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中 ‘로또 추첨’…탁구공·구슬 색깔 따라 희비
임지선기자 vision@kyunghyang.com
ㆍ서울 대원·영훈중 3단계 전형
국제중 입학생 선발을 위한 서류-면접-추첨 중 마지막 3단계 공개추첨이 26일 서울 대원·영훈중에서 진행됐다.
대원중 추첨은 ‘서약서’ 작성으로 시작됐다. 학부모들은 ‘추첨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일반전형 2단계까지의 합격자 318명 중 1명만 불참했다.
“됐다, 됐어” 2009학년도 서울 국제중 추첨일인 26일 서울 중곡동 대원 국제중 강당에서 추첨에 뽑힌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환호하고 있다. |남호진기자
김일형 대원중 교장은 경찰 입회하에 비공개로 흰색·귤색·녹색 3가지 탁구공 중 한 개를 뽑아 별도 보관함에 넣었다. 김 교장은 “1등이나 317등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너무 서운해하지 마라. 운으로 결정된다고 가르치는 것 같아 교장으로서 마음이 안좋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침묵을 지켰다. 이후 학생과 학부모가 나란히 단상에 올라 공을 뽑고 색깔별로 분류된 자리에 앉았다.
김 교장이 다시 단상에 올랐다. 김 교장이 미리 넣어뒀던 보관함에서 탁구공을 꺼냈다. ‘귤색’ 공이었다. 강당에는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귤색 자리에 앉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얼싸안고 환호했다. 다른 자리의 학생 중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합격한 손모군의 아버지 손연석씨(40·강동구 명일동)는 “아직 국제중 교육과정이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아 아이를 ‘교육 마루타’로 만드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착잡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불합격한 김모씨(44·강남구 삼성동)는 “로또도 아니고 애들에게 사행심을 조장하는 것 같다. 애가 `난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영훈중에서도 ‘색깔’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이 학교는 빨간색과 흰색 구슬을 은박지에 싸서 우황청심환 용기에 넣었다. 은박지를 풀어 빨간색이 나오면 합격, 흰색은 불합격으로 합격 여부를 바로 알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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