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말 이 세계를 구하려고…………." "세계 멸망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는ㅡ" "그의 희생은 숭고해요. 정말로 그 의미를 모르겠습니까?" "아가리 안 닥쳐?" "김독자가 왜 세계를 구해야 돼? 그 새끼가 왜 자기 목숨 희생해서 헛짓거릴 해야 되냐고! 이딴 세계에 그럴 가치가 있어?" "구원의 마왕도 언젠가 당신과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 이 세계가 과연 지킬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두고 봐야알겠지. "그는 지금 저기에 있습니다. 당신들과 함께 살아온 세계를지키기 위해서." "이런 세계에서 당신들이 만났잖습니까." "예언자인 제 말을 믿으세요. 힘을 비축해야 합니다. 두 재앙이 서로 싸워 공멸하는 순간을 노려야 해요. 그렇게 해야만우리 모두 생존할 수 있습니다." "예언자? 미래를 아는 게 너뿐인 줄 알아?" 한수영의 주변에서 「예상표절」의 설화가 흐르고 있었다. 회귀자 유중혁 또한 [현자의 눈]을 통해 끊임없이 상황을 통찰하고 있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예언자만이 아니다. 이들 또한, 누구보다 미래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김독자를 구하는 길을 택했다. 검을 뽑은 정희원이 말했다. "난 미래 같은 건 몰라. 하지만 하나는 알아. 당신은 세계를구하고 싶다고 했지? 나도 마찬가지야." "그 사람이 내가 구하고 싶은 세계야." - P166
"넌 원래 동료고 뭐고 없는 놈이잖아. 그런데 이번 회차에들어와서 너무 많이 변했다 이거지." "그래서 나는 너를 믿을 수 없어. 대의를 위해 동료들을 저버렸던 네가 왜 김독자는 구하려는 건데?" "이 모든 시나리오가 끝났을 때, 김독자에게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그러니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때까지는 살려둘 거라 이거지?" - P221
-너는 미래에서 온 ‘김독자‘인가? 언젠가 유중혁은 누군가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 적 있었다. 1,863회차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아는 존재는 김독자뿐이라고 생각했고, 그랬기에 던질 수 있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멍청한 질문이었다. 1,863회차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아는 존재어떤 이야기에 관해 가장 잘 이해하는 존재는 그걸 읽은 ‘독자‘가 아니라 직접 그 이야기를 살아간 ‘등장인물‘인 법이다. [돌아가라. 너는 아무것도 구할 수 없다.】 - P226
어렸을 적, 나는 자주 유중혁이 되는 꿈을 꾸었다. 내게는 슈퍼맨이나 배트맨이 있어야 할 자리에 유중혁이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신나는 꿈을 꾸고 나면,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여전히 유중혁인 것처럼행동할 때가 있었다. 그것 때문에 맞은 적도 있고, 괴로운 일을 겪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런 ‘유중혁‘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 P323
"위대한 모략‘과 마주한 몇몇 공포의 기록자들은 그가 가장 오래된 꿈‘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중략)・・・・・・ 운이 좋은공포의 기록자들은 위대한 모략에게 가장 오래된 꿈‘의 정체를 물을수 있었다.」[그것은 이 우주의 시작이자, 거대한 수레바퀴의 주인. 나의 오래된 원수이자 나의 부모 모든 것의 마지막을 정하는자]」 몇몇 공포의 기록자들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위대한 모략의 표정을 보았고, 그대로 혼절해버렸다. 그리고 다시 깨어났을 때, 그들은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해내지 못했다.」 - P330
그 무수한 회차에서 실패한 이야기는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수만 년, 수십만 년, 어쩌면 수백만 년에 달하는 고통의 이야기. 세계선에서 버려져 ‘설화‘로 인정받지 못한 이야기. 세계의 무의식이 되어 먼 우주를 떠돌며 오래된 기억을 되새김질하는 실패한 설화의 파편들. 끝내 구원받지 못한 자들의 목소리. - P337
한쪽 하늘에서는 별들이 환한 빛을 내뿜고 있었고, 다른 쪽 하늘에는 ‘그레이트 홀‘과 불길한 은하가 흐르고 있었다. 절반의 빛과 절반의 어둠. 곧 최후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그들 중 한쪽 편에 서서 세계의 결말을보아야만 할 것이다. [당신의 두 번째 수식이 결정됐습니다.] 하늘의 건너편에서 작은 별빛이 반짝였다. 나는 그 별빛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천천히 지상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계의 신격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마주 보며 내가 설 자리를 택했다. [당신의 두 번째 수식언은 ‘빛과 어둠의 감시자‘입니다.] - P352
[‘이계의 신격‘들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안다. 하지만 이해하지는 못한다. 나는 너희가 아니니까. 그렇기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아직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 [이계의 신격‘들이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아직 이야기할 것들이 남았잖아." 나는 이계의 신격들을 올려다보았다. 두족류와 촉수괴물로만 묘사되는 이들. 이 세계선에 필요하지 않기에, 이 세계선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형태를 부여받은 존재들. 나는 그들을 향해 이야기했다. "내가 너희를 이야기하겠어." - P359
"그놈은 네가 아니다." "그놈도 유중혁입니다." "그놈과 너는 같은 길을 걷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걷지않을 것이다." "초월형 몇 단계에 올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설화를 쌓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너는 겨우 세 번 회귀한 애송이일뿐이지만, 그놈이 모르는 설화들을 알고 있지 않느냐." 그 말을 들으며 유중혁은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은밀한 모략가‘에게는 닿지 못했던 주먹이었다. 천천히 펼친 주먹에서 설화가 흘러나왔다. 그가 쌓아온 설화 ‘은밀한 모략가‘는 모르는 설화. "초월의 길은 모두 다르다. 그놈을 따라잡으려 하지 말고너만이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라." - P371
"혼자서 갈 것이냐?" "저는 항상 혼자였습니다." "그 길은 이미 다른 네가 걸어간 길이다." "야, 유중혁 어디 있어! 이제 출발해야 돼!" 눈부신 빛과 함께 <김독자 컴퍼니 > 일행들이 수련장 문을열고 들이닥쳤다. 신유승, 이길영, 이지혜, 한수영....... 대체 언제부터 준비하고 있었는지 <김독자 컴퍼니>의 모두가 모여 있었다. "저들이 바로 너의 설화다. 중혁아." ‘은밀한 모략가‘에게는 없는 것. "이번 회차의 너는 혼자 싸울 필요가 없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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