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과 실패의 전쟁사
에릭 두르슈미트 지음, 강미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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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구에서 전쟁, 전투 또는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해가 있을까! 인간은 땅위에 발을 디디며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왔다. 따라서 전쟁은 인간사회의 모든 모순이 적나라하게 폭발하는 역사의 축소판으로 관심이 대상이 된다. 저자는 2차 대전 즉 히틀러로 인해 전쟁에 대한 탐구욕을 갖게 되었다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고른 10개의 전투(전쟁)가 담겨있다. 10개의 전투는 원칙에 대한 무관심, 승리에 대한 집착, 콤플렉스와 자신감부재, 열정과 책임감 상실,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실패에 대한 감정적 대응, 기술발전에 대한 무지, 사적 감정에 대한 집착, 정보에 대한 긴장감 결여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대한 무관심의 예이다. 읽다보면 지도자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변수는 정작 '우연'과 '불확실성'이 함께 한다는 거다.

전략의 아버지 클라우제비츠는 말했다. "전쟁에서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지도자의 능력이고, 우연과 불확실성은 어떤 전쟁에서나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라고.

탕가전투(1914년 11월 5일)는 좋은 사례이다. 탕가는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지역에 있는 도시규모의 지역이다. 독일령 동아프리카 지역을 수비하는 포르베크대령(1차 대전 사상 가장 뛰어난 전술가 중 하나로 평가됨)은 인도에서 보내오는 친독일계의 정보를 통해 영국의 공격을 감지하고, 몇 안되는 독일교관으로 1천명의 원주민을 훈련시킨다. 그가 훈련시킨 부족은 잔인한 전쟁부족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군인'의 모습을 갖주게 되었다. 한편 당시 영국은 대영제국이라는 자부심으로 빛나는 에이트킨 소장이 이끌고 있었는데, 그는 인도용병으로 주축을 이룬 병사를 함대에 실었다. 불행하게도 이 부대는 제대로된 훈련은 커녕 서로 의사소통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인도부대는 기관총을 너무 비싸고 병사를 게으르게 한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았다.(기관총은 1898년 아프리카에서 광신적 종교집단과 싸우던 영국인이 개발했으며 일명 맥심이라 불림) 1914년 11월 2일 탕가 앞 바다에 나타난 에이트킨 소장은 정찰도 없이 망그로브 늪지대에 부대를 상륙시키고, 4일에는 사전정찰도 하지 않고 진격을 한다. 결과는 3백명의 영국병사의 시체뿐. 그 와중에도 시내에 진입한 구르카부대(네팔에 사는 용맹한 부족으로 반월도를 주로 씀)는 반격하는 원주민병사들과 피비린내나는 전투를 치른다. 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불확실성이 등장한다. 늪지는 죽은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데, 나뭇가지에는 시가모양의 바구니들이 빽빽하게 매달려 있다. 이 바구니에는 무서울정도로 공격적이고 거대한 크기의 아프리카벌을 치려고 걸어둔 것인데, 포격소리와 총탄으로 인해 벌집을 쑤셔 놓은 현상이 된 것이다. 벌통에서 쏟아져 나온 성난 벌들은 영국군을 공격했고, 그들의 화가 다 풀린 후에는 사상자가 독일군 70명, 유럽인 15명, 원주민 병사 54명인데 비해 영국군은 800명이 죽고 800명은 다치거나 행불자가 되었다. 패배한 영국함대는 몸바사로 돌아갔다.

이 책에 기록된 전투를 읽다보면 죽어간 군인이나 민간인이 숫자로 쓰인다. 그들은 전투시엔 일종의 무기가 되어 선다. 얼치기 지도자는 그들의 죽음을  되지도 않는 변명으로 자위하고 그 뒤에 숨는다. 지금도 우리사는 세상 어디에선 총성이 나고 폭탄이 터진다. 그리고 우리땅도 외면하고 싶지만 엄청난 무기들이 맞서고 있다. 현명하고 성실한 그리고 패배에서 교훈을 거두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이다.

덧붙인 글-읽다보면 화도 나지만, 다 읽고 나니 실패만큼 소중한 선생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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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
엘리자베스 키스 외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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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포탈사이트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생소했기에 망설이다 구입한 책.

