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개를 돌려 로버트가 셀리아에게 속삭이는 모습을 지켜봤어. 재미난 얘기라도 들은 양 셀리아가 깔깔 웃더라고. 하지만 그녀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채워 준 사람은 나였어. 내일 헤드라인 기사에 그녀와 나란히 서 있는 사진 속 주인공도 나일 테고, 셀리아가 지금저렇게 자신의 드레스를 벗겨도 좋은 양 웃고 있지만, 로버트는 그녀의 엉덩이에 주근깨가 길게 나 있다는 걸 절대로 알 수 없을 테지. 나는 아는데… 머릿속에서 자꾸 그런 생각이 맴돌았어. - P173
다 봤던 거야. 내가 셀리아의 손을 잡는 것도. 화들짝 놀라며 손을 빼는 것도. 그녀는 내가 방금 뭘 했는지 알아 차렸어. 내가 그 모습을 들키고싶어 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아차렸어. 나를 노려보던 그녀의 작은 눈이 더 작아졌지. 나를 몰라보길 바라던 희망은 그녀가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귓속말을 하는 순간 날아갔어. 남자의 시선이 믹 리바에게서 내게로옮겨 왔어. 그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그런 생각만으로도 구역질이 나는지 눈살을 찌푸렸어. 나는 두 사람의 뺨이라도 때리면서 남의 일에 신경 끄라고 소리치고 싶었어.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지. 그랬다간ㅌ안전하지 않았으니까. 나도, 셀리아도 모두 안전하지 않았어. 마침 반주만 나오는 구간이라 믹이 무대 바로 앞까지 걸어와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어. 나는 이때다 싶어 벌떡 일어나서 그를 응원했어. 팔짝팔짝 뛰면서 거기 있던 누구보다 크게 소리쳤어. 내가 뭘 하는지 제대로 생각하지도 않았어. 그저 앞에 앉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쑥덕거리지 않기만 바랐어. 여자에게서 촉발된 소문이 전화선을 타고 동네방네 퍼지지 말고 거기서 멈추길 바랐어. 나는 뭔가 다른 일로 시선을 끌고 싶었어. 그래서 뒷줄에 앉은 십대 소녀들처럼 목이 터져라 믹을 환호했어. 내 인생이 거기에 달린 것처럼 소리쳤어. 정말로 그럴지도 몰랐으니까. "내가 뭘 잘못 본 걸까요?" - P238
"그렇다면 유명해지지 말았어야지." - P243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에요?" "믹 리바와 눈이 맞아 사고를 칠까 해." 우느라 빨개진 셀리아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어. 셀리아는 재빨리 눈물을 훔친 후 그릴에 시선을 고정했어. "그게 우리한테 무슨 의미죠?" 나는 셀리아 뒤로 가서 꼭 안아줬어. "우리한테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믹이 나와 눈이 맞아 사고를 치게한 다음 법적으로 바로 취소해 버릴 거야." "그러면 그들이 당신을 더 이상 주시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아니, 오히려 그들은 나를 더 주시할 거야. 하지만 그때 가선 다른기삿거리를 찾겠지. 나를 창녀나 바보라고 하면서 남자 보는 눈이 형편없다고 비난하겠지. 너무 충동적이라고 비난하겠지. 하지만 그런 문제로 나를 비난하려면 내가 너랑 사귄다는 말은 못 할 거야. 앞뒤가 안맞잖아." - P247
그들은 내가 떠벌리는 거짓말을 너무나 쉽게 믿었어. 상대방이 진실이길 간절히 바라는 거짓말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거든. 나는 그저 내 연애 스캔들이 계속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했을 뿐이야. 내가 그렇게 하는 한, 쓰레기 같은 언론은 셀리아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어. 세상은 내가 의도한 그대로 굴러갔어. - P262
"그래서 내가 창녀라는 거예요, 아니라는 거예요?" "누가 알겠어? 우리 모두 어떤 식으로든 창녀인 걸. 적어도 할리우드에서는 말이야. 봐, 그녀가 셀리아 세인트Saint 제임스인 이유가 있다니까. 성스러운 이름에 걸맞게 수년 동안 착한 여자를 연기했잖아. 나머지 우리는 그렇게 순수하지 않아. 하지만 나는 당신의 지금 모습이좋아. 농익고 거칠고 과감한 모습이 좋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맨몸으로 맞서 싸우며 원하는 걸 차지하는 에블린 휴고가 좋다고. 거기에 대고 어떤 꼬리표를 붙이든, 그대로 밀고 나가 괜히 바꾸려 한다면, 그거야말로 진정한 비극일 거야." - P271
"그녀는 이제 가고 없어." 에블린이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내 사랑은 이제 영영 떠났어.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말할 수도, 돌아와 달라고간청할 수도 없어. 영원히 떠났으니까. 그래, 모니크, 그때 바로 연락하지 않은 걸 후회해. 그녀와 함께 보내지 못 한 시간이 너무나 아쉬워그녀를 아프게 했던 온갖 어리석은 행동을 죽도록 후회해. 셀리아가나를 떠나던 날, 끝까지 쫓아가서 붙잡았어야 했어. 떠나지 말라고 애원했어야 했어. 내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장미꽃을 보냈어야했어. 십자가에 못 박힐지언정, 할리우드 표지판 위에 올라서서 ‘나는셀리아 세인트 제임스를 사랑한다!‘고 외쳤어야 했어. 정말로 그렇게 했어야 했어. 이젠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그녀가 없으니까. 주체할수 없을 만큼 돈도 많고 할리우드 역사에 이름도 길이 남겼지만, 그게얼마나 공허한지 이제야 알았어. 그녀를 떳떳하게 사랑하는 것 대신에 명성을 좇았던 나 자신을 내내 원망하고 자책하며 살았어. 그때만 해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항상 있다고 생각했어. 내가 손만 뻗으면 뭐든 다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 - P274
"그럼 나는 평소 하던 대로 살아도 되는거지?" "당신이 세상 어떤 여자와 자더라도 상관 안 해." "내 아내만 빼고." 렉스가 씩 웃으며 술을 한 모금 더 마셨어. - P283
"<캐롤라이나 선셋> 촬영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둘러댈까?" 내가 조심스럽게 제안했어. "촬영장에서 서로 다른 상대에게 빠져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이 상했다고 할까? 다들 우리를 안쓰럽게 여기겠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을 거야. 원래 남의 불행에 더 고소해하는 법이잖아. 우리는 그동안 너무 무사안일하게 지냈어.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지. 일단 좀 기다려 봐. 내가 당신의 행복을 비는 차원에서조이에게 당신을 소개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짜볼게." - P301
"조무래기 말고 파급력이 센 기자면 아무나 상관없어. 내 추락으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요." 루비가 말했어. "아, 기분 상하게 할 뜻은 없어요." "기분 상할 게 뭐 있겠어." "당신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잖아요." 루비가 말했어. "내놓는 작품마다 히트하고, 잘생긴 남편도 많고, 다들 당신을 추락시키고 싶어 한다고요." "나도 알아, 안다고, 그들이 나를 추락시킨 다음엔 너한테 달려갈 거야."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당신이 덜 유명하다는 뜻이겠죠." 루비가 말했어. "내일 연락할게요. 무슨 꿍꿍인지는 모르지만 행운을 빌어요." - P308
인정하긴 싫지만 그동안 셀리아의 영화는 빠짐없이 봤어. 그러니까 셀리아를 줄곧 보긴 한 거야.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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