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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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의 만남은 언젠가는 더 이상의 만남을 이어갈 수 없는 안타까운 이별의 시간이 존재하게 마련이고, 이별은 또 다른 새로운 만남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별에도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마음에 가장 큰 상처가 되고 쉽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었던 혈육관계에 있던 사람에게서 오는 뜻하지 죽음이다. 특히 그 대상이 부모나 자녀와의 관계에서 기인하는 경우라고 한다면, 그로 인해서 받게 되는 정신적 충격은 상당할 것이며 그 동안의 쌓인 정을 고려해본다면 정상적인 생활로 금방 회복되는 성질의 것도 아닐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여러 가지의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죽음 역시도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아픈 상처의 시간에 얽매여 스스로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고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오히려 아픔의 시간만 더 가중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어떻게든 마음을 가다듬고 침체된 기운을 회복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은 가족의 죽음으로 안타까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던, 한 소년의 애틋하면서도 새로운 희망을 꿈꾸어 가는 인간애가 담긴 훈훈한 내용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고, 따뜻함이 묻어나는 가족소설이라 할 수 있을 듯해서 독자들이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작품 속 이야기의 주인공 태산이는 부모가 늦은 나이에 어렵게 낳은 외동아들이다. 위로 몇 살 터울의 누나가 있었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해 죽은 뒤에,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위암에 걸린 엄마도 얼마 살지 못하면서, 이후 쌀집을 운영하는 아버지 손에 의해 홀로 성장하게 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중학교 3학년이 된 태산이는, 여름 방학식을 맞이하던 날에 학교담임선생을 통해 아버지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망연자실한 상태에 놓인 태산을 대신하여, 태산의 아버지와 친분이 깊던 옆집의 떡집 아저씨의 도움으로 다행히 부모상을 치룰 수 있었지만, 졸지에 고아가 되어버린 태산이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잊지 못해 우울한 나날을 보내면서 현실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통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는데, 엄마의 오촌 친척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태산의 보호자임을 자청하며 재산관리를 맡기라는 간섭을 받는다. 한편 태산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학교선생님과 엉뚱한 면이 있지만 오랜 우정을 다져온 친구 기형, 그리고 옆집 아저씨의 애정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방황 속의 나날을 보내던 태산은, 집안을 정리하다가 우연하게 발견하게 된 사진의 뒷면에 해리미용실을 찾아보라는 아버지의 글씨를 읽고 호기심에 그곳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어렵게 도착하게 된 미용실에서 태산은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태산은 심사숙고 끝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쌀집을 계속하기로 마음먹고 지내던 중에, 학교 선생님이 참석해보라고 권유한 나눔 봉사 활동모임에서 회원 중에 한사람에게 우연하게 해리 미용실의 숨은 이야기를 듣게 되고, 오래전 사고로 죽은 누나와의 어떤 인연의 실마리가 있음을 알기에 이른다.


이 소설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게 된, 한 소년의 숨겨진 가족사를 희망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마음 한편으로 애잔하면서도 은연 중 포근한 감동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작품 속 내용에서 보듯 주인공 태산이의 경우처럼 세상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 청소년의 입장에서는 성인이 되기까지 부모로부터의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죽음과 같은 갑작스런 이별을 경험하게 될 때, 그에 따른 슬픔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거나 더불어 향후 모든 것을 해결하고 홀로 일어서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의 짐이 무거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은 그러한 돌발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용기와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하는 교훈적인 내용이 독자의 가슴에 따뜻하게 전해져온다. 작품 속 내용에서 주인공은 개인적인 아픔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다가 나눔 봉사활동이라는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서,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가족의 비밀도 풀게 되었고, 불투명해 보였던 자신의 향후 인생행로에 대해 도움을 얻는 마련했음을 볼 수 있다. 결국 희망에 대한 노력의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절망의 깊이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하여 과거와 달리 오늘날 이기적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다보니, 주변에 고통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아무런 관심조차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은듯해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이 어렵다고 해서 마냥 한탄만을 내뱉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상황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식의 우리의 냉소적인 시각도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책 속 주인공의 안타까운 사연은 사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따라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우리가 조금은 회복했으면 싶고, 무엇보다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눈을 뜨고 있는 친구들의 경우에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 다소나마 희망적인 메시지로 다가섰으면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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