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일 5Mile Vol 1. - 창간호, Made in Seoul
오마일(5mile) 편집부 엮음 / 오마일(5mile)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하나의 테마, 여행 그리고 음식이라는 주제와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사진을 전면에 배치한 <5 Mile>의 창간호와 만날 수가 있었다. 그의 너무나 유명한 캠벨 수프 작품만 있다는 게 아니라는 것도 이 매거진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마릴린 먼로 작품은 1967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마릴린 먼로가 죽은 게 언제지?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1962년이라는데, 한 시대를 풍미한 대스타가 죽고 나서 5년이나 지난 뒤에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녀의 이미지에 그렇게 변형을 준 걸까. 궁금하기만 하다. 그리고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또 어떻고. 어쩌면 이 시대의 모든 변형은 피카소와 앤디 워홀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들었다.

그 다음 이야기 <당신이 몰랐던 서울>에서는 내가 아는 익숙한 모습의 서울이 등장하기도 하고, 또 제목 그대로 전혀 몰랐던 모습의 서울에서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다. 문득 사진가들에게 서울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특정한 하루를 정해서 우리가 몰랐던 이모저모를 담는 기획도 재밌지 않을까 싶다. 위치를 알 수 없는 골목길, 도회의 노인이 사라져 가는 모습, 번화가의 모습들 그리고 상업화의 상징처럼 내겐 다가온 쌈지길의 모습들이 오늘의 서울이구나 싶었다.

책쟁이인 나의 시선을 가장 사로잡은 기사는 바로 <Hidden book stores: 숨겨진 동네 서점여행>이었다. 물론 초반에 나온 10가지 질문은 가볍게 패스 했으니, 당근 이 여행에 동참하고 싶다. 오늘 오후에도 중고서점에 들러 꼭 필요한 책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사야 하지 않나 하는 강박에 시달리지 않았던가. 사실 김영하 작가의 추천 책인 오에 겐자부로의 <만엔원년의 풋볼>을 사려고 했지만. 모두 세 곳이 소개되었는데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스토리지 북 앤 필름>, <일단멈춤> 그리고 마포 상수동 부근의 <베로니카 이펙트>가 그 주인공들이다. 요즘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뜨는 장소라는 염리동 소금길에 있다는 <일단멈춤>에도 한 번 가보고 싶고(요즘처럼 바빠서는 내년에나 가볼 수 있을까 싶다), 파올로 코엘료의 책 제목을 떠올리게 하는 <베로니카 이펙트>에도 들러 보고 싶다. 짧은 인터뷰로만도 이 서점들이 내가 주로 찾는 그런 일반 서점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냥 책은 사지 않고 들러서 사진만 찍어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업주 입장에서는 아마 귀찮은 헛손님이겠지만. , <베로니카 이펙트> 내부의 조명 배치는 진짜 멋져 보인다.

리넨이나 천 같은 직물에 직접 그린 무늬를 프린트한다는 장인, 마이스터징거라고 불러야 하나,의 이야기에도 호기심이 생긴다. 얼굴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지, 묘하게 가린 주인공의 한땀한땀 어린 작업 순서도가 인상적이다. 진짜 천연의 풀이나 나뭇잎들을 재료로 사용하는 점이 신기하기만 하다. 어린 시절, 나뭇잎으로 종이에 물감을 묻혀 찍던 시절의 그 재미지던 시간들 말이다. 서울의 소소한 100가지 오브제 역시 주르르 넘기다 보면, 어떤 것들은 사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물론 딱히 필요는 없지만, 한가로운 여행길에서 만난 소품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내가 베를린의 벼룩시장에서 7유로 주고 산 솝스톤(soap stone)으로 만든 오렌지 컬러 하마가 아버지의 문진으로 쓰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 어떤 물건이든 다 쓸모가 있는 법이다.

여행과 푸드를 주제로 삼은 만큼 요리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다만 난 만드는 것보다 먹는 것을 더 좋아하니 사진만으로는 당최 판단이 서지 않는다. 사실 사진만 보면 다 맛있어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역시 맛을 봐야 하는데, 그럴려면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필요하다. 그러니 매거진에 실린 사진만으로 나의 흔들리는 식욕을 달래려면 상당한 내공이 소용될 것이다. 마지막의 바르셀로나 컷은 정말 당장에라도 모든 것을 접고 달려가고 싶은 충동일 생길 정도다. 몇 년 전에 여름휴가 때 바르셀로나에게 가볼까 하는 헛된 꿈에 젖어 직항편을 알아보다가 어마무시한 가격에 당장 포기했던 추억도 떠오른다. 그땐 그랬지.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5 Mile>에서 창간호를 맞이하여 독자들에게 야심차게 준비한 감사의 선물이다. 말미에 실린 두 개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는데 하나는 앤디 워홀 전시회 티켓과 5 Mile 네 잔의 레드비어다. 난 볼 것 없이 두 번째 선물을 택할 것이다. 그런데 부욱~ 하고 해당 페이지를 찢어 가면 되는 게 아니라 꼭 창간호 책을 통째로 들고 가야 한다고 한다. 그 정도 수고야 감당할 수 있지 뭐. 그런데 유효기간은 언제지? 난 과연 네 잔의 레드비어를 마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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