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다른 사람을 통제하거나 변화시킬 수 없다.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오직 자기 생각, 자기 행동, 자기감정만 통제할 수 있다. - P47

주변 세상이 당신의 감정 상태와 마음의 평화에 영향을 미치게 두면당신은 이런 외부의 힘의 포로가 된다. 말도 안 되는 사소한 일이 기분을 좌우하고, 동기를 없애고, 집중력을 빼앗는다.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Epictetus의 명언 중에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가 아니라 그 일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다."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의미일까? 바로개인의 힘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있다는 의미다. - P81

내가 하기는 자신의 시간, 에너지, 가치를 삶의 중심에 둘 기회다. 이때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은 무엇이 자기에게 맞을지 어떻게 선택하는가? - P100

가만히 앉아서 다른 사람이 혼란한 상황을 바로잡아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
만약 중요한 문제라면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는 대상이 되자 바라는변화를 직접 만들자. 그것이 바로 내가 하기의 힘이다. 나는 이럴 때 마거릿 미드Margaret Me 교수의 말을 떠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사려 깊고헌신적인 소수의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의심하지 마라. 지금까지 바로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 왔다." - P101

‘내버려두자‘라고 말하면 당신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신경을 거스르도록 두지 않게 된다. 그리고 ‘내가 하자‘라고 말하면 스트레스반응을 재설정하고 자신의 대응 방식에 책임지게 된다. 이제 나에게 가장 중요한것을 위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되찾을 때다. - P104

사람들이 나에 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자유를 주어라.
내버려두자. 단지 효과가 있어서만이 아니다. 이것은 과학이다. - P114

모든 사람은 낯선 사람뿐만 아니라사랑하는 사람에 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갖기 때문이다. 이것이인생의 진리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수용하자.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대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자. 현실을 그대로 내버려두자. - P117

다른 사람에 관해 걱정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 보자. 단 한 번뿐인 거칠고 소중한 인생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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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파가 흔들리니 만파가 일어선다
산촌에서 고함치면 어촌에서 화답한다 - P18

-아름다운 솜씨다. 짐승을 쏘기에는 아깝구나.
안태건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술자리에 모인 사내들에게그 말은 이 세상을 향해서 하는 말처럼 들렸다. - P55

-사내는 입이 무거워야 좋다. 말이 빠른 녀석들은 똥을 오래못 가린다. - P61

안정근은 형이 가려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날 서울 도심에서 눈으로 본 일들이 형이 가려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안정근은 형이 여기에 남아서 함께 견디면서 함께 살기를 바랐다.
여기서나 거기서나,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뎌야 하기는 마찬가지일 듯싶었다. 안정근이 말했다.
-형님은 장자 아니오.
장자라는 말이 안중근의 가슴을 때렸다.
-대륙으로 건너가도 나는 여전히 장자다.
-어머니는 내가 모실 테지만 형수님과 아이들은 어찌하시
-어쩔 수 없는 일을 자꾸 얘기하지 마라. 내가 자리잡히면 데려가겠다.
-형님, 가지 마시오. 여기서 삽시다.
-여기는 이미 이토의 땅이다. 나는 살아 있기 때문에 살길을찾아가겠다. 이것은 벌레나 짐승이나 사람이 다 마찬가지다. 이것이 장자의 길이다. - P73

이토를 어떻게 해서든지 눌러야 한다는 생각이 언제부터 마음에 자리잡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확실하지 않았으나분명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골병처럼 몸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멀리서 다가와서 넓게 퍼진 골병처럼그것은 몸속에 자리잡고 있었으나 집어서 드러내 보일 수는 없었다.
도주막의 어둠 속에서 잠을 청하는 밤에, 안중근은 이토의 육신에 목숨이 붙어서 작동하고 있는 사태를 견딜 수 없어하는 자신의 마음이 견디기 힘들었다. 이토의 목숨을 죽여서 없앤다기보다는, 이토가 살아서 이 세상을 휘젓고 돌아다니지 않도록 이토의 존재를 소거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바라고 안중근은 생각했다.
그렇다기보다도, 이토가 애초에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이토의 한 생애의 자취를 모두 소급해서 무화시키는쪽이지 싶기도 했는데, 그 지우기가 결국 이토의 목숨을 제거하는 일이 되는 것인지는 생각하기가 머뭇거려졌다.
이토의 목숨을 제거하지 않고서, 그것이 세상을 헝클어뜨리는작동만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러니, 그렇기 때문에, 이토를 죽여야 한다면 그 죽임의 목적은 살에 있지 않고, 이토의 작동을 멈추게 하려는 까닭을 말하려는 것에 있는데, 살하지 않고 말을 한다면 세상은 말에 귀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세상에 들리게 말을 하려면 살하고 나서 말하는 수밖에 없을 터인데, 말은 혼자서 주절거리는 것이 아니라이 세상에 대고 알아들으라고 하는 것일진대, 그렇게 살하고 나서 말했다 해서 말하려는 바가 이토의 세상에 들릴 것인지는 알기가 어려웠다.
이 세상에서 이토를 지우고 이토의 작동을 멈춰서 세상을 이토로부터 풀어놓으려면 이토를 살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를 안중근은 어둠 속에서 생각했다. 생각은 어둠의 벽에 부딪혀서 주저앉았다. 생각은 뿌연 덩어리로 엉켜 있었다. - P88

