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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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아픔이 불안함에서 온다면, 어른의 아픔은 흔들림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13쪽

이 책을 쓰면서 어른이란 인간발달의 특정 '시점'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삶의 흔들림을 스스로 잡아나가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엉망으로 흔들리면서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요.-15쪽

그래서 꿈을 말하기 전에 일단 스스로를 돌아보았으면 좋겠어. 그 꿈이라는 놈이 실은 치열한 생활을 방해하는 훼방꾼은 아닌지, 고단한 자네의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핑게는 아닌지.-22쪽

잔인하지만 이 말부터 먼저 해둬야겠어.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하는 건 맞지만, 조직이란 본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는 아니야. 본질적으로 개인과 조직은 충돌하게 되어 있지.-23쪽

여기서 열쇳말은 자네가 '성장'한다는 것이야. 인생이 펼쳐지는 터전의 절반인 직장에서 자네가 차츰 역량 있고 성숙한 존재로 자라난다는 사실, 이게 핵심이야. 진실로 자네를 행복하게 해주고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돈이나 승진, 인정이 아니라 자네의 성장이란 말이야. 성장은 중요한 단어야, 존재와 동의어일 만큼.-25쪽

회사는 견디기 힘들 때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발전의 비전이 사라질 때 그만두는 거야.-25쪽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만 그런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한탄합니다. 하지만 기회란 '준비'의 동의어입니다. 준비 없는 상태로 맞은 기회는 허망하게 날려버리기 십상이고, 찾아왔는지도 모른 채 그냥 흘려보내기 마련입니다. 차근차근 준비를 마쳤을 때에만 작은 기회를 잡아 크게 쓸 수 있는 것입니다.-32쪽

지금까지 쌓아온 내 인생의 어쭙잖은 기득권들을 전부 다 내려놓을 수 있다는 스스로의 결의가 따라준다면, 우리 인생은 리셋이 가능하다.-41쪽

우리는 인생을 새로 시작해보고 싶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러지 못한다. 손에 쥔 것들을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작업한 내용을 모두 잃는다'는 두려움에 리셋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것이다.-45쪽

포기는 두려움을 없애주지만, 희망도 함께 지운다.-45쪽

"남의 탓이라고 생각하면 우산 위의 눈도 무겁고, 내 몫이라고 생각하면 등짐으로 짊어진 무쇠도 가볍다."-59쪽

자기 삶의 짐을 가장 정확한 무게로 받아내게 될 때 우리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59쪽

위기가 깊을수록 반전은 짜릿하다.-104쪽

인생이 바둑보다 멋진 것은, 결정적인 패착이었다고 생각한 실패 이후에 이어지는 삶의 궤적이 그 당시엔 나름 성공으로 보였던 궤적보다 전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105-106쪽

사람들은 항상 '이번 실패로 내 꿈이 무산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꿈은 결코 도망가지 않는다. 도망가는 건 항상 당신 자신이다. 왜냐면 실패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실패로 인해 무엇을 배웠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실패에 한 번의 아픔이 있고, 한 번의 아픔으로부터 한 번의 성장이 있다. 그리고 그 성장이 우리를 꿈에 더 가까이 데려다준다.-106쪽

"사랑하지 않을 것이면 떠나고, 떠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라."-121쪽

'100-1=0', 100에서 1을 빼면 99가 아니라 0이라는 것이다. 큰일을 망치는 것은 엄청난 실수가 아니라 아주 작은 흠집이다. 같은 논리로, 엄청난 성공을 이루는 것은 필생의 '한 방'이 아니라 작은 디테일의 총합이다.-140쪽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아버지, 어머니를 향한 그 모순된 애증의 감정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느끼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202쪽

