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달력 2
장용민 지음 / 시공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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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워드 레이크는 촉망받는 역사학자였다.

향후, 미국 역사학계의 장래까지 거론될 정도로 명성을 쌓고 있던 그는 사랑스러운 아내 헬렌과의 사이에서 어여쁜 딸 제레미를 얻으며 최고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가장 행복한 순간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던가. 딸 제레미가 행방불명 되고 만다.

레이크와 헬렌은 경찰에게 맡기고 매일매일 기도하는 나날을 보냈지만, 두달이 넘도록 뉴욕 경찰들은 어떠한 단서도 잡아내지 못하자 레이크가 직접 딸을 찾아 나서기에 이른다.

모든 능력과 초인같은 의지를 발휘한 하워드 레이크는 결국 사건의 범인을 스스로 검거하는 일을 해내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딸 제레미는 차디찬 주검으로 변한 뒤였다.

결국 이 사건으로 헬렌은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입어 정신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고, 하워드 레이크는 자신이 하던 모든 일을 내려두고 사설탐정이 된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한 의뢰인이 찾아온다.

의뢰인인 여인은 하워드에게 자신의 딸 '엠마' 의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딸처럼 누군가에게 납치되었던 엠마는 무수한 상처자국과 함께 구사일생으로 집으로 돌아왔으나,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엠마가 집으로 돌아왔을때 했던 첫 마디는 사람의 이름이었다고 했다.

그 이름은 '새뮤얼 배케트' .

 

하워드 레이크는 이 정체불명의 여인으로부터 이름 하나만으로 사람을 찾아달라는 황당한 의뢰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새뮤얼 배케트라는 인물의 뒤를 밟아가면서 뭔가 이상한 점들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지구의 멸망에 관계된 무언가에 한발 한발 다가가게 된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이라는 놀라운 소설을 선보였던 장용민이 오랜 세월동안 웅크린 끝에 엄청난 스케일의 대작을 완성했다.

마치 미국의 장르소설들처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이 큰 스케일의 작품은 퍼즐을 하나씩 짜맞추는 미스테리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주제는 결국 인간의 종교에 직결되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있다는 점에서 [다빈치 코드] 와 [천사와 악마]의 '댄 브라운'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두개의 큰 축 중 하나는, 

'새뮤얼 배케트'는 누구일까?' 라는 의문을 갖고 그 뒤를 쫓는 하워드 레이크와 그에게 일어나는 일들이고,

두번째는 주인공인 하워드 레이크가 끊임없이 되뇌이는,

'신을 믿습니까?' 라는 의문일 것이다.

 

'새뮤얼 베케트' 라는 인물을 보면, 단순히 어떤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서로가 대화하는 시퀀스들로만 이루어졌지만, 큰 파장을 불

러 일으켰던 영화 [맨 프롬 어스 The Man From Earth] 라는 영화가 곧바로 떠오른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새뮤얼 베케트' 라는 인물을 창조해내고, 작품의 얼개를 짤때 어느정도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작가가 전 이 영화 몰라요, 그럼 할 말은 없다.)

 

잠깐 이 영화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1만 4000년. 즉 인류가 시작되던 순간부터 현대까지 죽지않고 살아왔던 한 인간이 있었다. 그 인간이 바로 어떤 학교의 선생이었다. 그는 불멸이라는 속성 탓에, 한 지역에서 몇년 이상 머물지 않는데, 이번 직장의 동료들에게는 자신이 불멸의 존재라는 사실을 어떠한 가정법을 통해 밝혀준다.'

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축적해온 엄청난 지식과 지혜를 통해 그 자리에 모였던 동료 교사들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자신이 불멸의 존재이고, 그들이 '예수' 라 부르며 신의 아들이라 믿는 존재의 발자취도 실은 자신의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들에게 '불가침의 영역' 을 건드린 것이다.

