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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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을 간혹 읽다보면 때로는 작품의 내용과 관련하여 나름대로의 어떤 기대치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음에도, 실제 내용을 접하고 나면 왠지 조금은 특별하게 여겨지거나 혹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하게 되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의 작품의 경우가 대개 그렇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사실 이번 작품으로 실로 오래 만에 전경린 작가의 소설을 접하는 되는 셈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지지는 모르겠으나 그녀의 작품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우선하여 인상 깊게 느껴지는 것은,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정제된 문장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줄거리의 전개과정에서의 진행되는 이야기에서도 마치 영상처럼 쉽게 떠올릴 수 잇을 것만 같은 장면들을 효과적으로 연출해 냄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작품으로의 몰입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특히 그녀의 작품에는 대체로 연약해 보이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남녀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고뇌를 거치는 과정에서, 결국은 내재되어 있는 욕망을 분출하려는 또 다른 여성의 강인한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인해 그녀를 두고 국내에서 연애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로 불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작품은 어떻게 보면 과거 기존의 작품과 비교해 접점이 보이는 유사한 부분이 감지되면서도, 색다른 방식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롭게 다가온다. 따라서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작품 속 이야기는 바닷가에 인접한 어느 외진 소도시를 주요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이 되는 유지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는 어려서 고모부를 아버지로 알고 지내오다가, 성장과정에서 자신의 생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또한 작은 이모로만 알고 있었던 사람이 바로 그녀의 친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적잖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중학교시기에 들어서면서 당시 학교 생물선생이었던 이사경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고모부와 비교해 성격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무척이나 닮았다고 여기게 되었던 그녀는, 혹시 자신의 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심증을 가지고 엉뚱한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키다가, 결국 그쪽 집안과 뜻하지 않은 인연의 끈을 맺기에 이른다. 한편 비밀스럽고 조용한 성격으로 동네 약국을 운영하던 그녀의 엄마는 자기만의 세계를 추구하며 생활해 오던 중에 돌연 일본으로 유학을 가버리게 되고, 홀로 남은 그녀는 피아노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함께 음악을 공부하던 오휘라는 남자를 알게 되어 사랑을 나누지만 끝내 오랜 관계를 이어가지 못한다. 그러던 과정에서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친근하게 지내왔던 이사경의 부인으로부터 그동안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자신의 어머니와 이사경과의 사이에 얽힌 애틋한 사연을 우연히 듣게 되고, 한때 평범해 보이지 않았던 엄마의 행동과 왜 자신이 그를 아버지로 인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 작품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어진 환경에 의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주인공을 중심으로, 여러 인간 군상들에 의해 나타나는 애증의 관계를 조금은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어 눈길을 이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그 나름대로의 이유 있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저마다의 사연들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마치 우리가 실제로 이미 경험했거나 앞으로 겪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을 압축해서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여 이채로우면서도 기시감 있게 다가온다. 작가는 이 작품을 두고 말미에 정황만 있을 뿐 사건이 없는 소설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작품을 감상하는 상상의 폭이 한층 확대된 느낌을 받지만 상대적으로 시선이 분산되는 것 같은 느낌이 없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작품의 줄거리와 관련하여 전반적인 흐름의 분위기를 보면, 바닷가 마을의 한적한 일상에서 오는 고즈넉하면서도 메마른 따분함과 스산한 음울함이 짙게 배어져 있음이 풍겨지는데, 반면에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은 시각적 이미지와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이 연상되는 공감각적인 서술이 돋보인다. 이 작품과 연관하여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를 괄호 속에 담아두고, 타자와는 가급적 부딪치지 않도록 돌아서서 가거나, 변하는 것은 변하는 대로 받아들여 세상과는 최소한 정도로만 연루되는, 그래서 이야기를 억제한 채 감정과 시간만 흐르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듯 억제해도 어쩔 수 없이 변화가 생기는 것처럼, 우리 자신도 타인과의 충돌로 말미암아 갈등이 일어나면서 흐름이 바뀌어 구조의 변화가 오고 차이를 만들어 내며 재조정 되게 마련인 것이듯, 결국 그렇게 해서 괄호는 열리고 삶은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소설은 그러한 관점에서 독자들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 간의 미묘한 심리적 차이에 초점을 맞추어 감상을 해보면 한결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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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축제가 시작되는 정리의 발견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3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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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학생 시절에 어머니로부터 책상이나 방을 정리하라는 소리를 제법 들은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그 시기에 책이나 옷과 같이 개인적으로 쓰던 물건을 포함해서 취미로 수집하던 것까지, 내 딴에는 나름대로 정리정돈을 해놓았다고 생각하는데도 그렇게 보이진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때의 습성이 아마 몸에 배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금까지도 여전히 정리정돈에 관하여 고민내지는 신경을 곤두세우거나, 아울러서 내가 소유하고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매일매일 정리를 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는듯하다. 물론 조금씩 나이를 먹어서 일까, 집안에 제자리에 있어야 할 물건들이 제 위치를 찾지 못해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는 경우를 보게 될 때, 예전 같으면 훗날을 기약하던지,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쳤을 것이지만 요즘은 은연 중 가끔이라도 손이 먼저 나가는 것을 보면, 한편 조금은 나아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는 해도 오십보백보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직접 구입하거나 선물 받은 물건에 관하여, 이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심지어 아예 눈길조차 보내지 않는 경우라도, 그것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정리하려는 것에 주저하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가지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그렇지만 남 주기는 왠지 아깝게 여기곤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꾸준하게 관리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렇게 물건을 아무렇게나 방치된 상태로 마냥 내버려 두는 것도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으며,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정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보유한 물건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정리를 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우리의 인생에 어떤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지를 생각해보고자 했다.


