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일언하고 결론은 하나야. 해방된 나라에서 빠른 애국의 길을찾아 군인이 된 우리가 한없이 순진무구하고 어리석었던 거지. 아니, 아니, 또 하나가 있군, 또 하나. 그때 그 육사 심사를 받을 때말야, 독립운동계 출신이구만 하며 심사관들이 묘하게 웃고 수군거리고 했을 때 재빨리 눈치챘어야 했어. 그게 비적떼 취급인 것을 까맣게 모르고 멍청하게도 날 장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으니, 이꼴된게 싸지." - P60

"그려라 개맨치로 벌어서 정승맨치로 쓰면 된께 어여 벌어서 고향 찾어갑시다."
천두만은 이렇게 말하며 다른 쓰레기통으로 발을 옮겼다.
천당하고 지옥이 죽어서나 있는지 알었둥마 그것이 아니여. 여그가 천당이면 나가 사는 디가 영축없이 지옥이여. 여그 사는 사람덜언 멀 혀묵고 살간디 요리 잘들 사는고? 사람이 사람이라고 다똑같은 사람이 아니여, 여그 사람들에 비하면 움막에 사는 것덜언생 아니라고 나가 평상 발싸심혀 대도 이리 살아보기는 글른 것이겼제? 사람이 한 분 태어났다가 한 분 죽는 것이야 다 똑같은디워디서보톰 잘못되야 요리 차등이 나는 것이제? 삼득이 성님도 맴이 참 기맥히겄제. - P191

고등학생들까지 터져나오고 있구나. 저것들이 세상이나 정치를1뭘 안다고 투표권도 없는 미성년자들이 헌데 아니야………… 고대생들이 데모를 일으키기 전에 전국에서 일어난 그 많은 데모는 전부 고등학생들이 일으키지 않았나 데모대 중에 제일 무서운 게 물불 가리지 않는 고등학생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고등학생들이 왜 그렇게 대학생들보다 먼저 데모를 시작하게 된 거지? 가만있거라…… 그게……… 아아 그렇구나,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선거기간 동안 야당 유세장에 못 가게 하느라고 일요일에도 등교를 시키고, 갑자기 시험을 치르고,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글짓기를 시키고・・・・・・・ 그런 처사에 대해 유일표가 얼마나 불평불만을 했던가. 그따위 치졸한 처사들이 고등학생들을 자극해 불평불만을 사고 결국 정치의식까지 길러준 것이로구나. 이거야말로 자업자득이 아니고 뭔가. - P307

이때 밀리면 안 돼. 밀어붙여, 소방차 물은 얼마 안 되니까 밀어붙이라고. 전진, 후퇴 하면서 소방차들이 물을 다 쏟아내게 유인하라구.
한인곤은 애가 달아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여기서 기세가 꺾이면 데모는 실패하기 십상이었다. 군대의 전투든 깡패의 패싸움이든, 모든 싸움의 승패는 기세가 좌우했다. 일단 기세가 꺾이고 사기가 떨어져 한 축이라도 허물어지거나 밀리기 시작하면 그 여파는삽시간에 전체에 퍼져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되었다. 그 집단 공포증은 모든 싸움에서 가장 무서운 적이었다. - P329

혁명은 어째서 일어나는것인지, 혁명은 어떻게 성취되는 것인지, 혁명을 왜 위대하다고 하는지, 왜 혁명에 몸을 던지는 것인지, 구름이 걷히듯 확연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혁명이란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 속에서 응결된분노와 증오의 집단적 폭발이었다. 그 인식은, 불투명하고 원망도섞여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이해이면서 발견이기도 했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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