 

이 부분때문에 [맨 프롬 어스] 라는 작품이 미국 종교사회 안에서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고 알고 있고, 아마 국내에 수입되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도, (극단적인 나의 생각이지만) 국내 종교단체의 압박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거의 예술영화 수준이어서, 그게 아니더라도 배급사들이 수입할 생각조차 안했을수도 있다. ^^

 

다시 [신의 달력] 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작가는 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정보수집을 하고, 그 정보들은 이야기 안에 짜넣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음이 분명히 느껴진다. 이 정보들은 분명 단순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디테일하고 정밀한 정보들은 톱니바퀴처럼 어우러져 이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조금 아쉬운 점은 역시, 지나치게 획일화된 플롯에 있을 것이다.

사실, 이야기의 얼개는 '다빈치 코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헐리우드 영화식 구성' 을 모범답안처럼 차근차근 쫓아간다.

 

의문이 등장하고, 의문을 쫓기 시작하면, 단서들이 툭툭 떨어지고, 음모가 있고, 적들이 있으며, 반전이 있고.

결국 이런 작품의 재미는 단서간의 유기성과, 음모의 참신성과 현실성일 것이다.

참신하고 현실적인('아 이럴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의) 음모를 통해, 단서들이 유기적으로 배치되면, 굳이 뒷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는 안타깝게도 단서간의 유기성이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또한, 인물간의 갈등이나 관계성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헐거운 느낌이다.

도입부는 좋았으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자신이 만든 거대한 스케일의 압박때문인지, 캐릭터의 매력은 점점 떨어져간다.

특히, 2권째에 진행되는 내용들은 좀 생뚱맞다고 생각되는데, 결국 극의 초반과 후반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단서와 단서간의 연관성이 이야기와 인물에 의해 착 달라붙는 것이 아니라, 사건과 정보에 의한 연관성으로 모아지기 때문일수도 있을 것 같다.

 

[신의 달력] 이라는 이 작품은 생각보다 책장이 굉장히 잘 넘어가는데, 이야기가 감칠맛난다기 보다 흥미로운 정보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정보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들이 가득하다.

작품을 놓고 봤을때는, 그 방대한 정보들과, 그 정보들을 담으려 하는 작가의 과욕이 조금은 독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고 봤을때도, 이 작품은 꽤나 재미있다.

영화 [맨 프롬 어스]가 떠오르고, [만들어진 신] 의 '리처드 도킨'스 같은 인문학자가 보면 펄펄 뛸 행보를 보여주지만, '새뮤얼 배케트' 라는 인물 또한 흥미롭다.

위에 언급했던 헐리웃식의 플롯도 모범적으로 따라가고 있기때문에, 이야기의 통일성이나 완성도도 좋은 수준이다.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출신 답게, 묘사나 서술도 시각적이고, 진행도 스피디 하여 읽는 맛은 충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소재들로, [다빈치 코드] 못지 않는 팩션을 우리작가가 만들어 냈다는 점 또한 자랑스러워 할 만 하다.

 

책을 덮은 뒤에, 나 역시도 고민했던 이 주제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일단 신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과연 신은 정말 인류의 탄생과 멸망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인간'이 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만든 것 처럼,

인간들의 집단인 '인류' 역시 태어났기에, 언젠가 반드시 멸종되도록 만들어 놓으셨을까?

 

아, 배고파.

밥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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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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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명륜동. 평범한 여교수가 목을 멘 시신으로 발견된다.

어떠한 저항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기에, 여교수는 자살한 것으로 결론지어진다.

하지만,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여교수는 앉은채로 목이 졸려 있었던 것이다.

과연, 사람이 앉아서 자살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그냥 일어서기만 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데, 그 생존욕구를 이겨내고 죽어갈 수 있을까?

종로 경찰서의 목반장은 본능적으로 사건의 냄새를 맡았지만, 타살의 어떠한 징후도 발견할 수 없었기에,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혼자 사건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여교수 김미진의 장례식에 들른 이정수라는 남자를 발견한다.

국제적인 핵융합 원자로 연구단체 ETER 에서 핵심적인 기술의 연구를 맡고있는 이정수는 죽은 여교수 김미진과 절친한 사이였다.

목반장으로부터 김미진의 시신 발견 당시의 정황을 들은 이정서 역시 타살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수사에 협조하게 된다.