의병대원들은 저마다의 열혈과 충정으로 자원입대한 사람들이었지만의기가 치열할수록 명령에 따르지 않았고 군율로 통제하기어려웠다. 반도의 면면에서 죽음을 잇대면서 무너지고 또일어서는 의병 부대들을 안중근은 생각했다. 계통이 없고 대열이 없는 복받침이었다. 한없는 죽음이었고 한이 없을 죽음이었지만, 국권회복은 죽음을 잇대어서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었다.
산속에서 붙잡은 일본군 포로들을 그때 죽였어야 옳았던가를안중근은 스스로 물었다. 안중근은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 P93

만월대에서 찍은 이토의 사진은 벼락처럼 안중근을 때렸다.
벼락이 시야를 열었다. 몸속의 먼 곳에서 흐린 구름처럼 밀려다니던 것이 선명한 모습을 갖추고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토의 몸이 안중근의 눈앞에 와 있었다.
시간이 없구나. 연추를 떠나자. 운신할 수 있는 자리로가자. 내 몸을 내가 데리고 가서 몸을 앞장세우자. 몸이 살아 있을 때 살아 있는 몸으로 부딪치자.....
신문 속 이토의 사진을 보면서 안중근은 조준점 너머에서 자신을 부르는 손짓을 느꼈다.
우선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이토의 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내내 분명하지 않았다.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자각증세가 없는 오래된 암처럼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었는데, 만월대의 사진을 보는 순간 암의 응어리가 폭발해서 빛을 뿜어내는것 같았다. 안중근은 몸을 떨었다. - P97

..... 이것이 이토의 이목구비로구나. 보통 사람과 아무 차이 없구나...... - P99

철도는 눈과 어둠 속으로 뻗어 있었다. 그 먼 끝에서 이토가 오고 있었다. 멀리서 반딧불처럼 깜박이는 작은 빛이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었다.
빛이라기보다는, 거역할 수 없이 강렬한 끌림 같은 것이었다. 두박자로 쿵쾅거리는 열차의 리듬에 실려서 그것은 다가오고 있었다. 문득 빌렘에게 영세를 받을 때 느꼈던 빛이 생각났다. 두 개의 빛이 동시에 떠올라서 안중근은 이토의 사진을 들여다보던눈을 감았다. - P100

-하얼빈은 만주의 중심이다. 이토는 대련에서 북상해서 하얼빈으로 오고 우리는 우라지에서 서행해서 하얼빈으로 간다.
러시아 재무장관 코콥초프는 모스크바에서 하얼빈으로 온다.
-그렇구나. 일본은 대련에서 크게 이겼는데, 이토는 대련에서 또 하얼빈으로 오는구나.

