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라크라시 - 4차 산업혁명 시대, 스스로 진화하는 자율경영 시스템
브라이언 J. 로버트슨 지음, 홍승현 옮김, 김도현 감수 / 흐름출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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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boss. 좋든 싫든 우리는 상사 없는 회사를 생각하기 어렵다. 직장인의 95퍼센트 이상은 상사가 있거나 자신이 상사 역할을 한다. 혹은 양쪽 모두에 해당된다. 그런데 일부 혁신적인 기업에서 상사를 완전히 없애는 실험을 하고 있으며 이 흐름에 동참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실험을 자율경영이라고 부른다. 지난 수십 년간 혁신적인 기업들은 다양한 자율경영 시스템을 통해 성과를 냈다. 세계 최대의 토마토 생산업체 모닝스타, 아웃도어 의류업체 파타고니아, 브라질의 유명 기업 셈코 등이 대표적이다. - '머리말' 중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자율 조직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J. 로버트슨은 홀라크라시의 창시자이자 홀라크라시원 대표이다. 어린 시절 그는 재능을 인정받아 과학영재학교에 들어가지만 획일적인 교육 과정에 실망해 자퇴한다. 독학으로 진학한 대학도 마찬가지 이유로 그만둔다.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 18살의 나이에 천재적인 프로그래머로 명성을 얻게 된다. 학교, 기업 등 전통적인 조직이 인간의 잠재력, 창의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는 것에 실망해 이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다.

 


소프트웨어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영웅적인 리더, 중간관리자 없이도 모든 구성원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조직 발전의 자양분으로

 

그는 향후 기업의 생존은 조직의 창의력, 유연성, 문제해결 능력 등이 결정하며, 기존의 수직적인 조직은 미래가 없다고 강조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는데, 1부(홀라크라시란 무엇인가)에서는 홀라크라시 시스템을 적용했을 때 권한이 어떻게 분배되고, 조직이 어떻게 새로운 구조로 바뀌는지를 설명하며, 2부(홀라크라시는 어떻게 조직을 변화시키는가)에서는 홀라크라시 작동의 핵심적인 요소들, 즉 구조, 프로세스, 시스템 등을 알아본다. 3부(홀라크라시 실천 가이드)에서는 실제로 홀라크라시를 어떻게 조직에 적용할지, 이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과 지침들을 다룬다.

 

 

 

 

 

2015년에 홀라크라시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미국의 최대 온라인 신발, 의류 업체인 자포스의 창업자 토니 셰이가 직원들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낸 것이 홀라크라시의 시작이다. 즉 그는 조직 내의 관리자 자리를 모두 없앤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이리되면 조직에는 우두머리가 없고 모든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회사를 경영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익숙함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런 조직 문화에 적응할 수 없으므로 떠날 수밖에 없다. 결국 14%의 직원들이 떠났지만, 현재 이 회사는 미국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혁신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자포스의 성공으로 전 세계 1천 여개 이상의 조직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그 역사가 불과 2년도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홀라크라시는 그리스어 holos(전체를 뜻함)와 cracy(통치를 뜻함)의 합성어 

자율 경영 이론에서 가장 구체적인 시스템으로 손꼽힌다

 

 

굶주림보다 소화불량으로 죽는 회사가 더 많다

 

휴렛팩커드의 공동창립자 데이비드 패커드는 "굶주림보다는 소화불량으로 죽는 회사가 더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조직이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감지하고 흡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 즉 조직의 감지기들이 업무 중 발생하는 긴장을 활용해 업무흐름, 기대치, 조직 구조 자체를 활발하게 개선한다면 얼마나 커다란 가치가 실현될지 생각해보라. 이는 단순히 더 나은 업무 환경이나 더 효과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서는, 실로 대단한 변화이다. 이를 통해 조직은 스스로 진화하는 설계의 힘을 갖게 되고, 훨씬 깊은 수준에서 혁신을 이뤄내게 된다. 

 

 

보스가 반드시 필요한가?

