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왕조실록 1 신라왕조실록 1
한국인물사연구원 엮음 / 타오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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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자료와 함께 흥미로움까지 돋아나게 하는 이은식박사님의 저서들을 먼저 접했었던 바, 신라왕조실록이 역사실록인만큼 따분하고 어려울거라는 부담감보다도 그에 대한 믿음으로 먼저 선택되어진 책이다. 그러하므로 이 책은 결코 우리집에서 절대 '소장용'이 되었다.

 

   신라왕조실록에 앞서 먼저, 신라 이해하기부터 이은식박사님은 우리들에게 신라라는 왕조에 대해 그럽게 풀어주었다. 가락국의 시조왕릉부터 시작해서 신라역사와 관련되어서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는 그 유적지들을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았다. 그러한 사진들을 보노라면 역사서라는 것보다는 역사체험학습 정도로 가볍게 책읽기에 들어갈 수 있다.

 

  신비한 출생사연과 특이한 성장의 비밀은 풀리지 않고, 알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시호를 탈해라 이름했다는 탈해 이사금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견훤에게 목숨과 아내를 빼앗긴 비운과 통한의 왕 경애왕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신라의 역사는 이어진다. 드문드문 한자가 한글 옆에 기재되어 있다. 분명 한글로 받아들이는 느낌이나 고유 이름들에 대한 고유 뜻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려주려는 의도일게다. 적나라한 사진과 함께 그림으로 잘 그려진 계보가 앞서 선보인다. 책을 읽고 역사를 다시 되새김질하고 그 왕의 시대에는 어떠한 사람들과 어떠한 삶이 이루어졌었는지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하려는 의도가 그저 고마웠다. 그렇게 책 읽기는 반복이 되었다. 1권부터 4권까지.

 

  사실 신라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매체에서 많이 다루어지고 있었고 그러한 역사드라마는 많이 보아왔기때문에 어쩌면 신라왕조에 대한 역사지식은 아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신라의 시대를 고구려의 역사나 백제의 역사보다는 수십배는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건만, 신라왕조실록을 대하면서 "그동안 내가 신라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도대체 뭐였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역시 TV나 공공매체로 접하는 것보다는 수 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집필된 전문 역사서 하나를 읽는 것이 백만번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긴 역사가 승자의 역사라 하듯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승자, 곧 인지도 있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만이 부각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건지도 모를일이지만, 그러한 어느 부분만을 보고서 모두를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했던 나의 부실한 자신감을 돌아보게 되었던 이 책에 오히려 감사함을 느낀다.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을 터, 다소 이어지지 않는 역사의 모퉁이에서 어리둥절 혼자 헤매이기도 하지만, 이 책의 순서를 따라 잘 따라가 보면 비록 타국의 힘을 빌려 통일하였던 신라였지만 그 신라의 천 년 역사가 우리 과거사에서 어느만큼 큰 위치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는지를 인지하게 된다.

 

  현재를 제대로 보려면, 때로는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고자 한다면, 여지없이 그 수수께끼 같은 얽혀있는 매듭을 풀어줄 이는, 과거의 역사라고 하였던 그 진리 아래, 현실의 아이들에게 뒷전으로 밀려있는 잘 짜여진 역사서 하나쯤 아이에게 추운 겨울날 아랫목에서 옛날 이야기로 몸과 정신을 따듯하게 해주셨던 어린시절 어머니의 기억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욕심이 들게 한다.

 

 

 

2014.10.13. 소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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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불멸의 신화
조정우 지음 / 세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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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를 통해 알게 되었던 조정우님이 이번엔 이순신 불멸의 신화를 이 세상에 내 놓았다. 1800만명이라는 관객수를 자랑하고 있는 '명량'이라는 영화가 한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 때에 말이다.

 

  박경리님의 대하소설 <토지>라는 책이 16권인데 그 집필하는 기간이 무려 2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소설이 근 현대의 소설인데도 답사하고 글을 쓰고 또 답사하고 그렇게 세상에 내어놓은 것이 무려 강산이 두번이 넘게 바뀌는 세월을 거쳐서 나왔다는 말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위대하게 생각되었던 적이 그 기억이 사실 멀지 않다.