-자네는 왜 나를 따라나서는가? 왜 이토를 쏘려고 하는가.
-그런 것은 말할 필요 없다. 앞으로도 말하지 말자. - P114

-자네는 권총이 있는가?
-있다. 광산촌에서 행상질 할 때 호신용으로 사둔 것이다.
중고품을 팔 루블 주고 샀다. 거기서는 다들 총을 지니고 다닌다. 좋은 물건은 아니지만 쓸 만하다.
총알은 몇 발 있는가?
- 세 발 있다. 처음에 열 발 있었는데, 일곱 발로 꿩을 쏘고세발 남았다.
-권총으로 꿩을 쏘는가?
-꿩이 가까이 왔을 때 쏘았다. 모두 한 방에 맞혔다. 한 마리는 먹었고 나머지는 팔아서 밥을 사 먹었다.
-꿩을 쏘고 남은 총알로 이토를 쏘는구나.
-우습지만 그렇게 되었다. 겨누어 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총을 많이 쏘아보았는가?
-많이 쏘지는 않았다. 나는 사냥꾼이 아니지만 이토는 꿩보다 덩치가 크니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겠구나. 그렇겠어. 나는 이토의 덩치가 너무 작아서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다.
-총알 세 발은 너무 적지 않겠나. 좀더 구할 수 있겠나?
-세 발은 많지 않지만, 적지도 않다. 세 발이면 적당하다. 이토는 경호원을 여럿 데리고 있을 테니까 아마도 나는 세 발 이상은 쏘지 못할 것이다. 근접할 수만 있다면 세 발 이상은 필요 없다. 경호원이 많아도 먼저 쏘는 자를 당하지는 못한다. 그것이총이다.
너는 참으로 총을 아는 자로구나…………라는 말을 안중근은 참았다.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총은 한번 쏘면 돌이키지 못한다. 생각에 잠긴 안중근에게 우덕순이 물었다.
-자네는 몇 발 가지고 있는가.
-일곱 발짜리 탄창 한 개다. 그리고 몇 발 더 있다.
-다쏠 수 있을까? 탄창을 갈아 끼울 시간은 없을 것이다.
-총을 많이 쏴본 사람 같구나.
-몇 번 쏴보면 다 알 수 있다. - P116

안중근과 우덕순은 밤에 다시 만났다. 둘은 그날 밤 안중근의방에서 함께 잤다. 잠이 들 때까지 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둠 속에 누워 있었다. 우덕순이 뭐라고 잠꼬대를 했다.
대륙의 산맥과 강 위로 뻗어나간 철도들이 어둠 속에 펼쳐졌다. 철도의 저쪽 끝에서 이토는 오고 있었다. 그날 밤 안중근은깊이 잠들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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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는 자신의 반려묘를 보며 동정과 절망을 느껴야 마땅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다른 감정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고통이라고는 전혀 없이, 미동도 하지 않는 볼테르의평화로운 표정을 보고 있으니 어두운 마음 한구석에서 외면할 수없는 감정이 우러나왔다.
질투였다. - P18

"하지만 바로 그 압박감이 우릴 만드는 거야. 석탄이 압력을 받으면 다이아몬드가 되는 거라고."
노라는 다이아몬드에 대한 닐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아주지않았다. 석탄과 다이아몬드는 둘 다 탄소이기는 해도 석탄은 불순물이 너무 많이 섞여서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다이아몬드가 될수 없다. 광물학에 따르면 한 번 석탄은 영원한 석탄이다. 어쩌면그게 현실적인 교훈일 것이다. - P21

"기운 내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지나가던 사람이 노라의 근심 어린 얼굴을 보며 말했다.
평생 아무 일도 없었어. 그게 문제야. 노라는 생각했다. - P34

이제 아무도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우주에서 불필요한 존재였다. - P37

행복했던 순간도 시간이 흐르면 아픔이 될 수 있다. - P38

"예측하기 힘들지?"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지 말이야." - P92

노라가 삶과 죽음 사이에 있기 전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포스팅한 글

한번이라도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미로 속에서 완전히 길을 잃었을 때처럼. 모든 건 당신 잘못이다. 왜냐하면매번 어느 쪽으로 갈지 당신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많다는 것도 안다. 미로 밖에서 미로를 빠져나간사람들이 미소짓고 웃는 소리가 들리니까. 가끔은 미로를 이룬 산울타리 사이로 그들의 모습이 얼핏 보이기도 한다. 나뭇잎 너머로 스쳐 가는 형체가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여기를 빠져나가서 아주 행복한 듯하다. 당신은 그들에게 화나는게 아니라 여기서 나갈 능력이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 안 그런가? 아니면 나만 미로에 갇힌 걸까?