 

 

"연구에 따르면, 도시의 규모가 두 배가 될 때마다 주민 한 사람의 혁신성이나 생산성은 15퍼센트 정도 증가합니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더 커질 때 직원 한 사람의 혁신성이나 생산성은 오히려 줄어들지요" - 토니 셰이

 

인간의 몸은 하향식 명령 체계가 아니라 분산체계, 즉 몸 전체에 분산된 자율적이며 자기조직화된 독립체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인체가 매 순간 처리하는 정보의 양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만약 뇌가 모든 정보를 중앙집중적으로 처리한다면 몸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질병을 감지한 백혈구가 뇌에 정보를 보내고 항체 생성 과정을 공식적으로 승인받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이런 방식이라면 몸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우리가 속한 조직이 이런 식으로 작동하기를 바란다.

 

 

 

 

 

유연하고 역동적이다

구성원에게 권한을 분배하고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을 갖춘 조직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조직의 구조부터 바뀌어야 한다. 전통적인 피라미드식 관리 계층 구조는 권한을 분배하고 스스로 진화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적합하지 않다. 이에 홀라크라시는 스스로 진화하는 조직을 구조화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홀라크라시의 조직 구조 유형은 전통적인 계층 구조와 다르다. 홀라크라시는 사람을 조직화하지 않고 업무를 조직화한다.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에 대해 자기조직화할 수 있는 상당한 자유가 부여된다. 이런 조직에서 사람들은 수직적 계층구조하에서 단일한 역할들로 조직화되는 대신 프리랜서처럼 조직의 이곳저곳을 탐색한 뒤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을 수 있다.

 

 

홀라크라시의 두 가지 토대

 

홀라크라시 헌장

 

첫째, 규정된 거버넌스 프로세스를 통한 '법의 지배'

둘째, 여러 역할들에 분배되고 명확히 규정된 영역들을 통한 '재산권'

 

이 두 가지 특징으로 인해 자율성을 지닌 사람들이 상호연결된다. 우리는 이미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규칙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영역은 각자의 역할에 재산권을 부여하지 각자에게 재산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홀라크라시로 움직이는 조직에서 하나의 역할을 수락한다면, 이런 책임은 말하자면 집사의 책임과 같다. 우리들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역할 자체를 위해서 그 역할을 관리하는 셈이다. 우리들은 그 역할의 목적을 위해 우리에게 부여된 재산을 관리하고 권한을 사용해야 한다.

 

 

 

 

과유불급을 경계하라

 

결론적으로 홀라크라시 시스템을 도입하는 회사는 기존의 상명하복上命下服 경영에서 탈피하게 된다. 오히려 구성원들은 조직 안팍으로 원활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마치 프리랜서처럼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개별 유닛으로 진화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의 관리자와 CEO는 과도한 업무와 책임에서 벗어나 다른 창조적인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진리가 뒤따른다. 급진적인 홀라크라시는 실패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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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엡스타인에게 배우는 33역량 - 메이저리그에서 194년 저주를 깨트린
신호종 지음 / 넥서스BIZ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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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필자가 2015년 8월에 출간한 <이솝우화에서 배우는 33역량>의 연작이다. <테오 엡스타인에게 배우는 33역량>에서는 테오 엡스타인이 3번의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디비전 시리즈, 챔피언 시리즈, 월드 시리즈라는 3단계를 모두 우승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33역량이라고 명명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테오 엡스타인, 194년 밤비노 저주를 깨트리다

 

책의 저자 신호종은 제35회 행정고시(검찰사무직)에 합격해 검찰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수사사무관으로 첫발을 내딛은 그는 부하들과 함께 현장 수사를 진행하면서 늘 위기 또는 갈등 상황이라는 문제에 부딪힌다. 이때 현장 책임자로서 선택과 결정을 해야하는 입장에 놓이다 보니 상황의 핵심 파악, 성과 달성, 직원들의 인화단결을 도모하는 일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는 서울지검 강력과, 외사수사과에서 수사사무관, 검찰총장 비서관, 서울중앙지검 집행제1과장,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거쳐 전주지검, 수원지검, 서울서부지검, 대구고검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서울시인재개발원, 지방행정연수원, 충청남도공무원교육원 등에서 공무원을 대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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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 전쟁 - 글로벌 머니의 흐름을 지배하는 투자의 원칙
영주 닐슨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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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수많은 기관투자자, 투자 관련 협회 그리고 투자교육기관들로부터 글로벌 투자와 헤지펀드에 관한 강연 요청을 수차례 받았다. 2016년에는 삼성 사장단회의의 강의 요청을 받아 이 자리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를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과 여기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이 부상했고, 지금보다 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 '서문' 중에서

 

 

아직도 한국 안에서만 머물러 있나요?