저자는 우선 이 책의 서두에서 물건의 정리는 단순히 집을 깨끗하고 말끔하게 만들기 위함 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인 동기의 힘이 있음을 언급하고 있어 주목을 이끈다. 그러면서 능동적인 정리의 행동은 분명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여러 효과가 있지만, 그 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물건을 문득 만지게 될 때, 그 순간 자신을 설레게 하는 여운이 느껴지면 남겨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물건이라면 이를 처분함으로써 우리에게는 선택하는 힘, 결단하는 힘, 행동하는 힘이 생성되고, 결국에는 그러한 행동의 과정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세상의 여러 사물들을 우리가 마주하고 바라볼게 될 때, 무엇에 설레고 무엇에 설레지 않는지를 자신에게 묻게 되는데, 나중에는 가장 소중한 물건이 무엇이며 또한 가장 소중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가늠할 수 능력이 한층 향상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리를 통해서 얻어진 구체적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카운슬러로 일하면서 정리문제에 대해 고민을 안고 있는 상담자들에게 자주 질문을 받게 되는 것은, 열심히 정리를 하면서도 물건을 줄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정리가 영원히 끝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의 토로였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저자는 정리 후의 모습이나 꿈꾸는 생활, 그리고 자신이 하는 정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볼 수 없는데서 기인하는 문제라고 한다. 더불어 정리의 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것 중에 한 가지는, 옷이나 책과 같은 어느 특정 카테고리에 너무 얽매이다보니 그 속도가 상당히 느려져, 결국에는 전체적인 흐름이 정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특정한 사물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사회생활에서의 대인관계나 일, 그 외에 개인적인 생활에서도 무언가 풀지 못한 응어리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며, 저마다 추구하는 방식도 다를 것이다. 저자는 행복을 찾는 하나의 방편으로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자신의 주변에 널려 있는 물건을 정리하여 행복한 인생으로의 새로운 발견의 길을 찾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유해보라고 독자들에게 조언한다. 그리고 그와 관련하여 세부적으로 설명하기를, 정리의 목적을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단순히 줄이는 것에 그치는 마는 고정된 사고방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대상이 제 위치에 수납되도록 해놓음으로써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그것이 마침내는 하나의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어 우리가 바라고 소원해왔던 이상적인 환경을 구축하여 그 안에서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 여건만 주어진다면 주변 경치가 좋으며 아름답고 화려한 방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우리가 느끼게 되는 행복의 감정은 이전에 비해 훨씬 상승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환경만으로도 얼마든지 똑같은 정도의 행복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저자는 책의 내용에서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단호한 마음으로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나가야 할지를 결정하고, 그 단계가 지나면 집 내부의 공간마다 자신을 설레게 하는 일부의 물건을 적정한 위치에 놓아두는 방법의 단계를 알려준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우리의 생각대로 하루아침에 정리를 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생활이 획기적으로 바뀌고 더 나아가서 우리의 삶에 행복이 충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리하는 일은 한번쯤 깊이 고려해 볼만한 일로 생각된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정리의 대한 본질의 의미를 알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얻어지는 행복한 시간을 오래도록 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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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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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의 만남은 언젠가는 더 이상의 만남을 이어갈 수 없는 안타까운 이별의 시간이 존재하게 마련이고, 이별은 또 다른 새로운 만남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별에도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마음에 가장 큰 상처가 되고 쉽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었던 혈육관계에 있던 사람에게서 오는 뜻하지 죽음이다. 특히 그 대상이 부모나 자녀와의 관계에서 기인하는 경우라고 한다면, 그로 인해서 받게 되는 정신적 충격은 상당할 것이며 그 동안의 쌓인 정을 고려해본다면 정상적인 생활로 금방 회복되는 성질의 것도 아닐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여러 가지의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죽음 역시도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아픈 상처의 시간에 얽매여 스스로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고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오히려 아픔의 시간만 더 가중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어떻게든 마음을 가다듬고 침체된 기운을 회복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은 가족의 죽음으로 안타까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던, 한 소년의 애틋하면서도 새로운 희망을 꿈꾸어 가는 인간애가 담긴 훈훈한 내용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고, 따뜻함이 묻어나는 가족소설이라 할 수 있을 듯해서 독자들이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작품 속 이야기의 주인공 태산이는 부모가 늦은 나이에 어렵게 낳은 외동아들이다. 