추신: 내 고양이가 죽었다. - P91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 - P127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나 자신이 되는 걸 목표로 하세요. 나처럼 보이고 행동하고생각하는 걸 목표로 하세요. 가장 ‘나다운 나‘가 되는 걸 목표로하세요. 나를 나로 만드는 모든 요소를 받아들이세요. 그걸 지지하세요. 사랑하세요. 갈고닦으세요. 사람들이 그걸 조롱하고 비웃을 때 휩쓸리지 마세요. 대부분의 험담은 사실 질투랍니다. 묵묵히 할 일을 하세요. 체력을 키우세요. 계속 수영하세요......." - P138

"도서관! 선생님! 제발 절 다시 돌아가게 해주세요! 이건 제가원하는 삶이 아니에요! 이건 정말 정말 정말 잘못됐어요! 절 데려가 주세요! 전 모험을 원치 않아요! 도서관이 어디 있죠? 도서관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노라는 비명을 질렀다.
북극곰의 눈빛에 미움은 전혀 없었다. 노라는 그저 먹이였다. 고깃덩어리. 그걸 깨닫자 자신이 하찮게 느껴지면서 공포가 밀려들었다. 곡 막바지에 이르러 점점 커지는 드럼 소리처럼 심장이 고동쳤다. 급기야 노라는 놀라울 정도로 또렷하게 깨달았다.
죽고 싶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죽음 앞에 서면 삶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삶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 어떻게 자정의 도서관으로돌아갈 수 있겠는가? - P192

노라는 약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유명해진다는 게 이런 걸까?
숭배와 공격이 뒤섞인, 영원히 달콤쌉쌀한 칵테일 같은 걸까? 선로가 급격히 바뀔 때 그토록 많은 유명인사가 탈선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건 키스해주는 동시에 뺨을 때리는 격이었다. - P257

"살다 보면 더 쉬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 처음으로 무언가를 깨닫고 노라가 말했다. "하지만 아마 쉬운 길은 없을 거예요. 그냥 여러 길이 있을 뿐이죠. 전 결혼한 삶을 살았을수 있어요. 가게에서 일하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고요. 함께 커피를 마시자는 귀여운 남자의 제안을 수락했을 수도 있죠. 북극권한계선에서 빙하를 연구하면서 살았을 수도 있고, 올림픽 수영메달리스트가 됐을 수도 있어요. 누가 알겠어요? 매일 매 순간 우리는 새로운 우주로 들어가요. 자신을 타인 그리고 또 다른 자신과 비교하며 삶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죠. 사실 대부분의 삶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공존하는데 말이에요."

"삶에는 어떤 패턴이∙∙∙∙∙∙ 리듬이 있어요. 한 삶에만 갇혀 있는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에 면역력이 생기는 삶의 방식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와 양이 다르긴 하겠죠. 하지만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더 불행하게 느껴질 뿐이죠." - P257

"체스에서 한 번이라도 이기려면 무언가를 깨달아야 해" 이것이 노라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듯이 엘름 부인이 말했다.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넌 그걸 깨달아야 해. 체스판에폰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경기는 끝난 게 아니야. 한 사람은 폰하나와 킹 하나만 남고, 다른 사람은 기물이 다 있어도 경기는 아직 진행 중인 거야. 설사 네가 폰이라고 해도, 아마 우리 모두 그럴테지만, 넌 폰이 가장 마법 같은 기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폰은 하찮고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 폰은절대 그냥 폰이 아니니까 폰은 차기 퀸이야. 넌 그저 계속 앞으로 나아갈 방법만 찾으면 돼. 한 칸 한 칸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그러다 반대편 끝에 도달하면 얼마든지 다른 기물로 승급할 수있어." - P269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전전긍긍하는 건 그만둬야 할지몰라, 노라." 엘름 부인이 속삭였다. 그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둘의 친밀함을 더하기 위해 "네 자신이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허락을"
"네, 알아요." 노라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정말로 알게 되었다.
이 도서관에 들어온 이후로 지금까지 노라가 선택했던 삶은 사실 모두 다른 사람의 꿈이었다.  - P276

노라는 자신이 삶을 끝내려고 했던 이유가 불행해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우울증의 기본이며 두려움과 절망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두려움은 지하실로 들어가게 되어 문이 닫힐까 봐 걱정하는것이다. 반면 절망은 문이 닫히고 잠겨버린 뒤에 느끼는 감정이다. - P308

