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독자씨랑 똑같아. 우리 같은 QA팀이었잖아. 다른 부서에서 우리 어떻게 봤는지 기억하지? 겨우 게임 테스트나 하는 스펙도 없는 싸구려 인력이라고." "독자 씨. 지금 저기 갇혀 있는 놈들 정말 누군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잘 봐 우리 무시하던 그 새끼들이야." 철창 안, 미노 소프트 직원들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내가잘 모르던 사람들. 마찬가지로 나를 잘 모르던, 혹은 몰라도상관없던 사람들. "이제 다 끝났다고 재무팀이든 기획팀이든 뭐든 간에 지금 이 세계에서 가장 유리한 건 우리 QA팀이야. 하하. 독자 씨도 버그 테스팅 오래 했으니 잘 알잖아? 이 세계는 게임이야. 버그투성이인 게임. 너무 허점이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거든."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무수한 성좌들의 메시지. 못하더욱 자극적인, 더욱 음탕한, 더욱 잔인한 이야기를 원하는메시지가 윤 대리의 얼굴 위에 조용히 겹쳐졌다. P어떤 열등감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 - P30
희미한 절망이 그들의 동공을 스쳤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냉정한 처사 같아도 결국 자기 목숨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사람들이 허겁지겁 떨어진 아이템을 줍기 시작했다. 오직 살아남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들의 눈이 다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순간 도깨비가 왜 나를 이곳에 데려다는지 이해했다.
조금 전까지 피해자이던 사람들이 서로 병장기를 겨눴다. 어느새 가해자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것이 왕이 없는 세계다. - P39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난 어디까지나 사람이란 한 면만보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뜻밖의 이야기여서 잠시 한수영을 올려다보았다. 한수영이쿨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아무리 내 작품을 표절이라고 우겨도 사실 내 작품이멸살법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 그 말만 안 했어도 거의 설득될 뻔했는데, 아깝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뜻밖의 화두에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졌다. TAM유중혁은 어떤 인간인가 나는 정말 유중혁‘이라는 존재를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조금 전까지는 자신 있게 대답할수 있었다. 나는 멸살법을 다 읽은 유일한 독자니까. 그런데 익어가는 재료를 보는 동안, 어쩐지 내가 갖고 있던대답의 일부가 수프 속에 섞여 희석돼버린 느낌이었다. 정말 내가 아는 ‘유중혁‘이 ‘유중혁의 전부일까? - P132
-그렇게 쉽게 포기할 거였다면 이 모든 여정을 시작하지도 않았겠지. 40정말 오랜만에, 멸살법을 처음으로 본 그때의 감정이 떠올랐다. 어쩌면 한수영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줄곧 잘 안다고 믿은 건 쉽게 포기하고 쉽게 사람을 죽이는 숱하게 비극을 반복하며 정신이 닳아버린 상태의 유중혁이었다. 하지만 3회차의 유중혁은 아직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3회차의 유중혁에 대해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 P144
-몇 번이나 기회가 있었다. 이설화를 죽였더라면, 혹은 리카온과 합세해 앤티누스를 죽였더라면, 네놈은 재앙을 막을수 있었어. 변명을 하려면 못 할 것은 없었다. 이설화를 죽이지 않은 것은 유중혁 때문이었고, 리카온과 합세하지 않은 것은 끼어들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난 너 같은 회귀자가 아니야. 실패하면 끝이니까 신중할수밖에 없다고, 끝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 않으면・・・・・・. -신중? 건방 떨지 마라. 네놈이 성좌라도 된다고 생각하나? 미래를 좀 안다고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 명치를 세게 때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 P221
나는 스킬을 선택했다. 다음 순간, 내 몸속에 은빛 폭풍이불어닥쳤다. 웅흔한 늑대의 용맹이 몸 안에 깃드는 것이 느껴졌다. 빌어먹을. 나는 바보였다. 왜 지금까지 이걸 배우려고 했지? 나는 회귀자도 귀환자도 아닌데. [등장인물 ‘이뮨타르의 왕자 리카온이 4번 책갈피에 등록됐습니다.][4번 책갈피가 활성화됐습니다.] 나는 독자다. [‘바람의 길 Lv.8‘이 활성화됐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싸우는 방식이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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