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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
제인 오스틴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다.
1813년에 발간된 이 작품은 1796∼1797년 「첫인상」이란 제목으로 집필되었으나 런던의 한 출판사로부터는 출판이 거부당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집필하기 전에 결혼을 실패한 좌절감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런 경험이 이야기 속에 생생하게 녹아 있어서 이 작품이 오늘날까지 사랑과 결혼을 꿈꾸는 많은 젊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
이야기는 새로운 이웃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네더필드 파크에 세 들 사람이 정해졌다는 - 그것도 빙리라는 갑부 총각이 - 소문이 퍼지자 딸 다섯을 가진 베넷 부인은 안달이 나서, 남편을 부추겨 그 사람과
친교를 맺고자 한다.
작전은 성공하여 빙리 씨가 이사를 오자 베넷 부인은 딸들을 데리고 인사를 가서 서로 교류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베넷 부인은 빙리 씨를 몹시 마음에 들어 했고 큰딸 제인과도 서로 호감을 가지고 일이 잘 풀리는 듯했다.
그런데 빙리 씨와 같이 온 그의 친구 다아시 씨는, 처음에는 그의 멋지고 훤칠한 몸매와 잘생긴 이목구비, 고상한 태도로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았으나 거만하고 남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인해 곧 역겹고 불쾌한 인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 어느 날, 아들이 없는 베넷 가의 한정 상속인인 콜린스 씨가 나타나 마치 선심이나 쓰 듯이 베넷 씨의 둘째딸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한다. 엘리자베스는
이를 거부하였고 베넷 부인은 이를 몹시 아까워한다.
그러던 중 위컴 씨라는, 체격이나 얼굴, 태도와 걸음걸이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람들을 압도하는 신사다운 장교가 나타나는데, 공교롭게도 그는 그 오만한 다아시씨와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으며 그를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매도했다.
그리하여 다아시 씨는 여러 사람들에게, 특히 엘리자베스에게 아주 몹쓸 사람으로 평가절하 되고 마는데......
흔히들 이 작품을 사랑과 결혼을 주제로 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으나 내가 읽은 바로는, 등장하는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오직 결혼이란 목표를 정해놓고 사랑보다 조건을 중시하는 쪽에서 접근하는 것 같은 경향을 강하게 느끼게 하였다. 아니면 구하는 바, 남자는 사랑, 여자는 조건. 이라고 해야 할지.
물론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시대적, 사회적인 풍조가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남자나 여자나, 특히 여자들에 있어서는 본능에 가까운 신분 상승의 기회가 결혼이라는 수단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것이 이해되지 않는 바 아니었지만, 그래도 결혼을 하는데 있어서 사랑은 보이지 않는 것 같고 그것보다 조건이 훨씬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느꼈던 것만은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통속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2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그런 세속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주인공과 주변의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심리를 리얼하게 묘사한 부분들이 시공을 초월하여 하여 공감을 끌어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했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방을 처음 대하면서 그가 오만하다고 느낀 편견이, 내 주변의 사람들이 그에게 선입견을 갖게 만들었고, 나 또한 상대방을 진지하게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음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나의 오만함은 아니었는지?
그래도 우리의 마음씨 좋은 독자들은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씨의 사랑이 결실을 맺기를 가슴 졸이며 기대했을 것 같은데, 이 작품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 같았다.
여담이지만 고등학교 때 영어 시간에 배웠던 아래 문장의 출처가 이 작품이었음도 알게 되었는데 수십 년 전의 문장을 이 작품 속에서 대하고 보니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아주 불행한 선택이 네 앞에 놓여있다, 엘리자베스. 오늘 이후로 너는 부모 중 한 사람과 남남이 되어야 한다. 네가 콜린스 씨하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너를 다시는 안 볼 것이고, 만일 네가 그 사람하고 결혼을 한다면 내가 다시는 너를 보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