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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한자 여행 1호선 - 역명에 담긴 한자, 그 스토리와 문화를 읽다
유광종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는 지하철 1호선을 개통한 지 4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있는 해이기도 하다. 하루 약 800만 명 가까운 인구가 이용하는 지하철과 수도권 전철의 역명의 대부분은 한자다. 동네의 이름에서 유래한 역명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일정한 배경을 지니고 발전한 것도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지하철 1호선에 대한 추억은 아주 오래전 학창시절부터이다. 수 십년전, 그때는 지하철이 4호선까지 있었을 때이다.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학교 시험이 끝나면 새롭게 외울 건수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친구들과 함께 지하철 1호선의 역명을 서울역부터 의정부까지, 서울역부터 인천까지, 서울역부터 수원까지 역명을 차례대로 외우기 내기를 하기도 했었다. 내기에 이기면 신나하면서도 사실 지하철 1호선의 역명은 왜 그렇게 지었을까에 대해 친구들하고 의견을 모아보기도 했었는데, 그 시대에 우리들의 지식으로는 왜 그런 역명이 나왔을까에 대해 동네 이름을 갖다 붙였던 이유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동네이름도 아닌 것들은 도대체 어떤 연유로 그러한 역명을 짓게 되었는지 도무지 알아낼 수가 없어서 궁금증만 더해갔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동네이름은 왜 그 동네 이름이 지어졌을까를 어느 한 친구가 질문을 던졌고 그렇게 그렇게 우리들의 작은 내기에서 시작한 지하철 1호선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보태기만 더해갔을 뿐이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우리도 지하철 1호선의 역명이 왜 그 이름으로 지어졌는지 알게 될것이라고 호언장담했었는데... 역시 먼 미래는 나름대로 장담을 해도 되었던 듯 하다고 생각을 하게 됨을 바로 이 책을 만나게 될 것을 미리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스스로의 웃음속에서 답을 찾아본다.
한글창제 이후부터 우리나라는 한글시대를 살아왔지만, 그 보다 더 오랬동안 사용해왔던 한자의 뿌리는 한글에서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 많으니 우리가 한글로 보고 배우며 사용하고 있는 한글은 또한 깊이 들여다 보면 한자의 맥을 같이 부여잡고 있는것을 발견할 수 있으니 특히 지하철 1호선의 역명을 보면 그 곳에서 특히나 한자의 필요성을 알게 된다. 지하철과 전철의 역명을 통해 한자를 익히는 방법까지 이 책이 우리들에게 주고자 하는 바는 참으로 많다. 한자가 '스토리의 바다'와 같다고 하는 저자의 말처럼 아주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이 책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역을 통하여서 '인의예지'를 중요시했던 조선시대의 유교사상을 알 수 있으며, 학창시절 친구들과 '남영'역에 대한 수수께끼는 풀어내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 만난 수수께끼같은 실타래를 풀어보자면 지명에 '영營'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군대가 머물렀던 곳이라고 하여 '남영'이라 하면 서울 남쪽의 군대 주둔지였다는 뜻으로 조선 말, 또는 구한말 무렵부터 남영으로 불렀던 점이 분명하다며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을 세운 진나라의 수도인 지금 중국의 셴양의 이야기를 통하여 짚어준다. 또한 '영등포'를 짚어보자면 서울시가 여의도 권역을 개발하면서 함께 번창의 흐름을 탔던 곳인 값싸고 맛있는 음식이 많았고 이곳을 거쳐 가는 인구가 많아 서울의 서남권역에서 가장 유명해진 지역이며 한강에 붙어 있어 포구를 의미하는 '포浦'라는 글자가 들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지만, '영등永登'이라는 글자의 조합을 알아보기 위해 임진왜란의 기록 경남 거제도에 있는 '영등포'라는 지명과 중국의 서북부 간쑤라는 성에 있는 '단현'의 존재를 통하여 '영원히 풍성한' '길이길이 번창하는'의 뜻과 함께 인재를 쓰는 일인 '등용登用' 적재적소에 좋은 인재를 마땅한 곳에 등용하는 일이 국가와 사회의 운용에는 가장 중요한데 영등포를 지날 때면 건너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늘 시야에 넣으며, 조선 때 도둑을 막기 위해 각 마을마다 설치한 게 '里門이문'이라고 했다는 것에서 장소가 지명으로 변한 곳인 지금의 '신이문'역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의 필연적인 공존의 의미를 되새김질해보게 된다.
조선으로 구한말로 때로는 중국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역명의 지명에 대한 유래를 찾아 떠나는 한자여행의 즐거움이 한글과 한자의 조합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소 흥미를 잃을 수 있으나 붙잡고 역사속으로 여행을 떠나다보면 책을 놓치 않고 기나긴 1호선의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2014.9.10. 소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