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할 때 한창 음악 틀어주는 카페에 거의 매일 갔다. 그 카페 이름이 "나의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 이다. 친구랑  500cc 생맥주 한 잔 시키고 뮤직비디오를 보며 몇 시간씩 때우곤 했다. 그때만 해도 대형 슬라이드 하나 집에 걸어서 영화도 뮤직비디오도 실컷 보리라는 꿈도 가졌었는데...... 왕가위영화, 중경삼림에서 스크린에 비친 장면도 인상깊었고.

 

대학 때도 띄엄띄엄 가긴 했지만, 딱 스무살 무렵 만큼 자주 가지는 못했다. 몇 년 뒤 촌놈인 우리 남편을  처음 데려갔을 때 연애초기라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것 같더니 가축(?)적인 사이가 된 뒤부터- 굳이 가족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알게 된, 연애를 책으로 배운 어린 친구가 그당시 7년째 연애한다는 내 얘길 듣고, "가족이랑 왜 결혼해요?" 라고 해서이다.)- 나더러 폼생이란다. "설렘"이라는 화학반응의 유효기간은 역시 너무 짧은가. 아주 오랫동안 연애하면서 "안 질리냐?" 는 사람들에게 연애초기의 설렘보다 오래 사귄 은근함이 더 좋다고 잔뜩 으스대곤 했는데 말이지.

 

그때 신청곡으로 자주 들었던 음악이다. ("축제"는 일본식 한자조어라서 잘 쓰지 않으려고 애쓴다. 어차피 일본음악인데 뭐, 할 수도 있겠지만. 내 고집이다. 우리나라 방방곡곡 생겨난 별의별 축제도 잔치로 이름을 바꾸면 참 좋겠다. 농구대잔치는 이름 만큼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참기 힘든건 페스티벌 이라는 말이다.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안동 탈춤페스티벌"이었다. 국제적인 홍보 운운 핑계를 댈 것 같은데, 탈춤에 페스티벌이 뭐냐고! 이런 것이 "보통"-사소한 일에 신경쓰지 않는 무난한-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주는 것 같다. 내 까탈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내 속의 기가 꿈틀꿈틀 살아 움직여 흐느적거리게 만드는, 한의사 선생같은 아저씨의 몸짓과 북소리에 빠졌다. 실크로드 배경음악도 Kitaro가 만들었다. 왜곡이 심한 것으로 악명높은 일본의 고대사를 주제로 만들었다는 데에 거부감이 있지만, 음악 자체는 일품인 걸 어쩌랴. Kitaro의 음악은 중독성이 강하다, 적어도 내겐. 전에 외국 음악 싸이트에서 Kitaro 전 앨범을 다 받아놨다가 컴퓨터 고장으로 전부 날아가 버려 찾기 힘들다. 아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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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합시다.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61324#commentFrame

 

어젯밤에 갑자기 "임진강 뱃사공"이 떠올라 반복해 들었습니다.
언제들어도 가슴이 울컥합니다.
어제 처음으로 그 노래의 유래도 알게 되었습니다. 백기완 씨의 구술로 만들어졌더군요. 학교 다닐 땐 뭣 모르고 그냥 선배들 따라 줄창 불러댔었는데. "통일"이라는 말이 자취를 감춘지 오래입니다. 반쪽 짜리인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우리 소.원.

 

http://plsong.com/xe/index.php?mid=player&streamer=rtmp%3A%2F%2Fvod.plsong.com%2Fplsong&extra_eid=audio_link&media_srl=9568

 

임진강 뱃사공 (백기완 구술, 김석천 곡)


임진강 뱃사공 치떨린 노여움 도둑맞은 내 나라 찾으려 가려네
이 땅이 내 나란데 뉘라서 짓밟는고 내 땅의 내 동포를 구하려 떠났네

이제나 저제나 해방만 기다리네

 

임진강변 아낙네 목메인 그리움 오늘만 넘어가면 우리영감 오련만은

남북으로 갈라진 해방이 웬 말인고 밀려가네 떠나가네 남녘땅 머나먼 길

철조망 부여잡고 기다리는 이 내 신세

 

원통한 아낙네 한 맺힌 통곡소리 물러나라 돌아가라

네 놈 땅에 돌아가라

북녘 땅 우리 영감 내 발로 만나리라 못 간다 물러서라

쏟아지는 총소리

피 묻은 치맛자락 철조망에 휘날리네

임진강에 뿌린 눈물 남북으로 오고가네

세월이 흘러가네 남북으로 흘러가네

흘러가네 흘러가네 흘러 흘러 흘러가네

 

이 노래 듣다보면 시기는 다르지만 조정래,『아리랑』이 생각납니다.
쥐박이 때 ,『아리랑』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기사를 보고 가슴이 뛰어 혹시나 하고 기대해봤지만 이맹박그네 정권에선 안 될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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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긴 시즌의 드라마를 계속 보는 것은 폐인모드라서 가능하지만 이 드라마가 인간과 사회를 파헤쳐 "생각"을 하게 해서이다. 보통 1편씩 짜여져 있는데,  2화 연속으로 만들어진 일화도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이나 자연스러워서 오랜 친구처럼 정이 간다.