 

  그러한 기억을 갖고 있는 나에게 우리들의 영웅, 대한민국의 영웅 임진왜란의 영웅인 이순신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니 그 집필기간은 도대체 얼마나 걸렸을까를 생각하는 나는 도대체 역사소설의 묘미보다는 글의 집필기간에 더 관심이 많은 어쩌면 그 과정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라고 얼버무려본다. 사실 책을 읽고 그 감동을 그 느낌들을 적으면서도 그 시간들이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내어 놓는다는 것이 때로는 무척이나 힘들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의 독후감이나 리뷰는 음식을 먹고 난 후의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소화 시키는 과정이라고 하니 이 또한 게으르지 않도록 항상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갑자기 삼천포로 빠진듯한 이 느낌?  각설하고.

 

  우리가 조금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소설이나, 근대에 가까운 소설들을 작업하기에는 아무래도 조사 기간도 훨씬 수월할 듯한데, 역사소설이라니 무려 400여년이 훨씬 지난 임진왜란 때의 소설은 도대체 어떻게 탄생할 수 있는가? 단순한 역사적 자료를 찾아본다고 해서 금 나와라 뚝딱! 하듯이 역사소설이 탄생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여튼, 소설, 그 중에서 역사소설을 쓰기 위해서 2년여의 자료수집으로부터 집필 완료기간까지 그 노고를 가늠할 수 있기에 그 집필기간에 연연하게 되었나보다.

 

  훌륭한 글은 글을 읽으면서도 눈 앞에 그 광경이 그려지도록 쓴다고 하였다는 말이 얼핏 떠오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했다. 호랑이 눈썹, 부리부리한 눈, 우뚝 솟은 코, 제비턱, 용수염의 팔 척장신 사내는 전라좌수사 이순신이었다고 표현해준다. 푸른 철릭을 입은 군관이 이억기와 남공심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소인은 군관 나대용이라 하옵니다."

 

  거북선을 설계한 나대용이었다.

 

  <중략>

 

  "거북선은 기존의 동철보다 훨씬 튼튼한 동철 합금을 씌워 대포의 포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사옵니다."

 

  천자포가 아니라 자자포의 위력을 만나고 또한 거북선을 설계한 나대용의 생김새도 상상속으로 그려볼 수 있도록 묘사되어 있음이 개인적으로 이 책을 더 매력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대목이었다.

 

  박정희 대통령때에 비로소 수 백년의 세월속에서 세상 밖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에 돌아 온 그 이름 '이순신'

 

  "일렬, 발포하라!"

  정자진 일렬의 판옥선에서 백여 문의 대포가 천지를 진동시킬 듯한 굉음을 내며 불을 뿜었다. 앞장서 돌진해 오던 세 척의 아타케부네가 화염에 휩싸였다. 공포에 질린 왜군이 진격을 멈추자, 구르시마 미치유키가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돌진하라! 50보 안으로 나아가야 이길 수 있단 말이다!"

  수 척의 아타케부네가 돌진해 오자, 이순신이 다시 외쳤다.

  "이열, 발포하라! 일렬, 우현으로 회전하라!"

 

<79페이지 사천해전 중에서>

 

  사천해전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던 해전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상상속 사천해전을 그려보게 되었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미리 계획되었다 하더라도 이열 발포, 일렬 후현으로 회전하는 그 명령에 움직였을 우리 조선 군대들의 그 배의 움직임이 참으로 장관일 듯하다.

 

  소설이 인생의 전반적인 면을 다루고 있어 어쩌면 자기계발서나 그런류의 책들보다는 인생의 심오한 깊이가 더 강하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고 난 후의 그 '앓이'는 아직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앓이'가 겁이나 소설류의 책은 의도치 않게 접하지 않았다가 읽어보지 않으면 후회할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 읽게 되었던 '이순신 불멸의 신화' 한산,명량, 노량대전에서의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의 전술을 최초로 밝힌 역사소설인 이 책을 맞이했던 시간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소설! 그 '앓이' 앞에서도 잘 쓰여진 소설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그 재미앞에 무너졌음이 다행이다.

 

 

 

 

2014.10.13. 소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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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사전 -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환경 교과서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8
강찬수 지음 / 꿈결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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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짐해지는 그런 책을 만났다.

