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흔, ‘회귀 Lv.3‘가 발동합니다!]
잔혹하다.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건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유중혁이 여기서 죽는다고?
한 줄의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화신 ‘유중혁‘이 자신의 배후성을 바라봅니다.]
"......유중혁?"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넝마가 된 유중혁이, 피칠갑을 한눈으로 자신의 배후성을 보고 있었다.
사라지던 녀석의 육체가 스파크 속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화신 ‘유중혁‘이 자신의 배후성에게 저항합니다.]
[화신 ‘유중혁의 모든 설화가 죽음에 저항합니다.]
그리고 내가 본 어떤 회차에서도 없던 일이 벌어졌다.
[화신 ‘유중혁‘이 회귀를 거부합니다.] - P216

[………… 말했을 텐데. 훔쳐 배운 스킬로는 이길 수 없다고.]어쩌면 수르야의 말대로일 것이다. 나는 언제나 타인의 기술로 싸워왔으니까.
"이건 훔쳐 배운 게 아닙니다. 읽은 거죠."
[읽어?]페르세포네의 말처럼 존재는 곧 이야기다.
오랜 세월 하루도 빠짐없이 읽은 문장의 기억내가 읽고 보아온 모든 것이 지금의 내가 되었다.
[전용 스킬 ‘제4의 벽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제4의 벽] 위로 ‘거대 설화‘의 문장들이 떠올랐다.
이것은 독자의 설화.」
나는 수르야를 향해 달렸다. 달려가는 궤적 속에 홀로 이야기를 읽던 무수한 시간이 함께 흘러갔다.
평범한 삶이었다.
어두컴컴한 밤에 틀어박혀 홀로 멸살법을 읽던 시간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버스 안에서, 군대 사지방‘에서 공강 시간 강의실에서 퇴근길 지하철에서......
동시에 독자의 선화」
나는 혼자 그 세계에서 살았다. - P281

여기서 실패하면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이 대화에서 ‘은밀한 모략가‘를 설득해야만 한다.
[저들이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반쯤 벌렸던 입을 천천히 다물었다.
「빌어먹을, 김독자! 그만둬! 제발! 돌아오라고!」「난 이런 거 원하지 않아. 이런 식으로 살아남고 싶지 않다고.」「뭐든 할게요. 죽으라면 죽을게요. 가만있으라면 가만있을게요. 하지만 제발 그런 짓은 하지 마세요! 제발!」[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들려온 일행들 목소리.
그들은 전하지 못했으나 나는 들은 말들.
[저들이 원했던 결말이 저곳에서 너와 함께 죽는 것이었다면? 그래도 기어코 저들을 구하겠다는 말인가?]
나는 간신히 입술을 떼었다.
"...….. 그렇습니다."
[그것은 구원이 아니다. 저주다.】 - P404

하지만 단 하나.
내가 그 끝을 알지 못하는 회차가 하나 있었다.
모든 동료를 잃고, 마침내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눈앞에 둔사내.
"둘."
셀 수 없는 배신과 무수한 회귀 속에, 모든 감정이 닳아버린괴물이 나를 보고 있었다. 가슴 깊은 곳을 찌르는 아픔과 함께
‘은밀한 모략가‘가 남긴 말이 귓전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 너의 방식으로 모든 것의 마지막에 도달해 세계를 구한다고 치자. 그러면 ‘다른 세계‘는 어쩔 셈이지?]
【네가 구원하지 못한 그 세계들은 모두 어떻게 되는것이냐?]
폐허가 된 광화문의 하늘에서, 죽어가는 별들이 빛났다.
이곳은 내가 바꾼 ‘3회차‘의 스타 스트림이 아니었다.
내가 바꾼 미래로 인해 원작의 세계선에서 버려진 세계.
유중혁의 칼날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대답하지 않을 모양이군. 죽어라."
멸살법 1,863회차
이 세계는 내가 아는 유중혁의 마지막 회차였다. - P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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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눈빛이군요. 자신의 동료를 믿지 않는 건가요?]
믿지 않느냐고?
물으나 마나 한 이야기다. 툭하면 죽는 저 개복치 녀석을,
믿을 수 있을 리가...……….
[믿습니다.]
그럼에도 왜일까. 잘도 그런 대답이 나왔다.
자연스러운 대답에 페르세포네의 눈동자에 이채가 스쳤다.
[애초에 저 녀석을 믿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나는 화면 속 유중혁을 돌아보았다.
패배하고, 부러지고, 몇 번이고 절망해도그래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녀석.
저놈을 안 믿는다면, 애초에 누굴 믿을까.
설령 이번 회차가 실패한다고 해도………….
녀석은 언젠가 반드시 이 세계의 결말을 볼 것이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
[판돈을 올리죠 100만 코인 걸겠습니다.] - P302

