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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불멸의 신화
조정우 지음 / 세시 / 201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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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를 통해 알게 되었던 조정우님이 이번엔 이순신 불멸의 신화를 이 세상에 내 놓았다. 1800만명이라는 관객수를 자랑하고 있는 '명량'이라는 영화가 한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 때에 말이다.
박경리님의 대하소설 <토지>라는 책이 16권인데 그 집필하는 기간이 무려 2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소설이 근 현대의 소설인데도 답사하고 글을 쓰고 또 답사하고 그렇게 세상에 내어놓은 것이 무려 강산이 두번이 넘게 바뀌는 세월을 거쳐서 나왔다는 말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위대하게 생각되었던 적이 그 기억이 사실 멀지 않다.
그러한 기억을 갖고 있는 나에게 우리들의 영웅, 대한민국의 영웅 임진왜란의 영웅인 이순신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니 그 집필기간은 도대체 얼마나 걸렸을까를 생각하는 나는 도대체 역사소설의 묘미보다는 글의 집필기간에 더 관심이 많은 어쩌면 그 과정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라고 얼버무려본다. 사실 책을 읽고 그 감동을 그 느낌들을 적으면서도 그 시간들이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내어 놓는다는 것이 때로는 무척이나 힘들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의 독후감이나 리뷰는 음식을 먹고 난 후의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소화 시키는 과정이라고 하니 이 또한 게으르지 않도록 항상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갑자기 삼천포로 빠진듯한 이 느낌? 각설하고.
우리가 조금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소설이나, 근대에 가까운 소설들을 작업하기에는 아무래도 조사 기간도 훨씬 수월할 듯한데, 역사소설이라니 무려 400여년이 훨씬 지난 임진왜란 때의 소설은 도대체 어떻게 탄생할 수 있는가? 단순한 역사적 자료를 찾아본다고 해서 금 나와라 뚝딱! 하듯이 역사소설이 탄생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여튼, 소설, 그 중에서 역사소설을 쓰기 위해서 2년여의 자료수집으로부터 집필 완료기간까지 그 노고를 가늠할 수 있기에 그 집필기간에 연연하게 되었나보다.
훌륭한 글은 글을 읽으면서도 눈 앞에 그 광경이 그려지도록 쓴다고 하였다는 말이 얼핏 떠오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했다. 호랑이 눈썹, 부리부리한 눈, 우뚝 솟은 코, 제비턱, 용수염의 팔 척장신 사내는 전라좌수사 이순신이었다고 표현해준다. 푸른 철릭을 입은 군관이 이억기와 남공심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소인은 군관 나대용이라 하옵니다."
거북선을 설계한 나대용이었다.
<중략>
"거북선은 기존의 동철보다 훨씬 튼튼한 동철 합금을 씌워 대포의 포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사옵니다."
천자포가 아니라 자자포의 위력을 만나고 또한 거북선을 설계한 나대용의 생김새도 상상속으로 그려볼 수 있도록 묘사되어 있음이 개인적으로 이 책을 더 매력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대목이었다.
박정희 대통령때에 비로소 수 백년의 세월속에서 세상 밖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에 돌아 온 그 이름 '이순신'
"일렬, 발포하라!"
정자진 일렬의 판옥선에서 백여 문의 대포가 천지를 진동시킬 듯한 굉음을 내며 불을 뿜었다. 앞장서 돌진해 오던 세 척의 아타케부네가 화염에 휩싸였다. 공포에 질린 왜군이 진격을 멈추자, 구르시마 미치유키가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돌진하라! 50보 안으로 나아가야 이길 수 있단 말이다!"
수 척의 아타케부네가 돌진해 오자, 이순신이 다시 외쳤다.
"이열, 발포하라! 일렬, 우현으로 회전하라!"
<79페이지 사천해전 중에서>
사천해전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던 해전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상상속 사천해전을 그려보게 되었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미리 계획되었다 하더라도 이열 발포, 일렬 후현으로 회전하는 그 명령에 움직였을 우리 조선 군대들의 그 배의 움직임이 참으로 장관일 듯하다.
소설이 인생의 전반적인 면을 다루고 있어 어쩌면 자기계발서나 그런류의 책들보다는 인생의 심오한 깊이가 더 강하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고 난 후의 그 '앓이'는 아직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앓이'가 겁이나 소설류의 책은 의도치 않게 접하지 않았다가 읽어보지 않으면 후회할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 읽게 되었던 '이순신 불멸의 신화' 한산,명량, 노량대전에서의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의 전술을 최초로 밝힌 역사소설인 이 책을 맞이했던 시간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소설! 그 '앓이' 앞에서도 잘 쓰여진 소설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그 재미앞에 무너졌음이 다행이다.
2014.10.13. 소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