우리는 서로에게 달 같은 존재다. 계속 같은 반구만 보여준다. 가장 밝은 면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의 어두운 뒷면은 볼 수가 없다. 내 어둠을 아는 것은 나뿐이라는 사실은 하나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살면서 자세히 볼 수 있는 '어두운 이면'이란 자기 자신의 것뿐이기에. '남들은 저렇게 잘나가는데, 나만 이렇게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필연적으로 남의 인생은 멀리서 보게 되고 자기 인생은 가까이서 보게 되니, 남의 인생은 즐거워 보이고 나의 인생은 슬퍼 보이는 것이다.-235쪽

남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거기에 맞추려고 혼자 그렇게 안달하며 살고 있다. 우리가 그 '남의 눈'에서 조금만 자유로울 수 있다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248쪽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자기만의 확고한 주관과 철학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249쪽

나이가 들수록 자신에 대해서 좀더 너그러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278쪽

어른이 된다는 건,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신에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자. 그래야 더 잘할 수 있다.-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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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몽구, 사람을 향하다 - 소통과 공감으로 읽는 우리 시대
미디어몽구(김정환) 지음, 이건범 인터뷰 / 상상너머 / 2012년 8월
품절


모든 것을 알고 가야 한다, 혹은 기사는 이렇게 써야 한다는 야전 교범이 몸에 배어 있지 않기에 미디어몽구는 자기 나름의 원칙을 매우 동물적으로 발견해낸 것 같다. 그는 사건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을 대변한다. 미디어몽구의 기사는 보는 이가 마치 현장에 가서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며 탐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기사가 주는 감동은 일차적으로 '시선의 일치'에서 온다. 그리고 시선의 일치를 공감으로 바꾸어내는 힘은 그의 취재원칙에서 비롯한다.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을 부탁하고 그렇게 글을 쓴다는 그의 취재원칙은 기성 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종의 민주주의 정신다. '초등학생 눈높이'야말로 미디어 몽구의 가장 커다란 취재원칙이자, 그를 하나의 대안적 미디어로 키운 힘 같다.-48쪽

현장에 있을 때 미디어몽구의 가슴은 뛴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찍은 것만을 기사로 만들어내는 그의 취재원칙은 속보 경쟁에 시달리며 한 줄짜리 기사나 낚시성 제목을 남발하는 기성 언론의 기자들에게는 확실히 부러운 원칙일 수도 있다. 누구는 미디어몽구의 이런 취재원칙을 매우 원시적이라고 비아냥거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원시성이 미디어몽구의 기사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건강함의 원천이 아닐까?-85쪽

조작하지 않는다, 다만 그 내용을 단순하게 전달하려 하지 않고 사람들 마음을 기사로 이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언론의 객관성이나 중립성이라는 말에 비춰볼 때 미디어몽구의 카메라 앵글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을 향해 찍고 현장과 사람을 이어주려 한다는 그의 말은 확실히 중립성이나 객관성이라는 말보다 더 멋있게 느껴지지만, 난해하기도 하다. 제3자적 입장에서 취재하는 태도는 넘어선 것 같다. 그의 이런 태도가 기성 언론인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126쪽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환경재앙이란 말은 저와는 거리가 멀었고, 관심조차 없었고, 당해본 적도 없고, 관광지에 가면 자연의 아름다움이 항상 펼쳐지니까. 뉴스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와도 그저 그곳에 살고 있지 않음을 감사하게 생각했죠.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지 하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킬리만자로에 직접 가보니까 정말 기후변화가 심각했어요. 옛날엔 만년설에 덮여 있었던 산이 마치 검은 바위에 하얀 점이 찍혀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눈이 거의 다 녹았더라구요. 책 표지 같은 데서 봤던 킬리만자로가 아니었어요. 병에 걸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환자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킬리만자로 정산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스티커를 붙여놓고 낙서를 해놓아서 더 난리라고 하더군요.
이제껏 현실로 문제가 닥쳐와야 그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 대비했잖아요. 4대강도 그렇고, 강정도 그렇고, 우리 땅이라고 마음대로 파고 부수는 건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285-286쪽