내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곳이 내가 도망치고 싶었던 바로 그곳임을 깨닫는 것은 꽤 충격적이다. 감옥은 장소가 아니라 관점이었다. 노라에게 가장 이상했던 사실은 지금까지 경험한 극도로 다양한 자신의 모습 중에서 가장 급격한 변화는 예전과 똑같은 삶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녀가 시작했다가 끝냈던 삶가장 심오하면서도 큰 변화는 더 부자가 되거나, 더 성공하거나,
더 유명해지거나, 스발바르의 빙하와 북극곰들 사이에 있어야만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낡은 소파와 유카 화분, 조그만 선인장 화분과 서가, 아직 따라 해보지 않은 요가책이 있는, 어제와 똑같이지저분한 아파트에서 어제와 똑같은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일어났다.
어제와 똑같은 디지털 피아노와 책이 있었다. 반려묘가 사라진슬픔과 실직의 고통도 그대로였다. 불완전한 뇌와 세상도 그대로였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그대로였다.
하지만 모든 게 달라졌다.
모든 게 달라진 이유는 이젠 그녀가 단지 다른 사람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상상 속 완벽한 딸이나 동생, 애인, 아내, 엄마, 직원, 혹은 무언가가 되는 데서 유일한 성취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목표만 생각하며 자신만 책임지면 그만이었다.
또한 모든 게 달라진 이유는 거의 죽을 뻔했다가 이제는 살아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살기로 한선택. 노라는 삶이 얼마나 광활한지 경험했고, 그녀가 봤던 그 광활함 속에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뿐 아니라 느낄 수 있는 감정도 한없이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안에는 다른 음계와 곡조가 있었다. 예전에 느꼈던 다른 감정들을 다시 느끼게 될 것이다.
가끔은 동시에. 그렇다, 절망이 저음의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겠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악기들도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연주할 수도있었다.
다시는 자신의 우울한 성향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정신과 의사를 만날 것이다. 예약을 하고 계속 상담을 받아서 그들이어떤 조언을 하든 시도할 것이다. 더는 자신의 고통에서 달아나지않을 것이다. 자신이 상상하는 완벽한 모습이라는 독으로 스스로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상처를 보고 인정할 것이며 자신에게 박탈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긍정적이고 행복한 삶이 있다고상상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으로 삶의 어두운 면을 받아들일 것이다. 실패가 아니라 전체 중 일부로 다른 것들을 돋보이게 하고, 성장시키고, 존재하게 하는 무언가로 흙 속의 거름으로.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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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은 이렇듯 늘 슬픔과 고통의 틈새를 비집고 모습을 드러냈다. - P313

기대에 부푼 한인 1세대들이 모인 자리에는 영주귀국이야기뿐이었다. 한국의 발전상이 알려지다 보니 아래 세대 사람들도 귀국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적십자사가 대상자 선정 기준을 발표하자 한인 사회는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고향마을 아파트에는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사할린으로 이주했거나, 사할린에서 태어난 사람만이 갈 수 있었다.
1945년 8월 15일은 조국이 해방을 맞은 날이지만, 사할린 한인들에겐 그로 인해 다시 한번 고향과 가족을 잃게 된 날이었다. 일본의 패전 선언으로 이산의 고통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50여 년 뒤 또다시 그 날짜 때문에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해방절을 챙기며 조국의 광복을 기념해왔던 한인들에게 그보다 큰 배신이 없었다. - P412

"나를 믿지 못했던 걸까? 오빠가 있었대도 그랬을까?
혹시 여전히 집안의 안 좋은 일들이 모두 나 때문이라고생각하셨던 걸까? 그래서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신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 속상하고 화가 나서 미치겠어."

"그런데 나는 차라리 그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까지 자식들 소식 기다리고, 걱정하셨으면 더 가슴 아팠을 것 같아. 그리고 어쩌면 타마한테 더 이상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서 그러셨는지도 몰라.타마는 그동안 너무나 훌륭하게 장녀 노릇을 했어. 내가다봤어. 그러니까 더는 자책하지 마, 언니."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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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넘게 걸렸던 길을 세 시간도 안 걸려서 왔구나."
단옥은 기차와 배를 번갈아 타며 일본을 거쳐 사할린으로 가던 길이 지금도 눈에 선했다. 유키에가 허탈해하는 단옥에게 웃으며 말했다.
"세 시간도 안 걸린 게 아니라 50년이나 걸린 거 아니야?"
유키에는 때때로 정곡을 찌르는 말을 했다.
"그러네. 50년 걸린 게 맞다."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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