 

김미진의 유품인 컴퓨터의 데이터를 살펴보던 정서는 김미진이 절친한 사이였던 사학과교수 한은원과 공동으로 연구하던 것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동으로 연구하던 과제는 다름아닌 과거에 있었던 행성배열에 대한 것이었다.

바로 [단군세기] 에 나와있는 기록인 태양계의 다섯 행성의 일자배열에 관한 부분을 시뮬레이션 한 기록을 찾아내고, 죽은 김미진과 한은원이 곰과 호랑이의 단군신화로 치부된 고조선의 진정한 역사를 찾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었던것이다.

이정서는 김미진의 죽음에 그것이 연관되어있음을 눈치채고, 목반장과 함께 한은원의 행방을 수소문한 결과, 한은원이 중국에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그러던 도중, 한은원이 자신에게 남긴 듯한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고, 이정서는 사건의 중심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김진명 작가의 최신작인 '천년의 금서' 는 한국 사학계에서 정사로 받아들여지지 않고있는 '환단고기(한단고기)' 중 [단군세기] 라는 책에서부터 시작된다

 

한국의 고대사에 대한 부분은 예로부터 많은 관심과 주변국들의 공격을 받아왔던 부분이다.

김진명 작가는 초기작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에서부터 끊임없이 한국의 고대사에 대한 부분을 조명해 왔다.

'환단고기(한단고기)' 에 약 5000여년간의 치세 기록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배달국'과 '환국'이다.

(이 저서는 20세기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며,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어 현재 한국 사학계에서는 위서로 치부되고 있다. 이 저서에 행성의 일자배열과 조수간만의 특이한 변화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작가는 이 일자배열과 조수간만의 변화가 당시에 실제로 일어났음을 증명해낸다면 환단고기라는 저서 자체의 신빙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천년의 금서' 의 한 축이기도 한 '한은원' 은 "왜 우리나라의 이름을 지을때 '대한제국' 이라 지었었을까? "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대한민국. 한국의 한韓은 과연 어디서 온 한일까?

분명 중국의 그 한나라는 아닐 것임은 분명하다. 조선의 국왕이 나라 이름을 짓는데, 중국의 나라이름을 계승할리는 없지 않은가?

 

'고구려' 는 '고려'를 계승한 이름이다. 고구려처럼 기세를 떨치기 위함이었을 터다.

'조선' 은 '고조선' 을 계승한 이름이었다.

그런데, '대한제국' 은 왜 하필 한반도의 아주 작은 연합체였던 '삼한(마한 진한 변한)' 의 이름을 계승했을까?

일제시대 전인 고종시대에는 '삼한' 이 계승했던 고대'한' 에 대한 기록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이야기는 결국 한국의 뿌리는 어디일까? 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김진명이라는 작가를 말하면, 언제나 들먹이는 단어들이 있다.

애국, 애족주의, 민족주의, 국수주의...

아름다운 단어들이지만,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나름 진보주의자라 칭하는 것들의 입에서 새어나올때는 공산주의, 사회주의보다 부정적 의미를 담은 단어가 되고 만다.

 

개인적으로, 나도 지나친 애국, 애족주의나 민족주의, 그리고 그것이 극단적으로 치우쳐지는 국수주의, 나아가 군국주의로 변질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애국, 민족주의라는 단어는 쉽게 쓰여지고, 지나치게 신봉되어도 안되지만, 배척당하거나 무시당할 성질의 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민족의 자긍심과 아름다움을 찾아내자." 는 얼마든지 지향되어야 하지만,

"우리민족을 얕보는 것들은 모두 추방하자." 는 절대로 지양되어야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전통을 널리 알리자." 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세상 다른 민족들보다 우리 민족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증명하자." 는 확실히 몰아내야 한다.

 

김진명이라는 작가의 수많은 저서들은, 언제나 지향되고 존중받을만한 메시지들로 충만했고, 여전히 충만하다.

특히, '황태자비 납치사건' 에서는 '화해와 용서' 에 대한 메시지를 당당하게 내밀었었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민족주의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비난도 받았었다.)

