로 일한 많은 시간이 담겨 있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집니다. 계속 쓰기 위해 시나리오와 만화 스토리 등을 써왔지만, 결국 그는 소설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육체적 아픔과 정신적인 고통이 뒤따르는 작가의 길이지만, 그 과정에 사람들이 함께 합니다. 저자의 곁에는 그가 혼자가 아님을 상기시켜주는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도움의 손길과 위로의 몸짓은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존재를 계속 유지하고 발전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쉽게 포기하고, 새로운 것을 모색할 때가 많았습니다.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어서겠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하는 질문과 맞닿아있습니다. 수많은 실패가 있지만, 힘든 과정을 버티고 뛰어넘을 수 있는 비결은 자신의 '근원적인 허기'가 무엇인지를 아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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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태도 -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박지현 지음 / 메이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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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나하고 가까운 우리에게만 따뜻한 사람이 아닌 넓은 우리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입니다. 이 문장 앞에 한참 멈추어 있습니다. 여러 생각과 감정이 뒤섞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나만의 잣대와 관점으로 높디높은 벽을 쌓아버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때로 그 사람들은 작은 위로를 기대하며 우리에게 왔을 텐데, 말이 거칠고 관점이 다르며 눈빛이 따뜻하지 않다는 이유로 매몰차게 대하지 않았는지를 생각합니다.



갈수록 보듬기 보다 선을 긋는 사람이 되지 않았는지 두려워집니다. 이유는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흘러 흘러 나에게 왔다면, 나의 태도가 그 사람에게 결코 작은 의미는 아니었을텐데하고 생각합니다. 작은 언행과 태도에 존재의 무게가 실립니다. 그러면서 한없이 가벼워진 나를 보고 있자니 서글픕니다.



'다큐 3일'의 VJ였고,  현재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다큐멘터리 디렉터인 이 책 『참 괜찮은 태도』의 저자 박지현. 15년간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며 만난 많은 사람들은 저자에게 위로였고, 힘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고, 저자는 겸허하게 그 가르침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그 이야기는 저자를 통해 다시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사람을 도구로 대하지 않고 존재로 대하며, 마음을 다하는 저자의 태도가 곳곳에 배어있습니다. 섣부른 위로가 아니라 진심과 전심으로 그들을 배려하는 저자의 모습이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저자의 눈빛과 따스함 때문인지, 이 책에 소개되는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색과 향기를 우리에게 전해주며 다가옵니다. 눈물이 마르지 않지만, 우울하거나 슬퍼서가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를 사람답게 대하기에, 그 아름다움에 흐르는 눈물입니다.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통해 최선, 성실, 신뢰, 꿈, 노력, 마음, 위로, 환대, 감사 등의 단어가 새로운 옷을 입고 다가옵니다. 흔들리기도 하고, 쓰러질 때도 있지만 뚜벅뚜벅 자신의 삶을 걸어오며 지켜왔던 그 삶과 존재의 무게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조금 더 따스한 사람이 되자. 넓은 품이 되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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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
서소 지음, 박현주 그림 / SISO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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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일상을 한 번씩 들추어 봅니다. 요즘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에 빠져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에세이를 읽으며 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삶의 활력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곤 합니다.




많은 사람이 평범한 삶을 원합니다. 살아보니 평범한 것이 비범한 것이었습니다. 순탄하게 사는 것만큼 힘든 것이 없습니다. 제때 먹고,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게 됩니다. 어쩌면 일상의 작은 기쁨을 바라보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은 서소 씨가 회사를 잠시 쉬면서 경험한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은 일들이지만, 그 가운데 웃음과 해학이 있고 통찰이 숨어 있습니다. 저자의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글쓰기는 보는 내내 웃음을 머금게 만듭니다.




인생의 중반기를 넘어갈수록 보다 안전하게 가려고 합니다. 그동안의 최선에 대한 열매를 맛보고 싶습니다. 현실에 안주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죠.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오히려 모험과 도전을 선택합니다. 이는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줍니다.




일상을 살아낸다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도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의 평범한 삶에서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의 일상이 우리에게 용기와 위안이 되듯, 저의 삶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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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 -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불개미상회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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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삶에 대한 에세이를 간혹 읽습니다. 압박과 스트레스를 홀로 감당하기 힘들 때, '을'의 삶을 사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혹여나 놓칠 수 있는 그들의 삶의 면면을 보고 싶어서입니다. 나의 힘겨움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특히나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나가는 직장인들의 삶은 그 안에 깊은 진솔함이 배여있습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그림과 글을 통해 승화시키는 느낌입니다. 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더한 일이 비일비재하니까요. 평생 욕 한번 안 하고 살았는데 욕을 해야만 분이 풀릴 것 같은 사건이 참 많습니다.



참 많은 상사들은 자신의 (크고도 많은) 실수는 덮어두고 직원의 소소한 실수는 크게 들추어내는지요. 메꾸어주고 다듬어주어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인지나 인정이 없는지요. 공과 사의 구분 없이 자신의 일을 맡기면서도 마땅하고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면서 저 또한 돌아보게 됩니다. 어쩌면 '을'이라고 생각하며 오랫동안 살아왔으니까요. 혹여나 주변 사람에게 부탁이나 요청을 할 때 윽박지르지는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그게 꼭 직장뿐일까요.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사실 이외의 감정을 폭발하지 않았나 돌이켜봅니다.



불개미상회의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는 직장인들의 삶을 그림과 짧은 글로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함께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스트레스를 멘탈 스트레칭으로 풀어내는 것이지요. 이렇게 공감은 참으로 큰 힘과 위로가 됩니다.



나 혼자 경험하고 있다는 외로움과 막막함은 두려움과 회피를 가져다줍니다. 급기야 현실을 포기하고 싶고, 막연한 새로움을 쫓게 됩니다. 사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비슷할 텐데 말입니다. 과한 요구나 심한 압박을 견디다 못해 터져버리려고 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소소하게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말입니다. 현실에 발붙이고 있으면서 이상을 살아내야 합니다.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자리에서 최선의 삶을 살고 있다는 의식은 좌절하고 있는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줍니다.



많이 흔들립니다. 힘겹습니다. 누군가는 말 못 할 괴로움과 아픔으로 가슴치고 있습니다. 내가 힘든 이상으로 당신은 참으로 많이 울고 아파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하고, 그 이야기 들어주지 못하지만,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함께 울겠습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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