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딱 걸렸어! 단비어린이 문학
이상권 지음, 박영미 그림 / 단비어린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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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장애인 친구를 대하기는 쉽지 않다. 하물며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상권 작가의 <너 딱 걸렸어>를 읽으면서 몇 년 전, 다니던 교회에 장애인 동생 때문에 고민하던 일이 떠올랐다. 심한 뇌성마비 때문에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말하면서 쉴 새 없이 침을 흘리기 때문에 자매들이 특히나 부담스러워 했던 것 같다. 그 동생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나름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소설에 나오는 다솔이처럼 효진이를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도저히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나도 역시 효진이처럼 변명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간다고 하지만, 정상인이 장애인의 마음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장애인 동생과 친하게 지내게 되면서 알게 됐다.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전철 타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승강장에서 폭이 10cm나 될까, 그곳을 건너는 것이 너무 힘들더란다. 더 힘들었던 것은 소설 속의 효진이처럼 자신을 챙겨 주는 이에게 어쩔 수 없이 더 의존하게 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심리 상태 역시 대처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솔이의 엄마나 다솔이 담임선생님처럼 몸이 불편한 친구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적으로 괴로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야말로 끝이 없는 봉사와 희생정신이 없다면 애당초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던 게 아닌가 많이도 고민했던 시절이다.

 

그런 경험이 뇌리에 각인되어서 그런지 어린이 문학이라는데, 읽는 데 시간이 제법 많이 걸렸다. 몇 장을 읽고 나서 책장을 덮었다가 다시 한참 뒤에 다시 읽고를 거듭했다. 몸이 불편한 친구를 도와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스트레스로 장염을 앓다가도, 효진이를 생각하면 또 미안해지곤 하는 다솔이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절절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나도 그랬었으니까. 아마 감정이 잘 훈련된 어른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겠지만, 어린이기 때문에 삐지거나 화가 나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바로 분출하는 장면도 볼 수가 있다. 모든 것을 이룬 나이가 아니라, 성장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배우는 과정을 이상권 작가는 예리하게 짚어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 중의 하나는 학기 초에 누가 과연 효진이의 도우미를 할 것인가를 두고 메신저로 토론하는 장면이었다. 어른들처럼 반장이라는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선거도 하고, 토론도 할 수 있겠지만 그 방법이 메신저라는 점이 참 신기했다. 확실히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는 다르구나. 누구나 커가면서 부모님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시시콜콜히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대화도 뜸해지고 비밀이 많아지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효진이를 돌보는 다솔이처럼 특수한 상황에 있는 친구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어른/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돌아오는 말이 자기의 예상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말해봤자 아무 소용없구나 하는 마음에 속으로 삭여 버리지 않을까. 이것도 어느 의미에서 본다면 성장통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좋게 끝나 버리는 해피엔딩보다, 갈등해소를 위한 관계의 전진을 상징하는 오픈엔딩이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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