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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유럽여행 - Study & Fun
정용숙 지음 / 아주좋은날 / 2014년 8월
평점 :
여행 좋아하는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여행은 여행지를 선택하고, 여행지에 대해 조사하고 그리고 그 여행지에 가서 열심히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부지런을 떨던 그런 모습이었다. 사실 선택된 여행지의 모습들은 훌륭한 자연경관도 많았고 역사유적지도 많았으며, 아이들 교과서에 나오는 체험학습에 필요한 장소들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하나라도 더 얻어서 돌아오고자 아이들이 여행지에 집중하도록 했었다. 나 또한 그리했었고....
하지만, 이 여행에세이 속에서 만난 정용숙작가는 여행지에서 내가 느껴보지 못한, 내가 즐겨보지 못한 여행지에서의 사람들과의 만남과 여행숙박업소들에서의 행복한 기억들을 주로 실어 놓았다. 주관적인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생소했던 여행방법이었다.
나도 나 홀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다면, 더 나아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도 언어 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면 현지인들과 소통하려 애쓰며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제대로 된 여행을 즐겨 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나에겐 새로운 여행의 시도였으며 그 방법들에 대한 동경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여행지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기대했었다. 아일랜드, 핀란드, 영국, 알프스 그리고 남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여행기법은 항상 어학연수와 함께 공존했다. 그리고 각 나라들에서도 참으로 무궁무진한 자연유적지나 문화유적지 그리고 유명한 여행지들도 많을터인데 정말로 군더더기 없이 아주 깔끔하게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여행지들에 대한 소개로 '이곳에서 놓치면 안되는 볼거리'라는 코너속에 담아놓았다.
몇 년전에 아이들 손잡고 다녀왔던 일본여행길에서 난 단순한 바디랭귀지, 단순한 영어로만 소통했었다. 실제 일본인들과 맞닥뜨리니 몇일 공부한 일본어가 홀라당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들의 삶 속에 더 가깝게 들어가보지 못하고 그저 유명 여행지들만을 열심히 다녀온 나름대로 뿌듯했던, 알찼던 여행이건만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던 그런 여행의 모습에서 정용숙님이 누렸던 현지인들과 그 나라의 문화를 누리고 같이 어울리면서 제대로 그 나라를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은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품게 해주었다.
직접 찍은 사진들도 감상하기에 마음이 포근했으며, 마음 속에 담아둔 여행지로는 '북아일랜드의 다크 헷지'와 '브레이 전경'을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유럽의 보석'이라 불리는 아일랜드, 핀란드의 호수마을도 가보고 그리고 2010년 8월에 2주간 혼자서 덴마크 전역을 기차로 돌고 나서 핀란드 여행을 시작했을 때, 가장 행복함이 전염되었던 '인간 산타'를 만나게 된, 핀란드 북쪽 시골마을의 시리네 집에서의 홈스테이는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왔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램마저 들게 했다.
쿠오피오를 지나쳐 그 다음 시골역에 내리자 훤칠한 키에 백발과 긴 흰 수염이 산타를 연상시키는 시리의 남편 타투, 그리고 그 역에서 차를 타고 10여 분을 달려 숲속에 있는 시리 부부의 그림 같은 집, 평수를 가늠할 수 없는 넓은 숲에 자리 잡고 있는 시리네 집, '1948년'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는 목사였던 시아버지가 땅을 사서 손수 지었다는 건물, 그리고 타투가 결혼해 가정을 이루면서 아버지 집을 싼값에 사서 지었다는 현재의 본채, 역사가 각각 다른 세 개의 건물은 내부구조나 가구도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마치 박물관을 보는 듯했다니. 거기에다 연기 사우나, 전통화덕 사우나, 보통 사우나 이렇게 세 개나 되는 사우나도 있고, 타투의 아버지가 직접 만들었다는 호수처럼 큰 연못, 사우나 후에 그 연못으로 풍덩 빠져도 될 그런 숲 속의 시리네 집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났던 시리네의 이웃들 그리고 그들과의 행복한 이웃같은 교감. 눈을 감고 머리로 몇번을 그리면서 읽었는지 이젠 머릿속에서 확연한 그림이 되어버렸다.
알프스에서의 별밤지기가 되었던 독일 민박 짐머도 천장의 별 창에 대한 동경과 함께, 살아가면서 꼭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2014.8.26. 소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