무언가를 위해 애쓰는 사람은 마땅히 박수를 받아야 하고, 밑바닥을 뒹구는 삶에도 희망의 빛은 있어야 하며, 약속한 것은 누가 되었던 지켜야 하고, 사람과 생명의 소중함은 지위 고하가 없으며, 서로에게 내미는 작은 손길은 언제나 따뜻하지 않을까? 그의 이런 믿음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이 상식을 삶의 준칙으로 여기며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아니, 우리는 상식이 마비된 사회를 상식으로 받아들이며 무덤덤하게 살고 있다. 몽구의 평범함은 이 맹목의 세계에 도전장을 던진다. 그는 거대담론을 내세우지 않으며 정교한 논리로 승부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상식이 짓밟히는 인생들의 애잔한 눈물과 이를 마뜩찮게 짓누르는 힘을 고발한다. 그제서야 우리는 불쑥불쑥 상식이라는 눈으로 돌아가 분노하고 곧 부끄러워한다.-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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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의 감옥 - 시대와 사람, 삶에 대한 우리의 기록
이건범 지음 / 상상너머 / 2011년 6월
구판절판


난 한국의 어느 정치인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한다. 경향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이들조차 자주 비난하는 그의 '가벼움'과 '막 말하는 버릇'을 나는 가장 사랑한다. 취임 초 평검사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어느 싸가지 없는 검사의 질문에 "이젠 막 가자는 거지요?"하면서 응수하던 그의 말에 난 정말 유쾌하게 소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그렸다. 책에서만 가르치고 현실에서는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도덕률을 기껏 말버릇에서만 챙기려 드는 권위주의의 탈을 그는 애초부터 벗어던진 이다. 그러나 그의 가벼움에는 1988년 국회 5공 청문회에서 모든 의원이 절절매던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을 맹렬히 추궁하며 흘리던 눈물이나,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전두환에게 명패를 집어던지던 결기가 묻어 있음을 나는 안다.-55쪽

소수자의 인권 상황이야말로 한 사회의 인권 수준을 재는 척도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복장도착자 등의 성 소수자는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성적 유전자와 성적 정체성을 지난 사람들일 뿐이다. 그 다름을 단죄하려는 순간, 우리는 세상의 모든 불합리한 차별을 승인해야 한다. 재산의 차이나 학벌과 지능, 출신 지역, 종교, 외모 등의 차이에 따른 차별에 맞설 근거를 잃는 셈이다.-147쪽

사람의 속내를 다 읽을 수는 없지만, 자발적 사상 전향이야말로 한 인간의 일생에서 보자면 슬픈 일인 것 같다. 이는 생각의 점진적 변화를 뜻하는 게 아니다. 어느 일순간 '팩 돌아서는' 행위다. 점진적 변화는 추억과 흔적이 살아 있어 언제나 생각의 혼란을 일으키는 건강함으로 남는다. 과거와 현재가 꼭 합리적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그것은 전향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는 눈높이와 시야의 변화고, 성숙이나 성장의 다른 말일 수도 있다.-151쪽

그러나 전향은 다르다. 거기엔 비교적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직전까지 사상적 적이었던 자들이 박수를 칠 만한 충분한 명분이 붙는다. 즉, 과거를 부정하되 그 과거가 상황적 이유로 불가피했음을 강조하는 합리화 조치가 따라나선다. 이런 행위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과거의 삶에서 누렸던 행복의 힘을 빼앗고, 오로지 고통의 기억만을 떠올리도록 강요한다는 점에서 불행이다. 그들에겐 생의 어느 시기가 비어버리는 것이다.-151쪽

예나 지금이나 소설의 위대함은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 볼 기회를 준다는 것이리라. 특히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압권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보면서 나느 그제서야 '사람은 서로 다르다'라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운동을 떠난 이들을 미워하던 마음, 꼭지가 우리를 '기만에 살찌는 무리'로 규정하던 분노, 되도록 꼭지와 '함께 하고 싶지 않다'는 배제의 정서 등이 모두 '너도 나와 같아야 한다'는 집착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212쪽

