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 In the Blue 10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 내내 계속해서 나를 따라 다닌 질문 하나가 있다. ‘책 제목이 분명 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이라는데 바르셀로나 말고 다른 스페인은 언제 나오는 거지?’ 이런 나의 질문은 한국이 서울로 등치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만들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백승선 작가에게 바르셀로나는 그 정도로 스페인을 대표하는 도시라는 사실이다.

 

백승선 작가의 아홉 번 째 번짐 시리즈 <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은 지중해와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 간 천재 아티스트 안토니오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에 대한 작가만의 헌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모름지기 여행책이 글 읽는 이로 하여금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 요량이라면 작가의 의도는 120% 그 목적을 달성하지 않았나 싶다. 나도 바로 이 책을 읽고 나서 앞으로 내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도시는 바르셀로나가 되어 버렸으니까.

 

백승선 작가는 여행의 방점을 그 곳이 아니라 그 곳에서 만나는 그 사람에 찍는다. 그가 최소한 3일은 둘러봐야 한다는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그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어도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타악기를 돌 벽에 기댄 채 연주하는 거리의 이름 모를 연주자로부터 시작해서, 대뜸 동양에서 온 이방인과 사진을 찍겠다는 소녀들과의 에피소드는 찰나의 미학을 담아낸 멋진 사진과 감수성 넘치는 에세이 스타일의 글 그리고 재창조된 수채화풍 일러스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이다.

 

작가에게 어쩌면 바르셀로나 체류는 가우디를 추적하는 일련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이 여행기는 가우디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하다. 여전히 공사 중이라는, 그리고 작가가 완벽한 미완성이라고 명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위용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도시의 어디서 봐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어쩌면 카탈루냐의 한 꼭지를 차지하는 바르셀로나의 상징과도 같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그 외에도 수많은 카사들의 행렬을 실물로 보고 카메라에 담고, 글로 형상화해낸 그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언젠가 에스파냐에 가게 되면 꼭 보고 싶었던 게 투우였는데 동물보호론자들의 격렬한 반대로 앞으로는 투우의 본고장 에스파냐에 가도 투우는 볼 수가 없단다. 해묵은 보신탕 논쟁을 되풀이하고 싶진 않지만, 누구에게는 스포츠로 여겨질 수 있는 투우가 또 다른 이들에게는 잔인한 동물학대로 비춰지는 현실계를 살아간다는 것이 역시나 쉽지 않은 모양이다. 에스파냐 사람들의 투우에 대한 생각은 어떨지 문득 궁금해졌다.

 

오래전 파리의 지하철에서 만난 일단의 사람들이 15일짜리 유레일패스를 들고 전 유럽을 돌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논의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유자적한 여행이야말로 여행의 참맛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숨 쉬고 있는 유구한 역사의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야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한 마디도 알아 듣지 못하지만 그 나라 극장에 가서 그 나라 영화도 한 번 보고 싶고, 시장통에 나가 하몽이나 츄러스 같은 군것질 거리도 해보고 싶고, 엄청난 규모의 뮤지엄을 찾다 길을 잃어 보기도 하는 평소의 일상에서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을 해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계속해서 여행하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언젠가 바르셀로나에 가게 되면 이 책이 나의 친근한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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