[자넨 늘 그걸 보고 있군. 빈 메모장에 뭐라도 쓸 참인가?]
그 물음에 답할 말을 찾지 못하다가 이내 힘없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냥 이걸 보면 마음이 안정되거든요."
멀리서 암흑 차원의 긴 어둠이 밀려나는 모습이 보였다. 텅비어 있던 창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마침내 돌아갈 시간이었다. - P330

"한때는 작은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제 작은 나무는 모조리 뿌리 뽑히고, 그 땅을 차지한 큰 나무 몇 그루만이 가지를 뻗어 하늘을 덮었구나."
"잎과 가지는 무성하지만 이젠 고작 몇 그루의 나무뿐인 것을 그대들 생각은 어떤가. 그것을 여전히 ‘숲‘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무림武林은 오래전에 죽었다.
- P357

나는 한명오를 잘 알았다. 내가 아는 최악의 인간 열 명을꼽으면 반드시 들어갈 인물이다. 그럼에도 왠지, 그 순간만큼은 한명오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한없이 예쁜 아이였어. 인간은 아니지만, 내가 낳았다고는믿을 수 없을 만큼 정말 예뻤지."
저도 봤습니다."
아스모데우스가 화신체로 삼을 정도로, 예쁜 여자아이였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애틋한지, 한명의 입가에 몇 번이고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이야기는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한명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잠시 사이를 두고 한명오가 말했다.
"그러니 독자 씨도 해보게."
출산을요?"
"아니, 독자 씨가 고민하는 거 말일세."
꺼진 스마트폰 화면에 내 당황한 얼굴이 비쳤다.
"난 독자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는 모르겠네. 솔직히말해서 원래 독자 씨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잘 알고 있던 바입니다."
"그런데 최근 독자 씨가 좀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있어."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일이 잘 안 풀린다는 것, 알고 있네. 모든 게 원하는 대로는흘러가지 않겠지. 그래도 너무 연연하지 말고 마음이 이끄는대로 하게."
"뭐가 어떻게 되든 그걸 살아내는 사람은 독자 씨야 제대로하지 않으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걸세."
정말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남자에게 공감하는 날이 올 줄이야.
불이 들어온 스마트폰 화면에 멸살법 파일이 보였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2차수정본).txt한명오와 같은 경험은 없다. 아이를 가져본 적도, 가질 예정도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한명오의 기분을 조금은 알것 같았다.
‘2차 수정본‘을 읽느냐 읽지 않느냐.
지난 몇 시간 동안 머릿속을 차지한 생각은 그뿐이었다.
소설을 읽음으로 인해 내가 영향받을까 무서웠고, 내가 저지른 일의 결과를 확인하기가 괴로웠으며, 내 모든 ‘미래‘가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건 우스운 일이었다.
한명오 식으로 말하자면..
아직 이 이야기는 제대로 태어나지도 않았다. -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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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혁명군에 끼워줬어?"
"뭐?"
"난 경호관도 혁명가도 아니잖아. 하다못해 아일렌처럼 공민회 의장도 아냐."
[등장인물 ‘장영‘이 ‘무기력 Lv.4‘ 을 발동합니다.][등장인물 ‘장하영‘이 ‘자기혐오 Lv.10‘를 발동합니다.]젠장, 시작이구만.
잠깐 잊고 있었다. 유중혁이 ‘회귀 우울증‘에 시달리는 녀석이라면 장하영은 철저한 ‘자기혐오‘로 점철된 녀석이라는 걸.
그렇게 생각하니 멸살법 주인공 중 제정신은 하나도 없다싶었다.
떨리는 작은 어깨. 그 어깨를 토닥여주면 내 기분이야 나아질지 모르지만, 실제로 녀석이 위로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 P218