 

이 책의 저자 영주 닐슨은 2015년부터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5년 상반기까지 뉴욕의 헤지펀드 퀀타비움의 최고투자책임자로 활동했다. 또한 2012년 상반기까지 미국 씨티그룹 뉴욕에서 G10 채권 퀀트 트레이딩 대표를 지냈으며, JP모건과 월가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베어스턴스 뉴욕 본사에서 매니징 디렉터로 채권 퀀트 트레이딩 프랍 데스트를 이끌었다. 그 전에는 블랙락(전 바클레이스 글로벌인베이터)에서 시장 분석을 통한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리서치 오피서로 활동했다.

 

그녀는 2015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전세계 금융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최고 전문가들을 직접 강단에 초대해 학생들에게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수업 진행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으며, 2016년 5월 삼성 사장단회의에서 '금융환경 변화와 글로벌 금융사들의 경쟁 전략 ' 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면서 각종 언론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주간조선>에서 '영주 닐슨의 월스트리트 리포트' 칼럼을 3년 넘게 연재했으며, 현재는 <주간동아>에서 '영주 닐슨의 글로벌 경제 읽기' 칼럼을 연재하며 글로벌 투자의 원칙과 불확실성을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전달하고 있다. SBS CNBC '경제와이드 모닝벨' 에 출연하여 미국 월가의 투자 트렌드를 분석해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법을 소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그녀는 이 책의 서문에서 "한국 경제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북핵이나 사드 같은 지정학적 요인이 아닙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장 큰 위협입니다"라는 2017년 4월 21일의 IMF 봄 미팅 브리핑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결론을 소개하면서 투자의 기회는 글로벌 시장에 있음을 지적한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됐는데, 제1장(기회는 글로벌 시장에 있다)에서는 왜 해외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글로벌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 기업에 다니고, 한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개인에게 벌어질 시나리오를 통해 자산을 한 나라 안에만 가두었을 때 벌어지는 위기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제2장(이자율만 알아도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에서는 투자에서 이자율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자율 변동에 따라 투자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등을 설명한다.

 

제3장(글로벌 투자의 첫 단추, 채권부터 시작하라)에서는 이자율의 등락에 따라 채권에 미치는 영향, 채권의 종류, 채권을 통한 효율적인 자산 관리 방법 등을 알려 주고, 제4장(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숨어 있는 주식)에서는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은 물론 투자 고수들은  어떻게 좋은 주식 고르는지, 기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자료를 가지고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자신의 목적에 맞춰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지 등을 소개한다.

 

제5장(포트폴리오를 제대로 분석해야 답이 보인다)에서는 수익률, 변동성, 베타 등의 설명과 함께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법을, 제6장(글로벌 투자의 심화 과정, 파생상품, 원자재, 외환)에서는 위험을 관리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탄생한 파생상품이 무엇인지를, 제7장(기존 방식에 새로운 시장을 더한 대체투자)에서는 포트폴리오의 수익성과 변동성을 개선하기 위해 탄생한 대체투자와 그 활용법을, 제8장에서는 언제 사고 언제 팔지 알려주는 자산분석을, 제9장에서는 투자 성과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글로벌 투자의 장점

 

모든 자산을 한국 내에서만 보유하고 있을 경우 컨트리 리스크에 따른 자산가치의 동시하락을 피할 방법이 없게 된다. 우리들은 이를 IMF 외환위기 때 경험한 바 있다. 반면에 달러 자산을 조금이라도 보유하고 있었다면 원화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지라도 반대로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이 있으므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투자의 다양성 효과이다.

 

또 글로벌 투자로 눈을 돌릴 경우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G20 국가의 전체 주식시장 크기는 2016년 7월 기준 53조 1630억 달러다. 이 중 3분의 1은 미국 시장이고, 한국 시장의 크기는 1조 180억 달러다. 즉 G20 국가 전체 주식시장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2% 남짓이다.