이 작품 역시, 분명 애국,애족주의로 비판당할 부분은 분명 존재하지만, 한국 사학계의 잘못된 점 역시 날카롭게 지적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탐욕스러운 국가에 둘러쌓여 있는 우리에게는 분명 애국, 애족, 민족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그 민족주의의 발로가 혼혈아를 차별하거나, 재외동포에 무관심하거나, 우리 민족을 욕한 외국인을 찾아 성토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광장에 모여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외국에서 활약하는 스포츠 스타들을 응원하고, 광복절날 태극기를 망토처럼 펄럭이며 오토바이로 폭주하는 것으로 착각해서도 안된다.

 

우리의 역사를 똑바로 알고, 외국인에게 또박또박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우리나라를 잘 모르고, 한 면만 보고 욕하는 외국인에게, 우수성과 아름다운 점들을 보여주고 안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우리나라에 어떤 세계문화유산이 있는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월드컵 4강에 오르고, wbc 준우승에 빛나지만, 혼혈아가 차별당하고, '미수다'에 나오는 외국인들이 좋은말을 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 재외동포인 젊은 연예인이 마녀사냥처럼 악플에 시달리다가 씁쓸하게 출국한 일련의 사건들이 안타깝게 다가오는 것은 그것 때문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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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기록 안녕 고양이 시리즈 1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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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어렸을때, 할아버지댁에 가면 언제나 고양이가 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어찌나 고양이를 예뻐하셨던지, 직접 멸치를 갈아 밥에 비벼서 내 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장독대 위에는 크고 토실토실한 노란둥이가 언제나 화분들 틈에서 햇볓을 쬐고 있었다.

딱히 기억이 없는 걸 보면, 나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귀염을 떨었던 것 같지는 않다.

언제나 그냥 도도하게 있을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내게도 고양이가 한마리 생겼다.

할아버지의 영향이었는지, 나도 고양이가 개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개는 별로 키우고 싶지 않았지만, 고양이는 언젠가 키우고 말거라는 의지가 있었고, 우연히 친구의 지인의 분양으로 1살이 조금 안된 러시안 블루 수컷을 분양받았다.

 

전 주인이 '다얀' 이라 이름붙였던 이녀석은, 아주 예쁜 울음소리와 우아한 몸동작, 늘씬하고 미끈한 몸매를 가진 미묘였다.

온지 몇개월만에 요도염이 걸려, 엄청난 병원비를 내게 떠안기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는, 가끔 집을 뛰쳐나가 애태웠던 것 말고는 딱히 큰 말썽 없이 잘 지내주고 있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이 책은 왠만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미 너무나 유명한  '구름과 연어 혹은 우기의 여인숙' (http://gurum.tistory.com/category/길고양이%20보고서 ) 이라는 블로그의 한 카테고리인 '길고양이 보고서' 에 기인한다.

블로그를 통해 출판계약에 대한 글들이 소소하게 오르곤 했었는데, 이렇게 정말 지면으로 만나보니 더욱 반갑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고양이를 싫어한다. 오죽하면 고양이 앞에 '도둑'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할까.

이 책에도 나오지만, '보이는 족족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 이유없이 증오하는 사람들도 많다.

잔인한 생명경시 풍조와 연관되는, 이 이유없는 증오는 과연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때문에, 우리 다얀이가 집밖을 나갈까봐 언제나 노심초사하고,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막아놓은 사태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는 이렇게 냉혹한 한국의 거리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이 '도둑 고양이' 라 불리며 힘겹게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속에 녹아있는 길고양이의 삶은 여느 생명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고통과 슬픔, 태어남과 죽음, 행복과 불행, 나눔과 공존.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이 그러하듯, 고양이들 역시 인간과 공존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냉혹한 편이다.

한때는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급속한 경제성장과 여러 격동의 시기를 겪으면서 민족성 자체가 변질되었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모습은 도시의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나에게 조금만 손해가 끼쳐도 격분하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 쓰레기봉투를 뜯고 이성에게 구애하는 고양이의 행위 자체가 죽여버려야 할 정도의 죄악일 터다.

