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 리스트 선정의 함정
모르면서 함부로 책을 추천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웃긴건 모르니까 추천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도 한다.
알았다면 도저히 추천은 할 수 없었을테니까
그래서 섣불리 제목이나 목차, 신문기사만 보고 선정리스트에 올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통감하는 바이다. 그런데 이제 막 출간된 책들은 그럼 무엇을 근거로 읽고 싶다 말해야 하는가.
어짜피 예고편보고 영화선택했다가 막상 두시간 견뎌보니 아니었다는 교훈을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경우이다.
그러므로,
신중을 기하되 아니올씨다의 리스크를 안고가는 수 밖에는 달리 방법은 없다.
2. 인문/사회/과학의 광범위성
평가단이 원하는 책을 미리 리스트하면 그 결과를 취합해 알라딘측에서 두권을 최종선정하는 방식.
8기의 소설분야에서는 리스트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가 않았다.
평가단 분들이 우연히 비슷한 취향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읽고 싶다고 생각되는 책의 범위는
다른 분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본다. (아무래도 소설이 더 대중적이어서 그런것일까)
그런데 인문/사회/과학 분야는 소설과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일단 여성분들이 적은 듯하다 ㅠ.ㅠ)
선정들 해주시는 책들을 보면 깊이와 범위의 편차가 크다고 생각된다.
(소설만 읽어온)내 수준에서는 이 사실이 두렵기까지 하다.
결과적으로 평가단을 지원한 근원적인 이유에서 이 차이는 발생한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위의 두가지 이유로 나는 백퍼센트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아닌 '선택되어질 만한'책들 중에서
무책임하게 리스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결코 자유롭지가 못하다. 될 성 싶은 사람 찍어주는 유권자 기분이다.
어떤 운영방침이 새롭게 도입되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 시행착오는 운영자와 운영집단에게
공평한 부담이 된다. 그래서 이번엔 처음으로 리스트 선정하는 것에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남성분들이 잘 선택하지 않을 성 싶은 책을 올려보기로 한다.

"이 책은 아버지의 역할과 영향부터 남성에게 있어서 양육과 삶의 조화, 남성에게 '아버지 되기'의 의미, 아버지 위상의 미래까지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존재'라는 식의 감정적인 접근이 아니면서도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며칠전 '5월에 읽을만한 책'을 소개하신 로쟈님의 서재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아버지를 잊고 살게된지 십년이 다 되가는 마당에 교과서적인 아버지의 질문을 여러번 읽어보았다. 답을 모르겠다는 것 보다 아버지라는 단어가 속한 문장이 새삼 어색하게 느껴져 그 참뜻을 바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고 나는 틀림없이 어버이날에 눈물을 흘릴터이다. 아버지의 존재를 좀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나면 그리움도 얼마간 해소되지 않을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좋은 시민 13명이 들려주는 이야기. 2011년 한국 사회의 화두와 쟁점을 살피고, 2012년 국가의 희망과 대안을 말하는 9가지 이야기" 라는 것이 출판사의 헤드카피이다.
이런 책을 거의 읽지 않았기 때문에 부채감에서 선정해본다. 이 사회가 불량사회라는 생각, 그 사회에 살고 있는 내가 불량시민이라는 생각을 되도록이면 기피하고 살았다. ‘불량 사회’의 적을 자처하는 ‘좋은’ 시민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자체를 포기한지 오래이다. 좋은 시민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불량시민은 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의 밀도가 촘촘하다는 평을 들었다.
'조울증적 문화의 한국인'이라는 말에 흠칫 발이 멈춘다.
미술작품과 연계된 심리분석이 아주 새로울 것 같지는 않지만
알고나면 많은 공감을 하게 될 것 같다.
특히나 80여 점의 한국미술품을 신경과학과 뇌과학에 입각해 설명하는 방식은
디자인과 심리학을 병행했다는 저자의 이력을 더욱 흥미롭게 하는 부분이다.
지난번 평가단과 틀린 점이 있다면 이상하게도 이번엔 내가 지목한 책이 선정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많아진 것 같다는 것이다. 소설은 솔직히 어떤 책이 되어도 부담이 크지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분들이 지목하는 책들이 궁금하지도 않았고 내가 원하는 책도 없었고
내가 원하는 책이 선정되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4월의 평가단 수행을 마치면서 이런마음은 싹 가시게 되었달까.
함부로 지원할 인문분야가 아니었다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