위로 몇 살 터울의 누나가 있었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해 죽은 뒤에,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위암에 걸린 엄마도 얼마 살지 못하면서, 이후 쌀집을 운영하는 아버지 손에 의해 홀로 성장하게 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중학교 3학년이 된 태산이는, 여름 방학식을 맞이하던 날에 학교담임선생을 통해 아버지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망연자실한 상태에 놓인 태산을 대신하여, 태산의 아버지와 친분이 깊던 옆집의 떡집 아저씨의 도움으로 다행히 부모상을 치룰 수 있었지만, 졸지에 고아가 되어버린 태산이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잊지 못해 우울한 나날을 보내면서 현실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통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는데, 엄마의 오촌 친척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태산의 보호자임을 자청하며 재산관리를 맡기라는 간섭을 받는다. 한편 태산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학교선생님과 엉뚱한 면이 있지만 오랜 우정을 다져온 친구 기형, 그리고 옆집 아저씨의 애정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방황 속의 나날을 보내던 태산은, 집안을 정리하다가 우연하게 발견하게 된 사진의 뒷면에 해리미용실을 찾아보라는 아버지의 글씨를 읽고 호기심에 그곳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어렵게 도착하게 된 미용실에서 태산은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태산은 심사숙고 끝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쌀집을 계속하기로 마음먹고 지내던 중에, 학교 선생님이 참석해보라고 권유한 나눔 봉사 활동모임에서 회원 중에 한사람에게 우연하게 해리 미용실의 숨은 이야기를 듣게 되고, 오래전 사고로 죽은 누나와의 어떤 인연의 실마리가 있음을 알기에 이른다.


이 소설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게 된, 한 소년의 숨겨진 가족사를 희망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마음 한편으로 애잔하면서도 은연 중 포근한 감동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작품 속 내용에서 보듯 주인공 태산이의 경우처럼 세상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 청소년의 입장에서는 성인이 되기까지 부모로부터의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죽음과 같은 갑작스런 이별을 경험하게 될 때, 그에 따른 슬픔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거나 더불어 향후 모든 것을 해결하고 홀로 일어서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의 짐이 무거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은 그러한 돌발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용기와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하는 교훈적인 내용이 독자의 가슴에 따뜻하게 전해져온다. 작품 속 내용에서 주인공은 개인적인 아픔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다가 나눔 봉사활동이라는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서,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가족의 비밀도 풀게 되었고, 불투명해 보였던 자신의 향후 인생행로에 대해 도움을 얻는 마련했음을 볼 수 있다. 결국 희망에 대한 노력의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절망의 깊이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하여 과거와 달리 오늘날 이기적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다보니, 주변에 고통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아무런 관심조차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은듯해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이 어렵다고 해서 마냥 한탄만을 내뱉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상황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식의 우리의 냉소적인 시각도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책 속 주인공의 안타까운 사연은 사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따라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우리가 조금은 회복했으면 싶고, 무엇보다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눈을 뜨고 있는 친구들의 경우에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 다소나마 희망적인 메시지로 다가섰으면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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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7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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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로운 미스터리 추리장르물이 꾸준하게 등장하고 있는 경향으로 볼 때, 다른 독자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예전 일본의 추리물은 내용에 따라서 사회파나 본격추리로 분류되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경계의 구분이 왠지 애매모호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눈에 띄게 변화된 부분은, 작품 속 전개되는 줄거리 내용에 두 가지 면을 매끄럽게 조화시키면서 또 다른 양상을 보이는 장르물들이 제법 많아진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이유로 어떤 면에서 보면 그러한 전개 방식이, 독자의 입자에서는 한층 더 흥미진진한 분위기를 자아냄과 동시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줌으로써 작품의 줄거리 속으로의 몰입에 한층 더 쉽게 빠져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본격추리물을 선호하는 독자들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현상이 다소 아쉽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근래 들어 스릴의 요소를 비중 있게 다룬 북유럽 작가의 작품들이 국내 