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와 데이지—는 함께 곡을 쓰면서 유혹의 미끼와 탈선하지 않으려는 노력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이야기를 쓰고 있음을 깨달았어요. 약물과 섹스와 사랑과 거부, 완전한 혼돈 상태 말이에요.
그 상태에서 <마음에서 지우려고>가 나왔어요. 그 곡을 쓸 때 데이지와 내가 생각한 건, 마음은 정리가 됐는데 머릿속에선 지워지지 않는 생각에 관한 거였어요. - P309

빌리: 가사를 쓰면서 육체적인 고통을 연상할 만한 단어들을 썼어요. 통증ache, 멍울knots, 깨뜨리다break, 충격punch 등등. 그런 과정을 거치니 앨범의 주제에 무난히 맞아 들어갔어요. 자신의 본능에 맞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싸움인가 하는 거요.

데이지: "너에게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단 하나, 네가 얼굴을 붉히는 걸 보고 싶어서지만 너는 충격을 견딜 수 없으니, 그저 침묵할뿐이지." 이 곡은 다 듣고 나면 여러 가지로 마음이 아파질 거예요.
어쩌면 꽤 심하게 아플지도 몰라요. "넌 날 깨뜨릴 수 있어 / 하지만나의 구원자는 날 희생양으로 삼았지."

빌리: 내가 쓴 가사인데도 뭘 말하려는지 설명하기 힘들 때가 있어요. 내가 무슨 뜻에서 이런 말을 썼나, 이런 말이 왜 머릿속에 떠올랐을까, 아니면 내가 써놓고도 뭔 소리인지 모르겠네, 이런 생각이들 때가 있어요.

데이지: 빌리와 둘이서 쓴 곡들……… (침묵) 빌리가 쓴 곡 다수가 그의 실제 감정을 담고 있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함께 만드는음악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있다는 나름의 확신이 들었어요. - P310

빌리: 그런 게 노래 아니겠어요? 어디서건 꺼내 곱씹어 볼 수 있는것. 자기가 처한 상황에 맞춰 원래의 의미를 바꿔 대입할 수 있는 것. 특별히 내 진심에서 우러나온 노래도 있고, 아닌 노래도 있고.

데이지 : 참 이상해요. 상대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아무 일 없다고 우기는데도 그런 상태가 숨 막히게 답답할 수 있다니. 그건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숨이 막힌다는 게 딱 맞는 말이에요. 정말 숨이 안 쉬어지는 느낌이거든요. - P311

데이지 : 지금 이 인터뷰도 그렇지만 아티스트가 노래를 통해 진실을 알리는 건 아무 보호장비 없이 세상 해 나서는 것과 같아요. 살면서 자기 생각에 갇혀 있을 때, 자기 상처만 줄곧 맴돌 때, 그게 주변 사람들 눈엔 훤히 보이는데 정작 자신은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아요. 내가 그때 쓴 곡들은 암호와 비밀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내 생각엔 암호나 비밀하곤 아무 상관 없어요.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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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딩을 끝내자, 발라드 열 곡을 담은 꽤 아담한 패키지가 완성됐어요. 테디가 "기분이 어때?"라고 묻길래 그동안 내가 꿈꾸던그대로는 아니어도 나름 좋은 결과물을 얻은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나답다는 생각이 들면서 또 한편으론 진짜 나다운 것 같지는않다는 생각도 들고, 명반인지 쓰레기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지 전혀 모르겠다고 덧붙였어요. 내 말에 테디는 소리 내 웃더니 아티스트다운 대답이라고 말했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 P129

데이지: 노래 가사로 말할 것 같으면 한 백만 번은 읽었을걸요. 어떻게 부를지 나름의 감을 잡고 있었어요.
빌리는 그 노래를 호소하듯 불렀는데요. 내가 해석하기에는 약속은 하지만 과연 지킬 수 있을지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것처럼 들렸어요. 난 그게 좋았어요. 그래서 노래가 한결 재미있어졌
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 파트에서 그를 믿고 싶어도 믿을 수없는 속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노래의 결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이크 세팅을 제대로 한 후-아티가 내게 시작하라는 수신호를 보냈고 빌리와 테디가 지켜보는 가운데ㅡ난 마이크 가까이서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빌리가 허니콤 부근에 집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믿을 수 없는 사람, 그런 미래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불렀어요. 내가 해석한 대로. - P144

캐런: 빌리는 곡을 쓰면서 자기가 모든 것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수십 년 후에도 약물을 멀리하면서 아내와 가족을 이루어 잘 살고있을 거라고, 스스로 납득하려고 애쓰는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데이지가 노래를 부른 지 2분이나 됐을까, 빌리의 발을걸어 넘어뜨린 거예요. - P146

빌리는 스튜디오를 떠날 무렵 굉장히 긴장해 있었어요. 내가한마디 했죠. "일은 집으로 가져가는 게 아니야." 하지만 따지고 보면 빌리는 일을 집으로 가져간 게 아니었어요. 집을 일로 가져왔지.
캐런: 「허니콤」은 원래 ‘안정‘에 관한 노래였는데, 그날 ‘불안’에 관한 노래로 바뀌었어요. - P146