 

  중앙일보에서 환경전문기자로 일한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되었다는 저자! 그동안 환경전문기자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답하기를 다른 분야 기자들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고 했다한다. 실제 그동안 쓴 기사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애쓰는 초등학생도 등장하고 수질과 대기 오염 등을 수치와 복잡한 단위를 동원해 설명하다가도 어느새 법과 제도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저자의 환경전문기자라는 일은 그렇게 자연과 법의 테두리까지 나라와 국경을 넘어서는 그런 일이었었다고 말한다. 저자가 10여 년 전부터 주제별로 분류해서 컴퓨터에 저장하기 시작하였던 수많은 이슈들 속에는 정부나 환경 단체의 보도 자료와 보고서, 전문가들의 발표 내용과 논문들, 국내외 언론의 보도 내용, 환경 관련 서적들의 넘치는 정보를 이슈별로 정리해두었다고 한다.

 

 이러한 작업이 바탕이 되어서 <에코사전>이라는 책까지 쓰게 됐다고 한다.

 

  현실의 급박하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우리는 하나라도 놓치면 다음 날은 더 많은 것들을 다시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야한다. 그렇게 하는데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놓치면서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마냥 조바심내서 급한 마음으로만 세상살이를 위해 정보를 찾아 허둥댄다. 그래야만 이 세상살이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작은 지푸라기라도 하나 잡을듯한 그런 심정으로...

 

  20여 년간 한 우물만을 판 저자의 끈기에서도 놀랍지만, 각 이슈별로 잘 정리된 자료들을 이렇게 책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해, 특히 생각하는 십대를 위해 내 놓은 저자의 그 마음씀씀이에 놀랍기까지하다. 화보집을 보는 듯한 생생한 사진과 함께 현실의 세계에 맞춰진,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설명자료는 심하게 길지 않아서 더 부담없이 책장을 넘기기에도 부담이 없다. 글로 아무리 많이 읽고 세세한 설명을 접해본다 해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상상해볼 수도 없는 기상이변이나 환경문제에 대해서 생생한 사진은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의 위력이 어느만큼 큰 것인지를 책을 접해보는 모든 이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지구라는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우리만 잘 살면 안되는 존재라는 것을 익히 배워서 알고 있다. 그렇게 환경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환경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는 이 때에, 내 아이들이 그들이 살아갈 미래의 환경을 지금 현재에는 어떻게 보존하고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그 심각함을 아주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래본다. 나 역시 실감하지 못했으며, 그 심각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의 소중한 동료들이 이 지구에서 하나씩 없어져 가고 있다는 현실을 이젠 직시해야 할 때라는 것을 실감했으니, 이 책은 환경사전이 아니라 에코사전이라 했다는 저자의 깊은 뜻인 환경이나 생태와 관련된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만 이 책을 쓰게 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환경과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와 미래 세대가 살아가야 할 터전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고,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 사람을 생각하고, 미래 세대를 배려하며, 다른 생물 종까지도 보호하려는 뜨거운 가슴이 있어야 하기에 '환경 용어 사전'이 아닌 '에코 사전'으로 이름을 붙였다는 것을 알고 기후변화와 사막화에 대한 사진을 접하면서도 오아시스같은 소중한 물 하나를 만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청소년을 위한 자신을 위한 삶을 살으라는 것이 아닌 우리 지구를 사회를 위하는 삶이 비로소 내가 행복질 수 있다는 내가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런 의미 있는 책을 만날 수 있는 행운에 그저 감사하다.

 

 

 

2014.10.12. 소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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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에도 풍경은 있다 - 길에서 만난 인문학, 생각을 보다
김정희 지음 / 북씽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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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앞으로 나아가는 길만 바라보고 살았다. 그것이 길인 줄 알았다. 나의 인생의 길은 그렇게 직진 또는 무작정 앞으로 전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나의 삶의 방법, 삶의 모습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돌아가는 길'이라니 벌써 나에겐

돌아가는 길을 눈여겨 보아야 할 나이였던가 그런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찬찬히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메세지다.