독자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전에 비해 본격추리만을 다룬 작품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또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는 듯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은 본격미스터리 추리의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상당히 주목해 볼만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다른 무엇보다 이 작품의 작가는 일본에서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신예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기점으로 자국 내에서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작품의 내용을 보면 사건에 대한 전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미스터리 추리의 요소가 의외로 정교하면서도 대부분 암시적 구성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추리장르를 선호하는 대부분의 독자들이라면 아마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하면서도 색다른 분위기의 미스터리를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의 전반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은 어느 지방도시에 설립된 경찰학교로, 이 장소가 지니고 있는 의미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표지의 제목이 나타내는 바와 같이, 학교설립취지에 맞는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누군가를 가르치는 무대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곳 경찰학교는 일정자격을 갖춘 사람이면 이곳에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지만 졸업하기에는 흔히 일반사람들이 생각하고 짐작하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입학자격이 허가된 학생에게는 그 순간부터 경찰조직의 일원으로 순경이라는 직급을 부여 받는 혜택이 뒤따르지만, 반면에 교육을 이수하는 기간 동안은 그 어떤 사소한 실수나 잘못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동안 아무리 우수한 교과 성적을 얻은 학생이었다고 하더라도, 실무훈련과정에서 교관에게 그러한 사실이 적발이 되면, 즉시 퇴교처분이라는 엄격하면서도 냉혹한 처벌의 규정이 존재한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외부와의 근원적인 차단은 물론이고 내부적으로도 학생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통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에 놓여있음에도 학교에서는 암암리에 그 원인을 짐작하기 힘든 몇 가지의 미스터리적인 기이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의혹으로 남는다. 그런데 그와 같은 마치 수수께끼와 같이 베일에 가려진 사건의 본질은 다름 아닌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스스로의 개인적 사연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치밀한 계획아래 사건을 은폐하거나 증거를 없애는데 주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은연 중 유심히 관찰하고 있던 이가 있었는데, 그는 다름 아닌 백발 외모의 노년기에 접어든 이 경찰학교의 가자미 교관이다. 그는 누군가에 의해 교묘하게 가려진 사건의 진실을 찾아 그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경찰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학원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듯하다. 그리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으로 본다면 하나의 장편적인 형태를 띠고 있으나, 세부적으로는 6개의 개별적인 사건들이 펼쳐져 있어서 옴니버스식의 구성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내용적인 면에서는 하나의 단편적인 사건마다 고강도의 추리를 요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서 그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는 묘한 매력이 내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다보면, 전개되는 사건 발단의 내부에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스릴의 재미는 물론이고,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부각되어 있어서 논리적인 추리와 함께 짜임새 있는 구성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군다나 최근 이러한 본격추리의 내용을 다룬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또한 이 소설을 두고 일본 문단에서는 대중적인 측면에서나 작품성에 있어서도 이미 걸작으로 인정하고 있는바, 독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한껏 더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각각의 사건들이 단편적으로만 다루어져 있기 때문인지 등장인물들 간의 연결고리가 다소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추리의 발단에서 결말까지 충분한 설명이 뒷받침 되어 있지 않다보니 일부 사건의 경우에는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지는 면이 없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 소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읽어 볼거리가 풍부한 괜찮은 작품으로 기억된다. 작가와 관련하여 간략한 소개 내용에 따르면 이 소설을 기점으로 후속작품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은 그만큼 대중들에게 적잖은 호응을 얻었다는 것과 동시에 기대이상의 흥미로움을 제공해 주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에 대해 한번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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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 레터스