캐런 : 남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니까. 온 세상이 남자들 세상이지만 음반 업계는...…… 유독 여자에게 험해요 손 하나 까딱하는 것도 남자들 허락을 받아야 했으니까. 여자가 버티려면 두 가지 길만 있는 것 같았어요. 하나는 남자처럼 행동하는 것. 내가 발견한 길이죠. 다른 하나는 철부지 소녀가 되어 꼬리 치고 속눈썹을 바르르 떠는 거였죠. 남자들 좋아죽으라고.
하지만 데이지는 처음부터 그 두 길 모두 거부했어요. 그 친구의 길은 ‘날 받아들여, 아님 날 건드리지 마‘였어요. - P149

리허설을 빼면, 행크가 주선해 준 백 밴드 말고 혼자서 무대에 오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관객들이 날 바라보며 귀가 얼얼할 정도로 환호를 보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그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로 합쳐진 생물이 내는 소리 같았어요. 바닥을 뒤흔들고 귓전을 울리는 살아 있는 존재.
한번 그 느낌을 맛보고 나니 늘 그 속에서 살고 싶어졌어요. - P165

그런데 무대에 선 그는 나와 한 무대에 서기 위해 온 인생을 바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렬했어요. - P187

캐런: 함께 있으면 세상에 그 사람과 나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 있죠? 빌리와 데이지 둘 다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서로에게 그런 느낌을 전달한 거예요. 두 사람 모두 세상에 그들 둘만 남았다는 인상을 받은 거죠. 우리가 빤히 지켜보고 있는데. 두 사람은 수천 명의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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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우리 모두가 두 가지 강력한 힘, 즉 분열과 몰입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열은 우리를 더 작고 얄팍하고 분노하게 만든다. 몰입은 우리를 더 크고 깊고 차분하게 만든다. 분열은 우리를 위축시킨다. 몰입은 우리를 확장한다. - P95

스스로에게 물었다. 조악한 보상 때문에 춤추는 데 주의력을 낭비하는 스키너의 비둘기가 되고 싶은지,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을 찾아냈기에 집중할 수 있는 미하이의 화가가 되고싶은지. - P95

레이먼드와 대화를 나누며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노출되는 목소리의 결을 내면화한다. 타인의 내면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이 이야기가 우리의 의식 패턴을 다시 형성한다. 우리는 더욱 통찰력 있고 개방적이고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반면 소셜미디어를 장악한 단절된 비명과 분노의 파편에 하루에 몇 시간씩 노출되면 우리의 사고 역시 그렇게 될것이다. 내면의 목소리는 더 상스럽고 시끄러워질 것이며, 부드럽고 온화한 생각에 전만큼 귀기울이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사용하는 기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의식이 그 기술의 모습으로 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P138

‘레이먼드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기 전에, 소설 읽기가 인간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왜 그렇게 긴 시간을 들여 연구했는지 물었다. 이 질문을 하기 전까지 그는 자기 연구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는 데이터 긱geck 이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답할 때는 그의 얼굴에서 딱딱함이 사라졌다. "우리는 모두 파국적 종말로 향하고 있는물과 진흙으로 된 행성에 살고 있잖아요. 이 문제들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어요." 그가 말했다. "이게 제가 공감 능력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예요." - P138

빌리: 누군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 에너지를 줄 때, 누군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내 속을 들쑤실 때-데이지가 내게 그랬는데-그 에너지를 욕구로도 사랑으로도 미움으로도 바꿀 수 있어요.
난 데이지를 미워할 때 제일 마음이 편했어요. 미워하는 것만이 내가 택할 수 있는 감정이었어요.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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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우리 모두가 두 가지 강력한 힘, 즉 분열과 몰입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열은 우리를 더 작고 얄팍하고 분노하게 만든다. 몰입은 우리를 더 크고 깊고 차분하게 만든다. 분열은 우리를 위축시킨다. 몰입은 우리를 확장한다. - P95

스스로에게 물었다. 조악한 보상 때문에 춤추는 데 주의력을 낭비하는 스키너의 비둘기가 되고 싶은지,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을 찾아냈기에 집중할 수 있는 미하이의 화가가 되고싶은지.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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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커밀라는 아이를 낳고 싶어 했어요. 나는, 내 인생에 아이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다들 그럴 거예요.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애초에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이 있죠.
마음에 없는 걸 집어넣는다고 넣어지진 않거든요.
그리고 있는 걸 잡아 뺀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커밀라의 마음엔 아이가 있던 거죠.

빌리: 처음엔, 행복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니면……… (잠시 침묵) 행복한 거라 믿으려고 무진 애를 썼거나. 그때 난 분명히……… 스스로가 행복해한다는 걸 알았어요. 다만 그 감정 말고 내가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 겁이 났어요.
그래서 그게 내 현실임을 납득하려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동원하기 시작했어요. 당장 결혼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원래 투어가 끝나면 때를 봐서 결혼할 계획이었지만 당장 하기로결심했어요. 그게 나한테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잠시 침묵) 커밀라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우리가 어엿한 가족을 이룰 수 있음을 입증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 P95

갑자기 정말 위험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건 바로 내가 원칙을깰 수도 있다는 것, 그래도 세상이 곧바로 끝장나는 게 아니라는사실이에요.
처음에 굵고 까만 선을 호기롭게 그었는데 그게 점점 흐려진다고 말하면 될까요. 그 후 선을 넘을 때마다 흐려져 아예 회색이되더니 결국엔 두리번거리며 혼잣말을 하게 되는 거예요. 전에 여기 선 하나가 그어져 있었던 것 같은데.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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