 

이 책에는 그리스와 일본, 그리고 라오스의 고양이들이 언급된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작가의 싸이트에 들어가보면, 라오스 여행기 역시 살짝 공개되어 있다.

풍족하지 않지만, 자연과 공존하는 인간들의 모습은 적어도 한국인들보다는 관대해 보이는 것은 어쩔수 없을 터다.

 

통계에 비추어 볼때, 고양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애완동물이기도 하다.

고양이가 기분좋을 때 내는 가르랑 거리는 소리는, 인간에게도 좋은 효과를 주어 고통을 억제시켜 준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호스피스센터에서는 고양이를 기르도록 하기도 한다.

 

나 역시 고양이를 기르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애정이 많이 늘어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신은 인간을 만들기전에 동물들을 만들었다.

인간처럼 동물 역시 신의 피조물이다. 노아의 홍수때도 신은 커다란 방주를 만들어 모든 동물의 암수 한쌍을 태우도록 명하셨다고 한다.

 

어쩌면, 신은 인간에게 인간끼리의 공존,공생은 물론, 동물들과의 공존 공생 역시 하나의 큰 숙제로 내어준 것은 아닐까.

 

 

 

+ 이 책의 제목인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가 과연 누구에게 하는 인사일까, 궁금했다.

고양이가 인간에게 고마웠다고 하는걸까?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분명,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라고 인사를 하는 주체는 바로 저자였다.

 

결국 나도, 마루에 앉아 그루밍을 하는 다얀이를 보며, 하늘에 대고 인사할 수 밖에 없었다.

 

'저도, 고양이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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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워 시공그래픽노블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 지음, 최원서 옮김, 가브리엘 델 오토 그림 / 시공사(만화)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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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에서 이 작품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는 기사를 본지 어언 4개월.

거의 매일 각종 블로그와 온라인 서점을 들락날락 거렸고, 풀리기도 전에 예약구매를 덥썩 눌러버렸더랬다.

와- 세상에. 내가 정말 이렇게 번역되어 나온 한글판 시크릿워를 두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ㅠㅠ

감동의 도가니이다.

 

이 작품 안에서는 표지에 나와있는대로 '쉴드' 의 책임자인 닉 퓨리를 필두로 하여, 캡틴 아메리카, 울버린, 데어데블, 스파이더맨과 블랙위도우가 그 중심이 된다.

이야기의 서막은 '강철피부' 파워맨 루크 케이지가 장식하기도 한다.

마블코믹스는 물론 미국만화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혹할만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스토리는 솔직히, 마블유니버스와 미국만화의 방대한 세계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살짝 애매할 수도 있다.

미국의 만화산업은 기본적으로 우리와 일본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러한 방식은, 전의 다른 작품의 서평을 통해 남겼던 일본과 미국의 캐릭터의 이해와 활용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에서는 '캐릭터' 가 회사에 귀속되어 있다.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만화를 그릴 작가들을 고용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상품권과 2차 저작권은 회사에 귀속되고, 작품의 인세는 작가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다보니, 한 캐릭터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들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지사.

 

수십년간 이야기들이 쌓이다 보니, 캐릭터가 갖고있는 과거와 배경, 역사등이 섞여 오히려 캐릭터성을 깎아먹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그리하여, 회사는 이것을 정리하기 위해, 회사에 소속되어있는 캐릭터 전체가 소속되는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기에 이른다.

(사실, 훨씬 복잡한 사건과 계기들이 있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그것을 마블 유니버스 라고 통칭한다.

(물론 마블과 미국만화의 양대산맥인 DC역시 이러한 통합 세계관이 존재한다.)

 

마블 유니버스를 정립한 이후, 회사단위의 큰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의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여러 캐릭터들이 동시에 등장하는 크로스오버 프로젝트가 대유행한다.

 

이번에 시공사에서 발간된 '시크릿 워' 는 마블 유니버스의 대형 프로젝트이자 많은 인기를 얻었던 '시빌 워'의 전초전격인 작품이다.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자면,

 

어느날 갑자기, 파워맨 루크 케이지가 의문의 빌런으로부터 기습을 당해 치명상을 입고 만다.

