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 파리를 먹었구만? 파리를 먹었지?"
"예?"
"내 아들이 총각하고 똑같았어."
"미쳤어요?" - P564

"그래. 이러더라. 파리를 먹었다, 파리를 먹었다고."
노파의 말에 의하면, 일만 마리 중에 한 마리 비율로인간의 얼굴을 한 파리가 있는데, 입을 벌린 채 자고 있으면 인간의 얼굴을 한 그 파리가 인간의 성대 냄새를맡고 입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있다. 성대는 인간의 여러 기관 중에서 가장 달콤한 맛이 나는 곳이라고 한다. 그 파리를 먹어버리면 인간은 미친다. 머릿속에서 파리가 윙윙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파리가 말하는 대로 움직이게 되고 만다. 어떻게 하면 나을수 있어요? 하시는 물었다.
"낫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사이좋게 지내야지."
"파리하고?"
"그럼. 파리하고 사이좋게 지내려면, 자주 이야기를나누면서 사이좋게 지내면 돼."
노파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 P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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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알고 있었다.
아무튼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어떤 일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막다른 길에 다다를 때에는, 당황하여 움직일 필요 없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난다. 무슨 일이 다가온다. 가만히 응시하면서, 어스름 속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있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경험을 통해 이를 배웠다. 그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움직인다. 만일 필요하다면 그것은 반드시 움직인다.
좋아, 천천히 기다리자. - P185

"춤을 추는 거야"라고 양 사나이는 말했다. "음악이 울리는 동안은 어쨌든 계속 춤을 추는 거야. 내가 하는 말 알아듣겠어? 춤을 추는거야. 계속 춤을 추는 거야. 왜 춤추느냐 하는 건 생각해선 안돼 의미 같은 건 생각해선 안 돼. 의미 같은 건 애당초 없는 거야.
그런 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발이 멈춰버려. 한 번 발이 멈추면 이미나로선 어떻게도 도와주지 못하게 되고 말아. 그러면 자네의 연결고리는 모두가 없어지고 말아. 영원히 없어지고 마는 거야. 그렇게되면 당신은 이쪽 세계에서밖엔 살아가지 못하게 되고 말아. 자꾸자꾸 이쪽 세계로 끌려들고 마는 거야. 그러니까 발을 멈추면 안돼. 아무리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런 데 신경 쓰면 안돼, 제대로 스텝을 밟아 계속 춤을 추어대란 말이야. 그리고 굳어버린 것을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풀어나가는 거야. 아직 늦지 않은 것도 있을 테니까. 쓸 수 있는 것은 전부 쓰는 거지. 최선을 다하는 거야.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은 분명히 지쳐 있어. 지쳐서겁을 먹고 있어.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있어. 무엇이고 모두 잘못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발이 멈춰버리거든." - P167

1969년까지만 해도 세계는 단순했다. 전투 경찰 대원에게 돌을 던지는 정도의 일만으로도, 경우에 따라서는 누구나 자기 의사 표명을 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좋은시절이었다. 하지만 세속화된 철학의 바탕 아래 도대체 누가 경관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도대체 누가 자진해서 최루가스를 뒤집어쓰려고 하겠는가? 그것이 현실인 것이다. 구석구석에 그물이쳐져 있다. 그물 바깥에는 또 다른 그물이 있다. 어디로도 갈 수가없다. 돌을 던지면 그것은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온다. 정말 그런 것이다.
- P117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나 자신에 관해 이야기했다. 긴 시간을 들여, 얼음을 녹이듯 천천히, 하나하나. 내가 어찌어찌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어디에도 갈 수 없다는 것.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채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것. 그러한 마음의 떨림을 상실해 버렸다는 것. 무엇을 찾아야 좋을지 알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는 것. 나 자신이 관련되어 있는 사물에 대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야, 라고 나는 말했다. 그러고서 내 몸이 자꾸자꾸 굳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몸의 중심으로부터 조금씩 조금씩 육체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내가 그럭저럭 연결되있다고 느끼는 건 이 장소뿐이다. 하고 나는 말했다.  - P160