「혁명을 일으킨 혁명가는 무엇이 되는가?」
"네가 실패했다고 모두가 실패하는 건 아냐."
끔찍한 시나리오가 있다. 비극적인 시나리오가 있다.
하지만,
"의미 없는 시나리오는 없어."
아무리 쓰레기 같은 시나리오라도, 그 시나리오를 살아가는것은 결국 사람들이다.
기뻐하거나, 슬퍼하면서.
맞서 싸우고, 불가능과 투쟁하면서.
누군가는 죽어가지만, 또 누군가는 서로 구원하면서.
그것이 내가 아는 멸살법의 시나리오다.
그랬기에 나는 그 긴 멸살법을 다 읽을 수 있었다. - P398

「김독자는 생각했다. 나는 ‘독자‘다. 모든 답은 이곳에 있어.」
「감독자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빌어먹을
「이대로 끝인가.」
마침내 아일렌의 얼굴마저 희미해져갔다.
그리고.
[히든 시나리오 - ‘자칭 혁명가‘를 클리어했습니다.]
환청이 들려왔다.
[당신은 ‘혁명가‘가 됐습니다.]
틀림없이 환청이라고 생각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정식으로 메인 시나리오에 진입했습니다!][‘추방자 페널티‘가 종료됐습니다.][당신의 화신체가 자동으로 수복되기 시작합니다.][붕괴 중이던 당신의 설화가 회복세에 접어듭니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하하……."
허탈한 웃음과 함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안도감이 퍼져나갔다.
왜일까.
나는 그 순간 아일렌의 손목시계를 보고 있었다.
거꾸로 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향하는 시계.
어디로도 되감기지 않고, 착실하게 나아가는 그 시간.
얼마든지 되돌아갈 수 있으나, 이번만큼은 돌아가지 않은바늘.
왔다."
그 마음이 너무 기꺼워서 나는 모처럼 녀석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다.
"응? 무슨 말이에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진짜 유중혁이 왔다고."
나는 그 순간의 감정에 격앙되어 일순 스마트폰을 놓치고말았다.
「그러나 김독자는 그 스마트폰을 먼저 확인했어야 했다.」[제4의 벽]의 말에 나는 반사적으로 떨어진 폰을 주웠다.
늘 그렇듯 화면에는 파일 제목이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야 뭔가를 깨닫고 가슴 한구석이 섬뜩해졌다.
뭔가가 달라져 있었다.
정확히는, 파일명 끝에 이상한 말이 더 붙어 있었다.
-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1차수정본).txt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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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살법에는 그런 문장이 나온다.

‘이야기의 지평선‘에는 악마들이 살아간다. 마왕도 악마종도 아니지만 ‘악마‘라 불리는 존재들. 도깨비만큼이나 이야기를 갈구하고, 이야기를 갈구하는 만큼이나 도깨비를 증오하는 존재들.」
・・・ 그래, 그 문장.
만약 당신이 시나리오에서 추방당했다면, 기대할 것은 하나뿐이다. 바로 ‘지평선의 악마‘들의 자비를 바라는 것이다.」 - P34

나는 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곳은 이야기의 지평선,
내가 별을 볼 수 없듯 별들도 나를 볼 수 없는 곳.
그러니 오만한 별들은 모를 것이다.
그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그들을 파멸시킬 이야기가 이제막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 P71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이곳에서 나는 이야기의 ‘두 번째 주인공‘을 찾아야 한다. - P86

"세상 모든 귀환자는 강하다‘라는 전제."
"뭔 소리야? 귀환자가 뭔지 몰라? 다른 차원이나 행성에서
"강력한 힘을 얻어 자기 행성으로 돌아온 존재라고. 약할리가없잖아?"
"모르지. 너도 세상의 귀환자를 전부 만나본 건 아니잖아?"
"그건......."
"가령 어떤 귀환자는 자기 고향을 싫어해서 귀환하지 않으려 할지도 몰라."
미소년의 안색이 일순 굳어졌다.
"몇 번이나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는데 별다른 능력을 얻지못해 좌절하고 있을 수도 있고."
"새로운 육체를 얻었는데 그 육체에 아무런 재능이 없을 수도 있고."
"잠깐만"
"그 재능에 좌절해서 그냥 적당한 장소에 눌러앉아 평범한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했을 수도 있지."
"너 누구야? 진짜로."
나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영아 마계 생활은 즐거워?"
"뭣?" - P108