 

올해 추석은 슈퍼 문으로 보름달이 컸다고 한다. 추석 당일보다 추석날 다음 날에 더 큰 슈퍼 문을 봤었던 것을 기억하며, 달빛을 벗 삼아 걷기라는 저자의 한 페이지을 읽는다. 근처 사는 지인을 만날 겸 해서 걷게 되는 길이 지리산 둘레길이라했다. 숙소인 중왕마을 순이네에서 등구재를 거쳐 금계마을까지 걷기로 한 3코스 전체는 약 19킬로미터 정도를 걸어야 하지만 숙소가 위치하고 있는 곳에서 시작하면 대략 10킬로미터 정도. 상황마을의 다랑이논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고 등구재로 올라가는 입구부터의 흙길을 걸으며 쏟아지는 저자의 마음 속에 담겨있는 책 속의 구절들이 줄줄이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거북등을 닮아 이름 붙여진 등구재, 경북 창원마을과 전북 상황마을의 경계가 되고, 인월장 보러가는 길, 새색시가 꽃가마타고 넘던 길. 마을과 마을, 그리고 사람을 이어주었던 길 그 길의 높은 곳에 올라 임철우의 <달빛 밟기>를 기억속에서 끄집어내 알려준다. 밤길의 묘미는 무엇보다 달빛 구경이라고 했던 옛 선비들은 주로 물가에서 달빛을 즐겼는데 하늘에 떠 있는 달빛과 그 달빛이 투영된 강물의 조화야말로 풍류의 좋은 소재가 아닐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풍류를 즐기면서 빠지면 안되는 것은 역실 술일터,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라는 달타령이라는 노래에서도 등장한 달을 사랑한 시인인 이태백의 <월하독작> 시까지 겸하여 선물받는다. 정약용의 <월파정야유기>에서 배를 타고 한강가 월파정에서 달놀이를 했다는 장면, 다산은 멋진 풍경을 보고 시를 짓자는 사람에게, 눈살을 찌푸리고 수염을 꼬면서 어려운 시를 짓는 것이 월파정의 풍경에 맞지 않는다며 술을 실컷 마셨다는 기록을 남기기까지 월산대군의 제천정에서 달놀이를 즐기며 <제천완월>이라는 글까지 더불어 감상하게 된다. 달 밝은 밤이면 마당에 나와 앉아 피리를 불었다고 하는 수필가 구활이 쓴 <풍류의 샅바>에서 임희지의 풍류에 대한 글까지 만나고 저자 김정희님을 따라 등구재를 내려온다. 이렇게 이 책의 마력은 저자가 따라가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로부터 과거와 소설속 때로는 시를 흥겹게 읊어보게 되는 그렇게 하면서 책 속으로 책 속에 있는 저자가 거닐 고 있는 그 풍광속으로 빠져들게 되기까지 숨돌릴 틈 없이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길을 따라 길이 끝나는 곳까지 오래도록 걸어가고 싶었던 유년의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저자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은 시작되고'에서는 김동률의 <출발> 노래를 들어며 길을 걸어보아야 할 것만 같았다.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작은 물병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정말 때 묻은 지도도 좋지만 이브 파칼레의 <걷는행복>이라는 책을 들고 걸오보는 것은 어떨지 저자는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산티아고길에서 많은 모티프를 따왔다고 하는 제주의 올레길의 서명숙 이사장은 산티아고를 홀로 걷다가 고향인 제주에서 걷는 길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산티아고 기행기는 많지만 그 중에서 김남희의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여행>은 여자라면 제목부터 동질감을 느끼게 될것이라고, 그리고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를 읽으며 "산이 높다는 걸 알기 위해 산에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라는 구절을 읽으며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를 읽어보기로 다짐도 해본다. 그렇게 이 책은 이브 파칼레의 <걷는 행복>을 거쳐 다시 첫차를 기다리게 되는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까지 다다른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사평역, 남평역에서 그 흔적을 느낄 수는 있을것이나 여행을 통해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면 그 어느 곳이라도 사평역일 수 있고 이상향일 수 있다.

 

길을 걸으며 그렇게 나는 저자의 발걸음따라 같이 걸으며 옛사람들의 흔적을 같이 찾을 수 있었으며 그 장소에 대한 과거에서 현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났다는 삶의 여유와 깨달음을 저자의 끝없는 책 속의 이야기 그 책 속의 또 다른 이야기터널속에서 자꾸만 빨려들어가는 몽롱한 여행, 하지만 어느 길 위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그 설레임이 좋았던 책읽기 시간이었다.