 달리 아무 할 일도 생각나지 않기에 다시 잠시 동안 밖을 걸어보기로 했다. 잘만 하면 무슨 일엔가부닥칠지도 모른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안 하기보다는 움직이는 편이 낫다. 무엇이라도 시도해 보는 편이 낫다. 포스가 나와 함께하기를. - P190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 P168

눈이 내리면 나는 그것을 효율적으로 길가로 치웠다.
한 조각의 야심도 없었고, 한 조각의 희망도 없었다. 오는 일거리를 닥치는 대로 거침없이 체계적으로 처리해 나갈 따름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인생의 낭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종이와 잉크가 이만큼 낭비되고 있으니, 내 인생이 낭비되었다 해도 군소리할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것이 내가 도달한 결론이었다. 우리는 고도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선 낭비가 최대의 미덕이다. 정치가는 그것을 내수의 세련화라고 부른다. 나는 그것을 무의미한 낭비라고 부른다. 사고방식의 차이다. 하지만 비록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다 해도, 어쨌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인 것이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방글라데시나 수단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방글라데시에도 수단에도 별다른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묵묵히 일을 계속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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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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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드라이브 마이 카‘에 나오는 문장˝칙칙하네요˝ . 결론을 궁금하게 하는 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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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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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설정 중에 LAB음이라고 해서 유령이 나타날 때 일정한 소리가 난다는 설정이 있다. 소설에서는 생목 부러지는 소리로 나온다. 저녁에 소설을 끝까지 읽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불을 끄고 여느 때처럼 명상을 하고 자려고 방석 위에 앉았다. 얼마쯤 지났을 무렵, 방 한 쪽 구석에서 무엇인가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보통 생활하다 보면 오래된 가구나 벽에서 소리가 날 때가 있다. 재질이 수축하거나 팽창하는 과정에서 소리가 난다고 과학 상식에서 읽은 적이 있다. 무심히 넘길 수 있는 소리인데, 그날은 달랐다. 더구나 몸의 감각을 있는대로 세운 명상 중이다. 곧바로 내면에서 뭔가 검고 미끄덩한 것이 올라오는가 싶더니 피부에서 열기와 한기가 나기 시작했다. 열기가 식으면서 나는 한기다. 혹시나 감은 눈 앞에서 무언가 나타나지 않을까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눈을 뜨는 것도 두려웠다. 한 시간을 채워서 명상해야 하는데 이미 내 몸 안 쪽의 깊은 곳은 흔들리고 있었다. 결국 이불을 방탄막처럼 뒤집어 쓰고, 코코몽 인형을 안았다. 20대에 <2> 보고 잠 설친 이후로 다시 이런 경험을 다시 하게 될 줄이야. ‘사회파 심령소설이다. 예전에 아무 사전정보 없이 집어들었다 빠져들었던 <>을 읽고 났을 때의 느낌이다. <>보다는 약간 약하다. 75%에서 80% 정도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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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 관련한 관문이론 Gateway Theory)이란, 부드러운 마약(연성 마약soft drug)인 대마초를 사용하게 되면 점차 더욱 강력한 마약(강성 마약hard drug)인 헤로인이나 코카인 등의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설이다. 따라서 강성 마약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연성 마약인 대마초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대마초 사용 불법화 논리를 대표하는 고전적인 이론이다. 이 이론은 1960년대 초에 미국에서 유포된 이래 대마초 사용 금지 법률을 옹호하는 가장 강력한 이론으로 오늘날까지도 활용되고 있다. -<대마와 대마초>(노의현, 소동)-

 

- 반대입장-

 


1.<대마와 대마초>(노의현소동)

 1) 관문이론 자체를 공격한다.: 대마초 사용이 하드드럭으로 간다는 명백한 실증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하지만, 부재의 증거가 실재를 완벽히 부정하기엔 부족하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오히려 술과 담배가 마약으로 이끈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근거로 대마초의 관문이론이 허약하다고 하지만 관문이론 지지자들은 술과 담배도 금지하자고 할지 모른다. 또 대마초를 합법화한 네덜란드가 오히려 미국보다 강성마약 사용빈도가 낮다는 연구결과를 드는데 이것만으로 관문이론을 뒤집기엔 약간 부족하지 않을까. (또 다른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2) 금주법과의 비교: 술을 금지하자 알 카포네같은 갱단이 발흥한 것처럼 코스트 베네핏을 따져보면 대마를 합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여기에는 아마 대마가 소프트 드럭이라 폐혜가 낮고 하드드럭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 대마를 100% 통제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전제가 이미 깔려 있을 것이다. 여기의 반대는 살인도 100%통제가 불가능한데 처벌한다는 논리다.