 

뎁스Depth~ 깊이, 수익률의 정도

브레스Breadth~ 너비, 투자대상의 범위 정도  

 

전문 투자자가 투자 전략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뎁스''브레스'다. 우리말로는 수직 폭과 수평 폭, 깊이와 너비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뎁스는 한 종목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의 정도를 의미하는데, 당연히 깊은 것이 좋은 투자다. 브레스는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이 되는 범위의 정도를 말하며, 넓다는 것은 선택의 폭이 넓다는 뜻이다. 자산을 한국에만 둔다면 당연히 브레스가 좁아진다. 세계은행 통계에서 보듯이 한국 주식시장만을 고려한다면 투자 포트폴리오의 브레스는 몹시 협소하다.

 

뎁스도 마찬가지다. 이제 한국은 연간 3% 언더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할 정도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실 한국에만 발생한 문제는 아니다. 이미 성숙 시장으로 진입한 선진국들이 거의 모두 겪고 있는 통증이다. 그런데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여전히 성장 여력이 충분한 시장도 있다. 중국의 성장이 느려지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정치 불안정을 겪고 있다 할지라도 한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자, 어디에다 투자해야 할까? 이미 답은 보인다.

 

 

과학적 투자법, 퀀트펀드의 꾸준한 성과

200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 때 유명세를 떨치던 투자회사와 펀드들은 대부분 미국 주택시장에 투자했던 것들이다. 존 폴슨이 운영하던 폴슨앤컴퍼니는 2008년에 150억 달러를 벌어들임으로써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수익률 높은 헤지펀드로 등극했었다. 2011년에는 좋지 않은 성과를 올렸기 때문에 2016년에 존 폴슨이 개인 자산을 회사에 담보로 제공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시장 상황에 따라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의외로 1990년대 이후 꾸준한 성과를 보여온 펀드들이 있다. 수익률과 변동성 두 가지 조합을 잘 찾아 운용한 펀드들이었다. 어떻게 이 조합을 찾았을까? 바로 과학적 접근법 덕분이다. 글로벌 투자업계의 권위 있는 매거진 중 하나인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에서 2016년에 발표한 상위 10개 펀드 리스트를 보면, 한두 개를 제외한 모든 헤지펀드가 많은 자산을 이 과학적 접근법으로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를 퀀트펀드quant fund, quantitative fund라 부르기도 한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바로 전인 2007년 여름 한때 많은 퀀트펀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많은 펀드가 비슷한 알고리즘을 활용함으로써 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기는 했지만, 이들 중 많은 펀드는 1990년대 또는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대체투자, 포트폴리오의 부족함을 채운다

 

대체투자는 오랫동안 대형 연기금, 기부금 등의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이용해온 투자 방법이지만, 비교적 최근 들어 주류에 합류한 투자 방법이다. 대체투자는 이제 개인투자자들도 많이 고려하는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체투자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과 상품들도 다양해졌다. 대체투자는 주식, 채권이라는 전통적인 투자 자산 이외의 자산을 일컫기도 하고, 가격이 올라갈 것을 사서 보유하는 전통적인 투자 방법 이외의 것을 일컫기도 한다. 아주 짧은 설명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대체투자의 정의는 아주 광범위하다.

 

분명한 것은 이 다양한 대체투자의 목적은 단 한 가지라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포트폴리오의 수익성과 변동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전통적인 투자와는 다른 자산에, 다른 방법으로 투자하면 전혀 다른 수익률을 제공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용어로 표현하자면 주식, 채권 등을 전통적으로 운용하는 것과 대체투자는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체투자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면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추구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헤징하는 수단으로도 제격이다. 투자의 선택 폭이 너무나도 넓기 때문에 고수익의 가능성 또한 폭넓게 제공한다. 그럼에도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많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투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실물자산~ 부동산, 원유, 금, 은, 고급 와인, 예술 작품 등

사모펀드~ 비상장회사에 투자한 펀드

엔젤투자~ 스타트업이나 비상장회사에 직접 투자

레버리지와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예, 조지 소로스)

사모부채~ 매자닌 부채

 

 