한국의 '반공 자유주의'는 사실상 자주적인 주체로서의 개인을 키우지 못하도록 억압하고 오히려 국가의 이름으로 공적 폭력에 대한 공포와 편 가르기식 집단주의를 만연시켰다.
그 결과로 '무책임한 개인'이 탄생하고 규칙이 마비되며, 사회 질서가 개인에게 자유와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주체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자기 자신이 자기 운명의 별임을 아는 자율적인 개인이야말로 자존감에 기초한 평등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자만심이 아니라 자신의 진실에 충실한 자기 사랑은 타인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져 모든 상처 받은 인간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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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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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지라르가 볼 때 욕망은 타고난 본능이나 충동이 아닙니다. 자연적인 욕구가 충족된 후에도 인간은 늘 뭔가를 강렬하게 욕망하는데 그 욕망은 자기 고유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 욕망은 다른 사람(모델)의 욕망을 흉내낸 것입니다. (폭력 219면)-49쪽

일탈하는 아저씨와 사냥꾼이 된 아저씨는 정반대에 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일란성쌍둥이입니다. 성장과정도 똑같아서 따로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욕망을 배출하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지요. 그런데도 사냥꾼이 된 아저씨들은 마치 정의를 독점한 것처럼 검사와 기자의 바로 뒷자리에 서서 희생양을 향해 돌을 던집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계'의 사람들이지만, 숨겨진 '색'의 농도만큼 더 맹렬하게 돌을 던진다는 점에서 사실은 '색'의 사람들이라 할 수 있죠.-94쪽

"너 창의성이 뭔지 아니?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거지. 그런데 창의성이 과학고에서 만들어질 것 같아? 전혀 아니야. 창의성이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남과 다를 수 있는 용기'야."-209쪽

2박 3일의 강연에서 고메즈 목사는 외부에 비치기를 원하는 '이미지'로서의 자신이 아니라 '진짜 자신'(real self)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진짜 자신'을 찾는 기준은 주로 '마음'이었습니다. 남의 말이나 판단이 아니라 나만이 알고 있는 진짜 나는 누구인지, 내 마음은 어떤 것에 흔들리는지, 나를 긴장시키고 두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이닞,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하다보면 진짜 자신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고메즈 목사에게 신앙(faith)은 '무엇을 믿느냐'는 믿음(belief)의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누구냐'는 존재(being)의 문제였습니다. 고메즈 목사가 말하는 자기 존재의 핵심에는 게이, 신학자, 공화당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라는 그의 정체성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224쪽

정신적 사랑, 육체적 사랑, 깨진 사랑, 이루어진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결혼을 전제로 한 사랑, 그렇지 못한 사랑, 무거운 사랑, 가벼운 사랑, 뜨거운 사랑, 차가운 사랑, 그 이름이야 어떻든 사랑은 아름다운 겁니다. 살의 소통을 즐기되, 남이 어떻게 즐기는지에 대해서는 레이더를 꺼야 합니다. 남의 욕망을 엿보는 데 쏟는 에너지를 줄이는 대신, 내 욕망을 관찰하고 탐닉하는 모험에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개된 건강성과 은밀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몸의 문화입니다. 몸을 누루는 사회에서는 여성도, 남성도, 누구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234쪽

사랑과 연대의 공동체를 일구어내는 출발점은 바로 규범에 대한 의심입니다. 의심의 도움으로 쓸데 없는 규범들이 사라지고 나면, 꼭 지켜야 할 규범은 오히려 힘을 얻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의심이야말로 규범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토대입니다. 히틀러의 마지막 순간이 그랬던 것처럼, 의심이 없는 사회의 종착역은 아노미, 즉 규범의 몰락이기 때문입니다.-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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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가 좋아요 - 행복한 인생을 사는 지혜, 개정판
쓰지 신이치 지음, 이문수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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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이 숨 쉴 틈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바쁜 것과 맞바꾸어 버린 소중한 것들을 뚝뚝 떨어뜨리고 갑니다.
- 이바라기 노리코, '12월의 노래' 중에서 --9쪽

