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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권미선 옮김 / 사람과책 / 1996년 6월
평점 :
품절
200페이지 남짓되는 책을 읽고 나니 뒤로 갈 수록 파블로 네루다라는 시인의 생애에 대해 궁금해졌다. 처음에 저자 정보를 제대로 읽지 않고 읽고 내용을 읽어나가다가 저자가 마리오인줄 알고 잠시 착각하였으나 중간에 이게 소설인지 논픽션인지 궁금해져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저자후기를 살펴보았다. 체력만 월등한 한 청년이 오직 네루다의 우편물만을 배달하기 위한(그동네에 그에게만 우편물이 배달되기에) 우편배달부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메타포를 통해 시상에 눈을 뜨게 되고 또 사랑을 이루게 되며 네루다의 인생의 한 장면을 장식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태어나서 시집 한권 제대로 읽어본적이 없기에 간간히 등장하는 시를 음미하면서 읽었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초반에 메타포의 의미를 주인공이 깨닫게 되는 과정은 아무것도 아닌데도 괜히 그 뜻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몇년전 누구나 시를 쓸수 있다면서 연상법을 통해 간단한 시를 만들어보게 만드는 강의를 들어본적이 있는데 같은 말을 하더라도 지름길이 아닌 돌아가는 길이 더 유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메타포의 장점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파블로 네루다가 출마권유를 받고, 아옌데 후보에게 통합후보를 양보하여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고 난 후 파리대사를 거쳐 돌아오는 것까지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갑자기 그가 돌아온 후 군인들이 그의 집을 포위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그가 우체국을 목숨을 걸고 다녀오는 부분에서는 배경설명이 없어 살짝 의아했었다. 그런데 알아보니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아옌데 정권이 무너졌고 같은 계열이었던 그가 반정권인사로 탄압받았고 이 책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병상에서도 정권을 비판하는 시를 썼다고. 시대적 배경은 냉혹했지만 시라는 매개를 통해 네루다라는 실존인물과 한 평범한 인물의 상호작용을 따뜻하게 그려낸 책이었다. 뜬금없지만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이제 막 배운 시적인 언어로 고백하고, 또 그 사랑이 이뤄지는 남미의 열정이 부럽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