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퐅랜>

 

 

만화가 이우일이 포틀랜드에서 1년간 생활한 이야기다. 퐅랜은 특별히 유명한 관광지는 없지만 어쨌든 요즘 핫하다는 미국 서부의 도시다. 처음에는 포틀랜드가 예전에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전쟁을 일으켰던 그 섬을 말하는 줄 알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곳은 포클랜드다. 어쨌든 생계걱정없이 외국에서 1년간 생활할 수도 있고 또 그 생활의 기록을 책으로 써서 출판도 할수 있다니 너무 부럽다. 읽다보니 이우일의 수집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오랜 전에 나온 <콜렉터>도 구입해서 읽었다.

 

 

 

 

<콜렉터>

 

  

서두에 나오는 문구가 마음에 든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콜렉터다자그마치 괴테선생의 가라사대 되겠다. 정갈하고 깨끗한 미니멀한 삶은 애시당초 포기했다. 책과 이런저런 쓸데없는 잡동사니에 파묻혀 꿍꿍거리며 살다가 돌아가실 사주팔자인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공감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이우일에 비하자면 뭐 소생따위는 잽도 안되는구나, 이런 사람도 있는데 좀 더 해도 되겠네, 아니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놀라운 생각을 하고 말았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지적 대화를 위한 ...>를 읽어보지도 못했고 또 팟캐스트니 뭐니 하는 것도 들어보지 못해서 잘은 모르지만 어쨌든 그 빛나는 명성은 익히 듣고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의 만남을 더 미루어서는 안되겠다는 절박한 심정에 이 책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를 구입해서 읽었다. 결론은 말하자면 만나지나 말 것을 그랬나되겠다. 소생의 취향과는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야 말았다. 특히 소년병 이야기같은 거 말이다. 소생이 채사장에 대해서 뭔가 착각을 했던 모양이다. 마포 김사장 같은 인물로 말이다. 당근한 이야기지만 사장이라고 다 같은 사장은 아니다.

 

 

 

 

<무엇이든 쓰게된다>

  

수능 문제풀이 비슷한 약간 특이한 방식의 글쓰기 책이다. 김중혁씨는 역시 아이디어 맨이다. 유혹하는 머시기, 뼛속까지 거시기해서 머시기하라, 거시기의 최전선, 대통령의 머시기 등등등등 글쓰기 책도 한 십여권은 넘게 읽은 것 같다. 몸에 좋다는 보약을 아무리 처묵처묵해봐야 근본이 부실한 종자에게는 별 소용이 없듯이, 좋다는 게 나올 때 마다 사서 읽기는 하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니지...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은근히 기대도 해보지만 역시 아닌 것 같다. 공통된 지적은 절제된 문장.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쓰라는 이야기긴데 소생은 천생이 중언부언 주절주절대는 성격이라 그게 안된다. 왜 글쓰기 책을 끊지 못하고 읽는지 모르겠다. 글쓰기 책도 일종의 자기계발서라 중독성이 있는 모양이다. 한때 자기계발서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자기계발 전혀 안되었다

 

 

<추리소설 읽는 법>

 

 

코넌도일, 레이먼드 챈들러, 움베르토 에코, 미야베 미유키 이렇게 네명의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뭐 말이 필요없는 분들인데, “독자는 갖가지 세세한 역사 이야기가 끝없이 덮쳐오는 장미의 이름을 읽으며 현기증을 느낀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한 차례 완독하고 두 번째로 완독한 다음, 세 번째로 읽으면 그 세세한 역사 이야기가 더 이상 낯설거나 독서를 방해하지 않는다.” 는 대목을 읽고는 예전에 내용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래도 이상하게 재미있게 읽은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어볼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또 가만 생각해 보니 그것보다는 아직 읽지 못한 에코의 소설을 읽는게 더 좋은 생각인 것 같아서 <푸코의 진자>를 중고로 주문했다.

 

 

 

여기까지는 최근에 다 읽은 책들에 대한 짧은 감상이고 이제부터는 현재 읽고는 있으나 아직 끝내지 못한 책들에 대한 독서의 기록이다.