[너는죽는다.]
나는 대꾸하지 않고 [바람의 길]을 전력으로 발동했다. 유중혁이 있었다면 좋았을것이다. 초월좌인 녀석의 도움이 있었다면, 이 긴 밤도 버티기 쉬웠겠지.
하지만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멸악의 심판자‘ 정희원도
‘강철검제‘ 이현성도
‘해상제‘ 이지혜도내 사랑스러운 꼬마들, 이길영과 신유승도 없다.
한수영은.….… 뭐 있어도 안 도와줬겠지만.
나 혼자다.
믿을 것은 내가 아는 정보, 내가 쌓아 올린 이야기.
그리고 나 자신뿐이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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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일언하고 결론은 하나야. 해방된 나라에서 빠른 애국의 길을찾아 군인이 된 우리가 한없이 순진무구하고 어리석었던 거지. 아니, 아니, 또 하나가 있군, 또 하나. 그때 그 육사 심사를 받을 때말야, 독립운동계 출신이구만 하며 심사관들이 묘하게 웃고 수군거리고 했을 때 재빨리 눈치챘어야 했어. 그게 비적떼 취급인 것을 까맣게 모르고 멍청하게도 날 장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으니, 이꼴된게 싸지." - P60

"그려라 개맨치로 벌어서 정승맨치로 쓰면 된께 어여 벌어서 고향 찾어갑시다."
천두만은 이렇게 말하며 다른 쓰레기통으로 발을 옮겼다.
천당하고 지옥이 죽어서나 있는지 알었둥마 그것이 아니여. 여그가 천당이면 나가 사는 디가 영축없이 지옥이여. 여그 사는 사람덜언 멀 혀묵고 살간디 요리 잘들 사는고? 사람이 사람이라고 다똑같은 사람이 아니여, 여그 사람들에 비하면 움막에 사는 것덜언생 아니라고 나가 평상 발싸심혀 대도 이리 살아보기는 글른 것이겼제? 사람이 한 분 태어났다가 한 분 죽는 것이야 다 똑같은디워디서보톰 잘못되야 요리 차등이 나는 것이제? 삼득이 성님도 맴이 참 기맥히겄제. - P191

고등학생들까지 터져나오고 있구나. 저것들이 세상이나 정치를1뭘 안다고 투표권도 없는 미성년자들이 헌데 아니야………… 고대생들이 데모를 일으키기 전에 전국에서 일어난 그 많은 데모는 전부 고등학생들이 일으키지 않았나 데모대 중에 제일 무서운 게 물불 가리지 않는 고등학생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고등학생들이 왜 그렇게 대학생들보다 먼저 데모를 시작하게 된 거지? 가만있거라…… 그게……… 아아 그렇구나,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선거기간 동안 야당 유세장에 못 가게 하느라고 일요일에도 등교를 시키고, 갑자기 시험을 치르고,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글짓기를 시키고・・・・・・・ 그런 처사에 대해 유일표가 얼마나 불평불만을 했던가. 그따위 치졸한 처사들이 고등학생들을 자극해 불평불만을 사고 결국 정치의식까지 길러준 것이로구나. 이거야말로 자업자득이 아니고 뭔가. - P307

이때 밀리면 안 돼. 밀어붙여, 소방차 물은 얼마 안 되니까 밀어붙이라고. 전진, 후퇴 하면서 소방차들이 물을 다 쏟아내게 유인하라구.
한인곤은 애가 달아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여기서 기세가 꺾이면 데모는 실패하기 십상이었다. 군대의 전투든 깡패의 패싸움이든, 모든 싸움의 승패는 기세가 좌우했다. 일단 기세가 꺾이고 사기가 떨어져 한 축이라도 허물어지거나 밀리기 시작하면 그 여파는삽시간에 전체에 퍼져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되었다. 그 집단 공포증은 모든 싸움에서 가장 무서운 적이었다. - P329

혁명은 어째서 일어나는것인지, 혁명은 어떻게 성취되는 것인지, 혁명을 왜 위대하다고 하는지, 왜 혁명에 몸을 던지는 것인지, 구름이 걷히듯 확연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혁명이란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 속에서 응결된분노와 증오의 집단적 폭발이었다. 그 인식은, 불투명하고 원망도섞여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이해이면서 발견이기도 했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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