헌터 데이비스 지음, 김경주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신문 기사 내용을 보니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벌리 힐스의 한 경매장에서 유명연예인들의 애장품이 조만간 경매될 예정이며, 대략 700여점 이상 출품될 것이라고 한다. 해당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일부 공개된 경매 물품 가운데에는 영국의 전설적인 그룹으로 1960년대를 풍미했던 비틀즈의 리더이자 멤버였던 존 레논이 사용했던 기타도 포함되어있다고 하는데, 그 예상가격이 10억 정도로 추정하고 있어, 한편 놀랍기도 하면서 그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 듯하다. 비틀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존 레논은 1980128일 뉴욕 맨하탄에서 자신의 열혈 팬 중 한 사람이었던 마크 채프먼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하지만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그가 만들었던 음악은 잊히지 않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적잖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자신의 친구였던 폴 매카트니와 함께 비틀즈를 주도하여 전 세계의 독보적인 밴드로 자리매김 했으며, 그룹이 해체되고 난 뒤에도 독자적으로 음악활동을 해왔고 거기서 머문 것뿐만 아니라, 당시 냉전 체제 속에 촉발된 반전반핵이라는 시대흐름에 따라 평화의 가치에 방점을 두어 정치 사회문화적으로도 폭넓은 행보를 보여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상세한 내용은 그가 죽고 난 뒤에 그를 추모하려는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평전의 형식을 빌려 몇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의 개인적 영역에 이르는 세밀한 부분까지를 알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존 레논의 삶과 관련한 기존의 이야기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남겨놓았던 편지와 엽서들 그리고 메모들을 토대로 하여 그의 삶에 또 다른 이면을 재조명하고자 했다. 따라서 그를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를 한층 가까이에서 접해볼 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존 레논의 전기 작가이기도 했던 헌터 데이비스의 말에 의하면, 그는 대중적인 음악활동이나 일상생활에서 때로 기쁘거나 짜증이 나는 감정의 기복이 변화되는 상태에서 수시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글을 많이 남겼으며,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을 때에도 언제나 자연스럽게 펜과 종이를 꺼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주변에 한정된 일부 특정인에게만 그와 같은 글을 나눈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팬 외에도 한 번도 조우하지 않았던 일반인들과 언론과 여러 단체에게도 손으로 직접 쓰거나 혹은 타자기를 이용해서 편지나 엽서를 보내왔음을 밝히고 있다. 책 속에는 존이 어린 시절 부모에 의해 양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6살이 되어 그의 이모 손에서 성장하면서 교감을 나누었던 편지의 내용에서부터, 그의 팬으로 추정되는 청년에게 총격을 당하기 바로 직전에,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오노요코와 스튜디오 작업하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마지막으로 사인을 해주었던 내용에 이르기까지, 그의 필체를 담은 실로 다양한 서식의 글들을 사진화 하여 소개하고 있으며, 아울러 그에 따른 저자의 부가적인 설명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존이 남긴 다양한 편지의 내용 중에는 자신의 연인이나 아들을 향해 그리움과 사랑을 간절하게 표현하거나, 그림을 넣어 해학적이고 위트가 넘치는 글도 있지만, 비틀즈가 해체되는 위기의 시기에 그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폴 매카트니와의 격렬한 논쟁이나, 때로 그의 돌출된 행동이나 발언에 대해 불만을 가진 여타의 사람들에 보낸 글에서는 적대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분노와 함께, 한편으로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려는 그 나름대로의 고뇌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특히 개인적으로 그의 밴드 초창기 시절 불특정 팬들에게 보낸 답장이 훗날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 이후 바쁜 공연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간간히 지속되고 있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저자는 아직까지 한 번도 공개적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존 레논의 자필 서신을, 그의 음악을 사랑하고 기억하는 수많은 팬과, 그가 고인이 된 뒤에도 그를 새로이 알게 된 많은 이들로 하여금 조금 더 가까이에서 접근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이 책을 펴낸 계기이며, 책의 내용을 통해 그가 누구를 만나 어떤 일을 해왔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더불어 그가 얼마나 대단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는지를 새로운 시각에서 들여다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영국의 십대들은 당시 유행했던 로큰롤을 접하면서 짜릿한 전율을 느껴왔던 것처럼, 존 레논 역시도 15세에 이르러 그러한 대중음악을 즐기게 되었고 이후 밴드를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부분과 관련하여 어린 시절부터 그를 보살폈던 이모와의 편지 내용을 보면 그의 그러한 모습은 그리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되었든 그는 오늘날 음악인으로써 팝 역사에 다시는 없을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낸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개인적으로 볼 때, 책 속에 나오는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한참 해외공연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에게 어느 팬으로부터 음악적 성공이 당신의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라는 돌발적인 물음을 묻는 편지에 대한 답장 속의 이야기와, 또한 그의 부인과 함께했던 오노 요코와의 행위예술을 두고 냉소하듯 조롱하는 신문기자에게 보낸 그의 논리적인 서술의 내용은, 의외의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 같기도 해서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존 레논의 인생이야기를 담은 평전 형식의 기존의 전기형태는 아무래도 저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어느 정도 개입되었다고 보면, 이 책의 내용은 존 레논의 손수 작성한 각종 편지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그를 한층 객관적으로 관찰해볼 수 있다는 것과, 색다른 관점에서의 흥미로움을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런 이유에서 비틀즈를 좋아하거나 팝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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