미국 연준은 향후 계속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도 해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2016년 말 기준으로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중에서 해외 주식 15.3%, 해외 채권 4.3%, 대채투자 10,7%의 비중을 두고 있다. 향후 2021년까지 해외 주식 비중을 25%까지 늘리고 해외 채권과 대체투자 역시 각각 5%, 10% 이상으로 비중을 확대한다는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개인이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해외 펀드가 가장 보편적이다. 이젠 해외로 눈을 돌려 투자할 수 있는 기본기를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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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노믹스 -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문재인 정부 5년의 약속
매일경제 경제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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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의 최대 화두를 '사람'으로 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오작동이 빈발하는 기존의 관행, 기존의 시스템에 기대지 않고 정책의 최종 수혜자인 사람, 국민에게 직접 다가서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고 명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헌법 정신을 구현한다는 의미로 '사람중심 경제를 통한 국민성장'을 경제 비전으로 제시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람중심의 경제를 추구한다

 

책의 저자인 매일경제 경제부는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세종창사에 있는 중앙 부처와 함께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을 취재하고 있다. <문재인노믹스>는 사상 초유의 '장미대선'으로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고 생산적 발전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길 바라는 목적에서 기획됐다.

 

책은 총 4개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파트 1(성장)에서는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공공 일자리 81만 개 늘리기의 실체가 무엇이고 실현 가능한지 점검한다. 대선의 강력한 경쟁주자였던 안철수 후보가 트레이드마크처럼 내세웠던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던진 정책은 무엇인지도 자세히 소개한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지역 특화 전략으로 지방 경제를 키우는 구체적인 방안을 살펴본다.

 
파트 2(공정)에서는 과거 재벌,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해 소액주주와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는 정책이 어떻게 구현될 지 짚어본다. 또 한계 상황으로 몰린 수많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1,3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비법이 무엇인지도 소개한다.

 
파트 3(국민)에서는 사교육비, 통신비, 교통비와 육아부담 등 줄이기, 미세먼지 감축과 제2의 메르스와 세월호 사태 방지 등 국민의 일상생활을 개선하는 것과 직결된 정책을 경제적인 시각에서 풀어본다. 끝으로 파트 4(문재인노믹스 "레디, 액션!")에서는 문재인 경제정책을 이끌 핵심 인물들을 소개하고, 경제 전문가들이 짚어본 바람직한 경제정책 방향을 분야별로 소개하는데, 이 책의 부록인 셈이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늘리기 방안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단행할 계획이다. 그는 "노동법은 연장노동을 포함한 노동시간을 주 52시간 내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토, 일요일 노동을 별도인양 왜곡해 주 68시간 노동을 허용했다"며 "법정 노동시간만 준수해도 근로시간 특례업종까지 포함해 20만 4,000여 개, 연차휴가만 다 써도 3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다시 말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면 20만 개 일자리, 그리고 휴가를 의무적으로 쓰게 하면 30만 개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이렇게 될까? 이미 노동시간의 단축은 전 정부에서도 토의된 바 있고, 노사정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도에 그만둔 사안이다. 근로시간의 단축이 일견으론 기업체의 줄어든 총노동시간을 채우기 위해 인력의 보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확신에서 나온 발상이다. 수학상 계산으로는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노동시간과 급여는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에서의 노사정 대합의가 도출되어야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일방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경쟁력 약화 등 회사 경영에 막대한 충격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을 준비하는 네 가지 전략

 

첫째,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 구축

둘째,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혁신 창업국가

셋째, 신산업 분야 규제 혁신

넷째, 연구개발R&D 장기투자와 기술인재 육성

 

문재인 정부 4차 산업혁명 준비의 중추기관은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된다. 이를 두고 대선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을 민간 주도가 아닌 정부 주도로 할 경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해 기업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위원회 위원으로는 관료, 학자뿐만 아니라 업계 종사자를 대거 발탁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2017년 중 관련 법령 정비를 한 후 2018년 출범 예정이다.

 

최우선으로 꼽은 4차 산업혁명 기본 인프라는 사물인터넷이다. 이는 사물에 감지기, 즉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사물인터넷망 1등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새 정부의 4차 산업혁명 핵심 추진정책이라는 속 마음을 드러냈다.

 

 

재벌 개혁,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으로 가는 길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의 첫 번째 과제로 꼽은 것은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경영구조를 투명하게 확립하는 것이다. 우선 이사회에서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는 장치를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 의무화로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가 감사위원과 이사 선출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과거 재벌개혁 및 소액주주운동을 펼쳤고 이번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내세워 인사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위기의 가계 부채, 해법은 뭔가?