어느 미국인 사업가가 호수 근처에 왔다. 그 호수에는 작은 배가 한 척 떠 있었다. 마치 그림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런데 그 배 위에서 어부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사업가는 걱정되어서 "고기를 좀더 많이 잡지 그러세요. 왜 더 안 잡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어부는 "더 잡으면 뭐 좋은 일이라도 생긴답니까?" 하고 되물었다.
"더 많이 잡으면 돈을 더 많이 벌지 않습니까?"
"더 벌어서 무슨 좋은 일이 있습니까?"
"그렇게 번 돈으로 더 큰 그물도 살 수 있고, 배도 더 큰 걸로 살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고기도 훨씬 더 많이 잡아서 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벌 수 있지요."
"그렇게 돈이 많으면 뭐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그러면 더는 돈 걱정 없이 느긋하게 배를 띄워서 낚시나 하며 놀면서 살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거야말로 내가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소. 당신이 나를 방해하기 전까지는."-19-20쪽

동유럽의 루마니아에서는 1989년까지 차우셰스쿠 대통령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반대세력을 군대와 경찰력을 동원해 억압했다. 1989년 혁명으로 그의 정권은 무너지고 그때까지 국외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점차 외부 세계에 공개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충격적인 사실은 35만 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특정한 시설에 수용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출산을 적극적으로 장려한 결과였다. 하지만 아이가 많으면 부모들은 자녀에게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면 공장 등에서는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산력이 저하된다. 그래서 아이들을 수용소에 모아서 함께 길렀던 것이다. 그런데 조사를 해보면, 그 수용소에서는 정권이 무너진 1989년까지 마지막 몇 년 동안 매년 수용되어 있던 아이들의 3분의 1이 사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66쪽

<어린 왕자>에 나온 여우가 말했던 것처럼, 사랑이란 아무런 쓸모도 없고 이익이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아낌없이 상대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다. 즉, 사랑은 slow, 천천히 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때로는 귀찮기 짝이 없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사랑이다.-72쪽

어쩌면 그것은 하나의 혁명이라네
희소한 것을 향한 관심에 지지 않는
많고 흔한 것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 앨리스 워커, '우리만이' 중에서 --151쪽

하지만 물건과 행복의 관계를 조사한 데이비드 마이어스라는 심리학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행복이란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 이미 가진 것을 포함해, 지금 있는 그대로에 충분히 만족하면서, 이런저런 것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Growth Fetish).-152쪽

대지를 지키기 위한 투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지를 즐기는 것.
- 에드워드 아비 -171쪽

일본 각지에서 그녀 주위를 에워쌌던 아이들과 젊은이들로부터 "환경문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세번은 제일 먼저 이렇게 대답했다. "밖으로 나가서 자연으로부터 배우세요. 캠핑도 가고, 공원에서 산책도 하세요."
그녀는 '생태계'나 '지속가능성' 같은 어려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싶으면 자연 속에 자신의 몸을 맡겨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실제로 교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자연과 자신의 깊은 관계를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그런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까? 그것은 우리 인간이 자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결국 그 둘은 같은 것이다.-172-173쪽

세번은 거꾸로 일본의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것을 위해 어떻게 열심히 할 수 있을까요? 사랑하지도 않는 것을 위해 어떻게 싸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자연과 만나고, 자연을 즐기는 것은 단순한 취미가 아닙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아무리 요구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귀중한 권리라고 저는 믿습니다."-173쪽

슬로라이프란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 자기 자신을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기다리거나 기다려주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그리고 자연계의 시간과 맞추어서 살아가는 것.-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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