 

 모든 내용이 와닿지는 않지만, 가끔 복싱의 훅처럼 갑자기 푹! 꽂히는 내용들이 있다. 가장 인상적인 9시즌 8화를 보며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이 시대의 청년들, 아니, 나의 이야기다. 대학 졸업 후 한없이 초라하게 여겨지던 내 청춘을 저절로 돌아보게 된다. 여전히 무력하고 모자란, 주류에서 철저히 밀려난 주변인의 삶이 하나하나 눈에 밟힌다. 그런 나 또는 너를 버린 오늘의 세상을 향해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언젠가는 꽃으로 피어나기도 전에 시드는 일이 없는, 순수하게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 이런 고민만을 해도 되는 아늑한 세상이 올까. 우리 모두의 손으로 만들 수 있다고 당연하게 믿었던 어린시절의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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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에서 음악듣기: 덕수궁(덕수궁의 본래 이름인 "경운궁"이 공식화되면 좋겠다.)

가을 냄새 폴폴 나는 고즈넉한 저녁, 만나면 기분 좋은 이들과 함께 듣는 아.름.다.운. 음악.

10여 년 전에 처음 알게 된 공명(共鳴)이 공연을 한단다. 그땐 어-어부 밴드와 같이 했던 공연으로 기억하는데 오래돼서 제대로 된 기억인지 잘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 정의내린 "공명(共鳴)" 이라는 말을 참 좋아했다. 같은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내 마음에 쏙 드는, 이 사람들 음악은 또 얼마나 신선하고 멋진지. 아~ 흑. 좋아라.

 

히야~ 설레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잔뜩 달뜬 기분으로 언니에게 주말에 같이 가자고 약속을 하고 오랜만에 언니 친구(8살 차이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언니와 친구 먹는 난, 언니 친구들하고도 친구처럼 지낸다.) 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다가 같이 얼굴도 보고 공연도 보자고 얘기해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언니 직장 사정으로 약속이 취소될 뻔해서 나 혼자라도 공연 보러 가려고 했지. 공명이라는데. 스무살 꽃띠들인 대학생 조카들에게 함께 가자고 했다.

 

이 음악 그룹이 17년 됐다고 한다. 나도 거의 결성될 즈음에 본 것 같은데, 뭐야 이 사람들, 하나도 안늙었잖아. 좋아하는 일을, 그것도 음악을 해서 그런가. 처음 봤을 때랑 비슷하다. 네 사람 모두 연주 실력이 어마어마하게 뛰어나다. 내가 원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내게 딱 맞는 음악. 연주자 만큼 늙지 않는 음악. 이 소리를 자주 찾아 다녀야겠다. 오래 잊고 지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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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처음 본 진도씻김굿은 정말 충격이었다. 간단하게 줄여서 보여 준 거였지만. 온 몸에서 카리스마를 내뿜는 무당이 길다란 천을 쫙 찢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 노려보는 것만 잘하던 애기무당이었던 나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언젠가는 진도에 직접 가서 씻김굿의 전과정을 보리라 늘 마음만(?) 먹고 있다.

 

국립국악원에서 여름마다(작년부턴가) "별별연희"라는 별칭으로 야외공연을 한다. 바로 기다리던 씻김굿. 이번에도 약식인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요 몇달 동안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던 내 자신을 추스르고 싶었고, 언니 또한 힘들어하는 시기여서 같이 갔다.

 

사회는 윤중강이었고. 주무(主巫)는 리허설 때 걷는 모습마저 기품이 있다. 무당 넷의 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각각 개성도 강하고 마음을 만져주는 그 소리를 계속 듣고 싶었다. 무용단 중 "장보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춤이 돋보인다. 몸짓이 우아하고 고와서 자꾸만 눈길이 간다.

 

공연을 하는 이분들이 진도에서 세월호가족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셨다고 한다.  긴 천에 지전을 놓고 무가를 부르는 거리인 길닦음을 보는데,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을 모습이 그려져 가슴이 미어진다. 말그대로 울음바다였을 그날의 통곡이 들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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