 

 

<회색인간>

 

  

근자에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소설이니 기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한 권에 대략 20여편의 짧은 소설들이 등재되어 있다. 책을 어제 받아서 지금은 회색인간한편을 읽었다. 아직은 똥인지 된장인지 초장인지 잘 모르겠다.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아름다운 사진과 담백한 글이다. 한편으론 바람같이 쓸쓸한 느낌이다. 아마도 작가의 조금은 특이한 죽음 때문일 것이다. 호시노 미치오는 20여년간 알래스카의 자연과 인간, 동물들을 한편의 시처럼 카메라에 담아낸 세계적인 사진 작가로 1996년 캄차카 반도 쿠릴호에서 취침 중에 불곰의 습격으로 사망했다. 향년 43. 곰에게는 곰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 무정하고 미련한 불곰놈이 미치오가 얼마나 알래스카를 사랑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안타깝다. 지금은 120쪽을 보고 있다.

 

 

 

<내 마음의 낯섦>

 

  

이건 작년 12월 초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138쪽을 보고 있다. 중간에 손 놓은 지가 2~3주는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 하지만 파묵과 이스탄불에 대한 애정으로 근근히 붙잡고 있다. 소설 초입에 나오는 주인공 메블루트의 결혼 이야기는 조금 충격적이다. 메블루트는 친척의 결혼식에서 라이하를 한번 보고는 반해서 몇 년간 편지질만 하다가 어찌어찌 같이 야반도주를 하게 되는데 나중에 밝은 곳에 와서 보니 옆에 있는 아가씨는 자신이 생각하던 그 여자애가 아니었다. 그애의 언니였던 것이다아하! 어쩌겠는가. 이미 깨어진 사발이요, 쏟아진 물인 것을.

 

 

 

<동서양의 접점 이스탄불과 아나톨리아>

  

아시다시피 2006년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는 오르한 파묵인데, 스웨덴 한림원은 고향 이스탄불의 우울한 영혼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문화간 충돌과 복잡함에 대한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비슷한 이야기인데, 서울대학교인문학연구원의 문명연구사업단(이름도 거창하다)문명들 간의 교류와 충돌에 대해 모색하는 과정에서 오늘날 터키지역에 각별히 이끌리게 되었고 이 책은 그 각별한 관심의 결과라고 할 만하다. 아나톨리아의 고대문명, 비잔티움과 기독교문명, 오스만 제국과 이스람 문명 등에 대하여 15편의 글이 실려있다. 지금은 174쪽을 읽고 있다.

 

 

 

  

<지중해 :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 1>

  

고명하신 페르낭 브로델의 노작이다. 소생은 브로델 선생의 <지중해의 기억>도 가지고는 있으나 역시 아직 펼쳐보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작년 연말에 처음 출간되었을 때 무슨 마음인지 냉큼 사고 말았고, 12월초순부터 읽기 시작해서 지금은 88쪽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총 3권인데 1권의 소제목은 환경의 역할로 내용이 전부 산지, 고원, 평야, 구릉, 바다, 연안지역, 섬들, 사막, 기후, 계절 등에 대한 이야기다. 엄청나게 지겹다. 재미는 눈꼽만큼도 없다. 이 책을 다 읽는다고 해서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돌을 닦는 마음으로,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마부작침의 자세로 미련하게 읽어가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지난주에 알라딘을 둘러보다 신영복 선생 1주기 특별기획으로 나온 책을 보고 바로 주문했다. 일단 한권만. 지금은 49쪽까지 읽었다. 선생의 글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가만히 읽고 있으면 이 형편없는 축생놈도 어쩌면 반듯한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황송하고도 해괴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대담한 작전>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같은 인류의 광대한 역사에 대한 책을 썼지만 사실은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책은 중세의 특수작전이라고 할만한 7건의 사건에 대한 세세한 속사정 이야기다. 왕에 대한 암살, 포로로 잡힌 왕 구출하기 등등 읽어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302쪽까지 읽었다. 이 책은 이번 달안에 다 읽을 계획이다.