문 대통령은 이미 2017년 4월 28일, 가계부채 공약을 발표하면서 급속도 불어나는 가계부채의 '총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존에 활용해왔던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모든 대출에 적용, 원리금 상환을 동시에 이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차입금에 의존해야 하는 가계는 이제 빌리기도 쉽지 않은 셈이다.

 

금융당국은 2019년까지 모든 금융권에 DSR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나,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시점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DSR 전면 도입 시 이미 각종 신용대출 등 생계형 대출을 지고 있는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이 신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생계형 대출을 축소하기 위한 '생활비 절감 종합계획'을 시행할 계획이다.

 

사실상 가계부채의 문제는 실질소득이 보장되거나 또는 새로이 확보된다면 원리금을 자발적으로 축소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는 가운데 금융기관의 대출을 억제하는 방향만 유지할 경우, 급한 돈이 필요한 저소득 가계는 고금리 또는 조건이 열악한 하급 금융권 내지는 사채 시장에서 차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리 되면 가계 부채는 더욱 악화될 게 분명하다. 

 

 

교육, 백년대계를 세운다

문 대통령의 교육 개혁 핵심은 바로 '국가교육회의' 설치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해 교육 개혁에 대한 범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면서 "이는 국가교육위원회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은 학제 개편과 국립대 연합 체제의 개편 등을 논의하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안철수 후보가 창의교육을 말살하는 교육부를 폐지하고 장기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 이에 대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해 선행 단계로 국가교육회의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씀씀이가 큰 정부'를 선언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미 공무원 채용 확대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씀씀이에 소요되는 재원을 확보하려면 아무래도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도 '증세 없는 복지'를 외쳤지만 결국 비과세, 감면 대폭 축소와 담뱃세 인상 등 사실상 증세를 한 바 있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국가부채가 늘어나지 않게 하면서 재정지출을 연평균 7%씩 높이려면 조세부담률을 매년 0.8%포인트씩 높여야 하며 역대 정부가 조세부담률을 1%포인트대도 올리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의 증세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 대통령도 "세수가 모자라면 마지막 수단으로 국민적 동의를 얻어 증세한다"고 밝힌 만큼 하루라도 빨리 증세 수단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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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소년 만화시편 1
서윤후.노키드 지음 / 네오카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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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만화로 그려지는 일을 상상했지만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 막연하게나마 그려본 일은 있었지만요. 구체적인 장면으로 시를 읽어가는 일을 해보게 되어 기쁩니다. 이 소년들을 영영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기다림에 사활을 걸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수색하거나 싸움을 지속하거나 방공호의 담요를 찾아 나서는 소년들의 뒷모습을 봅니다. 그들은 모두 나였고, 그들은 내가 되는 일을 부정했습니다. 부족했고 작았습니다. - '시인의 말' 중에서

 

 

시詩와 만화의 만남

 

시인 서윤후는 1990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쭉 자랐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2009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2016년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을 출간했다. 제자리로 돌아와 잘 살고 싶어서 자꾸 여행을 떠나는데, 번번이 다짐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래서 더욱 자주 떠날 궁리를 한다. 현재는 잡지사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첫 시집을 내고 많은 사람에게 빚을 지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의 마음과 문장

 

만화를 그린 노키드는 대학에서 만화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2008년 <고혈압소년 저혈압소녀>로 송채성 만화상 추모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인디애니페스트 파노라마 섹션에 <칠판독백>을 출품하고 상영했다. 지금은 일러스트, 만화,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미난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책 <구체적 소년>에는 서윤후 시인의 첫 시집인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에 수록된 시 10편과 미수록된 시도 10편이 담겨 있다. 각각의 편은 <만화>―<시 전문>―<시인의 코멘터리>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과 만화가는 한 수 한 수 읽고, 보고, 느끼고, 사색하기를 바라며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남극으로 가는 캠핑카

 

시인 서윤후는 다른 모든 예술창작자들이 다 그렇듯이 '내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이 시를 통해 그 실마리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과거 옥탑방 고시원에 틀어박혀 친구였던 구현우 시인과 매일 시를 썼는데, 오랫동안 그렇게 지냈지만 참 좋았었고,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이 시가 바로 자기 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고백한다. 이 시를 잠깐 음미해보자.

 

우리는 미끄러지는 대로 달렸다.

출발을 위한 시동인지, 도착을 위한 시동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소음만 남아 있는 이곳에서 낭만은 사라진 역사.