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얼마나 섭섭했을까 싶다.  그리고 번역하신 송영달님께 더욱 고맙다. 옮긴이 송영달님은 외국인의 눈을 통해 본 한국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일념으로 이 책을 번역하였다고 하며, 그가 소장한 귀한 그림까지 보여 주었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목판화가로 자리매김한 화가이다. 그녀는 특히 그림을 그리기위해서는 "나의 특별히 사랑하는 한국"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녀의 저서에서도 밝힐 정도로 이 땅에 마음을 둔 사람이었다.  이 책에 실린 많은 그림들이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애잔하다. 특히, 그녀가 아름다움을 강조한 원산은 내 마음도 동하게 한다. 전엔 북쪽의 땅과 풍광에 그리 마음이 끌리지 않았는데, 인상적인 한국의 풍광편에 실린 원산은 정말 근사하다. 더하여 동대문의 모습도 또 그 시대를 살아간 우리네 조상들의 모습도 놓칠 수가 없다.

예전 우리네 조상들의 모습과 이 땅의 모습이 외형은 많이 변하였지만, 어쩐지 옆에 있듯이 가깝게 느껴지고, 또 힘들고 고단한 시대를 만든 조상들을 원망하던 나의 생각도 스러졌다.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을 키스는 강인하고 용감한 사람들로 묘사한다.  그들의 마음과 행동에서 일제에 굴하지 않는 기백을 느낀게다.

책을 사랑하거나 그림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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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여자 친구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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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하나 허술한 스토리가 없어 책장을 덮으며 만족감이 대단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마치 단편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읽으면서 스토리가 머릿 속에 스크린을 만들고 영상이 되어 펼쳐진다. '보살같은 여자'는 어디선가 본 듯한 혹은 읽은 듯한 스토리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탄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추락'에서는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자신을 몰아가는 한 남자가 밀도 있게 그려지는데, 단편인지라 쉽지 않았을텐데 꽤 단단하게 스토리를 이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 아내의 여자친구'로 제목부터 왠지 수상한 낌새를 풍긴다. 남편의 길들였다고 본 조신한 아내의 변신 그리고 실상 아내의 마음이 교차하면서 단편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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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직업 잔혹사 - 문명을 만든 밑바닥 직업의 역사
토니 로빈슨.데이비드 윌콕 지음, 신두석 옮김 / 한숲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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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고르는데 망설여졌다. 예전에 영시를 배우는 시간에 아마도 블레이크의 시로 기억나는데, 굴뚝청소부라는 시가 있었다. 그 시 한 줄 한 줄 배우면서 시어에 눈물과 피가 서린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직업들만 첨부터 끝까지라니....... 하지만 이 책에 남겨진 리뷰가 이 책을 들게 만들었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직업들은 눈물과 고통의 현장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인상을 찌푸리게도 한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그래도 참 재밌고 흥미롭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그건 아마도 알지 못했던 것을 읽고 난 후의 기쁨인 것 같다. 나라마다 그 시대마다 요구되는 생계구조가 있었을 텐데 그 업의 세계는 기존의 알고 있던 나의 얇은 지식을 여실히 드러나게 한다. 시대를 넘나들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업은 천태만상이다. 태어나면서 있는 자의 자식이라거나 혹은 고귀한 신분이라면 당연히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우리 사는 세상에도 불량직업은 존재하고 있다. 아마 미래에도 존재 할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 안에는 구조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만약 우리나라의 불량직업잔혹사를 만든다면, 어떤 내용일까? 

다양한 관점으로 문화사를 다루는 이 책이 부러운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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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역사 - 개정판
하인리히 E. 야콥 지음, 박은영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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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독서가가 책을 고르는 기준(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의 역사'라고 된 책을 주로 읽는다고. 이 책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의 역사류의 책은 단지 그것에 대한 전부가 아닌 그것이 시작되어 발전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이므로,  문화사가 될 수도 있고, 풍속사가 되거나 세계사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커피는 세계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부감없이 즐기는 음료이다. 이 음료의 만드는 법이나 즐기는 법, 태도 혹은 시간은 다를지 몰라도 검은 액체가 주는 매력은 다들 알고 있다. 이 책의 첫 장을 들추기 전엔 이것의 시작이 모호하기만 했다. 이 원두의 시작은 마치 신화의 일부같지만(신화도 역사의 일부이므로)아마도 이 열매의 매력때문에 시작된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것 같다. (일설에는 그리스 신화도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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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1-16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좋아하는 저도 읽고 싶어지네요. 제 서재를 즐찾해 두신 걸 보고 찾아왔어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먼저 인사 드려도 돼죠? ^^ 종종 놀러오셔서 발자국 찍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