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던 곰 이야기 - 늠름하고 멋진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 동화
볼프 예를브루흐 그림, 오렌 라비 글, 한윤진.우현옥 옮김 / 아이위즈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독일 출신 작가인 베르너 홀츠바르트의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에서 협업을 이루었던 그림작가 볼프 에를브루흐가 이번에는 이스라엘 출신 오렌 라비 작가의 글을 형상화했다. 아이들이라면 아마 모두가 좋아할 법한 곰돌이 친구를 주인공으로 삼아 숲 속 여행을 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제법 큰 아이들에게 맞는 책이라고나 할까. 우리집 꼬맹이는 좀 더 있다가 읽어야지 싶다.

 

이 멋진 동화는 숲 속에 사는 솔잎처럼 생긴 벌레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몸이 가려워 등을 벅벅 긁다 보니 곰이 되었다고? 놀랍군. 이 녀석 주머니에 종이도 넣어 가지고 다닌다네. 자신을 스스로 사냥하고 행복한 곰이라고 부르는 녀석은 자신을 찾아 나선 숲속여행이 동화의 줄거리다.

 

그렇게 홀로 숲속을 거닐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숲의 꽃이나 나무도 쑥쑥 크고 자란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지. 아이를 키우다 보면, 벌벌 기어 다니던 꼬맹이 녀석이 언제 걷기 시작하고 또 뛰어 다니게 되었는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야. 뭐 다 그렇게 가는 거겠지. 뭐? 숲 속에는 여러 종류의 고요함이 있다고. 이 곰돌이 녀석은 역시나 보통 곰돌이가 아닌 것 같아. 아무래도 형이상학에 통달한 철학자 곰돌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라고.


 



숲에서 만난 게으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게으른 불도롱뇽을 만나, 불도롱뇽이 아는 곰돌이 중에 최고로 상냥하다는 인증도 받고 기운차게 가던 길을 가기도 해. 다음에는 숲 속에 핀 예쁜 꽃들을 세던 펭귄을 만나 “예쁘다”는 숫자가 아니라는 지청구를 받기도 하지만 그런게 뭐가 중요해. 꽃을 세는 행위보다, 그 꽃이 가진 아름다움에 취한 곰돌이는 사뿐사뿐 춤을 추는, 우리의 곰돌이는 탐미주의자로 풍진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걸. 이거 볼수록 매력 넘치는 곰돌이가 아닌가 말이다.


 



숲속에서 나침반나무를 만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고민하던 중에 거북 택시가 등장하기도 해.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를 땐, 잠시 헤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거북의 조언에는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어.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상태대로, 주어진 대로만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따분할까. 어쩌면 유목인의 천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그런 노마드 정신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참 짧은 동화를 읽으면서 별 생각을 다하는구나 싶어졌다.

 

그렇게 숲을 떠돌던 곰돌이는 마침내 자신의 집에 도착해. 그런데 이 녀석은 이 집이 자신의 집인 지도 몰랐던 모양이야. 오랜 풍찬노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처럼, 우리의 곰돌이도 홈 스윗 홈을 외치지.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반가워하며 끝. 누가 뭐래도 자신만의 꿈을 좇으며,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만하지 않을까. 오렌 라비와 볼프 에를브루흐가 그린 숲속에 사는 곰돌이 동화는 독자에게 선문답 같이 그렇게 다가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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