 

 

 

  

 

<오스만 제국은 왜 몰락했는가>

 

 

말하자면 오스만제국 쇠망사라 할만하다.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키고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여 이스탄불이라 칭하였으며, 위대한 쉴레이만 대제의 시대에는 빈을 두차례나 공격하는 등 유럽전역을 공포로 떨게 만들었던 대제국이 어떻게 유럽의 환자라는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되는지 그 쇠퇴와 몰락에 중점을 두고 기록하고 있다. 비잔틴 제국처럼 무력 침공에 굴복하여 한순간에 멸망하게 되면 비장미랄까 장렬함이랄까 뭐 그런 느낌이라도 있는데, 오스만 제국은 마치 구한말 대한제국처럼 내부적으로 부패하고 외부적으로 열강에 뜯어먹히며 서서히 비참하게 고사해가는 모습은 안타깝다. 현재 스코어는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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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8-01-27 0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중해는 구입해두고 싶지만... 이거 묵직한 책을 또 묵혀두는게 맞나 싶어 고민입니다 ㅎㅎ

붉은돼지 2018-01-27 22:37   좋아요 0 | URL
원래 묵직한 놈은 묵직하니 묵혀둬야 ...... ㅎㅎㅎㅎ

stella.K 2018-01-27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장이라고 다 같은 사장이이니다.
저 채사장은 제 후배도 읽느라 고생 좀 했다더군요.
11계단 읽었는데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고.

의외로 대담한 작전이 전 끌리는군요.
김중혁은 저도 나름 좋아하는 작가라 찜해놓고 있긴 하지만 언제 읽을지 모르겠습니다.ㅠ
근데 장미의 이름은 3독 하셨어요? 대단하심다!!

붉은돼지 2018-01-27 22:41   좋아요 1 | URL
장미의 이름 삼독한 사람은 ‘추리소설 읽는 법‘의 작가 양자오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도 재독을 해 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안 읽은 거 읽는 게 나을 거 같아서
푸고의 진자 3권을 중고로 주문햇습니다. 지금 30쪽 정도 읽고 있습니다. 뭐 하나 끝내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문득 생각나면 또 다른 책을 시작하고 하니.....이것 보다 저것 보다 뭐 정리가 안되는 느낌입니다. ㅜㅜ

AgalmA 2018-01-27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붉은돼지 님^^/ 돼지 저금통 마스코트까지 데리고 열독 중이시네요^^ 저금통 다 차면 책 사시는 겁니까ㅎ

붉은돼지 2018-01-27 22:43   좋아요 0 | URL
오 아갈마님!!
지금 돼지 배가 반쯤 찻는데 가득 차면 배를 갈라....윽...
당연히 책을 사야겠죠..ㅎㅎㅎㅎ

moonnight 2018-01-27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_@; 여덟권이나 함께 읽으시는군요@_@; 저는 잘 안 되더라구요. 유발 하라리 읽고싶네요. 최근 호모데우스 힘들게 읽었는데-_- 이 책은 조금 더 재미있을 것 같은 기대가^^; 핑크돼지저금통 귀여워요^^

붉은돼지 2018-01-27 22:45   좋아요 0 | URL
이것 저것 읽으니 정신이 없습니다. 중구난방으로 읽으니 재미없는 책은 자꾸 뒤로 미루게 되고...
하여튼 어지럽습니다.....한권씩 한권씩 내조지는 쪽으로 독서습관을 바꾸어야 할 듯 합니다. ㅎㅎㅎ

hnine 2018-01-27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책이 아니라 붉은돼지님 후기를요).
<콜렉터>는 제가 오래 전에 읽은 전 파울즈의 콜렉터인줄 알았어요 (이거 무서워요).
김중혁 작가의 수능문제풀이 스타일 ㅋㅋ...
예전에 이우일 선현경 부부의 블로그 참 재미있게 봤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포트랜드를 그들 발음하는 방식으로 발음하여 책 제목을 삼은거였군요?
(마부작침, 사자성어 검색하러 갑니다)

붉은돼지 2018-01-27 22:51   좋아요 1 | URL
파울즈 검색해보니 ‘프랑스 중위의 여자‘ ‘마법사‘ 쓴 작가군요
뭐 당연히 읽어보진 못했습니다만 책은 찾아보면 분명히 서재방 구석 어디 있을 겁니다.
콜렉터는 절판인 것 같더군요....
저는 겁이 많아서 무서운거 못 봐요 ㅎ호호호

서니데이 2018-02-15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붉은돼지 2018-03-16 23:03   좋아요 1 | URL
설 연휴가 지난 지도 벌써 한참이군요...ㅎㅎㅎㅎ
서니데이는 즐거운 주말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