미국 히어로들의 비밀결사인 '실드'의 수장 닉 퓨리는 병원에서 빈사상태로 삶과 죽음의 사이를 넘나들고 있는 루크 케이지를 보며 침통해 한다. 루크 케이지의 기습소식을 들은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 역시 병원으로 찾아오는데, 그 자리에 있는 닉 퓨리를 보자마자 격분하며 덤벼든다.

1년전.

닉 퓨리는 최근 지나치게 늘어나고 있는 첨단 장비로 무장한 악당들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악당들이 가지고 있는 최첨단 장비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금액으로, 그들이 왠만한 은행 몇개를 털어도 구하지 못할만한 장비들이었다. 닉 퓨리는 악당들에게 자금을 대주는 배후의 인물이 있음을 직감하고 함정수사를 펼쳐, 그 배후를 알아내기에 이른다.

그 배후는 다름아닌 닥터 둠의 국가인 라트베리아였다.

닉 퓨리는 정부에 공식 수사권을 요청하지만, 미국 정부는 외교적인 트러블을 이유로 그의 요구를 묵살한다.

결국, 그는 비밀리에 독단적으로 사건을 해결할 방법을 모색한다.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현재와 과거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이야기와, 총 동원되는 빌런들, 그리고 히어로들로 인해 눈이 굉장히 즐겁다.

대단위의 전투장면도 볼만하고, 일러스트같은 매 페이지 역시 눈을 사로잡는다.

  

후에, 국가는 히어로들을 컨트롤할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결국 초인등록법안을 통과 시키게 된다.

히어로들 사이에 이 법안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나뉘어, 결국 초인들간의 내전이 발발하고 마는데, 이것이 바로 '시빌 워' 이다

 

확실히 시공사의 번역은 아주 깔끔하고 인쇄상태도 대단히 좋다.

또한, 의성어나 의태어를 원판 그대로 영어로 둔 점도 돋보인다.

 

미국 만화는 컷에서부터 레터링, 말칸까지 모두 하나의 작품으로 간주한다.

책 표지에 스토리작가, 연필그림작가, 펜터치작가, 컬러작가와 레터링작가까지 소개된다.

(국내판에서는 생략되어 있지만, 원서에는 그렇다.)

때문에, 무성의하게 번역한 글자를 레터링도 하지 않고 프린트해서 덧붙이는 행위는, 작품을 망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을 세세하게 파악한 시공사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다음에 계속해서 출간될 '시빌워'와 '플래닛 헐크' 도 기대해본다.

어서어서 나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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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관람차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전작인 '악몽의 엘리베이터' 가 '엘리베이터' 라는 협소한 공간과 예기치 못한 상황속에서 터져나오는 사건과 사고들에 대한 고찰이었다면, 이번 작품인 '악몽의 관람차' 는 촘촘하게 짜여진 트릭과 캐릭터들의 관계속에서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전작인 '악몽의 엘리베이터' 와 달리, 이번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니나' 라는 여인에게 데이트 약속을 받아낸 '다이지로'.

다이지로는 니나와 함께 일본에서도 손꼽힐만큼 규모가 큰 관람차 안에 탑승한다.

니나와 다이지로가 탄 관람차의 캐빈이 정상에 올랐을 때쯤, 다이지로가 갑자기 니나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한다.

어리둥절한 니나에게, 폭탄이 든 서류가방을 보여주는 다이지로. 곧 이어 관람차의 주차장에서 차 한대가 전소될 정도 규모의 폭발이 일어나고, 관람차는 정지하게 된다.

그렇다.

다이지로는 니나는 물론, 관람차의 모든 승객들을 인질로 잡은 폭탄 테러범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폭탄테러의 주 타깃은 바로 니나의 아버지.

즉, 니나가 가장 중요한 인질이었던 것이다.

다이지로는 당대 최고의 성형외과 원장인 니나의 아버지에게 현금 6억엔을 요구한다.

 

왜?

무엇을 위해?