 3) 대마반대의 악의 세력이 있다: 담배 술 등 대마 경쟁 회사들, 연구소들, 갱단 카르텔 등,,,여기에도 대마에 대한 호의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

일반적으로 대마 합법화와 관련한 다른 나라의 상황을 많이 기술한다. 대마 합법화 이후로도 대마로 인한 폐혜가 급격하게 는다거나 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인상적인 것은 네덜란드의 상황을 묘사한 부분인데 카페와 커피숍을 구분한다. 네덜란드가 제한적인 합법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오후,동아시아)

1)대마를 하면 코카인이나 헤로인을 한다는 것은 담배에 내성이 생기면 술을 마시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다. 대마와 하드 드럭은 완전히 틀리다. 반론은 대마를 하다 하드드럭으로 간 실제 사례를 인용하는 책-<마약하는 마음, 마약파는 사회>(양성관,히포크라테스)

2) 역시 알 카포네: 금주법이 오히려 전과자와 갱단을 키우는 역효과를 양산했다. 더 설득력있게 주장하는 것은 불법화가 오히려 관문효과를 부추긴다는 것. 오히려 하드드럭이 더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마가 관문효과가 약하거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3) 역시 통계: 대마 합법화가 난장판으로 이어진다든 통계나 결과가 없다는 것. 반론은 역시 반대 통계를 드는 <마약하는 마음, 마약파는 사회>(양성관,히포크라테스)

실질적으로 대마보다 알코올과 담배가 주는 사회적 폐해가 더 크다는 입장->물론 대마를 권하는 건 아니다. 상황을 똑바로 파악하고 선택을 하자는 거라는 오후의 주장

 


  - 찬성 입장-


3. <마약하는 마음,마약파는 사회 >(양성관,히포크라테스)

한 사람이 두 가지 이상의 마약을 한다는 통계로 관문이론을 지지함.“술을 안 마시는 사람은 있어도 한가지 술만 마시는 사람은 없다내가 봐서( 저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다) 아는데 하는 식으로, 실제 케이스를 들이댄다. 일단 마약을 경험하고 나면 더 많은 자극을 원하게 되어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대한 오후의 반론은 대마와 하드드럭은 틀리다는 것.‘포도주 애호가가 반드시 위스키를 마시는 것은 아니다’->이런데서 하나의 연구결과가 해석에 따라서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제한적 합법화는 불가능하다. 결국 난리법석이 날 거다. 19금 영화를 어떻게든 미성년자도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4. 맥주를 마시면 위스키까지 마시게 될까? 나 자신을 돌아보면 가능할 것 같다. 아주 기분이 더러운 날, 맥주론 안 돼,짧고 굵게 위스키로 가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만약 위스키가 불법이라면 나 자신을 제어할 것 같긴 하다. 결국 대마초를 불법으로, 마약으로 분류할 것인지는 인위적 선긋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관문이론이 적용되는 사람이 분명 있지 않을까? 비록 소수일지 몰라도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면 대마초를 금지하는 게 인생하나 구하는 것 아닐까? 음 생각할 수 있는 반론 하나는 대마를 불법으로 하는 비용이 그런 소수의 혜택을 초과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관문이론적인 이슈가 몇 개 더 생각난다. 포르노를 허용하면 성문화가 문란해진다? 무상급식을 허용하면 또 다른 무상 시리즈가 이어질 것이다?(옛날 오세훈 얘기같은데) 그럼 애시당초 왜 대마를 꼭 해야할까? 의료용은 제쳐놓고, 즐길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아직 공부가 부족하다. 어쨌든 세계는 재미있다. 동물의 세계엔 마약같은 게 없잖아.. 어째 마약이란게 SF 픽션에나 등장할 것 같은데 현실에는 존재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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