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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전쟁 - 권력은 왜 역사를 장악하려 하는가?
심용환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일반적인 역사서인줄 알았는데 한참을 떠들석 하게 만들었던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그 의도와 더불어 비판하고 있는 책이었다. 역사교과서에 쓰이는 단어, 표현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을 마친 후 앞으로 역사와 관련된 문헌을 자발적으로 찾아볼리가 거의 없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초기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측면에서 볼때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그런데 기존 교과서들이, 그것도 현 집권 여당의 인증을 통과한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온 역사 교과서들이 좌편향되었다는 비판은 둘째치고 이를 대체하려는 교과서에 쓰인 문장들이 기초적인 사실관계 오류는 물론 보편적인 역사학계와의 인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왜곡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은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참 황당하게 만들었다.
역사를 연구하는 방식도 몇가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일어난 사건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배경은 어떠했는지, 직접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역사를 배우는데 있어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역사시험도 단순 암기문제를 제외한다면 이런 것을 물어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그런데 역사적 인물에 대해, 그 인물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1차 사료로 명백한 사실을 전달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특정한 면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세뇌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저자는 한국사 국정화 파문의 본질은 '세대 강요'라고 지적한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라고, 전쟁을 겪었던 세대의 반공 의식, 즉 북한을 증오하고 혐오하며, 민주화의 성과를 무시하고, 박정희 이후의 역사를 박정희 정권의 부산물 정도로 생각하는 관습을 교육제도를 통해 강제화하려한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다루기에 앞서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 다른 나라의 역사 논쟁거리를 설명하고 우리나라 사학계에 대한 설명에 이어 뉴라이트 역사학의 문제점을 앞부분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는 알제리의 세티프 봉기(1945)를 진압하면서 6000명을 살해했고 마다가스카르 봉기(1947)에서는 8000여명을 살해했다는 사실에 더해 베트남에서는 60만명이 독립을 위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유대인 학살에 대한 프랑스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면서는 정말 역사는 강대국, 승자의 기록이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지더라는.
지금껏 읽어온 역사교양서들에 비해서는 다소 딱딱한 면이 있지만, 많은 내용을 기억하긴 어렵겠지만 유익하게 보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