다이지로는 이런 어마어마한 인질극을 계획한 것일까?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지된 관람차. 다이지로와 니나가 갇혀있는 캐빈의 바로 앞과 뒷 캐빈에 타고 있는 두 남자와, 네 가족의 이야기가 섞여 나온다.

 

 

이야기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에 대한 회상장면이 등장하다가, 결국은 처음 일어난 사건보다 진전된 시간에서 결말을 내는 플롯을 가지고 있다. 확실히 연극과 영화의 배우이자 극작가였던 커리어 답게, 그의 작품은 효과적인 시각적인 묘사와, 영화적인 장치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다이지로의 과거 회상부분에서 부모님의 기억과 함께 등장하는 영화[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는 왠만한 영화기법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여러번 봤을 정도의 교과서적인 작품으로, 단순한 시퀀스와 묘사를 활용해 대단히 복잡한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를 표현해 낸 명 씬들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 안에서도, 작가인 기노시타 한타가 지극히 복잡한 갈등들을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들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그것들을 단순하게 표현하기 위한 공간으로 관람차의 캐빈을 선택했다.

 

각 캐빈 안에 들어있는 주인공들, 아사코의 단란한 네 가족과, 다이지로와 인질인 니나, 그리고 왕년의 명 소매치기였던 긴지와 그를 추종하는 하쓰히코. 이들 모두 각자가 내적인 갈등과 개인적인 갈등, 그리고 개인을 초월한 환경적 갈등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예를들어, 아사코는 살인 청부업자였던 자신의 과거와 그 과거를 버리고 싶어하는 갈등이 캐빈 안의 단란한 네 가족들을 통해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과거를 보듬어 안으면서 현재의 가족들을 지키고 싶어하는 환경적 갈등을 가지고 있으며,

다이지로와 홀로 죽은 다이지로의 형 니시이치로에 대한 연정과, 버리고 싶은 과거라는 개인적인 갈등이 뒤섞여 있다.

 

아사코는 이 모든 갈등들 때문에 결국 현재, 정지된 관람차의 캐빈 안에 가족들과 함께 들어있으며, 고소공포증인 남편과 어린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과거와 현재의 극심한 격차로 인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마치 흔들리는 작은 캐빈처럼 위태롭게 말이다.

 

그리고, 작가가 이들의 복잡한 갈등들을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회상' 이라는 도구를 가져왔다.

이러한 구조적 연출법 역시, 소설보다는 연극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많이 쓰여지는 방법으로 효과적이고도 빠르게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나 지나치게 재미를 추구했다는 점이랄까?

너무 스피디한 전개와 연출은 독자가 개입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단점은 비단 이 작품 뿐 아니라,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장르소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자 장점이다.

쉽게 읽히는 대신, 읽고 나면 남는것이 없다는 푸념은 괜한 것이 아닐터다.

 

'악몽의 관람차'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본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자라기 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한 소품과 같은 느낌이 크다.

그것은 빠른 이야기 전개를 위해, 캐릭터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행동들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함축적이고 실리적이었기 때문이다.

인물을 묘사할때는 물론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 표현이 효과적이겠지만, 때로는 독자가 인물들과 함께 생각하고, 고뇌하고, 고통스러워 하고, 불편해 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기도 하다.

 

어찌보면, 이러한 방식이 기노시타 한타가 스스로 작가의 역량을 실험해 보고 있다고 봐도 될 듯 싶다.

전작에서는 충분히 캐릭터의 묘사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편에서는 캐릭터와 호흡하는 법을 연구했고, 관람차 편에서는 이야기에 몰입하는 법을 연구했다고 한다면, 그 두 종합편이 될 다음 '악몽' 시리즈 는 충분히 기대할 만 하다.

 

무엇보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 밝고 가벼운 터치와 위트있는 문장들이 쏙쏙 들어온다.

 

전작이 '가이 리치' 스타일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치밀한 이야기 구조와 인물간의 관계가 돋보이는 '브라이언 싱어' 스타일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악몽의 드라이브' 라고 하는데, 과연 또 어떤 스타일의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 가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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