 

 

 

2014.9.15.소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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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한자 여행 1호선 - 역명에 담긴 한자, 그 스토리와 문화를 읽다
유광종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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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지하철 1호선을 개통한 지 4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있는 해이기도 하다. 하루 약 800만 명 가까운 인구가 이용하는 지하철과 수도권 전철의 역명의 대부분은 한자다. 동네의 이름에서 유래한 역명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일정한 배경을 지니고 발전한 것도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지하철 1호선에 대한 추억은 아주 오래전 학창시절부터이다. 수 십년전, 그때는 지하철이 4호선까지 있었을 때이다.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학교 시험이 끝나면 새롭게 외울 건수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친구들과 함께 지하철 1호선의 역명을 서울역부터 의정부까지, 서울역부터 인천까지, 서울역부터 수원까지 역명을 차례대로 외우기 내기를 하기도 했었다. 내기에 이기면 신나하면서도 사실 지하철 1호선의 역명은 왜 그렇게 지었을까에 대해 친구들하고 의견을 모아보기도 했었는데, 그 시대에 우리들의 지식으로는 왜 그런 역명이 나왔을까에 대해 동네 이름을 갖다 붙였던 이유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동네이름도 아닌 것들은 도대체 어떤 연유로 그러한 역명을 짓게 되었는지 도무지 알아낼 수가 없어서 궁금증만 더해갔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동네이름은 왜 그 동네 이름이 지어졌을까를 어느 한 친구가 질문을 던졌고 그렇게 그렇게 우리들의 작은 내기에서 시작한 지하철 1호선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보태기만 더해갔을 뿐이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우리도 지하철 1호선의 역명이 왜 그 이름으로 지어졌는지 알게 될것이라고 호언장담했었는데... 역시 먼 미래는 나름대로 장담을 해도 되었던 듯 하다고 생각을 하게 됨을 바로 이 책을 만나게 될 것을 미리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스스로의 웃음속에서 답을 찾아본다.

 

한글창제 이후부터 우리나라는 한글시대를 살아왔지만, 그 보다 더 오랬동안 사용해왔던 한자의 뿌리는 한글에서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 많으니 우리가 한글로 보고 배우며 사용하고 있는 한글은 또한 깊이 들여다 보면 한자의 맥을 같이 부여잡고 있는것을 발견할 수 있으니 특히 지하철 1호선의 역명을 보면 그 곳에서 특히나 한자의 필요성을 알게 된다. 지하철과 전철의 역명을 통해 한자를 익히는 방법까지 이 책이 우리들에게 주고자 하는 바는 참으로 많다. 한자가 '스토리의 바다'와 같다고 하는 저자의 말처럼 아주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이 책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역을 통하여서 '인의예지'를 중요시했던 조선시대의 유교사상을 알 수 있으며, 학창시절 친구들과 '남영'역에 대한 수수께끼는 풀어내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 만난 수수께끼같은 실타래를 풀어보자면 지명에 '영營'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군대가 머물렀던 곳이라고 하여 '남영'이라 하면 서울 남쪽의 군대 주둔지였다는 뜻으로 조선 말, 또는 구한말 무렵부터 남영으로 불렀던 점이 분명하다며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을 세운 진나라의 수도인 지금 중국의 셴양의 이야기를 통하여 짚어준다. 또한 '영등포'를 짚어보자면 서울시가 여의도 권역을 개발하면서 함께 번창의 흐름을 탔던 곳인 값싸고 맛있는 음식이 많았고 이곳을 거쳐 가는 인구가 많아 서울의 서남권역에서 가장 유명해진 지역이며 한강에 붙어 있어 포구를 의미하는 '포浦'라는 글자가 들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지만, '영등永登'이라는 글자의 조합을 알아보기 위해 임진왜란의 기록 경남 거제도에 있는 '영등포'라는 지명과 중국의 서북부 간쑤라는 성에 있는 '단현'의 존재를 통하여 '영원히 풍성한' '길이길이 번창하는'의 뜻과 함께 인재를 쓰는 일인 '등용登用' 적재적소에 좋은 인재를 마땅한 곳에 등용하는 일이 국가와 사회의 운용에는 가장 중요한데 영등포를 지날 때면 건너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늘 시야에 넣으며, 조선 때 도둑을 막기 위해 각 마을마다 설치한 게 '里門이문'이라고 했다는 것에서 장소가 지명으로 변한 곳인 지금의 '신이문'역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의 필연적인 공존의 의미를 되새김질해보게 된다.

 

조선으로 구한말로 때로는 중국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역명의 지명에 대한 유래를 찾아 떠나는 한자여행의 즐거움이 한글과 한자의 조합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소 흥미를 잃을 수 있으나 붙잡고 역사속으로 여행을 떠나다보면 책을 놓치 않고 기나긴 1호선의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2014.9.10. 소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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