 

구구절절 떠들어 보자. 우리들은 껴안고 잤다.

불쾌한 숙면은 안락한 체온을 나눠줄 테니, 이제 모두 그림엽서를 쓰자.

크레파스는 한 자루뿐이어서 자기 전에 모두 그림자를 그렸다.

 

아무도 읽어 주지 않는 연재를 시작했다.

우리는 집배원이 없을 때 편지도 곧잘 썼다.

말을 걸어주지 않아도 먼저 대답하게 되었고, 도달하는 일만 남았는데

 

- '남극으로 가는 캠핑카' 중에서

 

고시원 쪽방에서 생활해본 사람은 '불쾌한 수면'이라는 상황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특히, 두 사람은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습작을 했는지, "넘쳐나는 편지와 엽서들 때문에 돌아누울 바닥도 사라져가는 갬핑카. 노래를 부르며 출발했던 온기는 어디에 있을까. 이 남극을 다 녹이기에도 충분했던 체온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탕과 해변의 맛

 

시인의 연애관을 엿볼 수 있다. 그가 생각하는 연애는 자신밖에 모르는, 즉 연애를 거의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이 시를 쓸 때 사람의 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는 연애를 꼭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그 시절에 속해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열렬한 열망을 사랑으로 인식한 듯하다. 

 

파도의 디저트가 되네 하나밖에 모르는 맛으로 사탕처럼 둥글게 앉아 녹아 가는 연인들

철썩이는 파도가 핥아 가네

발가락부터 녹으며 조금씩 둘레를 잃어 가는 사랑이여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하던 연인들이 전투적으로 질투하고

비로소 세계는 달콤해지고 온화해지네

- '사탕과 해변의 맛' 중에서

 

사랑에 대해 그는 '전투적 질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달콤하지만 이 달콤함을 갖기 위해 남에게 상처를 줘야 하는 그런 숙명적인 상태를 생각한 듯하다. 지금 당장은 단 맛을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또 다른 사람에게 이 달콤함을 빼앗길 수 있는 그런 제로섬 게임 같은 걸로 말이다.

 

 

구체적 소년

 

"자꾸 새로워지길 원하는 매표소, 거짓말은 노인들에게 암표가 되어 팔려 나갔고,

앵무새 없인 할 수 없는 마술에 이미 거리를 떠도는 소년들은 모자에 동전을 구걸했다

세계의 모든 고요는 이미 매진이다 소년에겐 더 이상 할 수 있는 침묵이 없다"

 

시를 쓰는 행위에 대해 시인 서윤후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라고 표현한다. 즉 이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었던 것 중에 귀한 것을 다시 발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화에 등장하는 소년 마술사, 새로운 마술, 환호하는 관중들을 보노라면 우리들은 새로움에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닐까 싶다. 어차피 이미 있었던 익숙함인데 말이다.

 

    

 

 

우물관리인

 

이 우물은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지킬 필요가 없다

 

길어 올린 것이 너무 많아 마을은 자꾸 어둠
얼굴 없이 얼굴을 부르는 이름들 사이
나는 우물을 지킨다

 

빠져 죽은 구두가 떠오른다 벗겨 주세요 이 젖은 발들로부터
도망가게 해 주세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혈기 왕성하던 나의 사십대 시절, 임원으로 부임했던 한 상장기업은 전형적인 전통적 기업이었다. 회사 총수의 한 마디에 토를 달지 못하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그런 경영 방식이었다. 회사의 재무구조는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는데, 지나친 투자의 결정, 특히 부동산의 매수는 경계해야 할 일이었다. 나는 담당 임원으로 이를 거부했다. 당시 총수로부터 들은 말, 그래서 나는 이 우물을 떠났다. 이 시가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할 줄이야.

 

 

서윤후(좌), 노키드(우)

 

 

그래픽- 포엠, 새로운 콜라보

 

詩시와 만화, 추상적인 시와 구체적이며 사실적인 만화의 조합 낯선 새로운 시도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두 작가들의 콜라보는 그리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만화가인 노키드는 서윤후 시인의 시집을 읽고 이미 그 속으로 흠뻑 빠지고 말았다고 말했듯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 메시지의 전달에 있어서 형태가 문제가 되랴. 앞으로도 이런 시도는 많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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